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37권 - 13화
“어서 오십시오, 뮤토 님.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템빨국 2인자 라우엘 님의 부름 아닙니까? 발 벗고 달려와야 맞지요.”
상인 랭킹 3위 뮤토.
템빨국에 초대받은 그는 큰 흥분 상태였다.
플레이어가 세운 최초의 왕국.
현대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진취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템빨국과 교역을 맺을 수만 있다면, 큰 이문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뮤토 님께서는 벌써 몇 해 전부터 제국 황실과 교류를 맺었다지요?”
“정확히는 4년 전부터입니다.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운 좋게 가디언 공작의 눈에 들었고, 공작의 끈으로 황실에 물건을 팔기 시작했죠.”
“4년 전……? 키르보다 빠른 거 아닙니까?”
“하하, 맞습니다. 제국 시장만큼은 제가 먼저 개척했지요.”
상인 랭킹 1위 키르는 몇 명의 상인 랭커들을 수하로 두고 거대 상단을 꾸린 거물이다.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군사력까지 갖추기 시작한 그는 최근에 도시 하나를 통째로 구입했다. 이는 왕국을 세우는 발판이 될 수도 있었다. 벌써부터 키르를 상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라우엘이 불신을 감추지 못했다.
“제국 시장을 먼저 개척했으면서도 키르보다 랭킹이 낮다는 겁니까?”
상인의 랭킹은 레벨뿐만이 아니라 거래량과 이문으로 정해진다.
대륙 최대의 시장을 먼저 개척하고도 키르보다 랭킹이 낮은 뮤토는 솔직히 무능해 보였다.
뮤토가 사실대로 밝혔다.
“키르의 권모술수에 당해서 여러 개의 거래처를 빼앗겼습니다. 그의 정치력이 저보다 몇 배나 우수하니 당해 낼 재간이 없어요.”
뮤토는 직접 발로 뛰는 유형의 상인이다. 다른 상인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조사하고 정보를 선점해서 유리한 장사를 해 왔다. 위험을 무릅쓰고 동대륙을 찾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키르는 중상모략의 달인이었다. 타인이 구축해 놓은 상권을 통째로 뺏어 버리는 일이 그의 주특기였다. 뮤토는 벌써 몇 번이나 당했고 말이다.
“결국 저는 일인자의 그릇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3인자의 그릇도 제법 크지 않을까요? 제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뮤토는 알고 있다.
지금 템빨국이 원하는 상인은 최고의 상인이 아니다. 만약 최고의 상인을 원했다면 처음부터 자신이 아니라 키르를 불렀을 것이다.
“하니 믿고 용건을 말해 주십시오.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나쁘지 않군.’
상인치고 허풍이 없으면서도 상인답게 눈치가 빠르다. 믿고 부리기 딱 좋다.
“동대륙에서 그리드 전하를 만나 며칠 동안이나 동행하셨다지요? 전하께서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신 이유를 대강은 알겠군요. 좋습니다. 제안 하나 하죠. 사기꾼이 되어 주십시오.”
“예……? 사기꾼이요?”
“제국 황실에 불량품을 판매해 주세요. 향후 제국과의 거래를 끊어 주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그게 무슨?”
키르에게 제국 상권 대부분을 빼앗겼다고는 하나 아직 남은 상권이 많았다. 뮤토가 쌓는 부의 대부분이 제국에서 나왔다. 한데 제국 황실에게 사기를 치고 앞으로 거래를 포기하란다.
황당한 제안에 질색하는 뮤토에게,
“대가는 템빨국의 상권입니다. 우리나라 상권의 3분의 1을 뮤토 상단에게 일임하겠습니다.”
“나라 상권의 3분의 1을…….”
템빨국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절대지존 그리드의 아이템 제작 능력과 라우엘의 수완을 바탕으로 수많은 플레이어가 템빨국에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었다.
향후 템빨국의 시장은 제국 다음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 시장 상권 중 3분의 1을 준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랭킹 1위, 찍어 보셔야죠?”
***
“후우.”
상단을 이끌고 황비 마리의 궁전에 방문한 뮤토.
이틀 전, 라우엘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심호흡한 그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건 하늘이… 그리드라는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다. 잘하자, 뮤토.’
감히 제국 황실에 사기를 치는 일이다.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셈이었다.
긴장해서 몇 번이고 냉수를 들이켜는 뮤토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하지만.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요? 뮤토 경께서 황제 폐하가 아닌 나를 먼저 찾아오는 날이 다 있네요?”
30분의 기다림 끝에 황비 마리가 등장하자 뮤토의 떨림이 멈췄다.
<상인의 담력> 패시브 스킬 덕분이었다. 대상인은 거래 상대와 마주했을 때 결코 떨지 않는다.
“언제 뵈어도 아름다우시군요. 제국의 별을 영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문 대대로의 영광이옵니다.”
“타고난 미모가 어찌 퇴색될 수 있겠어요? 좋아요. 오늘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왔을지 특히나 기대되는군요.”
황실과 거래하는 상인들은 언제나 황제를 1순위로 찾았다. 가장 높은 어른에게 상품의 선택권을 우선순위로 주는 것이 당연한 예절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오늘 뮤토는 황제가 아닌 황비 마리부터 찾은 것이다. 속내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마리는 그 사실을 뻔히 알고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황제보다 윗사람 대접을 받는 기분이었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군.’
황비 마리는 양처럼 순한 외모와 달리 변덕이 심하고 난폭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기분이 좋은 것을 확인한 뮤토가 안도하며 부하에게 눈짓했다.
“재질이 신기하군요?”
진열되는 상품들을 확인한 황비 마리가 두 가지 장식품에 흥미를 보였다.
무광의 흑색 금속을 가늘게 연마한 뼈대가 힘차게 뻗어 나가는, 화려한 디자인의 샹들리에와 모빌이었다.
“양초를 놓는 부분을 제국의 국화를 본떠서 만들었네요? 불을 밝히면 주홍빛으로 물드는 엣찌 튤립을 볼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 빛은 무광의 뼈대에 고스란히 스며들지요.”
“이거 마음에 들어요. 기품이 느껴지네요.”
“과연 황비 전하의 안목은 대단하십니다.”
가식 없는 칭찬이다.
뮤토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상품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가장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황비 마리의 안목은 특별한 것이었다.
“도통 모르겠네요. 무슨 재질을 이용해서 만든 거죠?”
마리는 세계 최고의 권력자답게 금은보화에 정통했다.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대륙 최고의 상품들이 그녀의 곁으로 모여들었으니 안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지식도 많았다.
하지만 샹들리에와 모빌을 구성하고 있는 이 무광의 흑색 금속은 그녀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만지고 살펴봐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쐐기를 박을 때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뮤토가 설명했다.
“드래곤 레어에서 자생하는 광물로 만든 것입니다.”
“뭐라고요? 드, 드래곤 레어?”
마리가 귀를 의심했다.
신적인 존재 드래곤의 보금자리에 어느 간덩이 부은 인간이 찾아가 광물을 캐 왔단 말인가?
그녀의 상식으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뮤토가 그녀에게 확신을 주었다.
“광룡 네바르탄의 레어에서 캐 온 광물이라고 하더군요.”
“네바르탄…….”
모종의 이유로 완전히 미쳐 버린 네바르탄은 세계 곳곳을 배회하는 중이다. 놈의 레어는 텅 빈 상태인 것이다. 발견한 사람만 수지맞았다.
“확인해 보도록 하세요.”
납득한 황비 마리가 자신의 뒤편에 대기하고 서 있던 각종 전문가들에게 명령하자, 그들이 샹들리에와 모빌을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답을 내놓았다.
“정말로 드래곤 레어에서만 자생하는 광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본 적 없는 광물인 것은 분명합니다.”
“광물을 연마한 솜씨 또한 훌륭합니다. 최소 장인급이에요. 다만 세공 기술은 평범해서 큰 흠이군요. 조화가 맞지 않아 걸작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장 가치는 충분합니다.”
“좋아요. 이거 마음에 들어요. 2개 다 제가 사도록 하죠.”
“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마리에게 뮤토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러죠?”
“그, 그게… 참으로 외람된 말씀이오나, 이 중 하나쯤은 황제 폐하께 보여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특별한 물건이니만큼 황제 폐하께도 보여 드리는 게 예의인 듯하여…….”
“이봐요, 뮤토 경.”
“예.”
“쓸데없는 연기 따위 집어치워요. 이 물건들을 내게 먼저 가져온 이유는 내가 폐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을 알고 그런 거 아닌가요? 제가 다 구매하죠. 하나쯤은 폐하께 선물로 드리도록 할 테니까 걱정 말고요.”
“과연 영민하십니다.”
“후후훗.”
세상에 몇 개 없을 진귀한 물건들이다. 황제에게 선물로 주면 크게 기뻐할 것이 분명했다.
‘가끔씩은 애교도 부려야 의심을 뿌리칠 수 있지.’
현재 제국은 황제파와 황비 마리파 2개의 파벌로 나뉘어져 있지만, 정작 황제와 마리는 사이가 좋았다.
황제가 마리를 믿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황제는 마리의 파벌을 4황자 에단의 파벌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마리가 스스로 파벌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녀의 아들 에단을 황위에 앉히고자 하는 무리들이 알아서 마리의 곁에 모여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황비 마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순진무구한 여인을 연기해 온 성과다.
“자, 가격은 이 정도면 되겠죠?”
[<광룡철 샹들리에>의 거래 가격으로 58만 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광룡철 모빌>의 거래 가격으로 19만 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상인의 패시브 스킬 <고급 거래>와 <흥정>, 그리고 광룡철이라는 특별한 재료로 제작한 상품 덕분에 뮤토는 큰돈을 벌어들이게 되었다. 계약 내용대로 이 중 절반을 템빨국에 환원하더라도 엄청난 이익이었다.
환히 웃은 뮤토가 넙죽 고개를 조아렸다.
“황비 전하께서 저처럼 미천한 상인과 거래해 주시니 매번 감사할 따름입니다.”
거대한 샹들리에와 날카로운 나뭇잎이 형상화된 모빌.
머잖아 황제와 황비의 침실, 혹은 집무실의 천장에 걸리게 될 물건들이다.
그것들이 한 달 뒤에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지면에 추락하는 순간 제국은 큰 혼란에 빠질 터였다.
상인 뮤토는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했다.
***
“과연 거대하군.”
100톤의 밀과 감자를 운반하는 수송대를 대동한 템빨왕 그리드가 황도 타이탄에 도착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성벽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서 잠시 투지가 사라졌다.
라인하르트를 초라하게 만드는 타이탄의 압도적인 규모를 목도하자 전의를 상실한 것이다.
제국과는 영원히 싸우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나약한 생각이 그리드의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친다.
‘움츠려 있으면 집어삼켜진다.’
제국의 성장 속도가 템빨국의 성장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싸우고 뺏어야 한다.
단지 지키기만 했다가는 결국 뺏길 뿐이다.
‘뺏기기 전에 뺏고, 삼켜지기 전에 삼켜야지.’
스르르르르륵.
거대한 성벽을 따라서 이동하는 그리드와 수송 대원들의 그림자가 파도처럼 일렁이며 성벽을 잠식한다.
카심의 그림자 병사들이 성벽 틈틈이 바늘을 꽂아 넣고 있었다.
성벽 위를 지키며 그리드의 행렬을 지켜보는 제국 병사들 그 누구도 수상한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
‘기회는 한 번.’
그리드가 계산하기로 한 달 후.
샹들리에가 추락하여 황제와 황비를 위협하고, 수백 년 동안 견고히 버티고 섰던 타이탄의 성벽 일각이 무너져 제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그때가 기회다.
그리드와 템빨단의 정예들은 황궁으로 잠입, 임모탈을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세상 어디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
이번 장기 계획의 목표다.
‘매일 밤 공포와 후회로 떨어라.’
베라딘과 아그너스의 낯짝을 떠올리면서 꽈드득, 이를 가는 그리드의 두 눈이 활활 타오른다.
잠시 후 성문에 입장하는 그를.
“템빨왕 그리드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그리드 전하, 환영합니다!”
“사하란 제국에 어서 오세요!!”
빰빰! 빰빠바바바바!!
제국의 병사들과 백성들이 열렬히 환영했다.
타이탄 전역에 꽃가루가 휘날렸고, 경쾌한 음악 소리가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어 주었다.
각국 방송사 기자들이 격양된 목소리로 상황을 중계했다.
『사하란 제국이 공식적으로 귀빈을 맞이한 일은 역사상 단 한 번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전 루반나 왕국의 라잔트라 왕자를 맞이했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귀빈 접대였다고 하는군요.』
『제국은 수교가 아니라 지배에 익숙한 국가이기 때문인데요. 대륙의 모든 왕국을 지배하에 두었던 제국의 입장에서는 귀빈으로 인식할 만한 대상이 없었던 거죠.』
『그 기고만장한 제국에게 귀빈 대접을 받는 그리드의 모습에 이제는 존경심마저 생길 지경입니다.』
무패왕 마드라의 목을 바친 대가로 귀빈 대접을 받았던 라잔트라 왕자 이후 처음으로 제국의 귀빈이 된 그리드.
세상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전율했다.
그리드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로 격식을 차릴 줄이야.’
맨손으로 왔다가는 진짜로 개망신당할 뻔했다.
생각하면서, 제국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그리드의 얼굴에는 위엄이 넘쳐났다.
단지 위엄 스탯의 효과 때문이 아니라, 그리드 본인이 큰 행사에 익숙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험의 힘이다.
‘전하, 그림자 이동을 통해서 황궁 근처를 살펴보고 왔는데 긴장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카심의 음성이 들려온다.
‘제국의 실력자 대부분이 이곳 타이탄에 집결해 있는 듯합니다. 저를 초월하는 강자들의 기운이 황궁에서만 최소 10개 이상 감지됩니다.’
“저들은 당신의 기척을 읽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카심은 스테임 공작의 기사 라덴에게도 기척을 발각당한 전력이 있었다. 진짜배기 천재나 현존 최고 수준의 고수들에게는 은신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신은 황궁 안으로 들어오지 마.”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에 어쌔신을 대동했다가 발각당하면 괜히 책잡히는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라고 할 수도 없다. 카심은 제국에게 멸망당한 네로족의 마지막 생존자였으니까. 그의 외모는 너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망설이는 카심에게 그리드가 웃어 주었다.
“기사 소환이 있으니까 괜찮아.”
카심은 물론이고 피아로와 아스모펠, 그리고 쥬드와 템빨단의 정예들을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다. 만약을 대비해서 이미 그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후우! 그럼 들어가 볼까.”
현존 최강 세력의 주인과 그의 최측근들, 이쪽과 비교하면 어떨까?
<대영주의 검>을 꺼내 허리춤에 매단 그리드가 궁전에 입장했다.
순간.
[시대의 강자를 발견하였습니다!]
검성 크라우젤에게 호응했던 영웅왕의 칭호 효과가 발생하며 그리드의 투기를 자극했다.
알현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첫 번째 기사 메르세데스와 조우한 까닭이다.
그리드를 발견한 메르세데스가 살짝 목례했다.
[메르세데스의 깊은 시선이 당신을 관조합니다.]
[메르세데스에게 당신의 능력치와 스킬 목록 일부가 강제적으로 공개됩니다.]
[저항할 수 없습니다.]
[메르세데스의 날카로운 검기가 당신을 위협합니다. 강한 압박감이 당신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킵니다. 모든 속도가 30퍼센트, 스킬 시전 속도가 20퍼센트 저하됩니다.]
[저항하였습니다.]
[상태 이상 반사에 실패합니다.]
그리드는 과거와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 놀란 사람은 그리드가 아니라 메르세데스였다.
“당신……?”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턱.
경악하는 메르세데스의 어깨 위에 손을 얹은 그리드가 힘껏 힘을 주었다.
“다음부터는 고개 좀 깊이 숙여. 한낱 기사 주제에 어디 감히 왕을 똑바로 쳐다보는 거야?”
“큭……!”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내 앞에 무릎을 꿇었던 상대가 이토록 기고만장해지다니?
메르세데스의 아름다운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고, 콧방귀 뀐 그리드는 그녀를 뒤로한 채 알현실에 입장했다.
동시에.
[시대의 강자를 발견하였습니다!]
[시대의 강자를 발견하였습니다!]
[시대의 강자를 발견하였습…….]
[시대의 강자를 발견…….]
…….
…….
알림창이 도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