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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619화 (614/1,794)

템빨 37권 - 4화

에트날 국왕이 11번 바뀌는 동안 칸의 집안은 대대로 뛰어난 대장장이를 배출해 왔다. 명실상부한 대장장이 명가였다.

칸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건 당연했다.

이미 젊은 시절부터 에트날 동부 최고의 대장장이라고 칭송받았던 그는 대륙 제일의 대장장이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현실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꿈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도리어 잔혹했다. 현실은 그의 꿈을 무참히 짓밟은 것으로 모자라서 찢어 불태우고,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사랑하는 부인과 아들의 죽음.

큰 상심에 빠진 칸은 몇 년이고 폐인으로 지냈다. 망치를 놓은 손에 술병을 쥐었고, 불을 보는 대신 강을 바라보았다.

철이 들기도 전부터 쭉 함께였던 소꿉친구.

그녀를 연인으로, 부인으로 맞이하는 과정에서 칸이 쏟은 애정은 세상 모든 금은보화와도 비교할 수 없이 컸다. 한데 하루아침에 잃은 것이다.

그녀만큼 사랑했던 아들조차도.

혼자가 된 칸에게 살아갈 의미는 남아 있지 않았다. 만약 아버지께 물려받은 대장간을 메로 상단이 탐내지만 않았어도 순순히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메로 상단은 그의 대장간을 끝까지 탐했다. 칸은 어떻게든 버텨야만 했다. 의무를 상기하고 슬픔을 뒤로한 그는 독기를 품고자 노력했다.

별 의미 없는 노력이었다.

슬픔이 워낙 컸다.

그는 간신히 품었던 독기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했다. 결국 삶과 대장간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빌어먹을 사기꾼 놈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릴 지경에 이르렀다.

바로 그때 나타난 구원자가 그리드였다.

칸은 그리드의 첫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죽은 눈으로 비굴한 표정을 짓고 있던 청년. 마치 자신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솜씨만큼은 달랐다.

칸을 위기에서 구한 그는 이후 칸의 제자가 되었고, 친구가 되어 주었으며, 아들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왕이다.

“허허…….”

깊은 밤.

정성스럽게 금속을 연마하던 칸이 문득 흐르는 눈물을 닦아 냈다.

여든에 이른 나이.

남들보다 오래 살았다.

그래서일까?

감성이 예민하다.

쉽사리 잠이 오질 않았고, 전보다 더 자주 추억에 잠기게 되었으며,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나도 갈 때가 되었구먼.”

사람에게는 저마다 수명이 정해져 있다. 자신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된다.

누군가가 보면 NPC에 불과한 칸이라고 하나, 그 또한 사람이다. 본인이 떠날 때가 되었음을 그는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망치질을 재촉했다.

떠나기 전, 그리드 전하께 입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그의 망치질에 담겨 있었다.

따앙! 따앙!!

파그마에게 영감을 줬을 정도로 훌륭한 선조 알바티노의 피가 몸속에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걸까?

칸은 보다 뛰어난 <발할라>의 제작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리드 전하께서 옥체를 보존함에 있어서 이 갑옷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이건 내 유작.’

마지막 기회다.

대장장이로 살아온 내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

그리드 전하께 받은 가르침이 부족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기회……!

따앙! 따앙-!!

칸은 <발할라>가 지상 최대의 갑옷으로 완성되기를 바랐다. 그리드 전하께서 곁에 두어도 부끄럽지 않을 갑옷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드 전하께서 갑옷을 보고 가끔 한 번씩은 자신을 떠올려 주기를 바랐다.

따아아앙-!

칸의 망치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정교했다. 전설의 대장장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금속을 단련해 나갔다.

황혼의 대장장이의 염원이 담긴 망치질이다.

지금 칸은 자신의 일생을 담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권리였다.

따앙! 따앙!!

<그리드 세트>의 대량생산을 위해서 주야 교대로 작업 중인 대장장이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장일에 몰두하는 그들의 망치질 소리를 모조리 퇴색시킬 정도로, 칸의 망치질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맑고 깨끗하다.

“대장님께서 컨디션이 좋으신걸?”

“그러게 말이야. 이번엔 또 어떤 괴물 같은 작품을 만드실지 벌써부터 기대되는군.”

“하지만 조금은 걱정돼. 최근 며칠 동안 잠을 거의 안 주무시는 것 같던데…….”

수군거리는 대장장이들의 귓가로 낯선 음성이 들려왔다.

“회광반조라는 말이 있죠.”

낮게 깔린 음성.

입구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타닥! 타닥닥닥!!

이어지는 소리가 조금 이상하다. 발소리 같기는 한데, 체중이 별로 실리지 않은 느낌이다.

“……?”

입구를 향해서 시선을 돌린 칸과 대장장이 모두가 깜짝 놀랐다.

“헉!”

“해, 해골……?”

잘못 본 게 아니다.

대장간 입구를 점령하고 선 존재들, 백골이었다. 살 한 줌 없는 몸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위협적인 안광을 흘리고 있었다.

스켈레톤 나이트였다.

놈들의 중심에 선 백발의 사내, 베라딘이 칸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야심한 시간까지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마치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불사르는 듯한 느낌이군요. 아주 바람직한 일꾼의 자세입니다. 템빨왕 전하의 총애를 받을 만하네요.”

“자네는 누군가?”

대장간 단지는 템빨국에서 가장 중히 여기는 구획이었다. 병사들이 항시 상주하였고, 기사들도 매 시간마다 순찰을 돌았다. 한데 그곳 중심부에 위치한 이 제1대장간에 정체불명의 침입자가 등장한 것이다. 밖에서 어떤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내는 칸에게 베라딘이 답했다.

“죄송하지만 악당입니다.”

슬쩍.

베라딘이 눈짓하자 그의 뒤편에 도열하고 있던 로브의 사내들이 손뼉을 쳤다.

스켈레톤 나이트를 움직이는 신호였다.

“히, 히익!!”

“카, 칸 님! 어서 도망치십시오!!”

스켈레톤 나이트의 서슬 퍼런 안광에 잔뜩 겁먹은 대장장이들이 칸부터 챙겼다. 자신들의 목숨보다 중한 것이 칸의 목숨임을 아는 것이었다.

칸은 존경하는 스승이자 그리드 전하의 최측근이었으니까!

“크아아아악!!”

“윽……! 카, 칸 님! 어서!!”

스켈레톤 나이트는 기사의 시신으로만 제작할 수 있는 상위 언데드다. 이미 죽은 상태인지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뿐더러 네크로맨서에게 마력까지 부여받아 초월적인 힘을 발휘했다. 어지간한 기사단 하나가 통째로 덤벼야 간신히 제압하는 수준이었다.

하물며 대장장이들은 어떻겠는가.

몸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까닭에 뛰어난 근력과 체력을 지니고 있다지만 결국에는 민간인이다. 다섯 기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수십 명의 대장장이들을 순식간에 도륙해 버렸다.

“제인……! 아브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칸이 절규했다.

나라의 기둥이 될 젊은 인재들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었으니 절망감이 무척 컸다.

“어서 앞으로 나오세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 속 편하지 않겠습니까?”

노인네 하나 살리겠답시고 몸을 바치는 젊은 대장장이들의 희생이 베라딘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괜한 사상자를 내는 것이 영 찝찝했다. 이래 봬도 생명의 가치에 민감한 그였다. 목적을 위해서 살생하는 것은 마다하지 않지만, 예정에도 없던 살생은 꺼려졌다.

찌푸린 얼굴로 입구를 가로막고 선 베라딘이 칸의 죽음을 재촉하는 그때였다.

스칵, 스카카카카칵…….

결과 이후에 소리가 들려온다.

높디높은 대장간 천장에서부터 무엇인가가 툭 하고 떨어지더니 스켈레톤 나이트를 모조리 갈라 버렸고, 그 이후에야 절삭음이 울려 퍼졌다.

“……!”

베라딘의 가는 눈이 흔들렸다.

임모탈의 정예 네크로맨서들이 소환한 스켈레톤 나이트 다섯 기를 일거에 무력화시킨 사내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본 까닭이었다.

“페이커, 당신이 여기엔 왜?”

그리드의 최측근인 페이커라면 지금쯤 PvP 경기를 관람하고 있어야 정상 아닌가? 충성스러운 개답게 주인을 응원해야 하니까.

의문을 느끼던 베라딘이 페이커의 무심한 눈빛을 읽더니 코웃음 쳤다.

“그렇군. 살신이라……. 개보다야 신 노릇이 즐거운 겁니까?”

터억-!

베라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가속>을 전개,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몸을 날린 페이커가 베라딘의 곁으로 도달했다.

템빨국의 개국공신을 상징하는 아이템 <벨리알 시리즈>.

벨리알의 뼈로 제작한 그의 단검이 베라딘의 미간을 가차 없이 찔러 버렸다.

푸욱-!!

[12,9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불꽃과 어둠의 저주에 걸립니다!]

[5초마다 총생명력의 4.8퍼센트에 해당하는 화상 피해를 입습니다. 이 효과는 최대 30초 동안 지속됩니다.]

[네크로맨서의 직업 효과로 어둠의 저주에 저항하였습니다.]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성격인가요.”

급히 뒤로 물러선 베라딘이 생명력 회복 물약부터 꺼내 마셨다. 페이커가 그에게 다시 도달하는 순간.

따악-!

베라딘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윽!”

“……?!”

칸의 신음이 들려왔고, 당황한 페이커가 뒤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데스나이트가 칸의 목덜미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된 페이커를 확인한 베라딘이 눈을 반달로 그렸다.

“저 대장장이가 그리드와 각별한 사이임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마 당신의 비호를 받을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대장장이 장인쯤이야 템빨국에서는 흔하지 않습니까?”

“…….”

“흐음? 습격 자체에는 놀라지 않은 눈치로군요? 라우엘 덕분입니까? 그 친구쯤 되면 이번과 같은 사태쯤이야 예견 가능했던 건가요?”

국가대항전에 걸린 보상은 무척 크다. 특히 메달을 딸 수만 있다면 레이드 10번 도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을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큰 이익에는 위험이 동반되는 법이다.

대부분의 랭커와 은둔 고수들이 국가대항전 참여를 꺼려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국가대항전 참가자들이 공식 일정에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그들의 경쟁자들은 사냥과 레이드를 반복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룩한다. 국대전에 참가해 봤자 메달을 못 따면 도태되기만 하는 셈이다. 또한 심할 경우에는 자리를 비운 동안 세력을 침범당할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 배려가 없는 처사라고 따지는 국대전 참가자는 당연히 없었다. 결국 선택을 내린 것은 본인이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니까.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라우엘이 국대전 기간 동안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해 놓지 않았을 리 없다.

“하필이면 표적 곁에 당신 같은 거물을 붙여 놓은 건 의외지만요. 라우엘은 뭐, 점쟁이라도 된답니까?”

물론 라우엘은 점쟁이가 아니다. 그리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감안하고 대비했을 뿐이다.

로드와 아이린 곁에는 카심이 붙어 있었으니, 칸에게는 페이커를 붙여 두었다. 베라딘은 하필 거기에 딱 걸려든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베라딘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당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받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글쎄요. 과연 저에게도 통할까요?”

20억 유저의 정점을 노릴 수 있는 아그너스의 오른팔이 바로 베라딘이다. 물론 표면적인 관계에 불과했지만, 어찌 됐든 자격이 있기 때문에 오른팔이 될 수 있었다.

반면 페이커는 그리드의 오른팔이 아니었다. 그리드의 수많은 부하 중 하나에 불과했다.

급이 다르다는 뜻이다.

따악!

무표정한 얼굴의 베라딘이 손가락을 튕기자,

파앗-!

페이커가 즉시 가속을 전개했다.

쩌어어어엉-!

“……!”

데스나이트에게 감정이 있었다면 화들짝 놀라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니, 놀랄 틈도 없었다.

칸의 목을 찌르려던 놈의 단도를 어느새 나타나 막은 페이커가 곧바로 공격 스킬을 연계했다.

츠칵-! 츠카카카카칵!!

칼바람처럼 날카로운 검광이 데스나이트의 안면을 수차례 가격했다. 이때 발생하는 빛이 데스나이트의 보라색 안광을 잠식하였고, 데스나이트는 상태 이상 실명에 걸렸다.

<검은 휘광>이었다.

퍼억-!

발차기까지 연계해서 놈을 맥없이 쓰러뜨린 페이커가 칸의 손목을 붙잡았다. 칸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순간,

“사령의 탑.”

“사령의 탑.”

“사령의 탑.”

쿠구구구구-!

페이커와 칸의 주변으로 높이 1미터의 검은 탑이 솟구쳐 올랐다. 탑의 수는 계속 늘어났다.

산 자의 힘은 무력화시키고 망자에게는 절대적인 힘을 안겨 주는, 네크로맨서 고유 결계의 발동이었다.

크워어어어어!!

벌떡 일어선 데스나이트가 페이커에게 날아들었다. 페이커고 칸이고, 아무나 빨리 죽으라는 듯이 마구잡이식으로 단도를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실명에서 못 벗어난 느낌이다.

하지만 사령의 탑이 생성된 시점부터 데스나이트는 실명에서 회복되어 있었다. 놈의 공격이 난잡해 보이는 이유는 그저 검술의 스타일일 뿐이었다. 야생을 살아가는 맹수의 것처럼 정제되지 않은, 정녕 흉포한 공격이었다. 페이커가 보기에 놈의 소드마스터리 레벨이 상당히 높았다.

달칵!

딱! 딱딱딱!!

상황은 점점 더 불리하게 돌아갔다.

처음에 등장하면서 전개했던 <사신의 춤>에 나가떨어졌던 스켈레톤 나이트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위협적인 무기를 무장한 놈들이 점차 페이커에게 접근했다.

상황이 좋지 않자 칸이 소리쳤다.

“괜한 늙은이 때문에 고생하지 말고 도망치시게!!”

“…….”

“나는 어차피 살날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야! 자네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를 구할 필요가 없어!!”

“제 목숨보다 당신의 목숨이 100배 더 귀합니다.”

잠자코 있던 페이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평소 과묵한 그의 목소리를 몇 년 만에 들은 칸이 여러 가지 의미로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그에게 페이커가 속삭였다.

“꽉 잡으세요. 제가 좀 빠릅니다.”

스카악-!

페이커의 묵색 단도가 붉게 점멸한다. 동시에 사방으로 나부끼는 혈빛의 마기가 사령의 탑과 스켈레톤 나이트를 모조리 난도질했다. 유일하게 회피에 성공한 데스나이트만 무사했다.

칸과 페이커는 이미 대장간 천장 꼭대기까지 도달해 있었다.

“템빨……!”

임모탈의 정예들이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같이 규격 외의 아이템을 무장한 템빨단원들의 전력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래도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그들의 뇌리를 야금야금 지배했다.

쿠워어어어어어어!!

데스나이트가 페이커를 뒤쫓아 날아올랐다.

페이커가 칸의 보호에 신경 쓰고 있는 이때 처리해야 한다는 베라딘의 의지에 호응하는 것이었다.

쩌어어어어어엉-!!

챙! 채채채채채채챙!!

데스나이트와 검술을 교환하는 페이커의 미간이 구겨졌다. 데스나이트가 지독한 독기를 내뿜기 시작한 까닭이다.

“쿨럭……!”

중독된 칸이 토해 낸 피가 얽히고설키는 검광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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