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34권 - 9화
이름:하일
레벨:271
직업:병사
근력:1,090/1,700
체력:1,047/1,700
민첩성:600/1,000
지력:306/800
스킬:[중급 소드 마스터리(Lv.1)]//[중급 스피어 마스터리(Lv.1)]//[초급 보우 마스터리(Lv.7)]//[초급 방패술(Lv.7)]//[초급 기마술(Lv.3)]//[초급 수영(Lv.1)]
숨겨진 특성:지형 적응력 상승/기후 적응력 상승/경험치 획득량 상승/레벨 업 시 모든 자원 회복/상태 이상 저항 보정/사기 하락률 저하
상태:우울(아레스 전하께 버림받고 말았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이름:캔
레벨:275
직업:병사
근력:1,290/1,400
체력:1,347/1,500
민첩성:810/1,100
지력:106/500
스킬:[중급 소드 마스터리(Lv.2)]//[중급 스피어 마스터리(Lv.2)]//[초급 보우 마스터리(Lv.9)]//[초급 방패술(Lv.9)]//[초급 기마술(Lv.5)]//[초급 수영(Lv.1)]
숨겨진 특성:지형 적응력 상승/기후 적응력 상승/경험치 획득량 상승/레벨 업 시 모든 자원 회복/상태 이상 저항 보정/사기 하락률 저하
상태:혼란(유명한 템빨왕 전하를 섬기게 된 것은 영광이지만.... 고향에 남겨진 내 가족은...?)
‘...미쳤네.’
템빨국으로 귀환하는 길.
<국왕의 검>으로 500명의 병사들을 관찰한 그리드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병사들의 재능이 특출해서?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NPC 재능의 척도는 최대 성장 가능한 능력치, 그리고 특수 스킬에 있는 바.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 500명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재능이 평범했다.
그렇기에 더욱더 놀라운 것이다.
‘이런 평범한 병사들을 이 정도 수준까지 육성할 수 있다니...’
재능이 뛰어난 NPC일수록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 즉, 평범한 병사는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데 아레스가 보답의 의미로 선물해 준 500명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평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높은 스킬 숙련도를 자랑했다. 더군다나 별도로 보유한 특성도 하나 같이 최상급이었다.
‘특히 레벨 업 시 모든 자원 회복은 개사기 수준이군. 발할라 병사들이 전쟁에서 엄청난 전투 지속력을 발휘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거야.’
본래 특성이라는 것은 강제로 부여하기 어렵다.
템빨국의 병사들이 <논밭 적응력 상승> 특성을 지닌 이유는 그들이 꾸준히 논밭에서 훈련한 결과였다. 템빨국 병사들 또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지만 발할라의 병사들과 달리 다양한 특성을 보유하지 못했다.
하물며 레벨 업 시 모든 자원 회복이라니.... 이런 특성은 어떻게 부여해야 하는 건지 감조차 안 잡힌다.
‘아레스의 강병 육성 스킬은 당최 어떻게 생겨 먹은 거지?’
상상해 본다.
100만의 강병을 통솔하는 아레스의 모습을.
‘....무섭다, 무서워.’
아레스와 적이 되는 가정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그리드였다.
만약, 꼭 적이 되어야만 한다면.
‘아직 발할라가 발전을 이루지 못한 지금 쳐야겠지.’
그리드는 자부한다.
자신과 피아로, 아스모펠, 척슬리, 맥스옹을 비롯한 템빨단의 최정예가 적진을 초토화시키고, 소란 틈에 카심과 페이커가 적장들을 암살하고 다닌다면 발할라를 정복할 수 있으리라고.
하지만 그 대신.
‘우리 측 피해도 클 테고, 무엇보다도 제국에 빈틈을 보이고 말 거야.’
결국 공멸하리라.
‘애초에 아레스와는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그리드는 아레스에게 점점 큰 호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의 솔직하면서도 과감한 성격을 싫어할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싶었다.
‘...그러니까 무패왕의 후예 후보도 아레스의 곁에 있기를 선택한 거겠지.’
오아시스.
사색에 잠겨 있을 때 찾아와 <무패왕의 낡은 칼집>을 건네 왔던 사내.
그를 떠올린 그리드가 응원한다.
‘기죽지 말고 용기를 내.’
사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다짜고짜 다가와서 칼집을 건네줬을 때는 어리둥절했었다. 하지만 <전설적 대장장이의 감정>스킬로 칼집의 정체를 파악한 후에는 분노와 동정을 동시에 느꼈다.
<무패왕의 낡은 칼집>
★퀘스트 아이템★
생전의 무패왕이 사용하던 칼집입니다. 무패왕의 의지 일부가 깃들어 있습니다.
사용 조건:플레이어. 현재 클래스로 전직 후, 단 한 번도 사망하지 않았을 것.
무패왕과 관련 된 퀘스트 아이템.
그리드는 오아시스의 정체를 단박에 파악했다.
그가 바로 소문의 무패왕의 후예라는 사실. 아니, 정황상 후예 후보쯤 되리라.
‘당신 스스로 쟁취한, 소중한 기회잖아. 그걸 남한테 함부로 떠넘기면 안 되지.’
오아시스는 어째서 내게 칼집을 넘기려 했던 걸까?
그리드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포기하고 싶었던 거야.’
기죽은 눈빛과 얼굴에 드리운 음영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얼마나 자신감 없는 인물인지.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심지어 나도 옛날엔 맨날 혼잣말하고 그랬었지...’
그렇다.
그리드는 오아시스에게 과거의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를 혐오했고, 동시에 동정하였으며, 응원했다.
‘지금 당장은 퀘스트가 어려워서 도망치고 싶은 걸 테지만, 포기하지 말라고. 끈질기게 매달려 봐.’
사적인 감정을 다 떠나서, 무패왕의 낡은 칼집에 욕심이 없었느냐고? 갖고 싶지 않았느냐고?
단언컨대 없다.
그리드와 그리드 주변의 동료들, 하나같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를 입에 담지 않는 사람들인 바.
그들 중에 무패왕의 낡은 칼집의 사용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리 만무했으니까.
‘뭐, 세상에 공짜가 있을 리도 없고. 그 칼집을 받았다면 대신 다른 무엇인가를 줘야 했겠지.’
그보다는 우울증에 빠진 이 500명의 병사들을 추스르는 일이 우선이다.
판단한 그리드가 병사들을 안심시켰다.
“발할라에 두고 온 가족이라면 걱정 마라. 짐의 이름을 걸고 그대들의 가족 모두를 템빨국으로 데려올 테니까.”
아레스라면 당연히 협력해 주리란 사실을 알았기에 약조할 수 있는 것이다.
믿음직한 얼굴로 외치는 그리드를 보면서 병사들은 감격했다.
‘이럴 수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근심을 헤아려 주시고 해결책을 마련해 주시다니...’
‘실로 대단하신 분이다... 과연 명성 높은 템빨왕 전하다워.’
인망조차도 템빨을 이용해서 쌓는 그리드였다.
***
“뭐라고!!”
5만 병사 전멸, 적기사 다수 사망, 카일 왼팔 소실.
보고를 접한 황제 쥬앙데르크의 두 눈이 하얗게 뒤집어졌다.
적기사단의 피해야 원하던 일이었고, 병사들 또한 언제든지 충당할 수 있으므로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카일까지 당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였다.
이번 전쟁의 책임을 적기사단에게 전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다섯 기둥의 입지가 약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쥬앙데르크는 의도했던 일 중 그 무엇 하나도 이룰 수 없게 됐다. 심지어 위신까지 떨어졌다.
“카일...! 카일, 네 이놈!! 내 너를 믿었건만!!”
쿠와아아아앙!!
사하란 황실에 대대로 내려오는 적왕의 기운!
쥬앙데르크가 분노하자 폭발하는 강력한 붉은 기운이 대전을 뒤흔들었다. 안 그래도 하얀 카일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
“면목이 없습니다....”
카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죽음마저도 각오하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황제의 계획이 틀어지고 입지가 약해졌으니 엄한 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쥬앙데르크는 냉정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제 살을 깎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근신이다....! 짐이 다시 부르기 전까지는 코빼기도 보이지 말거라!!”
“....이런 저를 살려 주시는 겁니까?”
“우쭐해 하지 마라! 필요하기 때문에 살려 놓는 것뿐이다!!”
“....언젠가 반드시 이번 일을 만회하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쥬앙데르크에게 깊이 고개 숙인 카일이 곧바로 대전을 떠났다. 혼자 남게 된 쥬앙데르크의 장대한 육체가 그제야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무패왕의 후예...!”
일검으로 적기사단의 절반을 궤멸시키고, 마법으로 다섯 기둥 카일을 패주시켰다고?
루반나에서 목격됐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무용이 아닌가!
‘심지어 마법이라니?’
마법은 전설 속 무패왕 본인조차도 구사하지 못했던 영역이다.
쥬앙데르크는 불안해졌다.
“설마... 무패왕의 후예는 무패왕 이상이라고?”
***
동대륙이 서대륙보다 상위 난이도의 지역이라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리드를 쫓아 템빨국으로 이주한 동대륙 주민들이 기존의 템빨국 주민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레벨이 높은 그들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특히 몇 명은 요직에 앉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4대 대장장이들과 주작단원들, 그리고 수애와 한속봉이다.
거기에 추가로...
“어맛, 정원에 물 줘야 하는 시간이 지나 버렸네요. 서둘러야겠어요.”
“걱정 마세요. 이미 얀페이 님께서 물을 주셨답니다.”
“으악! 로드 왕자님께 드릴 간식이 아직 완성되질 않았어!!”
“걱정 마세요. 이미 얀페이 님께서 왕자님께 수제 파이를 갖다드렸어요.”
“큰일이에요. 바로 내일이 대청소 날인데 용품 파악을 하지 못했어요.”
“걱정 마세요. 이미 얀페이 님께서 전부 파악해 놓으셨으니까.”
“로드 왕자님의 호위 단장 척슬리 경께서 요통을 이유로 휴가를 요청하셨습니다. 일시적으로 단장직을 대행하실 분으로 쥬드 경을 소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요, 척슬리 경께서 요청을 철회하셨습니다. 얀페이 님께서 안마를 해 주신 덕분에 요통이 씻은 듯이 나았다더군요.”
“얀페이 님이....”
“얀페이 님께서....”
슈퍼 메이드!
얀페이에게 붙은 이명이었다.
그리드의 손 기술... 아니, 인망에 반하여 템빨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실로 다재다능한 활약을 펼쳤다.
홀로 대가족을 부양하느라 안 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녀는 언제, 어떠한 상황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했고, 어느새 템빨 궁전을 대표하는 수석 시녀가 되었다.
평민 출신인 그녀가 무려 왕실 시녀장이 된 것이다!
‘더욱더 정진하겠어요!’
얀페이는 의욕이 넘쳤다.
자신의 모든 기술을 뽐낼 수 있는 왕실 시녀장은 그녀에게 있어서 천직이나 다름없었다. 파리밖에 날리지 않던 이단의 식당에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이곳이 천국 같았고 자부심도 넘쳤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그리드 전하께서 또...”
“아바마마께서 또?”
“옛날처럼 밤에 저를 찾아와....”
“밤에?”
“마사지를.... 꺄아악!!”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뺨에 홍조를 띄운 채 작은 몸을 비비 꼬던 얀페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내지른다.
바로 곁에 5살짜리 소년이 서 있는 것을 눈치챈 까닭이었다.
아버지를 꼭 닮은 흑발과 높은 콧대. 반면 어머니를 닮은 눈동자는 하늘처럼 맑고 푸르다. 눈매도 서글서글했다. 얼굴은 완벽한 계란형에 심지어 주먹만큼 작다. 저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
“로, 로드 왕자님....!”
그렇다.
초롱초롱, 두 눈을 빛낸 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소년의 정체는 로드였다.
그는 늘 그렇듯 기름때와 흙이 묻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일국의 왕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행색이었다.
아침에는 밭일을, 점심에는 무술을, 저녁에는 대장일을 익히고 있었으니 행색이 추래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안녕, 얀페이.”
“.....”
화사하기도 하다.
활짝 웃으면서 인사하는 로드의 미모에 홀린 얀페이는 잠시 넋이 나가 버렸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초인 얀페이조차 빈틈을 보이게 만들 정도로 로드의 미모는 굉장한 것이었다. 아직 5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멍하니 있는 얀페이에게 로드가 순진무구한 질문을 던졌다.
“아바마마께서 밤마다 얀페이에게 마사지를 해 주시는 거야? 그거 좋아?”
“아, 아니요! 아주 옛날에 몇 번 그랬을 뿐이세요!! 최근에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어요!!”
평범한 마사지일 뿐이다.
하지만 얀페이가 느끼는 것은 달랐다.
그렇기에 로드에게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는 그녀였다. 하지만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하고 사실대로 고한다.
로드의 입가에 흐음, 묘한 미소가 번졌다. 천진함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없었다. 5살 아이가 아니라 마치 능구렁이 아저씨 같았다.
“나한테도 그 마사지 알려 줘. 나도 여자 친구들에게 마사지를 해 주고 싶어.”
“.....”
“어마마마께는 비밀로 할 테니까. 응? 내 방으로 갈까?”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다시 아이처럼 활짝 웃는 로드!
그 누구를 상대해도 냉정 침착하기로 소문난 얀페이조차도 로드 앞에서는 당황의 연속이었다.
어쩔 줄 모르는 얀페이와, 그녀의 반응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로드 둘 모두의 귓가로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드 전하께서 귀환하셨습니다. 로드 왕자, 어서 옷을 갈아입고 마중을.”
천장 위로부터 들려오는 음성, 그림자의 왕 카심의 것이었다.
제국과의 정세가 불안해진 이후, 템빨 그림자단의 단장직을 페이커에게 넘기고 로드의 호위에 전념 중인 그다.
“아바마마께서...!”
로드의 얼굴이 밝아졌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와 오래간만에 재회하게 되었음에 또래답게 기뻐했다. 이럴 때 보면 정말로 어린아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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