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34권 - 18화
[7번 도시의 주인, 뱀파이어 백작 에티마가 모든 힘을 소진하여 강제 수면에 듭니다.]
[파티원 ‘페이커’의 레벨이 1 올랐습니다.]
[파티원 ‘지슈카’의 레벨이 1 올랐습니다.]
[파티원 ‘루비’의 레벨이 2 올랐습니다.]
[파티원 ‘섹시여고생’의 레벨이 3 올랐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에티마의 대검>을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에티마의 장갑>을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의 조각>을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는 이미 <???의 조각>의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의 조각>이 <붉은 거울 조각>으로 갱신 됩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 7개를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축복받은 방어구 강화석> 1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보유한 <암흑의 룬>에 <에티마의 힘>이 각인됩니다.]
[파티원 ‘크리스’가 보유한 <보완의 룬>에 <베기 공격 내성>과 <뱀파이어 대검술>이 각인됩니다.]
[7번 도시의 출입구가 개방됩니다.]
“허억... 허억....”
에티마는 크레이 백작보다 쉬운 상대였다. 그래, 크레이 백작과 비교하면 쉬웠다. 다만, 다른 일반적인 네임드 보스와는 비할 수 없이 강력하고 까다로운 상대였다는 게 문제다.
그리드의 압도적인 공격력을 위시하여 비교적 빠르게 레이드하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템빨단이 입은 피해도 컸다.
특히 그리드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만신창이였다.
두 번 연속 된 레이드에서 탱커와 딜러의 역할을 병행하였으니 지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계속해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던 여파로 그리드는 엄청나게 지치고 말았다. 그의 마음 같아서는 당장 로그아웃하고 쉬고 싶어질 정도였다.
“맨날 너무 빡센 거 아니야?”
아무리 강해지고 또 강해져도 매번 힘들다.
이와 같은 사실이 일반적인 플레이어에게는 깊은 절망감을 선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힘들게 살아온 그리드를 좌절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항상 보람이 있어서 좋아.”
획득한 아이템 목록을 확인하는 그리드의 입가로 짙은 미소가 번진다.
<크레이의 팔찌>
내구력:8/30
등급:에픽(성장형)
*상태이상 ‘출혈’에 걸릴 경우 마법공격력과 방어력이 19퍼센트 상승합니다.
*생명력이 떨어질수록 마법 캐스팅 속도가 빨라집니다.
*팔찌의 등급이 레전드리까지 성장할 경우 뱀파이어 백작 크레이를 소환할 수 있게 됩니다.
직계 크레이 백작의 고유 마력이 깃든 반지입니다.
착용자가 위기에 빠질수록 위력을 발휘합니다.
무게:5
<에티마의 대검>
등급:에픽(성장형, 세트)
내구력:609/1,300
공격력:500~2,890
공격속도:-5%
*최대 공격력 발휘 시, 적용되는 피해량 2배 상승.
*에티마의 장갑과 세트로 착용 시, 치명타 데미지 100퍼센트 상승.
*대검의 등급이 레전드리까지 성장할 경우 뱀파이어 백작 에티마를 소환할 수 있게 됩니다.
직계 에티마 백작이 애용하던 대검입니다.
투박한 생김새로부터 엿볼 수 있는 미적 감각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또한 무척 크고 무거워서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단, 기능을 완벽하게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초월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사용 조건:레벨 320 이상. 근력 3,000 이상. 고급 소드 마스터리 6레벨 이상.
무게:3,200
<에티마의 장갑>
등급:레전드리(세트)
내구력:29/100
방어력:65
*낮은 확률로 2연격 발동.
*공격 속도 1.8배 상승.
*에티마의 대검과 세트로 착용 시, 치명타 확률 10퍼센트 상승.
직계 에티마 백작이 애용하던 가죽 장갑입니다.
대검을 쥐고, 휘두를 때 편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320 이상.
무게:20
<붉은 거울 조각>
블러드 스톤으로 제작한 원형 거울의 파편입니다.
거울의 정확한 기능은 알 수 없습니다.
사하란 제국의 제3황자가 이 거울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모든 조각을 모아 그에게 전달해 주기를 추천합니다.
*앞으로 2개의 조각을 더 모으면 붉은 거울이 완성됩니다.
이번 레이드의 득템 목록이다.
이외에도 19개의 축복 받은 무기 강화석과 26개 축복 받은 방어구 강화석도 얻었다.
힘든 레이드였던만큼 보상도 엄청난 것이다. 오늘 얻은 아이템의 가치를 현금으로 환산할 경우 억 단위는 쉽게 넘어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가 높은 만큼 아이템 분배는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였다. 특정 인물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손해를 입어선 안 됐다.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했다.
“드롭 된 아이템 중에서 자기한테 필요한 물건이 있는 사람 손 들어봐.”
과거에는 순전히 욕심 때문에 파티장을 도맡았던 그리드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는 강한 책임감을 기반으로 파티장을 맡고 있었다.
비록 직계들을 소환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도 자신이 독식하겠다는 욕심은 품지 않았다.
그리드가 나서서 아이템 분배를 시작하자 유페미나와 제드노스, 그리고 라엘라가 손을 들었다.
그들이 탐내는 아이템은 당연히 크레이의 팔찌였다.
마법사에게 필수적인 마법력과 마법사에게 부족한 방어력을 동시에 상승시켜주는 크레이의 팔찌가 탐나지 않을 리 없었다.
상태이상 ‘출혈’에 걸려야한다는 발동조건이 너무 까다롭기는 했지만, 생명력이 하락할 경우 확정적으로 마법 캐스팅 속도를 높여주는 부분은 든든하고 안정적인 기능이었다.
“음, 그 외에 또 크레이의 팔찌 필요한 사람 없어?”
라우엘을 의식해서 재차 묻는 그리드였지만 라우엘은 끝까지 손을 들지 않았다. 날씨와 환경을 조정하는 주술을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자신보다야, 딜러형 마법사인 제드노스와 라엘라, 그리고 유페미나가 팔찌의 주인이 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드가 크레이의 팔찌를 탐내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브라함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마법사> 세컨드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는 그리드.
그 또한 현재 마법을 쓸 수 있고, 차후 지력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마법을 익힐 수는 있다고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마법은 어디까지나 보조 개념이었다.
특히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마법에 의존하는 경향은 떨어졌다.
이번 레이드에서만 해도 보라.
그리드는 크레이와 에티마를 상대하는 내내 마법을 쓰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쉬지 않고 공세를 펼쳐오는 그들에게 대항한답시고 일일이 계산해서 마법을 안배하기에는 그리드의 순발력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가대항전 당시의 크라우젤보다 더 쉴 틈을 안 주고 몰아붙여오던 녀석들이었으니까.’
뭐, 애초에 자신은 상태이상 출혈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 자신이 크레이의 팔찌를 갖게 되더라도 그 기능을 온전히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리드는 크레이의 팔찌에 대한 소유권을 순순히 포기했다.
결국 유페미나와 제드노스, 그리고 라엘라 세 사람만이 팔찌의 소유권을 놓고 진지하게 겨루게 됐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도로 정신을 집중한 그들.
“가위, 바위, 보!!”
“이겼다!!”
“윽. 졌다.”
“흑... 축하해요.”
실로 정정당당한 승부를 나눴다...
승부의 결과로써 팔찌의 주인은 유페미나가 되었다.
귀여운 얼굴에 깜찍한 미소를 가득 피어올린 그녀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팔찌의 가치를 책정한 후에 가치만큼의 재화를 공평하게 나눠드리도록 할게요.”
“응, 천천히 해.”
다음 분배 아이템은 에티마의 대검과 장갑이다.
그리드는 이 아이템들 또한 탐내지 않았다.
당연하다.
우선 조건부로 최강의 공격력을 발휘하는 에티마의 대검.
단지 공격력만 강할 뿐, 별도의 옵션은 부족했기 때문에 그리드가 탐내기엔 가치가 적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열망의 무아검과는 비교할 물건이 아니었다. 그리드가 그것을 탐낼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애초에 랜타가 너무 심하잖아.’
운 없는 자신이 휘둘러봤자 최대 데미지는 안 터지고 최소 데미지만 터질 거라고 확신하는 그리드!
반면 크리스는 에티마의 대검을 엄청나게 탐내고 있었다.
평균적인 능력치는 그리드가 제작해준 대검보다야 확실히 뒤떨어졌지만, 최대 데미지 기댓값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크리스는 자기 자신을 최고의 대검술사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자신이라면 최대 데미지를 비교적 수월하게 터뜨릴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다른 템빨단원 모두 크리스에게 소유권을 양도했다.
다만 문제는 에티마의 장갑이었다.
2연격과 공격 속도 1.8배 상승 옵션을 탐내지 않을 전사가 있을 리 만무하다.
성스러운 빛의 장갑과 알렉스의 장갑을 갖고 있는 그리드는 예외였지만!
결론은.
“에이, 대검이랑 세트여야 가치가 있는 거니까.”
“크리스 네가 장갑까지 가져가라.”
“고맙다!!”
템빨단원 모두 아쉬운 마음을 접고 크리스에게 아이템을 양보했다.
크리스는 동료들의 호의가 너무 감사했다.
“언젠가 기필코 보답하도록 하마.”
“자기한테 맞는 아이템을 갖는 건 당연한 건데 뭘 그렇게까지 감동하고 그래.”
훈훈한 광경!
크리스와 템빨단원들이 싱글벙글 웃는 그때, 구석에 쭈그려 앉은 폰은 어두침침한 얼굴로 주문을 중얼거렸다.
“제발 다음에는 창 나와라.... 다음에는 제발 창....”
“.....”
저놈의 창 타령은 진짜.
쯧쯧, 혀를 찬 반트너가 그리드에게 물었다.
“최고급 오팔은 액세서리 제작 재료지? 그리드 네가 다룰 수 있어?”
“아니, 세공은 내 분야가 아니야. 손재주 빨로 만들 수야 있겠지만 쓸만한 아이템은 만들지 못할 거야.”
“길드에 이렇다 할 세공사가 없는 게 아쉽네...”
여전히, 대부분의 생산직 플레이어들은 제국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었다. 제국에서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그들을 회유한다는 건 무척 어려웠다.
“보석류는 일단 잘 보관해두고 있어. 언젠가는 세공사를 찾게 되겠지. 이제 남은 건 이 붉은 거울 조각인데....”
앞으로 2개의 조각만 더 모으면 붉은 거울로 완성된다고 한다.
자수정 방패도 그렇고, 3황자 브누아는 어째서 이와 같은 아이템들을 찾아 헤매는 걸까?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인지 현재 시점에서는 알 도리가 없다.
“뭐,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인벤토리에 붉은 거울 조각을 잘 넣어둔 그리드가 이어서 축복 받은 무기 강화석과 방어구 강화석을 꺼냈다.
“이건 공평하게 나누도록 하자.”
순간, 라우엘이 진언했다.
“우리는 방어구 강화석만 나누도록 하고 무기 강화석은 전하께서 모두 갖는 게 어떻습니까?”
“내가? 왜?”
함께 싸웠다.
물론 굳이 공적을 따져본다면 그리드의 활약이 가장 눈부셨지만, 카츠와 루비, 지슈카의 활약도 그 못지않았다. 만약 파티원 중 한 명만 없었어도 크레이 레이드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배려는 해줄 필요 없어. 공평하게 나눌 거야.”
지금까지 그리드는 템빨단원들과 함께 레이드를 진행할 때마다 자신이 가장 좋은 아이템을 독점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직계들의 아이템이다. 그리드에게 쓸모 있을 법한 아이템은 템빨단원 모두가 그에게 양보해왔다.
그 호의를 그리드가 잊을 리 없다.
강화석처럼 모두에게 필요한 아이템마저 자신이 독차지하고 싶지는 않았다.
거부하는 그리드에게 카츠가 흥, 콧방귀 뀌었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그런 잡템 따위 필요 없어.”
“.....”
옛날 같았으면 재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을 그리드와 템빨단이지만 이제는 카츠의 성격을 알고 있다.
카츠는 자신의 나름대로 그리드를 배려하는 거였다.
“무기 강화석은 네가 다 가져라. 네가 가장 고생하기도 했고, 그보다는 너의 그 검이 강화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거든.”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
그리드가 제작한 신화급 무기.
템빨단원 모두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 무기가 아직도 0강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
그리드는 단 1도 강화되지 않은 무기로 제국군과 적기사들을 학살하고 백작급 직계마저 해치운 것이다.
신화급 무기의 사기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게 따지면 지슈카랑 나눠야....”
지슈카의 주작궁 또한 아직 0강임을 상기한 그리드가 말했지만 지슈카가 기겁하면서 손사래 쳤다.
“날 이 이상의 빚쟁이로 만들 셈이야? 신부로 받아줄 것도 아니면서 더 이상 빚지게 만들지 마.”
“.....”
아직도 그리드에게 갚아야할 돈이 많은 지슈카이다. 그녀는 이참에 그리드에게 강화석을 몰아주고 빚을 조금이라도 변제하고 싶었다.
결국.
“그래, 알았어. 고맙다.”
그리드가 수긍했다.
그가 찬란하게 빛나는 무기 강화석을 열망의 무아검에 발랐다.
당연히 처음은.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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