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663화 (658/1,794)

‘무상검법 4장...!’

메르세데스가 대악마 아스타로트를 쓰러뜨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세웠던 피아로의 옛 검법.

그것이.

“물레방아!!”

보다 강력한 농법으로 승화되어 발현된다.

메르세데스의 무기를 무력화시킨 것으로 모자라, 대지를 격동시키더니 지하로부터 암반수를 끌어올렸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앙!!

퍼펑!

퍼퍼퍼퍼퍼퍼펑!!

분출되는 물기둥이 메르세데스의 몸에 작렬, 또 작렬하였고.

“아....”

맥없이 허공에 날아오른 메르세데스는 깨닫는다.

‘직업에 귀함과 천함은 없는 거였군요.’

사고가 확장된다.

지금 이 순간,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는 자신만의 첫 번째 기사도를 세웠다.

‘편견을 버리겠습니다.’

순간.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가 새로운 기사도를 만들었습니다.]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의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상승하고 약점 공격에 노출 될 확률이 80퍼센트 하락합니다.]

“....?”

두 사람의 결투에 내내 감탄하고 있던 그리드의 표정이 얼떨떨해진다.

때마침 지면에 추락한 메르세데스는 피아로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려 12년 만의 재회인데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기는커녕 도리어 또 가르침을 받았네요.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나 또한 많이 배웠네. 자네가 전력을 다했다면 승부를 장담하지 못했겠지.”

“아니요. 어차피 제가 졌을 겁니다.”

“허허, 겸손하기는.”

훈훈한 광경 속에 밤이 깊어간다.

***

“바로 떠나겠다고?”

결투가 끝난 이후.

메르세데스와 밤새 회포를 푼 피아로가 아침부터 그리드를 찾아왔다.

그는 뱀파이어의 도시로 떠나겠다고 했다.

“예. 이제 전하의 곁에는 최고의 기사가 있사오니 안심하고 다녀오겠나이다.”

“뭐 그렇게 부지런해? 메르세데스와 오래간만에 재회한 거잖아? 며칠 더 머물다가 가지 그래?”

그리드에게 피아로는 소중한 사람이다. 굳이 그를 혹사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염려하는 그리드에게 피아로가 의외의 이름을 꺼냈다.

“칸 님의 작고 소식을 접했을 때 치가 떨렸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황금 호두의 재배에 성공했더라면.... 만약 그랬더라면 칸 님께서 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칸이 갑작스럽게 떠난 바람에 그리드가 겪게 된 슬픔과 고통, 피아로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었다.

피아로는 후회 속에 살았다.

“전하, 저는 보다 더 부지런해질 생각입니다.”

“.....”

피아로의 진실 된 마음이 전해져온다.

그리드는 더 이상 그를 말릴 수가 없었다.

깊은 감사를 느낀 그리드가 피아로의 두 손을 붙잡았다.

“고마워. 하지만 명심해줘. 절대로 무리하지는 마. 만약 당신까지 칸 영감님처럼 떠났다가는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예.”

감동적인 장면이다.

주군과 신하가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메르세데스의 입가로 포근한 미소가 걸리는 그때였다.

“피아로 님 계십니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내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행정관 라빗이었다.

우선 그리드에게 정중히 예의를 갖춘 그가 피아로에게 한 장의 서류를 건넸다.

“어제 논밭에서 발생한 피해 내역입니다! 당신의 녹봉에서 까겠습니다!”

“.....”

그리드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템빨국이 꾸준한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듯 부지런히 활약하고 있는 인재들 덕분이었다.

***

“놀라운 아이들입니다.”

대현자 스틱세이.

이제는 템빨 아카데미 교장으로 익숙한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다소 배움이 늦었으나, 상식을 채운 이후로부터는 눈에 띄게 발전 중입니다. 23명의 아이 모두 필시 훌륭한 학자나 마법사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영원의 탑에서 데려온 아이들을 말함이다.

그리드가 두 집 살림한 끝에 낳은 애들이라는 오해를 샀던 그 아이들이 최근 템빨국에서 연일 화제였다. 아이들 모두 천재적인 두뇌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르륵!

풀무질 중인 그리드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그것 참 좋은 소식이네. 애들 다 건강한 거지?”

“네. 마음의 그늘 또한 많이 벗어낸 상태입니다. 전하께서 아이들을 이곳까지 데려오는 동안 보여준 애정이 아이들의 상처를 많이 치유해준 것 같아요. 잘하셨습니다. 아주 잘하셨어요.”

스틱세이가 그리드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없이 따뜻하다.

고결한 종족 엘프.

인간의 이기적이고 난폭한 성향을 혐오하는 경향이 있는 그들 중에서, 인간에게 이토록 큰 호감을 품은 엘프가 역사상 또 있을까?

없을 것이다.

스틱세이는 자신에게 새로운 감정을 선사한 그리드가 정말로 좋았다. 그리드 덕분에 그는 인간에 대한 편견을 없애가고 있었다.

섣부른 것이다.

같은 시각.

“드디어 찾았군.”

상왕 키르가 플레이어 최초로 세계수의 숲을 찾아냈다.

아직 그 어떤 플레이어도 개방하지 못했던 이종족 에피소드가 해금되려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최악의 형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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