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33권 - 8화
펑-!
퍼퍼퍼퍼퍼퍼펑!!
그리드가 마드라에게 타격을 입힐 때마다 발생하는 폭음이다.
매 공격 시 확률적으로 불꽃을 방출하고, 붉은 벼락을 소환하며, 검은 불꽃을 폭발시키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은 효과음부터가 강렬했다. 일반적인 무기의 타격음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위력이야 두말할 나위 없고!
““으음...!””
마드라.
패배를 몰랐기에 무패왕이라 칭송 받았고, 종국에는 전설로써 추앙 받았던 인물.
살아서도, 죽어서도 절대적인 존재였던 그에게 있어서 그리드가 선사하는 무력감은 생소한 것이었다.
황금의 손이 휘두르는 망치에 얻어맞을 때마다 움찔움찔 경직되는 그, 제어되지 않는 몸에 당황하더니 급기야 감탄하고 웃는다.
““큭...! 크크큭! 그런가! 이것이 바로 범인의 싸움인가!!””
전설적인 인물들은 ‘물리력으로 발생하는 상태이상’과 ‘저항을 무시하는 상태이상’을 제외한 모든 상태이상에 저항한다.
그래, 엄밀히 말해서 완벽하진 못한 것이다.
하지만 마드라는 달랐다.
패배를 모르기 위해서는 변수를 봉쇄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 바, 마드라는 전설 중에서도 독보적인 ‘완벽한 상태이상 저항’ 능력을 갖췄다.
검성 뮐러가 보유했던 궁극의 초감각보다 안전성 면에서는 훨씬 더 뛰어난 권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생전의 이야기다.
데스나이트로 부활한 마드라는 생전에 지녔던 능력 대부분을 소실한 상태였다.
그가 묠니르의 경직 효과에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다.
““짐이....! 이 무패왕 마드라가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다니! 참으로 생소하고 즐거운 경험이로구나!!””
‘뭐야, 이 당당함은?’
퍼억-!
퍽퍽퍽!!
4개의 갓 핸드가 마드라의 두개골을 계속 강타하는 중이다. 4자루 묠니르의 순차적인 공격이 그를 무한 경직에 빠뜨렸다.
누가 봐도 승패는 정해졌다.
마드라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못한 채, 무력하게 얻어맞다가 그대로 소멸할 운명으로밖에 안 보였다.
한데 웃음까지 터뜨리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아그너스과인가...?’
한 마디로 미친놈.
그리드가 생각해봤지만 오해다.
몇 번이고 강조하는 사실이지만, 마드라는 패배를 모른다. 무패여야했던 그는 전투에 한해서 냉정하고 철두철미했다. 그가 웃는다는 것은, 작금의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는 반증일 뿐이다.
쩍-!
쩌저저적!!
한편,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이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폭발과 묠니르의 집중 공격이 마드라의 두개골에 균열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좋아. 이대로 계속 몰아붙이자.’
마드라의 생명력 게이지가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음을 확인한 그리드가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이미 무한 경직이 전개 된 이상, 그리드는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펑-!
퍼퍼퍼퍼퍼펑!!
1분여가 더 지나고 검은 불꽃이 몇 차례나 더 폭발한 이후, 생명력 게이지가 30퍼센트까지 떨어진 마드라의 두개골이 부셔져나갔다.
우선 오른쪽 이마 뼈가 완전히 박살났다.
순간.
““이때를 기다렸노라!””
“....!”
마드라가 무한 경직으로부터 벗어났다.
원리는 간단했다.
마드라의 오른쪽 이마 뼈가 박살나는 순간, 그 지점을 계속해서 후려치고 있던 갓 핸드(3)의 타격 타이밍이 아주 조금 늦어진 까닭이다.
왜?
수백 회 반복해서 때리던 표적의 모양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
다른 갓 핸드들의 행동 양식에 맞춰서 0.6초 간격으로 마드라의 이마를 가격하던 갓 핸드(3).
마드라의 이마 뼈가 부셔지면서 타격 지점을 잃게 되자 새로운 판단을 내리기까지 찰나의 혼선을 빚었다.
그 탓에 경직과 경직 사이에 0.2초 이내의 간극이 발생했고, 이는 마드라가 기다린 타이밍이었다.
마드라는 본인의 신체 내구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이미 작금의 상황을 예견하고 있던 것이다.
푸욱-!
눈 한 번 깜빡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
마드라가 갓 핸드의 포위망을 뚫고 내지른 검이 그리드의 심장에 정확히 꽂힌다.
[크리티컬!]
[26,13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티라멧의 허리띠>의 경험치가 0.12퍼센트 올랐습니다.]
“칫....!”
전면전은 답이 없다. 다시 경직에 빠뜨려야한다.
그리드는 당황하면서도 빠르게 판단했고, 이미 갓 핸드들은 다시금 마드라를 포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질없다.
퍼어어어어어어엉-!!
그리드의 심장에 꽂힌 마드라의 검이 폭발을 일으켰다.
마드라를 중심으로 반경 수백 미터 범위를 날려버리는 <이십만대군 몰살검>의 발현이었다.
“....끄극!”
비명조차 토하지 못하고 폭발에 휩쓸린 그리드의 시야가 마구 흔들리며 붉게 점멸한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갓 핸드가 경직에 걸립니다.]
[<티라멧의 허리띠>의 경험치가 1퍼센트 올랐습니다!!]
[전설이 된 자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체력이 최소치가 되어 5초 동안 모든 공격에 저항합니다.]
‘무슨...!’
마드라를 무한 경직에 빠뜨린 채 맹공을 퍼붓는 과정에서 그리드는 생명력 최대치를 유지해놓고 있었다. 탱커 100위권 랭커들의 생명력과 비견해도 좋을 9만가량의 생명력이 충만한 상태였다.
한데 단 2격에 모조리 소실하고 불사 패시브가 발동한 것이다.
삼겹갑 세트를 무장하여 극강의 방어력을 보유한 그리드가 말이다.
‘평타랑 즉발 광역기 따위가 이런 위력이라니...!’
사기다.
이건 진짜 개사기다!
‘다른 데스나이트들은 기본 스킬밖에 쓰지 못하는데 이 괴물만 혼자서 뭐냐고!’
그리드는 이십만대군 몰살검을 마드라의 궁극기라고 생각했다.
즉발 광역기 주제에 범위가 수백 미터에 달하고 위력까지 최강이었으니 당연히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데스나이트가 돼서도 궁극기를 쓰다니, 불공평하다.
혼란스러워하는 그리드의 귓가로 브라함의 음성이 들려왔다.
-기본 스킬 맞다. 마드라의 진가는 최소 오십만대적검부터 드러나니까.
‘뭐? 최소?’
-마드라를 상징하는 힘은 백만대적검이다. 지금의 마드라는 약해.... 고작 이십만대적검이 한계라니, 정말이지 터무니없이 약하다. 저건 마드라라고 볼 수 없어.
“.....”
못 들은 거로 하자.
브라함의 음성을 애써 무시한 그리드.
‘5초 내에 승부를 봐야 돼.’
판단을 내린 그가 <흑화>를 전개, 5초 내에 모든 공격을 퍼붓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각오만으로 가능한 일이 있던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어림없도다.””
퍼억-!
그리드에게 꽂았던 검을 회수하며 회전, 발차기를 날린 마드라가 그대로 그리드로부터 멀찍이 떨어졌다.
그 또한 전설이었던 몸.
불사상태에 돌입한 전설의 저력을 모를 리 없다.
““그대는 짐에게 접근할 수 없느니라.””
“야....! 이 비겁한 얍삽이가!!”
마드라는 중저음의 음성으로 위엄이 넘치는 말투를 사용했다.
하지만 행동은 말투와 상반 됐다. 그리드가 불사에 빠진 동안 절대로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이미 전력으로 질주하여 그리드로부터 도주하고 있었다.
사전에 종횡무진을 소실한 그리드가 순보를 사용하는 마드라를 따라잡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거기 서! 아오...! 거기 서라고!!”
““하하하! 잡을 수 있다면 잡아보아라!!””
“에잇! 잡으면 죽인다!!”
-.....
그리드가 불사 상태에 돌입하고 4초.
나란히 평야를 달리면서 ‘나 잡아 봐라’를 시전하는 마드라와 그를 쫓는 그리드.
얼핏 보면 마치 오래 된 연인 같다.
다 늙은 해골바가지와 젊은 유부남의 뜨거운 불륜 현장이랄까!
-....뭣들 하는 거냐.
불쾌감에 사로잡힌 브라함이 치를 떠는 그때였다.
““시간이 되었군.””
터엉-!
그리드의 불사 지속 시간이 끝나기 직전, 도망만 다니던 마드라가 노선을 변경하여 그리드에게 몸을 날렸다. 그는 그리드의 불사가 끝나자마자 검으로 찔러 싸움을 끝낼 의도였다.
불사 패시브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판단을 내릴 터였다.
그렇기에 그리드가 예측하기도 쉬웠다.
극상의 생명력 물약을 복용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도란의 반지>를 착용한 그가 미리 준비해두었던 검무를 발현했다.
당연히 회(回)다.
대상의 공격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최강의 반격기 말이다.
한데.
쩌어엉-!!
“....!”
회(回)로 마드라의 공격을 반격하는 그리드의 두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마드라가 자신을 ‘평타’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말인 즉, 그리드가 준비해놓았던 회심의 회(回)는 고작 평타만을 반격하고 소멸했단 뜻이다.
““하하하! 가소롭도다!!””
‘알고 있었나...!’
과연, 파그마와 인연이 있는 마드라답게 그는 회(回)의 검무를 알고 있는 듯했다. 하여 그리드가 지금 이 타이밍에 회(回)로 반격하리란 사실을 예측한 것으로 보였다.
슈우욱-!
사람을 죽일 기세로 달려와서는 고작 평타를 날릴 줄이야, 당황하는 그리드의 목덜미로 마드라의 십만대적검이 쇄도한다.
“그리드 님...!”
65번째 섬.
수정구로 전투를 지켜보는 스틱세이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죽어서도 끝을 알 수 없는 마드라의 저력에 경악한 그는 번헨 열도의 정화를 포기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리드는 달랐다.
씨익!
자신의 목덜미로 꽂혀오는 마드라의 공격을 시선으로 쫓는 그리드의 입가로 미소가 번져나갔고, 마드라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회(回).”
““....뭣이!””
방금 무력화시킨 검술을 연달아 또 사용하다니?
쿠오오오오오!!
십만대군 필멸검.
본래는 그리드에게 죽음을 선사해야했던 공격이 고스란히 마드라에게 되돌아간다.
그리고.
퍼어엉-!!
꽂힌다.
[대상에게 1,435,9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크음...!””
폭발에 휩쓸려 격동하는 대지.
그 위에 흔들리는 무패왕의 신형...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무패왕 마드라가 같은 날, 같은 상대에게 2번이나 연달아 위기에 빠지는 모습을!
“단언컨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겠지. 안 그래?”
최강의 3대 공격 패시브 신장(神將) 덕분에 연속적인 회(回)의 전개가 가능했던 그리드.
순전히 행운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솔직히 십년감수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도리어 위엄이 넘치는 표정으로 태연한 척 말했다.
“나 한 명을 제외하곤 말이야. 말 했잖아? 무패의 칭호를 벗겨주겠다고.”
““허...!””
“파그마의 검무!”
““삼십만...!””
초연(超聯)의 춤사위를 펼치기 시작하는 그리드와, 간신히 신형을 수습하고 이에 대적하려는 마드라.
안타깝게도 두 사람에게는 신체적 차이가 있었다.
데스나이트 마드라.
오로지 골격으로만 구성 된 그의 나약한 육신은 이미 진즉에 한계를 맞이한 상태였다.
““대군....!””
쩍!
““압살....!””
쩌저적!!
““...검!””
파아아아아아앙-!!
대상의 스킬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화력을 보유한 삼십만대적검.
마드라는 위기를 감지하여 발현한 것이었으나 이것이 도리어 화근이 되었다.
이미 곳곳이 파괴되고 균열이 발생해있던 마드라의 육신은 더 이상 강한 힘을 견디지 못했다.
삼십만대적검의 검기가 휘몰아치자 검을 쥐고 있는 마드라의 왼팔이 어깨까지 통째로 박살이 났고, 갈비뼈와 다리뼈도 주저앉았다.
털썩!
소멸하는 검기.
주저앉는 마드라.
더 이상 웃지 못한다.
하지만 딱히 원통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눈앞으로 직면해오고 있는 그리드의 검기를 겸허한 태도로 받아들였다.
수백 년 동안 지켜온 무패의 칭호를 허무히 잃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집착하는 기색이 없다.
이미 마드라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강제적인 힘에 데스나이트로 부활한 이후, 그는 100년 이상 이곳 66번 섬에 갇힌 채 고독을 맛봐왔다.
왕으로써의 체통이 있는지라 겉으로 내색할 수도,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진즉에 피폐해져있었다.
안식을 갈망해온 것이다.
““...템빨왕이여, 새 시대의 전설이여. 짐의 최후를 즐겁게 장식해주어 고맙구나. 보답을 주마.””
“.....마드라!”
짧은 감사와 작별.
마드라의 음성이 그리드의 귓전에 들려옴과 동시에.
펑-!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이미 그리드의 손을 떠난 초연(超聯)의 검기가 마드라를 덮쳤다.
[대상에게 21,56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엘핀스톤의 반지> 효과로 2,587의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엘핀스톤의 반지>의 경험치가 0.2퍼센트 상승하였습니다.]
[대상에게 24,01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26,500의 피해를...]
[대상에게 29,100의 피해를...]
....
...
[크리티컬!]
[....옵션 효과로 검은 불꽃이 폭발...]
[붉은 벼락이 소환....]
[크리티컬!]
....
...
..
.
[위대한 영웅, 템빨왕 그리드가 전대의 영웅들에게 안식을 선사하고 번헨 열도의 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 될 것입니다.]
월드 메시지가 떠오른다.
“.....”
그리드의 표정은 씁쓸했다.
마드라가 최후에 보여준 태도는, 은근히 정 많은 그리드의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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