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35권 - 21화
“...저거 경전 맞지?”
“설마...라고 대꾸하기에는 디자인이 너무 흡사하군.”
기세등등하게 계단을 오른 이들.
그들은 레가스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실력자들이었다. 세상 사람 누구나 다 아는 최강자들이다. 괜히 최후까지 살아남은 이들이 아닌 것이다.
그들의 자신감은 당연히 충만했다.
상대가 설령 템빨왕, 천외천일지언정, 자신들의 힘을 한데로 합칠 수만 있다면 비교적 쉽게 승리할 거라고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배틀 필드의 캐릭터 생명력은 고작 20. 최대 물약 보유 수량은 단 2개에 불과하였으니, 승산이 없다고 분석하는 것이 도리어 더 이상했다.
그리드의 한쪽 팔에 끼워져 있는 10여 권의 책자를 목격하기 전까진 말이다.
‘저 정신 나간 녀석....’
‘게임 내내 경전만 모으고 다녔던 건가?’
파랑색 표지의 얇은 책자.
그리드가 소유하고 있는 그것의 정체는 필시 경전이 맞았다. 다른 나약한 성직자들은 단 한 권조차도 확보하기 어려워했던 경전.... 사람들의 동공이 떨린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리드 형, 형은 여기서도 대단하시네요. 하여튼 굉장해요. 또 이 악물고 악바리처럼 경전만 찾아다닌 거죠? 사람이 성공하려면 끈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형을 볼 때마다 매번 깨닫게 된다니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그리드가 아니라고 선동하던 템빨단원 중 하나인 이벨린이 너털웃음을 흘린다.
자신을 형이라고 지칭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그리드는 그의 정체를 단박에 간파했다.
“오, 이벨린이냐? 꽤 오래 살아남았네?”
“운이 좋았죠. 수많은 실력자들이 앞서 탈락해 준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운도 여기까지고 말이지?”
“글쎄요.”
그리드가 다량의 경전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필시 난처한 일이었다. 아니, 거의 재앙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