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542화 (537/1,794)

템빨 33권 - 18화

[멤피스 ‘노에’가 퇴화한 메두사를 해치웠습니다.]

[멤피스 ‘노에’가 퇴화한 메두사를 해치웠습니다.]

[멤피스 ‘노에’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신비 숲의 도플갱어 ‘랜디’가 퇴화한 메두사를 해치웠습니다.]

[신비 숲의 도플갱어 ‘랜디’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템빨골 1이 상태 이상 석화에 걸립니다.]

[지속적인 석화를 체험한 템빨골 1의 석화 내성이 상승합니다.]

[템빨골 2가 상태 이상 석화에 걸립니다.]

[지속적인 석화를 체험한 템빨골 2의 석화 내성이 상승합니다.]

[갓 핸드(4)의 경험치가 0.01퍼센트 올랐습니다.]

‘응? 이거 은근 꿀이다?’

바위 숲.

그리드가 <십만대군 학살검>으로 양념해 놓은 메두사들이 곳곳에서 잿빛으로 산화한다.

그리드가 펫을 소환한 이유는 단지 자기 목숨을 부지하려는 의도였지만, 어쩌다 보니 펫들에게 경험치를 몰아주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거의 다 죽어 가고 있던 메두사들이라 그런지 노에와 랜디가 비교적 쉽게 잡는군.’

반면 아직 50레벨조차 안 된 템빨골들은 메두사에게 막타를 날리지 못했다. 경험치를 조금도 못 얻었다. 하지만 특유의 학습 능력으로 석화 저항력을 빠르게 올려갔다.

처음에는 메두사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무조건 석화에 걸리던 녀석들이, 10분이 지난 지금은 10번 눈을 마주치면 1번쯤은 저항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투기가 10으로 회복됩니다.]

[능력치가 정상 수치로 회복됩니다.]

마침 그리드가 안고 있던 페널티가 끝났다.

10분 동안 0으로 고정되어 있던 투기가 자연히 10까지 회복됐고 절반으로 하락했던 능력치도 복구됐다.

“좋아. 본격적으로 애들을 챙겨 볼까?”

펫의 발전은 그리드의 발전으로 직결되는 바, 들뜬 그리드가 벗어 던졌던 말락서스의 망토를 다시 입었다.

풀풀 풍기는 피 냄새가 새로운 메두사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개떼처럼 몰려오는 메두사를 확인한 랜디가 울먹거렸다.

“랜디 힘들어. 무서워.”

***

[투기가 최대치가 되었습니다.]

[근력, 체력, 민첩성이 총 50퍼센트 상승합니다.]

“파그마의 검무! 초(超)!”

퍼펑!

퍼퍼퍼퍼퍼펑!!

투기로 인한 능력치 상승은 그리드의 저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렸다.

초(超)의 효과로 원거리 공격으로 전환 된 그리드의 평타가 초당 4회씩 방출되자 메두사들은 이를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바위 숲에 도착하고 2시간.

이제 그리드는 투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었다.

‘십만대적검은 웬만해서 봉인해 두는 편이 좋겠어.’

십만대적검을 사용해서 투기를 손실하는 것보다는, 투기를 최대치로 유지한 채 파그마의 검무를 사용하는 편이 데미지 기댓값이 훨씬 높았다.

‘물론 십만대적검 고유의 강점이 있으니까 때때로 의존하게 되겠지만.’

그리드는 십만대적검의 투기 소모량이 무척 아쉬웠다.

‘아무리 그래도 50은 너무 크지.’

최초에는 <부조리의 반지>에 의존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았다.

하지만 부조리의 반지가 소모량을 줄여 주는 ‘모든 자원’에 투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부조리의 반지를 착용한 채 십만대적검을 사용해도 마나 소모량만 줄어들 뿐이었다.

‘투기가 특수 자원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드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악마력이라는 특수 스탯을 이미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특정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할 경우 발생하는 ‘모든 스탯 상승’효과 또한 특수 스탯인 악마력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었으니까.

‘결국, 십만대적검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검기를 얻어야한다는 말이 되는군.’

처음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그리드는 검기의 필요성을 느꼈다.

‘대단위 스킬 타격으로도 투기를 축적할 수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았을 텐데.’

투기는 단일 공격으로만 축적됐다. 범위 공격으로 여러 명의 대상을 한꺼번에 공격할 경우에는 투기가 축적되지 않았다. 투기를 너무 쉽게 다루면 사기성이 짙어지기 때문에 존재하는 제약인 듯했다.

쩝, 입맛을 다신 그리드가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을 인벤토리로 돌려 넣었다.

투기 최대치 모드의 그가 메두사를 사냥하는 속도, 메두사의 리젠 속도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던 까닭에 바위 숲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

안전지대로 이동한 그리드가 꺼내 든 것은 마드라의 일기장이었다.

투기를 축적하여 십만대적검 스킬들이 활성화된 상태.

‘지금이라면 일기장의 뒷 내용을 체험할 수 있겠지.’

판단한 그리드가 일기장을 넘기는 순간.

번쩍!

그리드의 시야가 점멸하였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앞에는 파그마가 서 있었다.

***

““시시하도다...! 괘씸하도다! 감히 그딴 이유로 짐을 능멸하다니!! 네놈은 백번 죽어 마땅하다!!””

명예의 전당을 지키랍시고 짐을 언데드로 부활시켰다고?

짐의 의사와는 관계도 없이?

용납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

““십만대군 학살검!””

츠칵-!

츠카카카카카카칵!!

검을 뽑아 파그마를 벤다.

탐욕스러운 제국군을 십만도 더 넘게 베었던 짐의 검이다.

하지만.

““....!””

파그마는 벨 수 없었다.

몸이 통제되질 않는다.

짐의 몸이 그를 베기를 거부한다. 재차 검을 휘둘러 보지만, 짐의 의지와 달리 짐의 검 끝은 파그마를 피해갔다.

파그마가 무심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제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당신을 부활시켰을 리 없잖습니까. 저는 당신의 주인. 당신은 저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

상기한다.

지금의 짐은 데스나이트에 불과하다.

의지와 상관없이, 이 역겨운 본능은 파그마를 따르라고 외치고 있다.

“대악마의 침공으로부터 이곳을 지키소서. 그것이 당신의 사명입니다.”

그걸로 끝이었다.

파그마는 떠났고, 짐은 홀로 남았다.

영원한 고독의 시작이다.

***

“후우....”

일기장의 내용이 끝남과 동시에 정신을 차린 그리드가 식은땀을 닦아 냈다.

그가 마드라가 돼서 느낀 심적 고통은 무척 컸다.

극도의 혼란과 분노에 이어지는 것은 허무라니.

무한한 상실감에 지배당한다.

‘더 이상 읽기 싫다.’

그리드는 두려웠다.

마드라가 홀로 섬에 갇힌 채 느끼게 될 고독을 체험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야 어쨌든, 그리드는 결국 일기의 세 번째 장을 펼쳤다.

이 일기장은 마드라의 호의였으니까.

그리드는 확인해야 할 의무를 느꼈다.

***

셋째 장.

눈 뜨고 며칠이 지났는지 세어 보는 것은 관뒀다.

잠들지 못하는 언데드의 육신으로는 하루라는 개념에 차차 무뎌질 수밖에 없다.

““.....””

아무 것도 없는 작은 섬.

며칠인지, 몇 년인지 모를 세월 동안 홀로 있으면서 느끼는 것은 고통뿐이다.

고독 속에 짐이 누구인지조차 잊어 간다.

눈을 감을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을 멈출 수 있다면 좋겠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길 바란다.

***

“지옥....”

생전의 기억을 지닌 채 언데드로 강제 부활한 이후, 마드라는 족히 수십 년을 홀로 존재했다. 그를 가둔 영원이라는 이름의 감옥은 지옥처럼 끔찍한 것이었다.

넷째 장도, 다섯째 장도, 여섯째 장도.

마드라는 고독만을 체험했다.

그리드는 그에게 깊은 동정심을 느꼈다. 파그마의 행동이 세상의 평화를 위하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파그마를 원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곱째 장에서 사건이 터졌다.

드디어 대악마가 등장한 것이다!

***

일곱째 장.

“여기가 마지막 섬이로구나.”

놈은 스스로를 제10위 대악마라고 밝혔다.

“내 이름은 레라지에. 지옥을 지배하는 33군주 중에서도 으뜸에 속하지.”

레라지에는 깊이 눌러쓴 모자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새빨간 입술이 시선을 끈다.

“나는 무력과 지략을 겸비한 훌륭한 군주이다. 그 증거로 이곳 66번 섬까지 쉽게 돌파하였지. 후훗.”

““.....””

타인과 만나는 것은 실로 오래간만이다.

어렴풋이 가늠해 보건데 족히 수십 년만은 아닐까.

하지만 기쁘지 않도다.

하찮은 주제에 자아도취에 빠진 악마를 딱히 상종하고 싶을 리 없다.

레라지에는 등장 이후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나의 특기는 투쟁. 누구와 무엇을 겨루든지 승리하려는 습성을 지녔으며 반드시 승리하는 패왕이다. 그 증거로 앞에 섬을 지키고 있던 전대 전설들도 손쉽게 해치웠지. 악마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는 데빌 슬레이어 알렉스? 놈조차도 나의 상대는 되지 못하였다. 후후훗.”

““.....””

“흐음.... 자아조차 없는 데스나이트 따위와 대화를 시도한다는 건 무리였나. 재미없군. 하지만 기대는 된다. 네놈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보아하니, 네놈은 필시 검성 뮐러이겠지. 살아생전에 헬가오를 비롯한 대악마들을 여럿 봉인하였다면서? 그 명성을 익히 들었고 늘 만나고 싶었다. 내가 헬가오보다 뛰어남을 증명할 기회로 삼겠다.”

““짐은 뮐러가 아니다.””

감히 짐을 누구로 착각하는가.

입을 열자, 레라지에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호오, 데스나이트가 말을 해? 그래, 네놈이 뮐러가 아니라면 누구지? 생전에 너는 무엇이라 불리었느냐?”

“마드라. 짐은 루반나의 왕이었도다.”

“마드라...? 몇 번 들어 본 것은 같다. 실망이군. 마지막 섬에서만큼은 뮐러를 만나지 않을까 기대하였는데... 최후의 전투 또한 시시하겠어.”

““.....””

허무가 강해진다.

파그마, 네놈은 고작 이까짓 놈들이 두려워서 짐을 부활시킨 것이더냐?

““이십만대군 분쇄검.””

“....!”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두 번째 삶.

짐은 아무런 의욕도 없었고, 섬에 홀로 갇힌 이후 단 한 차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제자리에 선 채 하늘만을 보았다.

하지만 짐의 실력은 녹슬지 않도다.

오만으로 점철 되어있던 레라지에의 눈빛에 공포가 깃드노라.

***

[현재 당신의 능력으로는 마드라의 검술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하여 일기장의 일곱째 장을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일기장의 일곱째 장을 마저 읽기 위해서는 마드라의 검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술 교본:이십만대적검>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십만대적검을 습득할 때까지 데스나이트 마드라의 일기장이 봉인됩니다.]

<검술 교본:이십만대적검>

등급:레전드리

마드라의 기초 검술이 기록 된 교본입니다. 단, 마드라가 데스나이트가 된 이후에 사용한 검술을 기록한 교본이므로 원본에 비하면 내용이 미약합니다.

<이십만대군 분쇄검(열화판)> 단 1개의 검술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습득 조건:마드라의 인정을 받은 자. 레벨 399 이상.

“역시 마드라는 뮐러급의 전설이었어.”

브라함의 평가를 들었을 때부터 쉽게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생전의 마드라는 활동 지역이 루반나로 한정되어 있던 까닭에 다른 전설들과 비교해서 명성이 낮았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였으리라.

란스티어, 알렉스, 크루제, 기스, 포비아 등의 전설들을 해치우고 마지막 섬까지 도달한 제10위 대악마 레라지에가 마드라의 일검을 목도하는 순간 공포심을 품었다는 걸 보면 확실하다.

“근데... 십만대적검에 이어서 이십만대적검의 검술 교본까지 얻게 될 줄이야...”

이대로 가다가는 백만대적검까지 익히게 되는 게 아닐까?

흥분해서 콧김을 내뿜던 그리드가 검술 교본의 레벨 제한을 확인하고 좌절했다.

“399레벨... 이 일기 어느 세월에 다 읽냐.”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때로는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콘텐츠도 있는 법이다.

‘우선 라인하르트로 귀환하자.’

일기장을 인벤토리에 고이 챙겨 넣은 그리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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