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32권 - 7화
‘강화됐다라.... 신수의 부산물이 그랬듯이 대악마의 부산물 또한 신화급 제작 재료라 이거군.’
하기야, 대악마의 존재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벨리알의 뿔은 일반적인 광물보다 상위 개념에 있는 제작 재료로 봄이 옳았다.
“좋아...”
그리드의 기대감이 증폭됐다.
보통 벨리알의 뿔로 제작한 무기만 해도 최강의 위력을 발휘했던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강화 된 벨리알의 뿔로 제작하게 될 칼날의 위력은 역대급일 여지가 컸던 까닭이다.
‘귀속되는 옵션의 숫자가 2~4개가 아니라 그 이상일 가능성이...!’
두근! 두근!
환희에 차오른 그리드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일단 진정하자.’
평정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드는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깨우친 바 있다.
괜히 들떠서 작업을 서두르다가 실망스러운 결과를 맞이할 우려가 있었으므로, 그리드는 일단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성난 심장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했다.
“......”
강화 된 벨리알의 뿔이 만들어낼 결과물을 기대하며 들떠있던 마음이 차츰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
곁에 모인 채 웅성거리고 있는 대장장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
기술을 돌이켜본다.
과오를 되짚어본다.
목표를 되새겨본다.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난다.
“.....!”
그리드를 지켜보고 있던 대장장이들이 전원 숨을 죽였다.
화염과 마기를 내뿜으며 미쳐 날뛰기 시작한 악마의 뿔.
그것을 응시하고 선 그리드의 눈빛이 심연처럼 깊어지고 있음을 눈치 챈 것이다.
‘명경지수...!’
대장장이 칸의 피부 위로 소름이 돋는 순간.
따아아아아아앙-!!
그리드의 망치가 벨리알의 뿔을 때렸고 맑은 울림이 거대한 대장간을 시원하게 관통했다.
‘아...!’
하얀 망치 대장간 출신 화이트, 푸른 불꽃 대장간 출신 에녹, 검은 모루 대장간 출신 벽산, 붉은 집게 대장간 출신 라호추.
판게아의 4대 대장장이라고 칭송 받던 그들이 격변을 맞이했다.
그리드의 기술을 목도하고 영감을 받은 것이다!
[템빨국 소속 대장장이 화이트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고급 대장장이 기술의 벽에 가로막혀있던 그의 대장기술이 장인급으로 성장할 여지가 열렸습니다!]
[템빨국 소속 대장장이 에녹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고급 대장장이 기술의 벽에 가로막혀있던 그의 대장기술이 장인급으로 성장할 여지가....]
[템빨국 소속 대장장이 벽산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고급 대장장이 기술의 벽에 가로막혀있던 그의.....]
[템빨국 소속 대장장이 라호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고급 대장장이......]
“오... 오오오오....!”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칸의 우람한 몸이 부르르 떨렸다.
대장장이의 나라, 템빨국의 찬란한 미래가 그의 머릿속에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는 열망했다. 보다 오래 살아남아 그리드 전하를 보필하고 싶다고. 템빨국의 찬란한 미래에 조금이라도 더 일조하고 싶다고.
그 열망, 그리드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칸.’
따앙! 따앙!!
명경지수에 도달한 채 벨리알의 뿔을 단련 중이던 그리드.
때로는 친구였고, 때로는 스승이었으며, 때로는 아버지 같았던 칸의 불타는 열망을 감지하고 망치질에 더 큰 힘과 기술을 쏟는다.
‘내 모든 기술을 보고, 배우기 전까지는 죽을 생각 말아요.’
나의 첫 친구인 당신과 영원토록 함께하고 싶다.
간절한 바람을 품는 그리드의 집중력이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진입했다.
무아의 경지였다.
이제 그리드는 자기 자신조차 잊었다.
자신이 망치인지, 망치가 자신인지 구분 짓지 않고 혼연일체가 되어서 벨리알의 뿔을 더욱 단련해나갔다.
[극도로 집중하여 <전설적 대장장이의 숨결>효과가 발동합니다!]
[극도로 집중하여 <전설적 대장장이의 인내심>효과가 발동합니다!]
[극도로 집중하여 <전설적 대장장이의 숨결>효과가 발동합니다!]
[극도로 집중하여 <전설적 대장장이의 인내심>효과가 발동합니다!]
[극도로 집중하여....]
....
...
따아아아아앙-!
망치에 얻어맞을 때마다 화기를 토하고, 마기를 머금으면서 붉게, 검게 점멸하는 벨리알의 뿔.
현존 최강의 무기 제작 재료인 그것이 점차 칼날의 형태를 갖추어나갔고.
“....드디어 끝났다.”
긴 시간 끝에 결과물이 탄생했다.
결과는 그리드의 기대를 초월했다.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칼날>
등급:신화
내구력:1,660/1,660 공격력:3,500
*물리 공격력 20퍼센트 상승.
*마법 공격력 20퍼센트 상승.
*화염 속성 공격력 30퍼센트 추가.
*암흑 속성 공격력 30퍼센트 추가.
*신성한 존재에게 50퍼센트의 추가 데미지.
*공격 시 일정 확률로 화염(大) 방출.
*공격 시 낮은 확률로 환각 발동.
★공격 시 일정 확률로 검은 불꽃 폭발.
*스킬 ‘깨달음’ 생성.
*스킬 ‘열망의 무아경’ 생성.전설을 넘어서 신화가 될 칼날입니다.
이 칼날의 주인은 무수한 업적을 남기게 될 것이며, 후대 사람들이 부르는 찬가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물론, 칼날을 손잡이에 부착시켰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손잡이 없는 칼날을 온전히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신의 기술을 넘보는 대장장이 그리드가 누군가에게는 깨달음을 주고, 누군가와는 열망을 공유하며 제작했습니다.
불꽃이 점멸하는 이 묵색의 칼날은 드래곤 레어의 중앙을 장식해도 손색없는 예술성을 갖췄습니다.
대악마 벨리알의 뿔의 기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렸으므로 히든 속성 <검은 불꽃>이 구현되었습니다.
대상의 화염 저항력과 암흑 저항력을 모조리 무시하는 검은 불꽃의 폭발이 일대를 초토화시킬 것입니다.
사용 조건:손잡이를 부착시킨다는 전제 하에, 도검류를 장착 가능한 각 직업군 랭킹 3위권.
무게:1,999.
<깨달음>Lv.1
지속형 패시브.
캐릭터 경험치와 스킬 경험치 획득량이 10퍼센트 상승하고 명중률과 회피력 20퍼센트 상승합니다.
*신화 등급 아이템에 귀속 된 스킬은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열망의 무아경>Lv.1
조건부 발동 패시브.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과 전투 시, 생명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매우 낮은 확률로 무아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20초 동안 공격력이 3배 상승하고 회피력이 99퍼센트가 됩니다.
단, 방어력은 0이 됩니다.
*신화 등급 아이템에 귀속 된 스킬은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어.... 음....”
벨리알의 뿔로 무기를 제작할 경우 귀속되는 옵션의 종류, 여태까지 그리드가 밝혀낸 바로는 8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보니 총 9가지였다. 그리고 그 9가지 전부가 무기에 귀속돼버렸다.
“....이건 진짜 초대박인데.”
일정 확률로 방출되는 화염(大)만 해도 고정 데미지 5천을 입히는 보조 효과였다. 물론 화염 속성에 내성이 있는 대상에게는 데미지가 온전히 적용되지 않았지만, 그건 단점도 아니었다. 그리드는 반드시 화염 방출 옵션이 귀속되길 바랐었다.
한데 화염 방출 옵션은 물론이고 8가지. 아니, 9가지 옵션이 모조리 귀속돼버렸다.
그리드는 특히 히든 속성 검은 불꽃을 기대하였다.
‘화염과 암흑 저항력을 무시하는 고유 속성....’
심지어 폭발이라고 명시되어있는 것을 보면 스플래쉬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
위력이 화염 방출(大)처럼 5천. 아니, 그 반절만 돼도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일 것이 자명한 사실이었다.
‘거기에다가.’
크라우젤의 초감각과는 비할 바 못 될 지라도 전투에 큰 도움을 주는 <깨달음>효과가 항시 적용된단다.
내구력과 공격력부터 시작해서 옵션이 죄다 완벽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열망의 무아경....’
호구 시절 그리드가 제작했던 레전드리 무기 <무아지경의 검>에 귀속 된 스킬 ‘무아의 경지’를 연상시키는 스킬.
엄밀히 따지면 무아의 경지보다 상위호환이라 할 수 있다.
무아의 경지는 모든 스탯을 2배 상승시키는 대신 자아를 잃게 만드는 스킬이었으니까. 심지어 무아의 경지는 지속시간이 끝나고 2초 동안 무방비 상태를 유발하기도 했다.
‘확실히... 무아의 경지보다는 백배 낫지. 애초에 스탯 2배가 올라서 상승하는 공격력보다 단순 공격력이 3배 오르는 편이 훨씬 더 위력적이기도 하고.’
더군다나 회피율은 99퍼센트가 된단다. 적의 공격 100회 중 99회를 피할 수 있다는 뜻. 거의 치트키 수준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문제가 있다.
그것도 엄청 치명적인 문제다.
‘방어력이 0이 된다니...’
1퍼센트의 확률에 당해버리면 그 순간 골로 간다는 뜻이 아닌가?
만약, 그리드가 보통 사람의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면 99퍼센트의 회피율에 혹해서 방어력이 0이 되는 것 따위 걱정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드가 누군가?
그는 재수 밥 말아먹은 인간이었다.
1퍼센트의 확률이 너무나도 거슬렸다.
‘아, 염병... 이거 왠지 트롤 스킬이 될 것 같은 예감이.....’
....아니, 속단해서는 안 된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그리드가 검은 귀신에 부착해놓은 땡김이의 버튼을 눌러 은사를 펼쳤다. 그리고 그 끝에 무아지경의 칼날을 묶었다.
“.....”
땡김이의 정체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대장장이들이 큰 흥미를 보였다. 그들은 대체 저 박스가 무엇인지 드디어 의문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음에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딸칵.
그리드가 땡김이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촤르르르르륵!
철컥!!
은사 끝에 매달린 무아의 칼날이 날아와 검은 귀신에 자동으로 장착됐다.
여기서, 그리드의 의도가 밝혀진다.
그리드가 굳이 검은 귀신을 손잡이로 사용하려고 한 이유.
그건 바로....
[<검은 귀신(소도)>과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칼날>이 합체되었습니다. 아이템 정보가 갱신 됩니다.]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검>
등급:신화
....
...
*같은 대상에게 공격을 누적시킬 때마다 공격력 10퍼센트 상승.(최대 100퍼센트)
전설을 넘어서 신화가 될 검입니다.
이 검의 주인은 무수한 업적을 남기게 될 것이며, 후대 사람들이 부르는 찬가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
...
..
검은 귀신은 대인전에서 최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설계한 검이다.
비교적 기술이 뒤떨어졌을 때 제작한 실패작 등의 무기들과 비교해서 착용감이 무척 훌륭했고, 극단적인 공격력을 발휘하는 옵션까지 보유했다.
사용하기 편할뿐더러 강한 것이다.
그리드는 새로 제작하게 될 칼날들의 위력에 검은 귀신의 장점이 보태지길 바랐기 때문에 검은 귀신에 집착했다.
결과는 보다시피 훌륭하다.
딸칵!
촤르르르륵!
철컥!!
재차 버튼을 클릭하자 손잡이로부터 분리되어 날아간 칼날, 허공의 갓 핸드가 순식간에 낚아채어 그리드의 허리띠에 꽂아 넣는다.
광속의 아이템 스왑을 시사하는 광경이었다.
“....허.”
드디어 그리드의 의도를 파악한 대장장이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0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칼날>의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0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칼날>의 강화에 실패.....]
[<+0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칼날>의 강화에 실.....]
“.....”
그리드는 눈물 흘렸다.
신화급 무기는 1강하기도 어렵더라는 지슈카의 말을 떠올린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맛봤다.
“XX.”
체통도 잊고 욕설을 지껄인 그리드가 연병장으로 향했다.
스트레스도 풀 겸 병사 훈련용 허수아비를 때려서 무기의 위력을 시험해볼 의도였다.
잠시 후.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절구질?”
라인하르트 일각이 흔들렸다.
피아로와 크라우젤이 레이단에서 겨루었을 당시 발생했던 충격과 흡사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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