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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639화 (634/1,794)

템빨 38권 - 3화

‘그리드는 아이템 하나를 만들 때마다 이런 고생을 해왔던 건가?’

일반적인 대장장이는 이미 존재하는 도안을 토대로 아이템을 제작한다. 이때 필요한 재료를 구비해서 <제작> 버튼을 한 번 클릭하는 것으로 아이템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히 진행하는 제작조차도 대장장이들은 지친다, 힘들다, 지루하다고 느꼈다. 도안의 등급에 따라서 제작 시간이 몇 시간씩 걸렸기 때문이다. 몇 시간 동안이나 제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 몇 시간이다.

수작업을 진행하는 판미르조차도 아이템 하나를 완성하는데 소요하는 시간 단위를 날짜로 두는 경우가 드물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할 때마다 제작할 수 있는 에고 아이템을 만들 경우에만 최대 3일이라는 제작 기간을 두는 수준이었다.

한데 그리드는 벌써 6일째 아이템을 제작하는 중인 것이다. 심지어 도안을 직접 만들기까지 했다.

궁리하고, 토론하고, 온갖 변수에 대응하면서 몇날며칠을 계속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는 것.

실력을 논하기에 앞서서, 이는 일반적인 정신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판미르는 그리드의 노력과 끈기, 그리고 집중력에 찬사와 존경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전설의 대장장이....’

과연 내가 저 직업을 얻었더라도, 지금의 그리드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

판미르는 단언한다.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때나마 그리드를 질투하고 시기하였던 내 자신이 부끄럽구나.’

비단 판미르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장장이 유저가 그리드를 안 좋게 봤다. 그저 운 좋게 전설의 대장장이로 전직한 덕분에 쉽게 아이템을 찍어낸다고 오해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그리드의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피 토하는 노력을 알게 된다면?

감히 그리드를 질투하고 시기하지 못할 것이다. 단 한 사람도 말이다.

***

따아아앙-!

수천, 수만 번의 망치질 끝에.

[백호의 숨결이 강화됩니다!]

그리드가 고대하던 알림창이 떠올랐다.

“좋았어!!”

육체와 정신을 짓누르는 피로감 속에서, 이를 악 문 채 망치질을 반복하고 있던 그리드가 환호했다.

모루 위 백호의 숨결은 이제 완전히 투명한 구슬로 변모해 있었다.

<강화 된 백호의 숨결>

온갖 충격에 단련 된 끝에 더욱 더 단단해진 백호의 기운입니다.

인벤토리에 지니고만 있어도 땅 속성 내성이 40퍼센트 상승합니다.

아이템에 강력한 백호의 기운을 불어 넣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땅 속성이 강한 아이템에만 귀속시킬 수 있습니다.

무게:2

“드디어 끝난 겐가!”

그리드의 외침을 들은 판미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라우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그리드의 곁을 지켰던 그들은 고단한 싸움이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한편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

그리드가 활짝 웃었다.

“이제 필요한 재료가 완성되었으니 검을 만들면 됩니다.”

“.....”

아, 원래는 검을 만들고 있었던 거지?

무려 일주일 동안 구슬만 두드리는 그리드를 지켜보다보니 무슨 아이템을 만들고 있었던 건지도 깜빡했다.

크라우젤과 유페미나, 그리고 판미르 세 사람 모두 저도 모르게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험난한 작업은 이제부터라는 사실에 그리드가 걱정되는 그들이었다.

“미안하다.”

결국, 크라우젤이 고개를 숙였다.

영문 모를 그의 사과에 그리드가 당황했다.

“갑자기 왜 사과를 하는 거야?”

“나는 네가 아이템을 만들 때마다 이렇게 고생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어. 내가 괜히 제작을 부탁해서 네게 큰 부담을 주고 말았어.”

“아니.”

아이템을 만들 때마다 매번 이렇게 고생하는 건 아니다. 라고, 그리드는 설명하려고 했지만 유페미나가 끼어드는 바람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옛날에 저의 오브를 제작해주실 때도 며칠을 고생하셨었죠. 역시 그리드 님은 대단해요. 최고의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 본인을 희생하시는 그 숭고한 정신을 세상사람 모두가 본받아야할 거예요.”

“아니....”

그때랑 지금은 특수한 경우고, 항상 이런 건 아니다. 라고, 재차 설명하려는 그리드였으나 이번에는 판미르가 끼어들었다.

“이쯤 되면 내셔널 지오 그래픽에 출연해야 돼. 그리드가 현실의 대장장이 장인들보다 훨씬 더 큰 노력과 정성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서 세상사람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고.”

“맞아요! 그리드 님이 세계 제일의 일꾼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해요!”

“그리드 너의 노동력을 존경하게 될 사람이 한둘이 아닐 거다.”

“.....”

세계 제일의 일꾼,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노동력.... 각 분야 최고의 인물들조차도 이렇듯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그리드의 노가다 정신은 정녕 굉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다. 도리어 서글퍼졌다.

‘나만 힘들게 사는 거였어?’

하긴, 게임에서까지 고생을 자처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본래 게임이라는 것은 즐거움을 충족하는 수단이다. 게임에서까지 노가다만 하는 그리드는 정말로 특이한 케이스였다.

한숨 쉰 그리드가 <묵사발>의 도안을 꺼냈다.

“시작한다.”

필요한 재료가 완성 되었으니, 이제 남은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

***

“꿀꺽....”

나란히 선 크라우젤과 유페미나, 그리고 판미르 세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마른 침을 삼킨다.

최고조의 집중력을 유지한 채 묵사발을 제작하는 그리드의 섬세하고도 화려한 작업 기술이 그들을 경탄시키고 있었다.

따앙! 따앙! 따앙-!!

지옥 최고의 광물이라는 블러드스톤이 단련되면 단련될수록 투명한 붉은 빛깔을 띄운다. 마치 유리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단단함만큼은 지상의 그 어떠한 금속과도 비할 수 없으리라.

화르륵!!

차츰 형태가 잡혀가는 검신이 다시금 불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치이익-!!

물에 잠겨 열을 식힌 후.

따앙! 따앙!!

그리드의 망치질에 단련되기를 수십 회 반복하자.

“오오오!”

“우와....!”

그리드의 작업이 끝나간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온 대장장이들이 곳곳에서 탄성을 터뜨렸다.

군더더기 없이 투명한 붉은 검신과 왕관 모양의 너클 보우가 달린 손잡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품이 넘쳤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왕실에 대대로 내려오던 명검임을 자처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다.

‘흠 잡을 곳이 없다.’

크라우젤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자신의 조언과 그리드의 지식으로 설계 된 검날의 두께와 넓이, 그리고 형태가 ‘완벽’을 자처해도 좋았다.

검성의 본능이 자꾸만 검에 이끌렸다.

[시대의 명검을 목도하였습니다!]

[명검 획득 시 추가 보너스를 얻습니다!]

두근...!

제3회 국가대항전에서, 열망의 무아검과 조우하였을 때 떠올랐던 알림창이 또 다시 그리드가 제작한 검을 보고 떠오른다.

크라우젤은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그리드와 쌓아올린 인연, 일생일대의 행운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결심할 수 있었다.

‘그리드, 때로는 너를 위해 살겠다.’

몇 배로 보답하리라고.

그의 진실 된 마음이 전달 된 것일까?

‘무조건 잘 뜰 거야.’

결과물에 대한 그리드의 믿음은 점차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이걸로 마무리다!”

고생한 만큼 벅차오른다.

흥분한 그리드가 힘껏 소리치며, 완성 된 2자루 묵사발에 강화 된 백호의 숨결을 하나씩 불어넣었다.

작업의 마지막 단계였다.

순간.

번쩌억----!!

찬란하면서도 따스한 백색의 빛이 대장간을 통째로 잠식해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될 정도로 강렬한 이팩트였다.

이어서.

“아즈아아아아아아!!”

그리드의 환호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의 앞에 놓인 모루 위에는 완성 된 2자루의 검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붉고 투명했던 검신이 이제는 완전한 유리처럼 하얗고 투명해진 상태였다.

<천하를 짓뭉갤 고귀한 백호의 검>

등급:신화

내구력:2,170/2,170 공격력:3,150 방어력:724

*물리 공격력 20퍼센트 상승.

*물리 방어력 10퍼센트 상승.

*마법 저항력 10퍼센트 상승.

*최대 생명력 20퍼센트 상승.

*땅 속성 공격력 30퍼센트 추가.

*암흑 속성 공격력 15퍼센트 추가.

*신성한 존재에게 추가 데미지 20퍼센트.

*공격 시 보통 확률로 검의 무게 급증. 이때 대상의 방어력을 무시하는 물리 데미지가 113퍼센트 추가. 단, 검을 회수하는 속도가 1초 느려집니다.

*공격 시 보통 확률로 <기둥> 방출. 거대한 돌의 기둥은 공격 대상을 최대 5미터 날려버리는 ‘차징’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때 적용되는 피해량은 무기 공격력의 50퍼센트입니다.

*보통 확률로 공격을 차단. 공격 차단에 성공할 경우 <가시> 방출. 날카로운 돌의 가시는 범위 내의 모든 존재에게 ‘회복 효과 감소’ 효과를 발생시키는 피해를 입힙니다. 이때 적용되는 피해량은 무기 공격력의 30퍼센트입니다.

★공격 시 낮은 확률로 대상을 ‘부분 석화’시킵니다. 석화 저항력을 무시합니다. 석화 된 대상을 공격 시 생명력을 소폭 회복합니다.

*스킬 ‘백호 자세’ 생성.

*스킬 ‘백호 울음’ 생성.

전설을 넘어서 신화가 될 검입니다.

이 검의 주인은 무수한 업적을 남기게 될 것이며, 후대 사람들이 부르는 찬가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신의 기술을 넘보는 대장장이 그리드의 기술과 무무드의 마법, 그리고 검성의 지식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백호의 숨결의 기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렸으므로 히든 속성 <석화>, 그리고 <회복>이 구현되었습니다.

적에게는 공포의 상징이, 주인에게는 수호의 상징이 될 힘입니다.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를 장착 가능한 각 직업군 랭킹 3위권.

무게:6,800

<백호 자세>Lv.1

백호의 자세를 취합니다.

공격력이 80퍼센트 감소하고 이동할 수 없게 되는 대신 방어력이 198퍼센트 상승합니다.

활성화 시 마나 소모:초당 17.

재사용 대기 시간:30분.

<백호 울음>Lv.1

반경 5미터에 지진을 발생시킵니다.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이 상태이상 ‘균형 상실’에 걸리며 방어력과 회피율, 그리고 명중률이 13퍼센트씩 하락합니다. 마법이나 스킬을 캐스팅 중이던 대상은 캐스팅이 강제적으로 취소됩니다.

마나 소모:1,500

재사용 대기 시간:10분.

‘최고다!’

공격력은 열망의 무아지경의 검보다 못하다. 검은 불꽃과 붉은 벼락의 효과가 발생할 때의 열망의 무아검이 백호검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유지력과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는 백호검이 확실히 위다. 활용도가 훨씬 더 무궁무진했다.

특히 그리드는 백호 자세에 주목했다.

‘내 공격력이 80퍼센트 감소한다고 쳐도.’

공격력이 워낙 높은 탓에 어지간한 상대는 쉽게 해치울 수 있다.

반면 방어력이 3배 가까이 오른 그리드는 과연 그 누가 해치울 수 있을까?

‘칠공작급 아니면 나 못잡는 거 아니야??’

그렇다.

백호의 자세는 능력치가 뛰어난 사람. 그러니까 그리드 같은 사람에게 특히 더 사기적으로 적용하는 스킬이었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총 3개 제작하여 특수한 일이 발생합니다!]

떠오르는 알림창에 미소 지으면서, 그리드는 크라우젤에게 성장형 노말 등급의 백호검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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