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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535화 (530/1,794)

템빨 33권 - 11화

“영웅왕이라...!”

이름부터 멋진 칭호!

살아있는 신화라는 표현을 보면, <최초의 왕>과 마찬가지로 유일한 칭호일 가능성이 높았다.

‘피똥 싸는 고생을 해가면서 번헨 열도를 정화한 보람이 있군!’

고생한 만큼의 보답을 얻는 것, 당연한 권리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당장 주변에 있는 직장인들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회사를 위해서 뭣 빠지게 일하는 반면 회사는 그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합리의 노예였다.

반면 Satisfy 플레이어들은 어떤가?

열심히 렙업하면 렙업하는만큼,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클리어하는만큼 합당한 보상을 얻고 꾸준한 발전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한 대표주자가 바로 그리드였고.

“.....”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붉은 투기에 휩싸인 그리드.

감회에 젖은 그가 영웅왕의 칭호를 상세히 파악했다.

‘표면적으로는 최초의 왕보다 효과가 무척 미미해.’

유니크 등급 이상 클래스 전직자에게 추가 데미지, 대악마, 대천사, 드래곤, 신족 등에게 추가 데미지와 받는 데미지 경감.

나열 된 존재들이 워낙 대단한 바람에 좀 특별해 보인다만, 실질적으로 따지면 결국 조건부 효과를 발휘하는 칭호에 불과하다. 평상시에는 <투기>라는 자원 외에 득으로 작용하는 기능이 전무했다.

‘반면 최초의 왕은 늘 큰 힘이 되지.’

영웅왕.

과연, 이 칭호를 최초의 왕과 동급으로 해석해도 좋을까?

‘당연히 그렇겠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확신하고 떨떠름한 마음을 털어낸 그리드가 <투기>의 상세 정보를 불러왔다.

<투기>

영웅왕만의 특별한 자원입니다.

...

..

투기가 1 상승할 때마다 근력, 체력, 민첩성이 0.5퍼센트씩 상승합니다.

“...역시 개쩌네.”

투기는 평소 10으로 유지되며 전투 중 최대 100까지 상승한다고 한다.

말인 즉, 앞으로 그리드는 근력, 체력, 민첩성을 늘 5퍼센트 상승적용 받으며, 경우에 따라서 최대 50퍼센트까지 상승적용 받게 된단 뜻이다.

‘이건 거의 미친 거지.’

특히 스탯이 높은 그리드에게 유리한 자원이다.

그리드의 3,500 근력 스탯이 50퍼센트 상승하면?

5,250이 된다.

앞으로 그리드가 200레벨 이상을 올리고, 레벨을 올릴 때마다 모든 스탯을 근력에 투자할 경우에나 얻을 수 있는 수치인 것이다.

‘투기가 10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발생한다는 페널티가 마음에 걸리긴 하다만.’

평상시 10으로 유지되는 투기이다. 어지간히 엿 같은 상황이 아닌 이상 10 미만으로 떨어질 일은 없을 거라는 게 그리드의 판단이었다.

“끅끅끅...!”

영웅왕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전율한 그리드가 결국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는 번헨 열도 공략 보상이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아직 내게는 석상 버프와 마드라의 일기장이 남았다!’

명예의 전당 중앙에 세워진 그리드의 석상!

앞으로 그리드는 이를 토대로 버프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버프의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들뜬 그리드가 당장 자신의 석상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석상이 실물과 완전히 똑같이 조각되어있는 까닭이었다.

“....거참 슬프게도 못생겼네.”

이 못난 얼굴을 명예의 전당 중앙에 떡하니 장식하고 있어야한다고? 이거 완전히 수치플레이 아니냐?

Satisfy의 20억 플레이어와 그 배는 족히 넘을 NPC들이 내 석상을 볼 때마다 비웃을 거라 생각하면 벌써부터 치욕적이다.

귀까지 붉힌 채 좌절하는 그리드였고, 그를 지켜보는 스틱세이와 브라함은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리드의 외모는 인간치고 제법 준수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으나, 첫사랑 아영이 사건 이후 외모적, 이성적으로 자존감이 바닥난 그리드는 스스로를 여전히 못났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니 슬픈 노릇이다.

“하.... 이거 어떻게 해야 버프를 얻을 수 있는 거지?”

깊은 한숨을 내쉰 그리드가 자신의 석상 위로 손을 얹는 순간이었다.

띠링~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그리드의 석상 상세정보가 떠올랐다.

<영웅왕 그리드의 석상>Lv.1

데스나이트로 전락한 전대 전설들에게 안식을 선사하고 번헨 열도를 정화한 영웅 중의 영웅,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의 위업을 기리는 석상입니다.

석상에 경의를 표할 경우 손재주 스탯이 5퍼센트 상승하고 아이템 제작 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할 확률이 소폭 상승합니다. 또한, 검무계열 공격 스킬의 시전 속도가 2퍼센트 오릅니다.

*플레이어, 혹은 NPC가 석상에 경의를 표할 때마다 <석상 경배율>이 1 상승합니다.

*<석상 경배율>이 5,000만이 넘을 때마다 석상의 레벨이 1 상승하고 버프 효과도 상승합니다. 때때로 새로운 버프 효과가 개방되기도 합니다. 석상의 최대 레벨은 15입니다.

*경의는 3일에 한 번만 표할 수 있으며, 석상 버프의 지속 시간은 이틀입니다. 또한 석상 버프는 중복되지 않습니다.

*석상의 주인공 <그리드>는 자신의 석상 경배율이 1,000이 될 때마다 열흘 동안의 석상 버프를 획득합니다.

현재 석상 경배율:0

“...헐.”

손재주 스탯이 5퍼센트, 검무 스킬 전개 속도가 2퍼센트 오르는 것으로 모자라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할 확률이 소폭 상승한다니?

그리드의 입장에서는 무척 유용한 버프였다. 특히 석상 경배율이 1,000이 될 때마다 열흘의 석상 버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리드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거 어쩌면?’

Satisfy의 유저 숫자가 20억 명이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나는 무한 석상 버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

두근두근!

그리드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석상이 단지 상징성만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상상 이상으로 이롭게 작용한단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는 미치도록 기뻤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해야할 부분이 있었다.

“스틱세이, 사람들이 이곳 명예의 전당까지 쉽게 올 수 있나?”

기껏 석상이 생겼으면 뭐하나?

오기 힘들어서 플레이어의 발길이 뜸하다면 무용지물이 아닌가.

염려하는 그리드에게 스틱세이가 웃어보였다.

“쉽게 올 수 있습니다. 본래 번헨 열도의 출입구는 대륙 곳곳에 산재해 있거든요. 오염되었을 때는 위험성을 고려하여 봉인해놨었으나, 이제는 당신 덕분에 그럴 필요가 사라졌지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 명예의 전당을 방문하게 될 것입니다.”

“오오...!”

석상 경배율이 빠르게 오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기뻐하던 그리드가 문득 이질감에 휩싸였다.

“가만....”

‘석상 버프는 중복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거슬린다.

눈살을 찌푸린 그리드가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른 전설들의 석상 앞으로 다가섰다.

<검성 뮐러의 석상>Lv.1

다수의 상위급 대악마를 봉인하고 세상을 구원하였던 역대 최강의 검성, 뮐러의 위업을 기리는 석상입니다.

석상에 경의를 표할 경우 근력 스탯이 7퍼센트 상승하며 검술 스킬의 위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플레이어, 혹은 NPC가 석상에 경의를 표할 때마다 <석상 경배율>이 1 상승합니다.

*<석상 경배율>이 5,000만이 넘을 때마다 석상의 레벨이 1 상승하고 버프 효과도 상승합니다. 석상의 최대 레벨은 10입니다.

*경의는 3일에 한 번만 표할 수 있으며, 석상 버프의 지속 시간은 이틀입니다. 또한 석상 버프는 중복되지 않습니다.

현재 석상 경배율:0

“.....”

<대장장이 파그마의 석상>

인류를 위해서 제1위 대악마 바알과 계약하는 등 고군분투하였던 전설의 대장장이 파그마의 위업을 기리는 석상입니다.

석상에 경의를 표할 경우 손재주 스탯이 7퍼센트 상승하고 아이템 제작 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할 확률이 소폭 상승합니다. 또한, 검무계열 공격 스킬의 시전 속도가 2퍼센트 상승하며 언데드 소환 스킬의 마나 소모량이 3퍼센트 하락합니다.

*플레이어, 혹은 NPC가 석상에 경의를 표할 때마다 <석상 경배율>이 1 상승....

....

...

현재 석상 경배율:0

“아니, 염병!”

다른 전설 석상들의 버프를 일일이 확인한 그리드가 결국 욕설을 뱉었다.

자신의 석상 버프가 가장 구더기 같았으니 욕 안 하면 현자다.

“이러면 내 석상 버프는 아무도 사용 안 할 거 아니야?”

무한 석상 버프는 개뿔!

참담하게도, 그리드의 석상은 단지 상징성만을 보유했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석상 경배율이 평생 0으로 유지 될 것만 같았다.

“와, 진짜 XX... 눈물 나려고 그래... 여기 오는 사람들마다 내 석상 보고 비웃을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못 생긴 석상이 쓸모도 없다면서?”

세상에 역시 신은 없다.

깨닫고 좌절하는 그리드였다.

이때 그는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곁에는 신보다 더 유용한 인재, 라우엘이 붙어있다는 사실 말이다.

***

“이제 좀 진정되셨습니까?”

석상 버프를 확인한 이후, 그리드는 몇 분 동안이나 넋이 나가있었다.

명예의 전당 중앙에 세워진 자신의 못생긴 석상, 끽해야 쓸모없는 버프나 주는 그것이 앞으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자 멘탈이 처참하게 무너진 상태였다.

명예의 전당에 석상이 세워져서 자랑스럽기는 개뿔, 솔직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리드는 비교적 빠르게 멘탈을 수복했다. 넋 놓고 있기에는 그가 짊어지고 있는 책임의 무게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응... 멍하니 있을 시간에 어서 나라로 돌아가야지.”

템빨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국의 압박을 받는 중이다. 왕인 그리드가 언제까지고 자리를 비울 순 없었다.

‘마드라의 일기장은 왕궁으로 돌아가서 확인하자...’

일기장조차도 ‘알고 보니 쓰레기’였다는 전개가 발생할 경우, 그리드는 정신적 충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우선 나라로 돌아가서 마음부터 진정시키고 싶었다.

“돌아가자.”

스틱세이에게 눈짓하는 그리드.

그에게 스틱세이가 종용했다.

“그 전에 계승의 장부터 들려보시지요.”

“계승의 장?”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본래 번헨 열도는 전설의 위업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임과 동시에 전대 전설과 당대 전설을 잇는 계승의 장이었다고요.”

“아....!”

계승이라는 단어의 뜻을 상기한 그리드가 다시금 기대감을 품었다.

“전대 전설의 대장장이 파그마가 남긴 특정 유산을 내가 이어받게 되는 건가?”

“그렇죠.”

“좋아, 당장 가보자.”

***

계승의 장은 65번째 섬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은 당대 전설 외에 출입이 불가능한 곳입니다.”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계승의 장.

마치 신전처럼 고상한 건물이 총 9개 세워진 그곳 중앙에 그리드와 스틱세이가 나란히 섰다.

그들은 당연히 <전설의 대장장이의 계승의 장>부터 찾았다.

9개의 건물 중, 망치와 모루가 입구 상단에 각인 된 건물이 바로 그곳이었다.

‘후대를 위해서 당신이 남긴 것은 뭐지?’

질문해보며, 그리드가 건물에 입장하는 순간이었다.

[<파그마의 후예>의 자격으로 <전설의 대장장이의 계승의 장>에 입장하셨습니다.]

[환영합니다! <파그마의 기서(2)>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대한 건물 내부.

수십 개의 기둥이 일자로 늘어선 그곳 끝에 한 권의 책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 옛날 그리드가 북쪽 끝의 동굴에서 얻었던 <파그마의 기서>와 비슷하게 생긴 고서였다.

“꿀꺽...!”

과연, 이 기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긴장감에 사로잡힌 그리드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되도록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었다.

‘전설 직업을 얻으면 무조건 입장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 계승의 장이다.’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기서가 특별할 리 없다. 아주 사소한 스킬 북일 것이다. 그러니까 크게 기대했다가 실망하지 말자.

그렇게 몇 번이나 생각한 끝에, 그리드가 파그마의 기서를 잡아 펼침과 동시였다.

[<파그마의 후예>의 히든 피스 <자아 부여>를 획득하였습니다.]

<자아 부여>

대상 아이템에게 자아를 부여합니다.

자아를 지닌 아이템은 에고 아이템으로 분류되며,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레벨이 하나 오를 때마다 <자아 부여> 횟수가 하나 늘어납니다.

현재 자아 부여 가능 횟수:8/8

“에고 아이템....!!”

이 기술은 드워프 대장장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나?

새로운 능력을 얻은 그리드의 몸이 감격에 떨렸다.

석상 버프를 확인하고 얻은 충격과 상실감은 이미 진즉에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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