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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673화 (668/1,794)

템빨 39권 - 7화

베어울프.

회색 빛깔의 멋진 털을 지닌 늑대. 몸통 길이만 3미터에 육박한다. 첫인상은 그저 굉장히 위협적인, ‘큰 늑대’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두터운 앞발을 발견하면 오해였음을 알게 된다.

베어울프는 단지 크기만 한 것이 아니다.

두껍고 강인한 곰의 앞발을 지닌 놈들의 파괴력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이다.

크워어어어어어어!!

백호검의 <기둥>에 강타당하고 상공 5미터까지 솟구친 베어울프.

차징의 위력에 처음에는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몸을 회전시킨다.

놈은 가속력을 얻기 위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본능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앙-!!

폭음에 가까운 파공성.

수백 킬로그램의 몸무게에 중력의 힘까지 빌린 베어울프의 묵직한 박치기가 메르세데스의 안면에 꽂힌다.

어지간한 인간, 아니 엘프조차도 피하지 못할 즉사 유발 스킬이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비교적 쉽게 회피했다. 쉽게 엿볼 수 있는 동선에 당할 정도로 그녀의 혜안과 경험은 허술하지 않았다.

하여, 베어울프의 연계 기술도 아슬아슬하게나마 회피했다.

“……!”

메르세데스에게 박치기가 빗나가자 그대로 지면에 내리꽂히는가 싶던 베어울프, 늑대의 민첩성을 활용하여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더니 앞발을 올려친다.

메르세데스의 무방비한 등을 노리는 완벽한 회심의 일격이었다.

뒤늦게 공격을 감지한 메르세데스는 반격을 포기, 베어울프와의 거리를 벌려 안전부터 확보했다.

크르르르…….

도약력을 얻기 위함인가?

가슴을 지면에 바짝 붙인 베어울프가 앞다리를 힘껏 굽힌다.

‘팽이처럼 회전해 올 것 같네요.’

베어울프의 신체 구조와 민첩성을 상기한 메르세데스는 다음 공격의 위력이 범상치 않을 거란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한 손에 백호검을 쥔 채, 다른 한 손에 또 다른 장검을 쥐어 든다.

전설의 기사가 고작 몬스터를 상대로 전력에 임하는 순간이었다.

따앙! 따앙!

휴대용 용광로를 거의 다 수리해 가고 있던 그리드가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무슨 몬스터가 저렇게 세?”

그리드가 조금 전 메르세데스의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 보았다.

최초의 박치기는 그리드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바로 이어진 회전 앞발치기는 피하지 못하고 허공에 그대로 떠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연타를 얻어맞았을 것이다.

‘크라우젤이 괜한 엄살 피우던 게 아니구나.’

검성 크라우젤조차도 베어울프를 ‘강하다’고 표현했었다. 쉽게 사냥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었다.

우리쯤 되는 사람들에게 고작 필드 몹이 위협이나 되겠는가?

생각하며, 당시에는 우스갯소리로 흘려들었던 그리드가 이제 깨닫는다.

만약 이곳에 메르세데스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자신 혼자만으로는 템빨골들의 레벨을 올릴 수 없었을 거라고.

그리드는 베어울프를 사냥하는 동시에 템빨골들을 제어할 자신이 없었다.

연신 감탄하고 있는 그의 귓가로 베니야루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고대종을 상대로 저만큼이나 버티다니…….”

“고대종?”

“세계수와 함께 태초부터 존재했던 짐승이나 마물들을 말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베어울프야. 엘프족의 수천 년 역사 동안 녀석들에게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데 인간이…….”

그것도 고작 한 명이서 베어울프를 상대하는 것이다. 심지어 아직 여유도 있어 보였다.

‘과연 전설…….’

전설의 궁수가 되었던 하프 엘프 포비아를 떠올리는 베니야루.

그녀가 베어울프의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를 듣고 번뜩 정신 차렸다.

팽이처럼 회전하며 도약한 베어울프.

날카로운 발톱으로 메르세데스를 난도질하려던 놈이 역으로 당하고 있었다. 메르세데스의 쌍칼에 앞발을 찔리고, 베이며 아프다는 듯이 울부짖었다.

급기야.

콰아앙-!!

무게가 급속도로 상승한 백호검이 베어울프의 육중한 몸을 지면에 처박는다.

[백호검의 회수까지 1초의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백호검의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메르세데스는 베어울프의 등을 베고 있는 백호검을 회수하지 못했다.

여기서.

“하아압!!”

메르세데스의 쌍검술이 빛을 발했다.

메르세데스는 베어울프를 짓누르고 있는 백호검을 그대로 방치한 채 다른 손의 검을 휘둘렀고, 이에 베어울프는 선혈을 내뿜었다.

그대로 마무리 일격을 가하려던 메르세데스가 행동을 멈춘다.

자신의 임무를 상기한 것이다.

그녀의 역할은 베어울프를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베어울프의 시선을 끌면서 양념만 해 놓는 것.

마무리는…….

딱! 딱딱딱!!

랜디와 템빨골들의 역할이다.

녀석들이 베어울프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물론 데미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템빨골들의 공격은 베어울프의 피를 1씩밖에 깎지 못했고, 그리드로 변신한 랜디의 공격은 많아야 천 단위 데미지를 넣을 뿐이었다.

쿠워어어어!!

눈을 까뒤집은 베어울프가 벌떡 일어났다.

놈은 자신에게 엉겨 붙어 있는 템빨골과 랜디 따위 거들떠도 안 보았다. 오로지 메르세데스만 노리고 돌진했다.

마치 투우와 투우사를 보는 듯하다.

그리드의 요구대로, 메르세데스는 베어울프의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 주고 있었다.

“좋아! 가라!!”

따앙! 따앙!

휴대용 용광로의 수리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는 중이다.

얼마 남지 않은 베어울프의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한 그리드가 힘껏 외쳤다.

그는 템빨골들과 랜디의 폭업을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템빨골들의 레벨이 100이 되었을 때가 궁금했다.

녀석들 또한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스탯이 각성될까?

또한 ‘승급’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평범한 스켈레톤에서 스켈레톤 워리어나 메이지가 된다든가 하는.

콰작!! 콰자자작!!

그리드의 기대감이 극도로 고조된 그때였다.

숲의 거목들이 커다란 소음을 내면서 부러지고 주저앉았다.

처음에는 수백 미터 바깥의 거목이, 그다음에는 조금 더 가까운, 또 보다 가까운 거목들이 부서진다 싶더니 급기야 메르세데스의 바로 등 뒤에 솟구쳐 있던 거목도 부서졌다.

나타난 것은 새로운 베어울프다.

극도로 발달한 어깨 근육으로 경로상의 나무들을 모조리 꿰뚫고 돌진해 온 녀석이 메르세데스에게 앞발을 휘둘렀다.

첫 번째 베어울프가 출몰하고 5분이 지난 것이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메르세데스는 처음 상대하던 베어울프와 두 번째 나타난 베어울프 2마리를 크게 어렵지 않게 상대했다. 적절한 피해를 꾸준히 입혀 가면서 어그로를 끌었고, 덕분에 템빨골들과 랜디는 사냥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3마리째 베어울프가 출몰한 다음부터는 상황이 다소 긴박해졌다.

터텅!!

콰아앙!!

“윽……!”

마치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병사들처럼 협공을 가해 오는 3마리의 베어울프.

사방팔방에서부터 날아드는 놈들의 시간 차 없는 공격이 메르세데스의 몸에 처음으로 상처를 냈다. 베어울프는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배씩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그는 전설의 기사를 믿었다.

역시나.

“백호 자세.”

메르세데스는 방금 처음 본 백호검의 능력을 100퍼센트 끌어 올렸다.

<백호 자세>

백호의 자세를 취합니다.

공격력이 80퍼센트 감소하고, 이동할 수 없게 되는 대신 방어력이 198퍼센트 상승합니다.

활성화 시 마나 소모:초당 17

재사용 대기 시간:30분

채채채채채챙!!

더욱더 견고해진 메르세데스가 3마리 베어울프의 협공을 견딘다. 그녀의 검술이 방어에 최적화됐다.

그리고.

화르륵!!

드디어 휴대용 용광로의 수리를 끝낸 그리드가 백린목을 화로에 넣었다.

상승하는 온도 속에서.

[베어울프를 해치웠습니다!]

네 번째 베어울프가 새롭게 등장한 시점.

즉, 전투 개시 20분 만에 첫 번째 베어울프가 잿빛으로 산화했다.

보상은 그리드의 기대를 아득히 초월했다.

[템빨골 1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템빨골 1의 레벨이 올랐…….]

[템빨골 1의 레벨이…….]

[템빨골 1의…….]

…….

…….

[템빨골 2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템빨골 2의 레벨이 올랐…….]

[템빨골 2의 레벨이…….]

[템빨골 2의…….]

…….

…….

[신비의 숲 도플갱어 ‘랜디’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신비의 숲 도플갱어 ‘랜디’의 레벨이…….]

…….

템빨골들은 무려 14개씩의 레벨이 올랐고, 랜디는 3개의 레벨이 오른 것이다!

그뿐이랴?

[경험치 39,000,100을 획득하였습니다.]

템빨골과 랜디의 주인인 그리드 또한 당연히 경험치를 획득했다. 지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나 상당한 양이었다.

‘긴 시간을 투자해서 잡은 보람이 있구나.’

과연 크라우젤이 추천한 사냥터답다.

한껏 들뜬 그리드가 메르세데스에게 명령했다.

“베어울프의 숫자를 2마리로 유지해라!”

“네!”

베어울프는 어차피 5분마다 새롭게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었다.

굳이 3마리 이상의 베어울프를 동시에 상대하면서 개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드의 명령을 전달받은 메르세데스가 처음으로 전력을 드러냈다.

쿠와아아아아앙!!

메르세데스의 주변 땅이 격동했다.

백호 울음이었다.

<백호 울음>Lv.1

반경 5미터에 지진을 발생시킵니다.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이 상태 이상 ‘균형 상실’에 걸리며 방어력과 회피율, 그리고 명중률이 13퍼센트씩 하락합니다. 마법이나 스킬을 캐스팅 중이던 대상은 캐스팅이 강제적으로 취소됩니다.

마나 소모:1,500

재사용 대기 시간:10분

쿠워어?

휘청,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는 베어울프들!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균형 상실에 저항, 균형을 바로잡는가 싶었으나, 그 찰나의 빈틈을 놓칠 메르세데스가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은빛의 검기 폭풍이 베어울프를 집어삼킨다.

따앙! 따앙!

그리드는 메르세데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제작해 줄 갑옷과 방패가 그녀에게 최적화되게끔 설계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 전에 확실히 해 둬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메르세데스!”

“네!”

“베어울프의 전리품은 잘 모아 놨다가 나중에 내게 반납하도록!”

“…예!”

쿠워어어어!!

베어울프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숲에 메아리친 이날.

그리드의 경험치가 0.5퍼센트 올랐고, 템빨골들의 레벨이 각각 100을 달성하게 되었다.

그리드는 사냥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템빨골 1과 2의 능력치가 1차 각성을 맞이합니다!]

100레벨을 달성한 템빨골들의 스탯이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각성을 맞이했다.

더군다나.

[템빨골 1과 2의 전직이 가능합니다. 원하시는 직업을 선택해 주십시오.]

승급도 가능하게 되었다.

템빨골들은 그리드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존재였던 것이다.

아직은 평범한(?) 스켈레톤에 불과한 템빨골들의 2차 직업을 뭐로 정할까?

눈앞에 떠오른 직업 목록을 바라보는 그리드의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딱! 딱딱딱!!

자신들의 성장을 자각하는 걸까?

템빨골 1과 2 또한 한껏 들뜬 상태였다. 서로 손을 맞잡은 녀석들이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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