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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742화 (737/1,794)

템빨 41권 - 20화

‘이거 개사기잖아?’

200퍼센트 계수가 붙은 공격을 1초 동안 40회 날린다고?

하나의 대상에게 40회 공격 전부를 적중시킬 경우 단 1초 만에 8,000퍼센트의 피해를 입힌다는 뜻이 된다.

‘물론 대상도 바보가 아닌 이상 공격을 막거나, 피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리드에게는 열망의 무아검이 있다. 혹 엄청난 실력자를 만나 40회 공격 중 절반 이상의 공격이 빗나간다고 해도, 단 몇 번만이라도 검은 불꽃 폭발이나 붉은 벼락이 발동해 주면 8,000퍼센트 이상의 데미지쯤이야 우습게 기대할 수 있었다.

‘이걸 누가 감당해?’

보스 몬스터를 제외하면 거의 다 한 방에 죽는 수준 아닌가?

특히 몬스터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생명력이 낮은 플레이어들은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공격력이다.

‘연 한 방당 필킬 가능… 인가.’

연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파그마의 검무 중 가장 짧은 1분대라는 점을 감안해 봤을 때, 진연은 한마디로 무적의 스킬이나 다름이 없었다. 1분마다 눈앞의 적을 말살해 버리는 최강의 검술!

더군다나!

‘연 이후 다른 검무를 바로 연계할 수 있게 된다면…….’

연->단일 검무를 연계함으로써 온갖 종류의 2융합 검무를 사용할 수 있었고, 연->연살로 3융합 검무를, 연->연살파극으로 5융합 검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유라를 압도했다는 지옥의 분신과 비견되는 화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이 괜히 신은 아니구나.’

레베카 여신이 내려 준 축복에 전율하는 그리드였다.

앞으로 자기 자신이 얼마나 강해지게 될지, 그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기쁨은 짧았다. 곧 <眞-연(聯)>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확인한 그리드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잘못 봤나?

“아니… 맞잖아?”

빌어먹을!

스킬이 아무리 강해지면 뭐 하는가? 1분이 지날 때마다 1번씩 사용할 수 있었던 스킬을 30분에 단 1번밖에 사용하지 못하게 됐는데, 이걸 과연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안 돼.’

연의 가장 큰 장점은 다단 히트를 통한 검은 불꽃 폭발을 노릴 수 있다는 점과 짧은 재사용 대기 시간에 있었다.

기존의 연만으로도 운 좋으면 1분마다 대상을 원킬 낼 수 있는 인물이 바로 그리드였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배 가까이 늘어난 강화 버전 연은 큰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판단한 그리드가 다음으로 <파(派)>와 <제(制)>를 강화할 시 변경되는 사항을 확인했다.

파는 더 많은 검기를 더 강하게 날릴 수 있게 되었으며, 제는 ‘상태 이상 저항률을 완전히 무시하는 광역 위압’의 위용을 자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두 스킬 또한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분으로 변경됐다.

“하……?”

그럼 초(超)와 살(殺), 그리고 회(回)는?

“다 위력은 상승하지만…….”

그리드의 표정이 점점 더 나빠진다. 다른 단일 스킬들 또한 강화 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분으로 고정된 까닭이다.

벌컥!

결국 참지 못한 그리드가 방문을 박차고 나왔다. 잠들어 있는 아내와 아들 곁에서 차마 욕설을 지껄일 수는 없었으니까!

“염병!! %!*$!!”

“……!?”

갑자기 방문을 열고 뛰쳐나오더니 욕설을 지껄이는 국왕의 모습이 젊은 기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극도로 집중한 채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코크가 화들짝 놀라자, 이를 뒤늦게 발견한 그리드가 민망해서 헛기침했다.

“고생이 많군.”

“가당치도 않습니다. 주군을 지키는 중책을 맡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

힘차게 대답하는 코크의 태도가 그리드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그리드 또한 코크의 무용담을 모를 리 없었다. 아이린과 로드가 입이 닳도록 칭찬한 상대 아닌가?

“…고맙다.”

고요한 복도, 은은한 조명 아래서 그리드는 코크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저, 전하?”

천하의 그리드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당황한 코크가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리드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너 같은 인재가 우리 템빨국에 와 줘서,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아이린과 로드를 지켜 줘서 정말로 고맙고 기쁘다.”

그리드가 듣기로 코크는 2세대 10인의 루키 중 정점이었다고 한다.

그리드라고 해서 모를까? 코크 같은 인재에게 얼마나 많은 선택지가 있었을지를.

코크는 단지 <양산형 그리드 세트>를 노리고 템빨국을 선택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필시 템빨단원 중 누군가를 선망했기에 템빨국으로 이주한 것일 터다.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아이린과 로드를 지킨 행위? 단지 퀘스트 보상만을 노린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진심으로 아이린과 로드를 지키려고 했고, 그 진심이 전달됐기에 로드의 기사로 선택된 것이다.

꼬옥.

고개를 든 그리드가 코크의 손을 붙잡았다. 크고 투박한 손이, 물집 가득 잡힌 젊은 기사의 손을 뜨겁게 감싼다.

“나는 반드시 네게 보답할 거다. 그러니 앞으로도 내 아들을 잘 부탁한다.”

로드의 첫 번째 기사가 플레이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리드다.

플레이어는 NPC보다 훨씬 더 유동적인 존재였고, 이로 인한 변수가 많았다. 코크의 충성심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그리드 또한 커다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부디, 계속 초심을 잃지 않고 로드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며, 따스한 눈빛을 보내오는 그리드에게,

“전하께 보답을 바라지 않습니다.”

코크는 어느샌가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

“매번 국가 대항전에서 활약해 주시고, 또 새로운 위업을 달성하시는 전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제가 느낄 수 있었던 기쁨과 자부심. 그것만으로도 이미 족합니다.”

코크는 그리드와 같은 한국인이다. 그리드가 조국의 위상을 높여 줄 때마다 순수하게 기뻤고,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자신 또한 언젠가 그리드처럼 되고야 말겠다는 열정을 품을 수 있었다.

그리드는 단지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도 코크에게 큰 힘이 되었다. ‘우상’이 갖는 힘이다.

과거 수많은 젊은이들이 올림픽, 월드컵 기간의 운동선수들을 응원하며 꿈을 키웠듯이, 코크는 그리드를 보면서 꿈을 키워 왔다. 그리드와 이렇게 대면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한없이 기쁘고 영광이었다.

“아…….”

코크의 눈빛을 읽은 그리드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눈앞 젊은 인재의 우상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쏴아아…….

반쯤 열린 창문을 통해서 흘러 들어오는 바람이 그리드의 흑발을 찰랑이게 만든다. 나부끼는 머리카락에 가려지는 그리드의 눈동자에는 오만 가지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과거의 나는 감히 질투도 못했을 젊은 인재가 이제는 나를 우상으로 삼는 시대가 오다니…….’

기쁘다. 자랑스럽다. 이처럼 즐거운 감정보다는 부담감이 앞선다. 나를 선망하는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으로부터 비롯된 부담감이었다.

‘자칫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가 실망시켰다가는 피차 슬플 테니…….’

험험!

그리드가 다시 한 번 헛기침했다. 조금 전, 쌍욕을 지껄인 모습을 들켰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러운 그였다.

그가 민망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코크가 활짝 웃는다.

“전하를 지켜본 세월이 어느덧 2년이 지났습니다.”

요새 도시 파트리안이라는 ‘우물’ 안에서 기고만장하게 살아가던 시절. 그리드와 피아로를 만나 콧대가 꺾인 이후, TV와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서 그리드라는 인물을 꾸준히 접해 온 코크다.

“전하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어요.”

그래, 코크는 그리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과거도 알고 있다.

“전하를 잘 알고도, 아니 어쩌면 잘 알기에 전하를 선망하게 된 것입니다.”

“…….”

“부디 편하게 행동해 주십시오. 저는 결코 전하께 실망하지 않으니까요.”

확고한 눈빛!

코크의 진실된 마음을 읽은 그리드의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그리드는 아직 확실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을 선망하는 이들, 눈앞의 코크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즐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리드의 곁까지 도달해서 그리드의 눈에 띄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왜?

그리드는 하늘 위의 하늘이니까. 이제 막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인재들이 높디높은 그리드의 곁까지 도달한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드 님.

감격하고 있는 그리드에게 누군가의 귓속말이 날아왔다. 교황 데미안이었다.

-혹시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없겠습니까?

무슨 일일까?

어찌 됐든 마침 잘됐다.

-그래.

흔쾌히 답한 그리드가 교황청 정원으로 이동했다.

자리를 떠나는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코크는 굳건히 제자리를 지켰다.

아이린과 로드를 지키고 <수호자>의 칭호를 얻은 코크. 그는 섬기는 주인의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

“데미안, 마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는 데미안을 발견한 그리드가 용건을 듣기에 앞서서 물었다.

빛의 여신 레베카가 사실은 NPC였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과 달리 무조건 선한 존재는 아닐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라는 식의, 무겁고 복잡한 주제의 질문은 아니었다. 신은 너무 머나먼 존재였고, 그리드는 당장 눈앞의 일이 급했다.

“너도 퀘스트 보상으로 여신의 축복을 받아 본 적 있지?”

“네. 이번 퀘스트 보상으로도 축복을 받았습니다.”

“아, 그래? 마침 잘됐네. 네가 받은 축복 중에 혹시 <스킬 강화>라는 게 있었어?”

“스킬 강화……? 아니요. 없었습니다. 제가 축복을 받을 때마다 얻었던 건 완전히 새로운 스킬이었어요. 기존의 스킬을 강화할 기회는 얻지 못했죠.”

“…쩝.”

“왜 그러시죠?”

“아니, 그게 말이지…….”

흥미를 보이는 데미안에게 그리드가 설명을 시작했다.

데미안은 템빨단원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바,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결론은.”

투정에 가까운 그리드의 이야기를 한동안 잠자코 듣고 있던 데미안이 상황을 정리했다.

“강화를 시도하는 스킬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분으로 고정된다는 말씀이시죠?”

“맞아. 이게 과연 강화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위력이 강해진다고 해도 자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유틸성이 떨어지잖아?”

“확실히. 어찌 보면 버프가 아니라 너프라고 표현해도 되겠네요.”

“그러니까. 이게 어딜 봐서 축복이냐고.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도 명색이 신이라는 존재가 이토록 쪼잔한 보상을 주다니?

약 올라서 부들부들거리는 그리드에게 데미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본래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분을 초과하는 스킬들의 경우는 어떻던가요?”

“응?”

“예를 들어서 재사용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인 스킬을 강화해도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분으로 변경되나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확실히 강화라고 표현해도 좋을 텐데요?”

“아……?”

혹시?

깜짝 놀라는 그리드의 뇌리로 연살파극이 떠오른다.

그리드가 자랑하는 최강의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은 무려 3시간이다. 신장이 터지지 않는 이상, 한 번의 전투에서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궁극기였다.

이 스킬을 강화할 경우?

그리드는 지체하지 않았다. 강화 스킬 가능 목록을 열더니 연살파극을 선택했다.

<眞-연살파극(聯殺派極)>

네 종류의 검무를 연계합니다.

대상에게 공격력의 2,000퍼센트 피해를 주는 연살(聯殺)을 5회 꽂습니다.

대상에게 연살(聯殺)을 2회 이상 적중시킬 경우, 연살(聯殺)의 회당 데미지가 300퍼센트씩 상승 적용되며 파(派)의 검기가 소환됩니다.

파(派)의 검기는 대상의 반경 5미터에 광역 피해를 입힙니다. 데미지는 공격력의 750퍼센트이며, 적중당한 대상은 30초 동안 모든 속도가 80퍼센트 하락합니다. 또한 이후 연계되는 극(極)의 검기에 확정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극(極)의 검기는 대상의 방어력을 88퍼센트 무시하고 물리 공격력의 2,300퍼센트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힙니다.

연살파극(聯殺派極)의 검무를 친 직후에 또 다른 검무를 연계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스킬은 연(聯), 살(殺), 파(派), 극(極), 연살(聯殺)과 재사용 대기 시간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강화된 스킬은 레벨이 마스터로 고정됩니다.

스킬 자원 소모:최대 마나의 절반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30분

‘이거다!’

강화 시 연살파극의 정보를 확인하는 그리드의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일이 잘 풀린 눈치였기에, 데미안은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5융합 검무? 우습다. 앞으로 6융합 검무를 노려 볼 수 있게 된 그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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