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장의 무기 주문서와 5장의 방어구 주문서를 획득한 그리드는 4강 신화 무기, 7강 신화 방어구쯤 우습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어떡하죠? 일단 서버를 정지시킬까요?”
사실 정지라는 개념은 없다. 플레이어만 쫓아내는 구조고, Satisfy의 시간은 그대로 흐른다.
임철호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단 한 사람 때문에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혀선 안 되지. 내가 직접 그리드를 만나고 와야겠어.”
“회장님께서 직접 말씀이신가요?”
사내에 도는 소문이 있다.
회장의 계정은 Satisfy의 ‘신’일 거라는.
드디어 신을 목도하는 건가?
꿀꺽, 마른 침을 삼키는 윤나희와 라훌의 기대감이 극도로 치솟는다. 작금의 심각성을 망각하게 될 정도로 큰 기대감이었다.
“내가 그에게 강요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입장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설득해 봐야지. 그리드 또한 Satisfy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 테니까.”
Satisfy를 플레이함으로써 삶 자체가 변한 케이스다.
Satisfy에 대한 그의 애정은 제작자인 임철호 이상일 가능성도 컸다.
희망을 품은 임철호 회장이 Satisfy에 로그인했다.
이름:에스에이그룹회장임철호
레벨:29
직업:낚시꾼
*낚시 시간이 길어질수록 좋은 물고기를 낚을 확률이 크게 상승합니다.
근력:29 지력:49
체력:175 민첩성:21
집중력:75 인내력:19
최대의 취미인 낚시를 즐기기에 Satisfy처럼 좋은 환경도 드물다.
오로지 낚시 하나로 키운 캐릭터!
혹 누군가가 아이디를 보고 자신을 알아볼까, 염려하며 챙 넓은 모자를 깊이 눌러쓴 임철호 회장이 즉시 그리드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에스에이그룹회장임철호:나 S.A그룹 임철호 회장이요. 이렇게 따로 인사드리는 것은 처음이군. 색달라. 아주 반가워. 내 영우씨와 긴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상대방이 당신을 차단하였습니다.]
“....?”
뭔가 좀 잘못 되는 거 같다?
임철호 회장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
“별 미친놈이 다 있네. 이제는 하다하다 임철호를 사칭하네.”
곱등이를 처치한 후.
‘대상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1에서 3 강화시킨다.’는 내용의 고대 주문서 정보를 확인하고 있던 그리드가 쯧, 혀를 찼다.
유명세를 타면 탈수록 별 쓸데없는 귓속말도 많이 날아오고 있다. 세상에 별에 별 미친놈이 얼마나 많은지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정도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메르세데스가 걱정스럽게 물어온다.
가볍게 손을 저은 그리드가 열망의 무아검을 꺼냈다.
‘어차피 최종템이야.’
그리드는 확신하고 있었다.
고대의 주문서를 열망의 무아검에 사용한다고 해서 후회할 일, 추호도 없을 거라고!
하여!
“3강 가즈아아아!!”
그리드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대의 무기 강화 주문서를 열망의 무아검에 발랐다. 강화 확률을 상승시켜주는 파그마의 후예의 고유 특성이 3강을 띄우는데 힘을 보탤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품고 있었다.
결과!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의 강화 수치가 +1 상승합니다!]
“이런 썩을 X망겜 같으니라고!!”
하필이면 1, 2, 3 세 개 중에서 1이 뜨냐?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다.
이성을 잃고 눈이 돌아간 그리드가 +1열망의 무아검을 땅에 내던지려다가 멈췄다.
[신화 아이템의 강화에 성공하여 파그마의 후예의 히든 피스가 개방됩니다!]
분노와 슬픔을 완화시켜주는 알림창의 출현 덕분이었다.
같은 시각, 임철호 회장은.
“당장 그리드의 집으로 가자.”
로그아웃한 뒤 황급히 차에 오르고 있었다.
역대 최고의 과학자, 현대 사회 최고의 위인, 세계 제일의 부호 등등.
청와대에서도 초대하기 힘든 원탑 거물이 평범한(?) 젊은이의 집을 방문하려하는 것이다. 전 세계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해도 손색 없을만한 대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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