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730화 (725/1,794)

템빨 41권 - 8화

[★히든 에피소드★ <위기의 교황청>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야기 결과에 따라서 대륙의 역사가 바뀔 것입니다.]

[★히든 에피소드★ <위기의 교황청> 목격 특전으로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이동 속도가 영구적으로 1퍼센트 상승합니다. 대륙 곳곳을 떠도는 음유시인들에게 비싼 값으로 이야기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히든 퀘스트★ <목숨 건 탈출>이 진행됩니다.]

<목숨 건 탈출>

★히든 퀘스트★

아이린과 로드의 호위를 맡은 당신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야탄교의 습격을 받고 전쟁터로 전락한 교황청에서 두 사람을 탈출시키십시오!

퀘스트 클리어 조건:호위 대상 아이린과 로드를 연회장 건물 바깥으로 무사히 탈출시킬 것.

퀘스트 클리어 보상:아이린이 당신의 공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템빨국에서 당신의 명성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템빨국은 플레이어 ‘그리드’가 세우고 통치하는 국가입니다. 정확한 보상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 실패 시:템빨국 기사 자격 박탈. 템빨국에서 추방. 레벨 -5

※서브 퀘스트(1)※

흑마법사 150명 처치(0/150)

서브 퀘스트 보상:근력+10

*현재 교황청에 입장 중인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은 301입니다. 야탄교 흑마법사들의 레벨이 275로 책정됩니다.

※서브 퀘스트(2)※

생명력이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지고 생존할 것.

서브 퀘스트 보상:체력+20

※서브 퀘스트(3)※

호위 대상 아이린의 생명력이 100퍼센트로 유지될 것.

서브 퀘스트 보상:칭호 <수호자> 획득.

“크음....”

갑자기 긴박한 상황이 전개된다 싶더니 역시나 히든 퀘스트가 발생한다.

그것도 상당한 보상을 기대해 볼법한.

하지만 코크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침음하는 그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어떻게 돌파하지?’

아이린과 로드를 반드시 탈출시켜야하는 코크였다.

단지 퀘스트 때문이 아니다.

기사의 의무였다.

‘우선 야탄의 종들은 안 돼.’

대륙 제일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레베카 교단과 정면으로 싸우는 집단이 바로 야탄교였다.

야탄교를 대표하는 네임드 NPC들의 강함이야 쉽게 유추할 수 있었고, 3차 전직 플레이어에 불과한 코크에게는 그들을 돌파할 저력이 없었다.

‘그럼 결국 로제나 아그너스를 돌파해야한다는 말인데....’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코크가 2세대 루키 중 정점이라고는 하지만 각 직업군 랭킹 1위와 비빌 수준은 아니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에 오른 저들의 재능 또한 최소 코크와 같았고, 코크보다 먼저 게임을 시작한 만큼 레벨도 높았다. 무엇보다 좁힐 수 없는 격차가 템빨이었다.

오픈 초기부터 쭉 게임을 플레이해왔던 아그너스와 로제.

코크가 추측하기로 그들이 선점해왔던 퀘스트와 보스 몬스터의 가치는 무척 높았다. 코크는 로제와 아그너스 모두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동시에 아이템과 스킬의 수준 또한 한 차원 위라고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멍하니 있을 순 없지.’

칼을 뽑아 쥔 코크가 상관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는 갑자기 발생한 이번 이벤트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조연.

주연이라고 착각하기에는 무대에 올라와 있는 다른 배우들의 면면이 너무 화려하다. 조연은 주연들의 생각과 판단을 따를 뿐이다.

척슬리와 로이먼이 상의 중이었다.

“야탄의 종들은 레베카의 딸들이 상대해줄 겁니다. 저희는 우측 입구를 막고 있는 네크로맨서를 돌파하는 편이 좋아 보여요.”

“내 생각 또한 같네.”

척슬리와 로이먼은 아그너스를 표적으로 삼은 눈치였다.

카심 또한 동의했다.

그림자 속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그가 척슬리에게 말했다.

“그림자 병사들의 보고에 따르면, 연회장 외부에 언데드 대군이 배치 된 상태라고 한다. 놈들 때문에 성기사들과 레베카의 딸 후보들이 진입을 못하고 있다고 해. 언데드들을 통솔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저 녹발의 네크로맨서일 테지.”

“대군을 이미 소환해서 통솔 중이라면 자기 자신을 지킬 여력은 부족하다는 뜻이 되겠군.”

척슬리 일행이 판단하는 이때.

“여신의 분노!!”

쿠와아아아앙!!

연회장 계단 위.

결계에 구속당해 있는 교황 데미안을 호위하고 있던 레베카의 딸 이사벨이 아그너스에게 쇄도했다.

그녀의 판단 또한 척슬리 일행과 같은 것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그너스를 가장 약한 적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녹록치 않았다.

“킥...!!”

채애앵-!!

천하무적이라고 평가 받는 레베카의 딸을 상대로 웃다니?

광소를 터뜨린 아그너스가 칼을 뽑아 리파엘의 창을 방어한다.

이사벨은 물론이고 자리의 모두가 경악했다.

네크로맨서가 칼을 쓰는 것으로 모자라서 레베카의 딸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성공하자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코크를 비롯한 각국의 플레이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소리쳤다.

“그자는 평범한 네크로맨서가 아닙니다!!”

“바알의 계약자에요!”

“바알의 계약자라고...?!”

치이이이이익-!!

리파엘의 창과 맞물린 아그너스의 칼이 녹빛에 휩싸이자 창으로부터 신성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신기조차도 무력화시키는 저주라니?

이사벨은 눈앞의 네크로맨서가 사람들의 말대로 바알의 계약자가 맞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고.

“흐트러지는 꿈.”

야탄의 여덟 번째 종이자 흑마법사 랭킹 1위인 로제는 궁극기를 전개하였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대상 중 ‘암흑마력을 보유하지 못한 대상’에게 혼란, 쇠약, 침묵의 저주를 걸고 1만의 고정 된 데미지를 입히는 대단위 마법이었다.

화르르륵!!

“큭...! 크아아아악!!”

곳곳에서 비명이 쏟아진다.

특히 상태이상 저항률이 낮은 사람들은 무릎을 꿇으며 맥없이 쓰러졌다.

반면 아이린과 로드를 비롯한 각국의 왕족들은 안전했다.

그들 모두 각자의 기사들에게 비호를 받고 있었으므로 로제의 시야에 미치지 않은 것이다.

“괜찮단다. 괜찮아.”

로드를 품에 안은 채 다독여주는 아이린의 목소리와 몸이 떨린다. 혹 어린 아들이 불안해할까,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쉽지 않은 기색이다.

“어마마마....”

어머니의 불안과 사랑을 동시에 느낀 로드가 사명감을 품었다.

어머니를 지키겠다는 마음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로드를 목격한 코크가 질색했다.

‘영리한 아이인 줄 알았더니!’

코크 또한 로드의 소문이야 들었다.

희대의 천재라던가?

그림자의 왕 카심에게 어쌔신 기술을 배우고, 전설의 농부 피아로에게 밭일을 배웠으며, 하이엘프 스틱세이에게 교양을 쌓은.

훗날 부친의 뒤를 잇게 될 천재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하지만 그래봤자 고작 여섯 살짜리 꼬맹이.

나름 뛰어난 어쌔신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발달하지 못한 근력과 체력, 그리고 민첩성으로 얼마나 잘 싸우겠는가?

코크는 자신조차 이기지 못할 로드가 야탄의 종들을 비롯한 아그너스에게 당장 달려들 것처럼 나서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타입의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아직 어리니 어쩔 수 없겠지. 내가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군.’

코크가 더 큰 긴장감을 품는 그때 로드의 앞길을 가로막은 카심과 척슬리는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타앗-!

스르륵.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었다.

척슬리와 카심은 로제와 아그너스의 협공을 받고 분투 중인 이사벨을 지원했다.

몸을 날린 척슬리는 로제를 공격, 그녀를 이사벨로부터 떼어놓았고, 카심은 아그너스의 그림자로부터 등장해서 아그너스의 등을 단도로 찔렀다.

“크핫...! 핫!”

아그너스가 비명인지 웃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신음을 흘린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카심의 공격이 아그너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400레벨이 넘는 네임드 NPC의 공격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그리드 외에 없었다.

로제와 아그너스를 입구로부터 떨어지게 만든 척슬리와 카심이 동시에 소리친다.

“로이먼!!”

“예!!”

이제 로이먼과 코크를 비롯한 젊은 기사들이 나설 차례였다.

아이린과 로드를 중심에 둔 그들이 텅 빈 입구를 향해서 돌진했다.

로제와 아그너스는 로이먼 일행에게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레베카 교단 그 자체였지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이 수행 중인 퀘스트 내용은 레베카의 딸들과 교황 데미안, 그리고 성기사들과 사재들을 없애는 것이었고 그들을 없애야만 높은 보상을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야탄의 종들은 로이먼 일행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세 번째 종 알리번이 소리친다.

“단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모조리 죽이고 야탄교의 위엄을 만천하에 알려야한다!!”

쿠오오오오오오!!

알리번은 흑마법의 정점에 오른 인물이었다.

타인의 정신력과 마나를 불태우고 이를 자신의 자원으로 삼는다. 마법사나 사재들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 그 앞에서 레베카교의 사재들은 무력했다.

“아....! 아아아....!”

마나를 빼앗기고 마법을 쓸 수 없게 된 레베카교 사재들과 성기사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린다.

연회장에 난입한 수천 명 흑마법사들을 견제하고 있던 그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자 자유로워진 흑마법사들이 각국의 왕족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고, 개중에는 아이린과 로드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어둠의 업....”

“어디를!!”

츠카카칵!!

템빨국 젊은 기사들이 분주해졌다.

그들은 아이린과 로드를 노리고 덤벼오는 흑마법사들을 처단하느라 쉬지 않고 칼을 휘둘러야만 했다.

[야탄 교의 흑마법사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2,290,190을 획득합니다.]

연회장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에 비례해서 레벨이 책정 된 흑마법사들은 딱히 강하지 않았다. 코크도 비교적 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흑마법사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죽이고, 또 죽여도 새로운 흑마법사들이 나타났고, 곳곳에서 주문을 외우는 외침이 쉬지 않고 들려왔다.

결국.

쿠콰콰콰콰콰쾅!!

로이먼 일행은 흑마법사들의 마법 발동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둠의 불꽃과 족쇄, 숨을 못 쉬게 만드는 저주 등이 로이먼 일행을 비롯해 아이린과 로드를 폭격했다.

“왕비님! 왕자님!!”

지켜야한다.

오로지 그 일념 하나로 몸을 날린 코크가 아이린과 로드를 감싸 안는 순간.

쿠콰콰콰콰콰쾅!!

코크의 등짝으로 온갖 흑마법 세례가 쏟아졌다.

코크의 생명력 게이지가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각종 디버프에 걸린 코크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쿨럭....!”

“괘, 괜찮으신가요?”

저주에 걸려 핏줄이 튀어나온 얼굴로 피를 토하는 코크를 아이린이 걱정한다.

고통을 애써 억누르고 환하게 웃은 코크가 대답했다.

“왕비님과 왕자님께서 무사하시다면 저 또한 괜찮습니다.”

“코크 경....”

주르륵.

흘러내리는 피가 등과 엉덩이를 흥건히 적신다.

이를 본 아이린의 근심이 혹 더 커질까, 염려한 코크가 그녀에게 등을 보이지 않고 뒷걸음쳐서 물러났다. 그리고 곧바로 흑마법사 2명을 베어 넘기고 길을 열어주었다.

“자, 어서 가시죠.”

“네....!”

아이린은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지체하였다가는 코크를 비롯한 기사들이 더 큰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을 그녀라고 모를 리 없는 것이다.

“고마워요.”

체통을 버리고 힘껏 내달리기 시작한 아이린을 따르며, 코크에게 꾸벅 인사하는 로드의 귓가로 낯익은 음성들이 들려온다.

“왕자님!! 로드 왕자니임!!”

“어디세요, 왕자님!!”

레베카의 딸 후보들이었다.

연회장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소란을 듣고 달려온 그녀들의 애타는 외침에 로드가 응답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니까?”

휘리릭.

야탄의 네 번째 종 실베나스가 바람처럼 날아와 아이린과 로드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음흉하게 웃으며 붉은 태도를 꺼내 쥔 그녀가 다른 한 손을 입구 쪽으로 겨누었다.

그러자.

퍼어어어어엉!!

검은 마력이 쏘아지더니 입구 바깥에 있는 레베카의 딸 후보들이 폭발에 휩쓸렸다.

자욱한 연기를 등진 실베나스의 시선이 아이린을 살핀다.

“아까 숨어서 지켜봤는데 너, 재수 없더라. 계집애가 예쁘게 생겨가지고는 말도 잘하고. 흥, 하여튼 예쁜 것들은 당당한 꼬락서니가 꼴불견이라니까.”

덜덜덜!

로드를 지켜야한다는 모성으로 애써 품었던 용기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야탄의 종과 코앞에서 대면하게 된 아이린이 옛 공포를 상기하며 몸을 떨었다.

“하아아, 겁에 질린 그 얼굴 아주 좋아.”

실베나스는 황홀하다는 반응이었다.

뺨에 홍조를 띄운 채, 백발과 대비되는 시뻘건 혓바닥으로 태도를 핥은 그녀가 성큼, 성큼 아이린에게 다가선다.

“왕비님!!”

바짝 추적해왔던 흑마법사들을 때마침 격퇴한 코크가 달려왔으나.

츠카칵-!

실베나스의 검술은 조급한 상태의 코크가 감당할 수 없는 신속을 품고 있었다.

붉은 검광이 코크를 갑옷 째 베었고, 코크는 생명력이 크게 하락하며 주저앉아버렸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장인이 제작한 그리드의 갑옷>의 내구력이 47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지고 생존하였습니다.]

[서브 퀘스트 보상으로 체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20 상승합니다.]

“크....으윽....! 아직....!!”

나는 죽어도 된다.

퀘스트 따위 실패해도 좋다.

칼을 지팡이 삼은 코크가 빨리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했다. 흑마법사들에게 집중 마크를 당하기 시작한 로이먼 일행이 합류할 때까지 어떻게든 아이린과 로드를 지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상태이상 출혈이 지속 된 끝에 현기증을 유발하였고, 결국 몸을 가누지 못한 코크는 피투성이 바닥 위로 맥없이 쓰러져버렸다.

실베나스의 태도가 아이린을 겨눈다.

“어디를 찢어줄까? 으응~?”

로제와 아그너스, 그리고 흑마법사들이 모든 적들의 발을 묶어놓고 있는 지금, 무력한 양이나 다름없는 아이린과 로드를 독대하게 된 실베나스는 여유만만이다.

그녀는 이 즐거운 상황을 천천히 만끽할 예정이었다.

순한 양인 줄 알았던 어린 왕자가 어금니를 드러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폭풍 검.”

“....?!”

쿠와아아아아아앙!!

폭풍과도 같은 검기가 실베나스를 집어삼킨다.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