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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708화 (703/1,794)

템빨 40권 - 14화

아스모펠과 하스터는 도망치는 병사들을 굳이 뒤쫓지 않았다. 무사한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저들이 굳이 되돌아와 주민들에게 보복할 가능성은 적었기 때문이다.

군모를 벗어 되돌려주는 하스터에게 아스모펠이 질문했다.

“나를 돕겠다고? 이곳을 떠나도 되나? 이유가 있어서 오두막을 지키고 있던 게 아닌가?”

물론 이유야 있었다.

하스터가 스승 윈프레드에게 배운 스킬 중 일부는 ‘명상’을 토대로 레벨을 올리는 것이었다. 또한 윈프레드는 ‘귀인이 이곳을 방문할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에 하스터는 겸사겸사 때를 기다리며 오두막을 지켰었다.

하지만 이제는 때가 왔다는 판단이다.

스킬 레벨은 충분히 올랐고, 스승이 말했던 귀인은 아스모펠이 분명해 보였기에.

“이제 떠나도 괜찮습니다.”

스승과의 추억이 깃든 이곳과도 이제 안녕인가.

아련한 미소를 그리는 하스터의 시야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아스모펠과의 호감도가 10 올랐습니다.]

아스모펠은 하스터를 기꺼이 환영하고 있었다.

“윈프레드의 제자와 함께할 수 있다니 든든하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여행길이 되리라고 믿네.”

“저도.”

대답하는 하스터의 주변에는 투명한 주황빛의 실드가 생성된 상태였다.

[패시브 스킬 <용장>의 효과로 모든 자원이 회복되었습니다. 2분 내에 사용한 자원의 양과 비례하여 앞으로 1분 동안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또한 모든 종류의 스킬과 마법 데미지를 무효화시키는 실드가 10초 동안 유지됩니다.]

***

<강시 제조법>

종류:스킬북(유니크)

철강시 제조법이 적혀 있는 낡은 책자입니다.

사용 조건:도사, 네크로맨서

스킬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익힐 수 있는 직업 고유 스킬과, 숨겨진 퀘스트나 스킬북 습득을 통해서 익힐 수 있는 스킬.

당연히 후자의 가치가 높다.

레벨만 올리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직업 스킬과 다르게 퀘스트나 스킬북을 토대로 습득한 스킬은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급 스킬일수록 범용성이나 위력이 특출했고,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뛰었다.

유니크 등급의 스킬북?

당장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경매가가 수십억 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랭커들이 쌓는 자산이 커질수록 아이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량은 예전과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Satisfy 아이템의 가치는 수년 전과 비교해도 몇 배나 높았다.

“이걸 내게 주겠다고?”

네크로맨서 랭킹 2위 불렛.

아그너스에게 외면받고 베라딘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쇠락한 임모탈을 떠나온 그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드가 말했던 강시 제작법이 설마 스킬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당연히 템빨일 줄 알았다. 자신이 소환하는 언데드에게 특정 아이템을 사용하면 강시 계열 몬스터가 되는 건가, 싶었었다.

사실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불렛이 그리드를 찾아온 이유는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에 담긴 기대감을 엿봤기 때문이지, 강시 제작이라는 이해 못할 말에 홀려서가 아니었다.

“이걸 왜 내게?”

한참을 멍하니 있던 불렛이 재차 묻는다. 그는 이 스킬북이 지독한 독배가 아닐지 경계하고 있었다.

“혹시 이것을 대가로 내게 아그너스 님의 정보를 원하는 거라면 무의미하다. 나는 그분에 대해서 잘 몰라. 설령 안다고 해도 내가 선망해 온 분이다. 함부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아. 미안하다.”

불렛이 깊이 허리 숙여 사죄했다.

한때는 적이었던 자신의 성격을 엿보고 기대를 걸어 준, 어쩌면 천금일지도 모를 기회를 준 그리드를 실망시킨 점에 대한 사죄였다.

‘이렇게 또 인연을 놓치는군.’

바닥을 내려다보는 불렛의 표정이 씁쓸하다. 그는 그리드가 성을 낼 거라고 보았다. 그리드 입장에서는 적에 불과한 아그너스를 비호하는 자신을 곱게 볼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드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야? 누가 너한테 그런 걸 바란데?”

“……?”

“나는 단지 네가 내 동료가 돼 주기를 바랄 뿐이야. 스킬북은 단순히 뇌물이고.”

그리드는 본인이 강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템빨단원들의 능력 또한 신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드가 그토록 키르에게 집착했던 이유는 미래의 적에 대한 두려움이지 않았던가.

그리드는 독보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템빨국이 머잖아 고립될 것임을 예측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큰 힘을 원했다.

하지만 개인의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인재를 모집하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그리고 불렛은 그리드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 적합한 인재였다.

무려 동대륙에서 획득한 유니크 등급의 스킬북을 대체 언제까지 썩혀야 한단 말인가?

템빨국에는 실력 좋은 네크로맨서가 필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크로맨서 랭커들이 임모탈에 소속된 탓에 인재를 구하기가 요원했다.

네크로맨서 랭킹 2위 불렛은 그리드가 운 좋게 발견한 보물이었다.

“임모탈과 베라딘의 이야기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 아그너스는 임모탈이 박살 나는 동안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지.”

“…….”

그리드는 우연치 않게 목격했다.

베라딘에게 절규하던 불렛의 모습을.

그가 추구하는 이상이 템빨국의 일상임을 알았다.

그렇기에 확신한다.

“템빨단으로 와. 우리에게는 네가 필요하고, 너에게는 우리가 필요하다.”

“…….”

불렛을 바라보는 그리드의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불렛의 강함에 의존하려고 했던 이들의 비굴한 눈빛이나, 불렛의 강함을 이용하려고 했던 이들의 가식된 눈빛과는 질이 달랐다. 신뢰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의 확신이 엿보였다.

하긴, 확신이 없었다면 한때는 적이었던 자신을 섭외하겠는가?

찌르르, 불렛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그리드에게 아그너스와는 다른 형태의 존경을 품게 되었다.

“감사하다. 나는 앞으로 템빨단과 함께하며 너의… 아니, 그리드 님 당신의 믿음에 보답해 나가겠다.”

하지만 그 전에 확실히 해 두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그 스킬북은 내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겠어. 너무 큰 신세를 지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이고, 독일 테니까.”

돈 때문에 무너지는 관계를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애초에 여지를 남겨 두고 싶지 않다.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불렛의 사고관이었다.

하지만 그리드가 거절했다.

“싫은데? 이거 무려 동대륙 아니면 못 구하는 스킬북이야.”

심지어 초나라 최대의 감옥이라는 <용암 감옥>의 간수장을 해치우고 얻은 아이템이다.

두 번 다시는 못 구할 희소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 스킬북의 가치를 돈으로 매길 수 있을 것 같아?”

“…….”

그럼 어쩌라는 거지?

너무 당황해서 말문을 닫아 버리는 불렛에게 그리드가 사악한 미소를 그려 보였다.

“나는 이걸로 네 인생을 저당 잡겠다. 앞으로 평생 내 곁을 떠날 생각 마.”

“내가 스킬북만 먹고 튀면 어쩌려고?”

“이미 척살령 당해 봤잖아?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야지.”

“하하…….”

지금이라도 발 빼야 하나?

불렛은 심각하게 고민해 봤지만 결국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바람이 ‘소중한 유대’라는 것을 꿰뚫어 보고 이를 제안한 그리드에게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불렛’이 템빨단 1에 가입하였습니다!]

***

[<강시 제조법>을 습득하였습니다.]

[<강시 제작> 스킬이 개방됩니다.]

[<관 제작> 스킬이 개방됩니다.]

[<강시 통솔> 스킬이 개방됩니다.]

<강시 제작>Lv.1

인간의 시신을 <철강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종족, 몬스터, 짐승의 시신으로는 제작 불가.

시신의 생전 레벨이 강시 제작자의 레벨보다 높을 경우 강시 제작이 불가능합니다.

<철강시>의 시작 레벨은 100이며, 최대 레벨은 제작자의 레벨보다 100 낮습니다.

*스킬 레벨이 높아질수록 제작할 수 있는 강시의 종류가 다양해집니다.

스킬 자원 소모:최대 마나 100퍼센트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없음

<관 제작>

강시를 보관하는 용도의 관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강시를 통솔하기 위해서는 관이 필수입니다.

강시 1구당 1개의 관을 소모합니다.

스킬 자원 소모:마나 1,000

스킬 재료 소모:대못 12개, 박달나무 3개

관 제작에 소요하는 시간:1시간 30분

<강시 통솔>Lv.1

패시브

최대 2마리의 강시를 거느릴 수 있습니다.

관에서 꺼낸 강시는 최대 3시간 동안 활동이 가능하며, 3시간이 지나면 다시 관에서 3시간 동안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사망 시에는 관에서 12시간 휴식이 필요합니다.

‘이럴 수가?’

새롭게 익힌 스킬의 정보를 보고 강시의 개념을 어렴풋이 이해한 불렛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데스나이트처럼 고유의 존재로 인정되어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비록 올릴 수 있는 레벨이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 단점은 강시 제작의 레벨이 높아질 경우 극복될 가능성이 높았다.

말인즉, 강시는 최상급 언데드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대단한 언데드일 줄은…….”

“말했잖아. 동대륙에서 얻은 거라고.”

그리드는 용암 감옥의 간수장이었던 흑마강시의 강함을 아직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 아래 등급인 혈강시만 되어도 평범한 플레이어는 감당 못할 괴물이었다.

만약 불렛이 흑마강시를 여러 마리 거느리게 된다면…….

“불렛,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줘. 나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까.”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다……!”

그리드의 응원에 감격해서 다짐해 보이는 불렛.

그는 지배력을 소모하는 일반적인 언데드와 지배력을 소모하지 않는 강시들을 동시에 소환할 경우 아그너스 못지않은 언데드 대군을 거느리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한계를 넘어선 감각이었다.

이렇게 되자 조금 욕심이 생긴다.

“아무래도 목걸이를 새로 구해야겠군.”

칠까마귀의 뼈를 재질로 만든 목걸이.

중앙에 커다란 자수정이 박혀 있는 이 뼈목걸이는 네크로맨서의 지배력 스탯을 올려 주는 액세서리였다.

등급이 높을수록 당연히 효과도 높았다.

목걸이에 큰 자금을 투자해야겠다고 계획하는 불렛에게 그리드가 질문했다.

“목걸이? 혹시 쓸 만한 세공사를 알고 있어?”

대악마 벨리알을 레이드하고 획득한 보석류가 그리드의 인벤토리에 한가득이다. 그리드는 각종 효력을 발휘하는 그 보물들을 마땅한 세공사를 찾지 못해서 써먹지 못하는 중이었다.

불렛이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와 인연이 있다.”

“공주?”

느닷없이 웬 공주?

어리둥절해하는 그리드에게 불렛이 설명해 주었다.

“아, 우리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서 유명한 여자야. 게아르 산의 던전 깊은 곳에서 생활하며 목걸이만 제작하는 실력 좋은 세공사가 있는데, 행색과 태도가 마치 공주 같아서 모두 공주라고 부른다.”

“나도 소개시켜 줘.”

“어려울 것 없지.”

그리드와 불렛이 의기투합한 이날, 각국의 Satisfy 커뮤니티가 뜨겁게 불타올랐다.

-네크로맨서 랭킹 목록-

1위-베라딘(소속 없음)

2위-불렛(템빨단)

<뮤토에 이어서 불렛도?>

<네크로맨서 2위가 템빨단……. 후덜덜하다.>

<아니, 근데 불렛은 임모탈 아니었나?>

<척살령 때문에 계속 죽으니까 안 되겠어서 항복하고 템빨단 들어간 듯…….>

<근성 없는 거 보소. 임모탈 입장에서는 완전히 배신자 새끼네.>

<제 살길 찾겠다는데 그걸 비난하냐? 그게 비난할 일인가?>

<템빨 군단+언데드 군단 조합 어쩔…….>

<옛날 7대 길드 다 뭉쳐도 지금 템빨단한테는 안 될 듯.>

<당연한 거 아님? 7대 길드 연합은 이미 예전에 템빨국 농부들한테 학살당했는데?>

<아……. ㅡㅡ;; 그런 일도 있었지.>

<지발이나 수에론 같은 애들은 요즘 어디서 뭐 해요?>

<맨날 템빨단한테 털리다가 갈 곳 잃고 손가락만 빠는 듯.>

<아그너스는?>

<아그너스야 워낙 신출귀몰하니까, 뭐…….>

현재의 강자와 과거의 강자, 그리고 새로운 강자 모두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숙명을 타고나게 된다.

전설로 등극한 후 새로운 지존 후보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그너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킥킥…….”

게아르 산.

6개의 인공 던전이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태산 앞에 녹발의 사내가 도착했다.

순차적으로 파괴당하기 시작하는 던전 정보를 확인한 포식이불족발이 기겁했다.

“그리드?”

아니, 아니다.

이번 침략자는 그 옛날 그리드보다 아득히 빠른 속도로 던전을 파괴하고 있었다.

“드래곤이라도 나타난 건가!”

질색한 포식이불족발이 게아르 산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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