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41권 - 15화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
★격투의 지식★
제25위 대악마 단탈리안이 정립시킨 격투 지식의 파편입니다.
대부분의 지식이 소실 된 파편에 불과하나, 평범한 인간의 지식 범주는 아득히 넘어선 수준입니다.
격투가의 소양을 한 단계 발전시켜줍니다.
지식 습득 조건:무도가 계열 직업군일 것.
지식 습득 시:모든 격투 관련 스킬 레벨 +1. 공격 속도 10퍼센트, 회피력 20퍼센트 상승.
‘단탈리안이라는 악마의 능력이 뭐기에?’
그리드가 파그마의 후예로 전직하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스터 레벨에 도달한 스킬은 전무하다.
스킬 레벨을 올리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며,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의 가치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다는 뜻이 된다.
기껏 전력을 다해서 잡은 적이.
심지어 레벨을 2개나 올려준 적이 낡은 책자 한 권밖에 드롭하지 않자 실망하던 그리드였으나, 책자의 설명을 읽은 후에는 생각이 싹 바뀌었다.
실망하기는커녕 만족했고, 만족을 넘어서 경탄했다.
‘대장장이의 지식 파편 같은 것도 있으려나? 어찌됐든 이 지식은 레가스에게 큰 도움이 되겠군.’
누구에게, 얼마에 팔아먹으면 좋을까? 라는 생각은 일체 않고 동료부터 챙기는 그리드였다.
이제 그는 눈앞의 이득에 혈안이 되지 않았다.
남에게 퍼주기 좋아하는 호구가 된 것이 아니다.
동료가 강해질수록 아군 전체가 강해지고, 결과적으로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기 때문이다.
레가스가 단탈리안의 지식을 습득함으로서 발생할 이익이 돈 몇 푼의 가치보다 훨씬 높다고 판단하는 그리드였다.
애초에 돈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지슈카나 유라처럼 레가스도 어련히 보답할 테지.’
그렇다.
템빨단원 전원 빚쟁이 만들기 프로젝트를 무의식중에 가동시키는 그리드였다.
[아이템 합체의 유지 시간이 끝났습니다.]
[<벨리알의 지팡이>와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이 분리됩니다.]
[스킬 <신격>의 효과로 <아이템 합체>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치이이이익....
하나로 합쳐져서 마치 창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지팡이와 검이 온전한 형태로 되돌아간다.
지팡이를 인벤토리로 회수하는 그리드를 보면서, 구릉의 죽음에 숨죽이고 있던 알리번이 두 눈을 부릅떴다.
흑발 사내의 귀에 걸려있는 귀걸이가 눈에 익은 까닭이었다.
상아빛으로 세련되게 빛나며 찰랑이는 귀걸이, 사하란 제국에서 잠입 임무 수행 도중 의문사한 다크버스의 귀걸이가 확실했다.
12시간마다 1번씩 착용자를 반마로 만들어주는, <흑화>의 힘이 귀속 된 최강의 아티팩트....!
‘설마 저놈이?’
템빨왕이라는 이름은 알리번 또한 들어봤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물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그가 다크버스를 암살한 범인이었을 줄이야?
‘아니, 저놈이 다크버스를 죽였다는 건 이상하다. 제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임무를 수행 중이던 다크버스를 저놈이 도우면 도왔지 굳이 죽여야 했을 이유는 없어. 앞뒤가 안 맞....’
부정해보려던 알리번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그리드가 손가락에 끼우고 있는 반지를 포착했다.
검은 색의 얇은 반지.
착용자의 마나를 지속적으로 착취, 그를 기반으로 디스펠 기능을 발휘하는 <다크버스의 반지>였다.
알리번은 더 이상 부정하기 힘들어졌다.
다크버스를 죽인 범인이.... 교단에서 <야탄의 종 학살자>로 부르며 찾아 헤매던 철전지원수가 다름 아닌 템빨왕이라는 사실을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더 거물이었군....!’
꽈드드득!!
악 물린 채 갈리는 알리번의 이가 그리드의 두개골이라도 씹어 먹을 기세다.
등장과 동시에 구릉을 처단한 그리드를 보고 누군가는 환호하고, 또 누군가는 절망하는 이때.
“템빨왕....! 당대의 영웅왕이자 야탄의 종 학살자여!!”
포효하는 알리번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단 2분.
아이템 합체가 유지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구릉을 해치워버린 그리드를 보고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눈치였다.
그리드는 알리번이 만만치 않은 적수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저놈은 내가 지쳤다는 걸 알아.’
교황청까지 도달하는 길에 흑화를, 교황청에 도착한 직후에는 연살파극 등의 최상위 공격 스킬들을 모조리 소진한 그리드다.
아이린과 로드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채 행동하다보니 비장의 패 대부분을 처음부터 쏟아부은 것이다.
구릉이 강적이었다는 뜻도 됐고,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적군의 기세를 누그러뜨릴 의도가 숨어있기도 했다.
실제로 의도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교황 데미안의 등장으로 사기가 한풀 꺾인 상태였던 흑마법사 군단이 구릉의 죽음마저 목격하자 전의상실 직전까지 갔기 때문이다. 흑마법사들은 이제 방어력뿐만 아니라 공격력까지 하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알리번은 도리어 기세가 올랐다.
구릉의 죽음에 동요할 정도로 약자가 아닐뿐더러 그리드가 큰 힘을 소모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조금 전 너의 무위에서 신위를 엿보았다. 천하의 영웅왕일지라도 신위를 연속적으로 발휘할 수는 없을 테지.”
신의 위엄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논하는 알리번이었다. 신위는 그에게 있어서도 익숙한 것이었다.
척.
알리번이 그리드에게 손가락을 겨누었다. 길고, 뾰족하게 자란 손톱 끝이 까맣다. 매니큐어를 칠한 것이 아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인간의 피에 물들어 변색된 손톱이었다.
대부분의 야탄의 종이 그러하듯 알리번 또한 희대의 살인마였다.
교단의 뜻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라면 죄 없는 어린아이들조차 대량으로 학살할 수 있는, 그런.
“경종의 포.”
키이이이잉-!
손가락 끝에 칠흑의 마력이 집중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0.5초.
퍼엉-!
쏘아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또 0.5초다.
도합 1초 만에.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알리번은 경로 상의 레베카교 성기사들을 모조리 말살시키는 위력의 마력 포를 쏘았다.
조준점 끝에 걸린 대상은 그리드다.
경종의 포, 경종의 장, 경종의 구.
이 초월적인 흑마법들은 알리번이 야탄의 진정한 첫 번째 종이자 분쟁의 대악마 아모락트에게 선사 받은 신위였다.
알리번의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레베카의 딸들을 해칠 수단으로 간직했던 신위다! 제아무리 영웅왕이라도 버틸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지!!”
알리번의 외침이 닿기도 전.
퍼어어어어엉-!!
그리드는 폭발에 휩쓸리고 있었다.
그리드가 등지고 있던 연회장 외벽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고, 지면이 부셔졌으며, 일대에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올라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그리드 님....!”
“템빨왕 전하!!”
곳곳에서 침음이 흘렀다.
알리번이 쏜 마력 포의 위력을 두 눈 뜨고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은 그리드가 무사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었다.
교황 데미안과 아들 로드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그리드의 실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세상 그 누구보다 그리드를 신뢰하는 그들조차도 조금 전 일격은 위험하다고 보았다.
“아바마마....!!”
떨리는 음성으로, 불안에 차 외친 로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대로 아버지에게 달려가려는 아이의 손을.
“전하께서는 괜찮단다.”
아이린이 붙잡아 세웠다.
이제 그녀의 손길은 떨리지 않았다. 그리드가 등장한 순간부터 그녀는 과거의 공포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씻은 듯이 털어내고 있었다.
그녀의 그리드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인 것이다. 데미안도, 로드도 그녀 앞에서는 감히 신뢰를 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 믿음에 보답하듯.
“푸하.”
그리드가 무사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자욱한 흙먼지를 탈출하자마자 참았던 숨을 토해내는 그의 반지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다크버스의 반지였다.
그리드의 마나를 포식한 후, 그를 기반으로 경종의 포를 삭제한 다크버스의 반지는 차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폭발의 징조다.
착용자의 마나를 5천 이상 흡수한 다크버스의 반지는 10분 내에 <스킬 삭제> 2회를 사용할 수 있으며, <스킬 삭제>를 시간 내에 2회 사용하지 않을 경우 폭발하며 착용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어디, 한 번 더 공격해봐.’
숨을 추스른 그리드가 찌릿, 알리번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던졌다.
그는 알리번이 날릴 다음 회심의 일격마저 무력화시킨 후, 그 틈을 노려서 반격에 나설 계획이었다.
한데 알리번은 예상과 달리 잠잠했다.
그 어떤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묵묵히 선 채 그리드를 바라볼 뿐이다.
소름 돋는 사실은.
‘언제부터?’
다른 흑마법사들 또한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레베카 신도들과 각국 기사들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는 와중에도 침묵을 지켰다.
영문을 알 리 없는 레베카교 신도들과 각국 기사들은 기세가 잔뜩 오른 반면 그리드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다크버스의 반지에 대해서 알고 있어?’
맞다.
다크버스의 반지의 특징을 알고 있는 야탄교는 반지가 폭발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리드가 스킬 삭제를 사용할 기회조차 안 줬다.
[<다크버스의 반지>에 축적 된 마력의 양이 너무 큽니다. 다크버스의 반지가 감당하지 못합니다.]
[경고. <다크버스의 반지>가 폭발하기까지 30초 남았습니다. 폭발할 경우 다크버스의 반지가 영구히 소멸하며, 착용자는 목숨을 잃게 됩니다.]
“ㅆ....!”
절로 욕이 나오는 상황!!
로드와 아이린의 귀를 생각해서 목구멍까지 치솟는 쌍욕을 간신히 억누른 그리드가 다급히 소리쳤다.
“데미안!! 나를 스킬로 공격해!!”
다크버스의 반지에 귀속 된 <스킬 삭제>는 사용하기 까다로운 구석이 있다.
날아오는 스킬을 반지로 직접 막아야 발동된다는 점이었다.
다크버스의 반지가 레전드리 등급이 아니라 유니크 등급인 이유는 활용도가 낮고 페널티는 높기 때문이었다.
“하잇?! 아, 알겠습니다!!”
갑자기 자신을 공격하라니?
데미안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그리드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그는 스킬의 발동을 실패하고 만다.
“경종의 장.”
알리번의 개입 때문이었다.
그의 신위가 일대에 결계를 생성, 결계 내의 모든 생명체가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끔 만들어버렸다.
[경고. <다크버스의 반지>가 폭발하기까지 20초 남았습니다.]
“망할...!”
그리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반지를 포기하는 것이다.
필시 귀중한 아이템이었으나, 욕심을 부리다가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경우 아이린과 로드까지 덩달아 위험해졌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페널티라는 것은 무릇 만만하지 않은 법이다.
[<다크버스의 반지>를 해제할 수 없습니다.]
폭발 15초를 남겨놓은 반지.
손가락에서 빠지질 않는다.
10초. 9초. 8초....
“제길!!”
그리드의 초조함이 극에 달하는 순간.
키야아아아아!!
무너진 외벽을 넘어 등장한 해골 한 마리가 기성을 토하더니 마법을 전개했다.
총 여섯 개의 무지갯빛 마력 기둥이 솟구쳐 올라 아이린과 로드 모자를 감싸고 있는 흑마법사들을 일거에 휩쓸어버렸고, 그리드는 본능적으로 그 기둥에 손을 뻗었다.
키이이잉-!
[<다크버스의 반지>에 귀속 된 <스킬 삭제> 옵션이 발동합니다!]
[<다크버스의 반지>가 대상 스킬을 삭제하였습니다. 다크버스의 반지가 축적했던 모든 마나를 소모하고 휴식 대기 상태에 돌입합니다.]
“허억.... 허억.... 허억....”
폭발 4초를 앞두고 잠잠해진 반지.
십년감수한 그리드가 심호흡하며 시선을 돌린다.
그는 갑자기 등장해서 아이린과 로드를 향해 마법을 쏜 리치에게 강한 살의를 느끼고 있었다.
“무무드....!”
아그너스 놈, 어딘가에 숨은 채 사태를 지켜보며 내 소중한 이들을 해치려한 것인가?
“미친 새끼가....!!”
머릿속이 새하얘질 정도의 분노에 휩싸이는 그리드의 귓가로.
“경종의 구.”
새로운 마법을 전개하는 알리번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드를 해치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방해 받은 알리번 또한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은 상태였다.
퍼엉-!
퍼펑!! 퍼퍼펑!!!
알리번의 주변으로 칠흑의 구체 수십 개가 생성된다.
이미 진즉부터 소환되서 템빨국의 젊은 기사들과 카심을 보좌하고 있던 갓 핸드들, 그리고 노에와 랜디, 템빨골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숫자였다.
“조역은 빠져라!!”
알리번이 교황청을 습격한 목적은 레베카교단을 몰락시키고 야탄교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대륙 각지에서 찾아온 왕족들과 제국의 황자를 해치는 것은 각국에 보내는 경고 수준에 불과한, 일종의 덤이었다.
한데 일개 소국의 왕족들 탓에 발목이 붙잡혔으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펑! 퍼퍼퍼퍼퍼퍼펑!!
알리번이 사방팔방으로 날리는 암흑의 구체들이 그리드 일행은 물론이고 다른 왕족들 전부를 위협했다.
알리번은 일단 주변을 정리한 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계획이었다.
그에게는 아직 저력이 있었다.
이번 침공을 앞두고 아모락트에게 새로운 힘을 선사 받은 자신이라면 자리의 모두를 궤멸시키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영웅왕? 템빨왕?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변수 또한 구릉의 선전 덕분에 약화됐으니 큰 위협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끝이야.’
로제가 미소 짓는다.
아그너스의 갑작스러운 배신, 예상치 못했던 어린 왕자와 제국 황자의 선전, 결계로부터 탈출한 데미안과 그리드의 난입 등.
예상치 못한 변수를 연속적으로 맞이하고 ‘혹시나 임무에 실패하지 않을까?’ 불안했던 그녀였으나 이제는 안도하고 있었다.
야탄의 세 번째 종 알리번.
교황청 습격 임무의 총책임을 맡을 정도로 강력하고 영리한 저 초네임드급 NPC라면 결국 플레이어에 불과한 그리드나 데미안, 그리고 아그너스 모두 벌레처럼 짓밟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드는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너무 많아....!!’
연회장 허공을 가득 매운 암흑 구체의 숫자가 수십 개를 넘어서 수백 개에 도달한 상태다.
<종횡무진>을 사용, 알리번에게 도달해서 파그마의 검무를 날려봤지만 알리번의 마법 시전은 멈추지 않았다.
지극히 높은 생명력과 방어력으로 검무를 견디며, 계속, 계속해서 구체를 만들어냈다.
하나하나가 강력한 마력을 내포하고 있는 그 구체들 가운데 단 하나라도 폭발했다간 일대가 쑥대밭이 될 것이었다.
각종 템빨과 칭호 효과, 그리고 패시브 스킬을 지닌 그리드 본인이야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아이린과 로드, 그리고 템빨국의 젊은 기사들이 문제였다.
저들 모두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매스 텔레포트를 막았던 결계 때문에 기사 소환도 안 되고,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지?’
적이 너무 강하고, 구도는 최악이다.
지켜야할 대상이 있는 그리드의 입장에서 모두를 말살시키려는 입장인 강적과의 대결 구도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애초부터 이번 에피소드의 결말은 야탄교의 승리로 정해져있던 것이 아닐까?
플레이어는 항거할 수 없는, 최악의 결말 앞에서 나는....
‘아이린과 로드를 잃을 수밖에 없다?’
뇌리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소름 돋는 생각에 안색이 창백해지는 그리드.
그의 시선이, 알리번의 로브 사이로 언뜻 드러나는 칼자루에 꽂힌다.
<칼끝이 바위 조각에 박혀있는 검>
황금색 이름을 지닌 그 아이템 위에 퀘스트 화살표가 떠올라있다.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 처음 봤던 <리파엘의 창> 위에 떠올라있던 화살표와 꼭 닮은....
덥썩!
그리드가 본능적으로 칼자루를 손에 쥔다.
허공을 가득 매운 암흑의 구체들을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알리번이 당황했다.
“네놈, 뭐하는 짓....!”
“전설적 대장장이의 감정!!”
[전설이 된 대장장이가 범인을 초월하는 뛰어난 안목으로 물품을 감정합니다. 대상 물품에 숨겨진 기능이 존재할 경우 숨겨진 기능을 발견합니다.]
띠링~
[아이템의 숨겨진 기능을 발견했습니다!]
!!!! 인류 최초의 성검입니다. 칠악성에 의해 <원죄의 돌>에 봉인 된 상태입니다 !!!!
[★히든 퀘스트★ <선악의 기로>가 발생합니다!]
[<신장(神將)>의 힘이 <원죄의 돌>을 산산조각 냅니다!!]
[퀘스트 아이템 <불완전한 최초의 성검>을 획득하였습니다!!]
“뭣이....!!”
빛이 폭사하고, 어둠이 걷혔다.
허공에 가득 떠올라있던 칠흑의 구체 수백 개가 모조리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내내 여유만만이던 알리번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고,
“그리드 님....!”
“나는.....”
히든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하는 그리드와, 새롭게 갱신 된 <성검 탈환>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한 데미안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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