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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548화 (543/1,794)

템빨 34권 - 3화

<꺾을 수 없는 정의> Lv.1(93.1%)

물리 공격력 300퍼센트의 광역 피해를 입힙니다.

스킬 마나 소모:35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100초

그리드가 <정의의 사도>가 되면서 획득한 스킬이다.

파그마의 검무와 브라함의 마법, 그리고 마드라의 검술 등.

레전드리 스킬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초라해 보이는 스킬이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꺾을 수 없는 정의 또한 최상위 스킬로 분류된다.

공격력 계수부터가 특출하다.

1레벨짜리 광역 스킬은 100퍼센트 미만의 공격력을 발휘하는 것이 통상인 반면, 꺾을 수 없는 정의는 1레벨부터 300퍼센트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심지어 꺾을 수 없는 정의는 사용 즉시 발동하는 즉발 스킬이었다. 파그마의 검무처럼 특정 모션을 충족해야 발동하는 스킬이 아니어서 쓰기가 편했다.

실제로, <정의의 사도의 파트너> 후로이는 꺾을 수 없는 정의를 얻은 뒤부터 지금까지 쭉 주력 스킬로 애용해 오고 있다.

허면, 왜?

그리드는 어째서 꺾을 수 없는 정의를 등한시해 온 걸까?

그야 당연히 파그마의 검무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꺾을 수 없는 정의의 장점들, 파그마의 검무와 비교하면 결국 초라할 뿐이었으니까.

그리드가 번헨 열도에서 습득한 <연속 찌르기>와 <스피어 샷>을 자주 사용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리드가 이 스킬들을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드는 꺾을 수 없는 정의와 연속 찌르기, 그리고 스피어 샷을 ‘애용’하지 않았을 뿐, 필요할 때는 적재적소에 사용해 왔다.

특히 스피어 샷은 티라멧 레이드와 제2회 국가대항전에서도 유용하게 써먹었다.

퍼어엉-!

[대상에게 15,73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47,2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15,71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투기가 61을 돌파하였습니다.]

[대상에게 16,05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16,09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검은 불꽃이 폭발...]

[대상에게 48,04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크읍...!!”

평타와 평타 사이에 꺾을 수 없는 정의가 연계되고, 거기에 검은 불꽃까지 폭발하자 로렉스는 1초 만에 무려 16만 이상의 데미지를 입고 말았다.

침음하는 로렉스의 반격에 얻어맞으면서, 그리드는 생각했다.

‘부족하던 공격력이 조금은 보완됐다. 화염 방출과 붉은 벼락 소환 옵션까지 동시에 터지면 최대 데미지 기댓값이 20만대까지 올라가.’

그것도 무려 초당 데미지다.

이론적으로 그리드는 로렉스에게 10초 당 100만대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로렉스가 천만 단위 생명력을 자랑한다고 해 봤자 그리드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로렉스가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로렉스는 맞을 때마다 반격했고, 그리드의 피통은 채 10만이 안 됐다.

이대로 서로 때리고, 맞기를 반복하면 결국 먼저 쓰러지는 쪽은 그리드였다.

‘크라우젤이었다면....’

나로서는 피할 길을 찾을 수 없는 저 로렉스의 도끼를 피할 수 있었을 터다. 로렉스의 반격을 우습게 흘려보내고 일방적인 타격을 입힐 게 분명....

‘...아니.’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그리드가 상념에서 벗어났다.

매번 크라우젤과 자신을 비교하며 위축되는 일도 이제 지긋지긋했다.

‘나는 템빨러야. 크라우젤과 싸우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피할 수 없어?

맞으면 그만이다.

맞으면 아프다고?

안 아프게 만들면 그만이다.

그리드가 검을 버렸다.

[<알쏭달쏭 도리깨>를 착용하였습니다.]

“...???”

로렉스가 당황을 넘어서 황당해 했다.

치열한 전투 도중에 갑자기 검을 버리고 농기구를 꺼내 들다니?

‘저거 진짜 또라이 아니야?’

소름 돋을 지경이다.

똥개는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법!

로렉스는 저도 모르게 그리드로부터 뒷걸음쳤다. 상종하기 싫다는 의사가 역력했다.

그 틈에 그리드는 오래간만에 손에 쥔 알쏭달쏭 도리깨를 허공에 몇 번 휘둘러보았다.

부웅~ 부웅~

‘좋아. 알렉스의 장갑 덕분에 도리깨도 초당 4회 휘두를 수 있어. 디버프 기댓값이 커졌다.’

버프 기댓값도 커졌지만... 최악의 상황은 애써 외면하는 그리드였다.

<알쏭달쏭 도리깨>

등급:유니크

내구력:259/259 공격력:143~191

*대상을 타격할 때마다 특수한 효과가 발생합니다. 효과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탈곡 속도가 150퍼센트 상승합니다.

*탈곡한 곡식의 상태가 어떻게 변모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실로 오래간만에 꺼낸 농기구. 아니, 무기이다.

과거, 자신의 분신과 1대1 승부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던 그리드는 이 도리깨의 랜덤 능력에 의존한 바 있다.

‘분신과 싸웠을 때처럼 극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필요는 없어. 조금. 아주 조금만 공격력을 떨어뜨려도 충분해.’

생명력 손실 속도를 물약과 도란의 반지, 그리고 흡혈 능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

딱 그 정도면 된다.

“간다!!”

비장한 목소리로 소리친 그리드가 로렉스에게 달려들었고.

“저 또라이 새끼....!”

로렉스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쳤다.

앞서, 정체불명의 보자기에 스킬이 무력화되는 경험을 했던 그다.

저 괴한 놈이 꺼내는 농기구를 그의 입장에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

“꺾을 수 없는 정의!”

“...평타왕이라며.”

그리드가 스킬을 전개하는 순간,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아레스는 그렇게 딴지를 걸었지만 다른 군단원들은 모두 감탄했다.

자신들의 협공조차도 멀쩡히 버티던 로렉스의 신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던 까닭이다. 생명력 게이지가 실금만큼이나마 감소되는 것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아레스 군단원들이 꿀꺽, 마른침 삼켰다.

‘그리드 공격력 저거 미친 거 아니야?’

‘공격 속도부터가 사기야.’

로렉스의 방어력이 얼마나 높은지, 몇 차례 상대해본 아레스 군단원들은 잘 알고 있다. 아레스 군단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럭의 평타조차도 로렉스에게 5~7천대 데미지를 입힐 뿐이었다.

한데 그리드의 평타는 럭의 평타보다 최소 2배 이상 강했고, 또한 2배 이상 빨랐다. 심지어 조금씩 더 강해지고 빨라지고 있는 것 같았다.

‘템빨...! 템빨인가?’

아레스 군단원들의 시선이 그리드의 무기와 장갑을 쫓는다.

둘 다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다.

스캇이 전율했다.

‘못 본 새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한 건가...!’

전설의 대장장이의 능력,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절로 경각심이 든다.

‘존재 자체만으로 밸런스를 파괴하는 수준이다.’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방법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레벨 업, 다른 하나는 득템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득템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강한 존재를 레이드 해야 했고, 하물며 레이드에 성공한다고 해서 늘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플레이어의 성장 속도에 한계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정체 구간이 길다. 특히 레벨 업이 더딘 고레벨 플레이어는 더욱더 그렇다. 한 달 전과 오늘의 전투력이 비슷한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그리드는?

스스로 최상급 아이템을 제작하고 착용할 수 있는 그에게는 득템의 필요성이 생략된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강해질 수 있었고, 이렇듯 오래간만에 볼 때면 또 초월적으로 강해져 있었다.

스캇은 그리드가 진심으로 두려웠다.

‘적이 된다고 생각하면 답도 없다. 그리드와 친구가 되기로 결심하신 아레스 님은 정녕 현명하신 거야. 응?’

경외에 찬 눈으로 그리드를 응시하던 스캇이 깜짝 놀랐다.

그리드가 갑자기 검을 버리더니 뭔가 팔랑팔랑한 아이템을 꺼내 들었던 까닭이다.

“저게 뭐지?”

왠지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 아이템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던 스캇이 눈살을 확 찌푸렸다.

그리드가 꺼내든 아이템, 농민들이 곡식을 탈곡할 때 사용하는 도구와 꼭 닮아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도리깨...? 잘 싸우다가 갑자기 뭐하는 거지?”

강적과의 대결 중에.

그것도 전황을 결정 짓는 중요한 승부에서 갑자기 농기구를 꺼내 들다니?

스캇은 그리드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릿속을 해부해 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술렁이는 병사들과 아레스 군단원들!

모두가 혼란에 빠진 이때 아레스가 소리쳤다.

“알겠다...! 나는 그리... 아니, 평타왕의 의도를 알았어!!”

“...?!”

전투 도중에 농기구를 꺼내 든 의도를 순식간에 파악했다고?

“과연 아레스 님...! 그리... 아니, 평타왕의 의도가 대체 뭡니까?”

감탄하며 질문하는 아레스 군단원들.

그들에게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아레스가 설명했다.

“조롱. 저건 조롱이다.”

“조롱 말입니까?”

“그래. 평타왕은 로렉스에게 말하고 있는 거다. 너 따위, 나는 농기구만으로도 때려잡을 수 있다고!”

“.....설마요.”

아레스 군단원들은 아레스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심했다.

아레스의 해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건 불가능했다.

로렉스가 누군가?

바로 세 번째 기사다.

플레이어의 정보력으로는 로렉스보다 강한 존재를 꼽기 어려울 지경이다. 거의 최종 보스급인 것이다. 그를 그리드가 농기구로 때려잡을 수 있다고?

아무리 그리드가 강하다지만 그건 아닌 듯하다.

모두가 생각하는 그때였다.

촤르르륵- 퍽!

그리드가 휘두른 도리깨가 로렉스의 안면을 강타했고.

“뭣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로렉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을 정도이다.

그와 동시에.

“신속한 몸놀림! 대장장이의 분노!”

여태까지 아껴 왔던 버프 스킬을 전개한 그리드가 도리깨를 다시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으로 스왑, 로렉스를 수차례 가격했다.

평타, 평타, 평타의 연계였다.

한데 그 평타에 얻어맞을 때마다 로렉스의 생명력 게이지가 쑥쑥 떨어졌다.

“.....”

아레스와 아레스 군단원들이 생각하는 걸 멈췄다.

***

[알쏭달쏭 도리깨의 효과로 대상의 받는 피해량을 3배로 만듭니다! 이 효과는 1분 동안 지속됩니다!]

“이 정도면...!”

그리드가 로렉스의 공격력이 낮아지길 바랐던 이유는 오직 하나다.

맞고, 때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역으로 그리드 본인의 공격력이 올라가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로렉스가 받는 피해량이 높아졌다는 말은 즉, 그리드의 공격력이 상승 적용된다는 뜻이 됐다.

“이번엔 아플 거다!”

1분 동안 적용되는 디버프라고는 하나, 상대는 세 번째 기사다. 그리드는 로렉스가 30초 내에 디버프를 저항할 거라고 보았고, 그렇기에 서둘렀다.

신속한 몸놀림으로 민첩성을 상승 시키고, 대장장이의 분노로 공격력과 공격 속도를 또 상승시킨 그.

펑-!

퍼퍼퍼퍼펑!!

꾸준히 상승한 투기의 영향까지 받아서 초당 6회의 평타를 날린다.

‘최고 공속’에 도달한 것이다.

“미친놈...! 이제 보니까 어쌔신이었구나!”

전설적인 어쌔신을 연상하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공격 속도!

로렉스는 종전보다 훨씬 더 빨라진 그리드의 공격에 솔직히 깜짝 놀랐다.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우왕좌왕하지는 않았다.

공격이 더 빨라지면 뭐하는가?

어차피 이놈의 공격은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 얼마든지 맞아줄 수 있....

“커어억!!”

생각하며 도끼를 휘둘러서 반격하던 로렉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괴한의 공격에 옆구리를 찔리는 순간, 상정 범위를 아득히 초월하는 고통을 느낀 탓이었다.

그리드는 웃고 있었다.

[투기가 70을 돌파하였습니다.]

[대상에게 69,1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68,93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70,8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평타’의 위력이다.

대장장이의 분노 효과로 25퍼센트 상승한 그리드의 공격력이 로렉스에게 3배로 적용되면서 발생한 결과였다.

[검은 불꽃이 폭발...]

[크리티컬!]

[칭호 ‘한 방의 한 놈’ 효과....]

[대상에게 489,3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크아아아아아악!!”

여태까지, 그리드가 아무리 맹공을 쏟아부어도 작은 신음이나 흘렸던 로렉스이다.

하지만 이제는 연신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이 그를 엄습했고 그의 생명력 게이지가 빠르게 떨어졌다.

반격하면서 흡혈해 봤자, 손실되는 생명력을 흡혈량이 따라잡지 못했다.

‘갑자기 왜 이렇게 강해진 거지?’

작금의 상황이 농기구 탓에 발생한 결과라고는 상상조차 못하는 로렉스!

그의 등골이 오싹해진다.

‘설마...! 여태까지 힘을 숨겨 왔다고?’

이 괴한 놈의 진짜 실력을 가늠할 수가 없다.

불안감에 휩싸인 로렉스가 적기사단원들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을 거냐!! 어서 나를 도와라!!”

사실, 로렉스는 일대일 승부에 특화된 인물이 아니다. 대형 도끼를 무기로 사용하는 그는 지형을 파괴하고, 다수의 적을 일거에 휩쓰는 계열의 스킬을 보유한 전쟁 특화형 기사였다. 자신과 동등한 실력자와 일대일 승부를 해서는 그에게 너무 불리했다.

“저런 비겁한...! 우리는 평타왕을 돕는다!!”

“예!!”

로렉스가 적기사단을 끌어들이자 아레스가 명령했고, 군단원들이 그 명령에 호응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오지 마요.”

그리드가 아레스 군단원들을 제지했다. 그리고 높이 도약하더니, 로렉스와 그의 곁에 집결한 적기사단원들을 모조리 시야에 담았다.

“십만대군.”

“....?”

“봉쇄검.”

“....!!”

펑-!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수십, 수백 줄기의 투기 폭죽이 하늘과 대지를 적색으로, 자색으로 물들였고, 로렉스와 적기사단원들, 그리고 오아시스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무패왕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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