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33권 - 7화
펑-!
퍼퍼퍼퍼퍼퍼펑!!
십만대군 학살검.
이름부터 터무니없는 스킬답게 위력이 남달랐다.
마드라가 휘두르는 검격의 범위는 그리드뿐만 아니라 그리드 반경 100미터가량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광활한 평지에 족히 수천 가닥의 검흔을 아로새겼다.
광역기인 것이다.
[10,9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1,31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0,87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티라멧의 허리띠>의 경험치가 0.12퍼센트 올랐습니다.]
[11,100의 피해를 입었....]
....
...
..
[<최초의 왕>칭호 효과가 발동합니다!]
[대왕은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둡니다. 최대 생명력의 70퍼센트에 해당하는 생명력을 손실하여 최근 1분 내에 잃은 생명력만큼의 보호막이 생성됩니다. 모든 지형 적응력이 100퍼센트 상승하고 이동속도와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61,722의 보호막을 얻었습니다!]
[9,87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0,2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9,930의 피해를....]
....
...
[<티라멧의 허리띠>의 경험치가 0.12퍼센트 올랐습니다.]
[보호막이 소멸합니다!]
“종횡무진!”
채 1초가 안 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드는 이성적인 생각과 판단이 불가능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생명력 게이지와, 이로 인해서 발동하는 최초의 왕 칭호 효과를 보고 생존 본능을 발휘할 뿐이었다.
하지만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본능인지라 적절한 판단으로 작용했다.
스팟-!
파파파팟!!
““....음!””
그리드에게 연달아 적중하던 자신의 공격이 갑자기 빗나가기 시작하자 무패왕 마드라의 안광이 일렁였다.
그의 목덜미로 그리드의 검격이 떨어지고 있었다. 초당 4회의 검격 말이다!
푹-!
푸푸푹!!
[크리티컬!]
[대상에게 7,6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엘핀스톤의 반지>효과로 912의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엘핀스톤의 반지>의 경험치가 0.2퍼센트 올랐습니다.]
[크리티컬!]
[대상에게 7,54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크리티컬!]
[대상에게 7,66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크리티컬!]
[대상에게 7,59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걸 피하지 못하다니.... 짐이 약해지긴 많이 약해졌나 보구나.””
“딜탱....”
꿀꺽, 그리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뒤늦게 상기한 것이다.
제2회 국가대항전 당시, 부바트가 착용했던 무패왕의 보구가 무척 높은 방어력과 저항력을 자랑했음을 말이다.
‘크리티컬이 터졌는데도 고작 8천 미만의 데미지밖에 입히지 못하다니, 마드라는 극딜러인 것으로 모자라서 탱킹 능력까지 겸비한 괴물이다.’
그리드의 상위호환.
그것이 마드라였다.
깨달은 그리드가 더 큰 긴장감에 사로잡히는 그때, 마드라는 장검을 쥐고 있는 손을 몇 번이고 풀었다가 쥐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살가죽 없이 뼈만 남은 몸으로 검술을 구사한다는 건 썩 쉽지 않군. 고작 십만대적검을 사용한 것으로 이 모양이라니.”
“....!”
스토리 전개를 방해하는 보스들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반드시 공략해야하는 대상이다. 공략에 여지가 있어야한다. 애초에 공략이 불가능하게끔 만들어진 드래곤 같은 존재가 아닌 이상에야 말이다.
하여, S.A그룹은 적절한 안배를 둔다.
보스의 대사나 행동을 토대로 플레이어들이 공략 힌트를 엿볼 수 있게끔 유도했다.
물론 그 힌트를 찾아내는 것은 순전히 플레이어의 역량이었다.
그리고 경험 많은 그리드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이는 마드라의 오른쪽 손을 주목했다.
‘마드라의 손뼈에 금이 갔다!’
돌이켜 보면, 마드라는 여러 가지 힌트를 주고 있었다.
자신이 약화된 상태임을 몇 차례나 강조하였고, 검을 쥔 손이 불편하다는 듯이 행동하였으며, 급기야는 언데드의 몸으로는 검술을 구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리드의 두뇌가 활성화됐다.
‘마드라는 싸우면 싸울수록 약해지는 유형의 보스다.’
가끔 이런 보스들이 있다. 말도 안 되게 강력한 대신 전투 지속력이 터무니없이 약한 보스들.
‘검술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육신이 붕괴되고 급기야 자멸을 맞이할 거야.’
초중반만 버티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리드는 이미 <최초의 왕> 칭호와 <종횡 무진>을 손실해 버렸다.
버티기가 과연 쉬울까?
“해 보면 알겠지! 갓 핸드!”
텅-!
터터텅!!
그리드의 주변을 지키며 몇 번의 검격을 방어해 주었던 갓 핸드들이 일제히 돌격, 각기 다른 궤도에서부터 묠니르를 휘두르며 마드라를 압박했다.
하지만 마드라는 전쟁의 화신이었다.
그는 늘 다수의 적과 맞서 싸워 왔다. 고작 4개의 갓 핸드가 동시에 공격해봤자 그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는 없었다.
““백만대군 돌파.””
파앗-!
마드라의 움직임은 거짓말처럼 기민했다.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는 것으로 갓 핸드의 시간차 공격을 모조리 회피해 버린 후, 그대로 그리드에게 도달했다.
“....!”
““이십만대군 분쇄검.””
쿠오오오오오오오!!
평야를 가르는 검!
마드라가 반월을 그리는 검끝을 따라 분출된 오러의 충격파가 대지를 바스라뜨렸고,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물리적으로 발생한 지진 탓에 휘청거리고 있는 그리드의 상체를 오러가 덮쳤다.
그리드의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키고도 남는 위력이 내포된 오러였다.
하지만 그리드는 이미 버티기를 생각하고 있었던 바, 갓 핸드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 후 자신은 이미 파그마의 검무, 회(回)를 전개하고 있었다.
““허?””
콰작!
쿠콰콰콰콰콰콱!!
그리드가 그린 원형의 검격이 마드라의 폭발적인 오러를 집어삼킨 후 되돌려버린다.
본래는 그리드를 시체로 만들었어야 했던 보랏빛 오러가 역으로 마드라를 덮쳤다.
[대상에게 2,118,0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알림창을 확인하는 그리드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미친 거 아니야?’
이십만 분쇄검이라고 했던가.
그 위력이 어찌나 굉장한지, 그리드의 크리티컬 공격을 당하고도 고작 7천대 데미지밖에 입지 않았던 마드라가 2백만 단위의 데미지를 입었다.
그리드는 마드라의 스킬 공격을 단 한 번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불사를 잃게 된단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파그마의 후예였는가.””
마드라는 그리드의 정체를 알게 됐다.
이십만대적검의 발현으로 손뼈에 더 큰 금이 가게 된 마드라가 장검을 왼손으로 옮겨 쥐었다.
““이거 재미있군. 지금의 이곳을 만든 것이 다름 아닌 파그마이건만, 이제는 그 후예가 이곳을 정화하려는가.””
“....?”
그리드가 짐짓 놀랐다.
마드라의 태도가 너무 담백했기 때문이다.
“예상하시는 대로 저는 파그마의 후예가 맞습니다. 당신을 데스나이트로 만든 파그마가 제 스승 같은 존재라 이거죠. 그런 제게 특별히 하실 말씀 같은 거 없습니까?”
““짐이 그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게지?””
“....파그마는 당신을 이곳에 100년 이상 가둬 놓은 장본인 아닌지.”
““흐음...? 큭큭, 그런가. 그대는 짐이 파그마에게 원한을 품고 있으며, 그대에게 화풀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입장이라 이해하고 있는 것이더냐.””
“.....”
맞다.
그리드가 인식하기로 번헨 열도를 지키고 있는 전설들은 ‘피해자’였다.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강제적으로 망령으로 부활하여 100년 넘게 고독에 떨어왔을 존재들.
엄밀히 따지면 가엽다.
그리드의 눈빛을 읽고 그 마음을 헤아린 마드라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가장 가여운 건 그대가 품고 있는 잡종 흡혈귀 놈이지. 파그마에게 배신 당해놓고 기껏 한다는 짓이 그 후예에게 빌붙어 있는 것이라니, 참으로 애절한 놈이다. 말년에는 인간의 감정을 품기 시작하였다더니 정을 갈구하고 있는가.””
-저 빌어먹을 놈이...!
66번 섬에 입장한 이후.
브라함은 마드라가 자신을 잡종 흡혈귀라고 지칭했을 때부터 쭉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와중에 조롱까지 당하자 더 이상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
흥분해 날뛰려는 그를 그리드가 간신히 억눌렀다.
‘제발 트롤 짓 좀 그만.’
아그너스와의 전투 당시, 강제로 백화 상태에 돌입했던 그리드는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었다.
지금 와서 또 그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그리드는 원치 않았다.
중요한 싸움에서 브라함에게 의지하였다가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하였을 때, 그 책임을 스스로 지지 않고 남에게 전가하게 되는 것이 꺼려졌다.
‘내가 혼내 줄게. 그러니까 나를 믿고 지켜봐라.’
-그리드....
브라함이 감격했다.
역사상 최강의 마법사였던 자신에게, 그 누가 의지하라는 듯이 말한 적 있었겠는가.
그리드의 발언은 브라함에게 생소하게 다가왔고, 브라함의 영혼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브라함은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흥...! 당하지나 말거라! 명심해야할 것이다! 지금의 마드라는 약하다! 지면 안 된다!
‘어, 그래...’
약하기는 개뿔.
자꾸 생전하고 비교해서야 난감할 뿐이다.
과거의 마드라를 모르는 그리드로써는, 현재의 마드라를 최강의 적이라 인식하고 있었고 이는 옳았다.
방심은 금물이다.
“신속한 몸놀림. 대장장이의 분노.”
이상적인 단검을 꺼내 버프 스킬을 사용한 그리드가 마드라의 우측을 겨냥했다.
잔뜩 금이 간 오른손을 마드라가 온전히 사용할 가능성은 적었기 때문에 약점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도살귀의 가면> 위에 <도살귀의 안대>를 착용, <급소 간파>스킬을 활성화시킨 그리드가 집요하게 한 점만을 노렸다.
“파그마의 검무! 연(聯)!”
핏-!
피피피피피피피피핏!!
십만대군 학살검과 비교하면 비록 초라해 보일지언정, 그리드의 연(聯) 또한 신속을 자랑하는 바이다.
초당 20회의 검격이 마드라의 우측을 노리고 쏟아졌다.
하지만 마드라는 쉽게 대처했다.
좌측으로 움직여서 그리드의 검격을 모조리 흘려보낸 후 반격을 시도했다.
그때였다.
쩌엉-!
““...!””
마드라의 뒤통수를 갓 핸드들이 묠니르로 후려쳤다.
마드라가 좌측으로 회피할 것을 뻔히 예측한 그리드의 안배에 당한 것이다.
브라함이 환호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지금의 저놈은 해골바가지에 불과하다! 뇌가 없으니 너의 얕은 수에도 당하는 게지!
‘...굳이 얕은 수라고 말할 것까진 또 뭐야?’
터엉-!
마드라가 찰나 경직된 사이, 그리드가 새로운 춤사위를 펼쳤다.
연살파극(聯殺派極)의 춤이었다.
““이건?””
쿠오오오오오오오오!!
극의의 살의를 품은 검술이 현란하게 전개되자 마드라의 안광에 이채가 서렸다.
파그마라는 인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파그마의 검무까지 숙지하고 있는 마드라였기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연살파극(聯殺派極)은 화공 시절 파그마의 궁극기를 연상시키는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으니까.
““화공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만한 경지에 도달하였는가....!””
푹-!
푸푸푸푹!!
콰르르르르르릉!!
베고, 찌르고, 베고, 찌르고, 날린 후 다시 벤다.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이 토해내는 화염과 붉은 벼락, 그리고 검은 불꽃이 연속적으로 마드라를 폭격했다.
[대상에게 113,5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크리티컬!]
[대상에게 256,2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갓 핸드(1)이 대상에게 1,01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궁극강화의 묠니르>의 효과로 대상을 0.3초 동안 경직에 빠뜨립니다!]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검>의 옵션 효과로 대상에게 15퍼센트의 전격 속성 추가 데미지를 입힙니다!]
[대상에게 129,7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갓 핸드(2)가 대상에게 65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7묠니르(2)>의 효과로 대상을 0.1초 동안 경직에 빠뜨립니다!]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의 옵션 효과로 붉은 벼락을 소환합니다!]
[대상에게 278,03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이 1.2초 동안 감전에 걸립니다!]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검>의 옵션 효과로 <검은 불꽃>이 폭발합니다!]
[크리티컬!]
[대상에게 950,49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4자루 묠니르의 연속 경직 유발과 붉은 벼락의 감전 효과가 연계되면서 완성된 무한 경직 술법!
무패왕 마드라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처음 느껴보는 무력감에 빠졌다.
“무패의 칭호를 벗겨 주마....!”
계속, 계속 공격하면서.
흥분해 소리치는 그리드의 목소리가 66번째 섬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그의 곁으로는 노에와 랜디까지 소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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