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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506화 (501/1,794)

템빨 32권 - 6화

장장 4시간.

길가에 멈춰 선 그리드가 새로운 아이템을 창조하는데 소요한 시간이다.

다른 건 몰라도 집중력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는 그였다.

“...끝났다.”

확신에 찬 표정!

아이템 창조의 모든 과정을 완료한 그리드가 단언했다.

“이건 최고야!”

<땡기미>

*보조 도구

신의 기술을 넘보는 대장장이 그리드가 창조한, 지름 5센티미터의 작은 박스입니다.

박스 상단의 버튼을 클릭하면 내부의 팬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은사를 토해내고, 하단의 버튼을 클릭하면 내부의 팬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은사를 당겨옵니다. 이때 걸리는 시간은 각 0.3초입니다.

팬에 감은 은사의 끝에는 <칼날류>아이템을 장착시킬 수 있습니다.

사용 조건:박스를 어디에 설치하느냐에 따라서 다름.

*박스는 어디에든 설치할 수 있습니다.

팬 작동 시(버튼 클릭 시) 자원 소모:마나 630.

“크....”

0.3초!

손잡이에 칼날을 탈부착시킬 때 소요되는 시간이 극적으로 줄었다!

“당장 실험해볼까!”

들뜬 그리드가 대장간으로 향했다.

***

따앙! 따앙!

“멍청한 자식! 망치질에 리듬이 없잖아! 금속의 음률에 귀를 기울이라고 몇 번을 알려줘야 알아먹는 거냐!!”

“불은 무조건 세다고 좋은 게 아니야. 여성의 몸을 어루만지듯이 적절하게 강약을 조절하여야 보다 많은 금속을 뛰어나게 제련할 수 있는 법이다.”

라인하르트 중앙에 위치한 초대형 대장간.

전국 각지에서 소집 된 고급 대장장이들과 판게아 출신 대장장이들이 수천 명의 초중급 대장장이들을 교육 중이었다.

서대륙과 동대륙의 대장기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합되었으므로 교육의 효과는 무적 컸다.

[초급 대장장이 바론의 대장장이 기술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중급 대장장이 스피나의 풀무질 솜씨가 한층 더 성숙해졌습니다!]

[중급 대장장이 메돈의 단련 솜씨가 극적인 성숙을 이뤄냈습니다!]

“음음! 좋아, 아주 좋아!”

템빨국의 유일한 장인급 대장장이, 칸.

대장장이들의 관리와 교육을 맡고 있는 그가 흐뭇한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배우고, 가르치고, 경쟁하며 매일 같이 발전하는 대장장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척 기뻤다. 이들이 무한히 발전하여 그리드 국왕전하께 보탬이 되기를 바랐다.

“전하께서는 지금쯤 어딘가에서 또 훌륭한 위업을 달성하고 계실 테지...”

판게아의 주민 수만 명을 납치(?)해온 직후 또 다시 라인하르트를 떠난 그리드.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뻔하다.

필시 훌륭한 행실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거나, 대륙 제일의 훌륭한 기술로 훌륭한 무구를 제작하고 계실 것이다.

칸이 믿어 의심치 않는 그때였다.

벌컥!!

장정 넷이 온 힘을 다해서 밀어야 간신히 열 수 있는 대장간의 정문이 바람결에 휘날리는 갈대처럼 가볍게 열어젖혀졌다.

이어서 등장한 인물은.

“비켜!!”

그리드였다.

뭐가 그리도 급한지, 국왕으로서의 체통도 잊고 내달린 그가 가장 가까운 용광로 앞에 섰다. 그리고 곧장 제작용 망치를 꺼내 쥐었다.

“템빨왕 전하...!”

그리드에게 대장장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전설의 대장장이, 파그마의 후예.

그가 아이템을 제작하는 과정을 관람하는 것은 대장장이들에게 있어서 크나큰 배움의 기회였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대장장이들이 너나할 것 없이 그리드의 곁에 모여들었다. 물론 칸도 마찬가지였다.

‘결의에 찬 눈빛...!’

칸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드가 또 어떤 경천동지할 아이템을 제작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흥분되었다.

그리드는 드레이크의 송곳니와 은사를 꺼내고 있었다.

“오오오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소문난 제작 재료들을 동시에 꺼내다니!

대장장이들의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듯이 커졌다.

‘전설의 명검을 제작하시려는 건가?’

‘은사를 꺼내신 것을 보면 방어구일 가능성이 커. 방어구 외부에 은사를 두르면 미적으로 아름다워질 뿐만 아니고 방어력까지 큰 폭으로 오를 테니까.’

세상에 유일한 전설의 대장장이가 범상치 않은 재료로 제작하는 아이템, 과연 무엇일까?

모두가 하던 일도 잊고 오로지 그리드에게 집중하였고, 그들 이상으로 집중한 그리드는 주변의 시선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아이템 제작을 시작했다.

따앙! 따앙!

“....응?”

화륵! 화르르륵!!

“.....?”

따앙! 따앙!!

“......”

그리드의 작업이 진척될수록 대장장이들의 얼굴에 의문과 황당함이 피어올랐다.

그리드가 그 귀한 드레이크의 송곳니를 제련하고 단련한 끝에 만든 것은 속이 텅 빈 박스와 정체불명의 동그란 원판이었던 까닭이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무기도, 방어구도 아니었다. 용도조차 알 수 없는 해괴한 것이다.

‘뭐지...?’

그리드가 제작한 박스와 원판은 심지어 무척 작았다. 박스의 크기는 지름 5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했고 원판의 지름은 3센티미터 이내였다.

애들의 소꿉장난에나 쓰일 것 같은 크기였다.

대장장이들은 믿을 수 없었다.

‘저 귀한 드레이크의 송곳니를 잘게잘게 쪼개어 만드신 것이 고작 저런 것이라니....’

어쩌면 템빨왕 전하께서는 자원의 소중함을 모르시는 게 아닐까!

누군가가 이와 같은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이때에도 그리드는 계속해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은사 한 가닥을 꺼내서 작은 원판에 휙휙 감은 후, 그것을 박스 안에 장착시켰다.

고급 대장장이들 모두가 감탄했다.

그리드의 손재주가 그들은 평생가도 도달하지 못할 수준으로 섬세함을 알아본 까닭이다.

반면 초중급 대장장이들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드가 일련의 작업을 너무 빠르게 끝낸지라 쉬운 작업으로 착각했다.

“됐어, 완성됐다.”

회심의 미소를 그린 그리드가 <+7검은 귀신>을 꺼낸 뒤 그것을 장도와 소도로 분리시켰다. 그리고 소도의 손잡이 부분에 <땡김이>박스를 부착시켰다. 용광로에 달군 철을 이용해서 용접한 것이다.

“큭큭... 크크큭!!”

뭐가 저리도 좋은 걸까?

음침한 표정으로 혼자 계속 낄낄거리는 그리드는 무척 즐거워보였다.

대장장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찰칵!

그리드는 소도에 부착시킨 박스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러자.

휘리리리리릭!

박스로부터 은사가 길게 뻗어나갔다.

달칵!

그리드가 버튼을 또 한 번 눌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휘리리리릭!

길게 뻗어져나갔던 은사가 다시 박스로 회수됐다.

“허...?”

신기한 광경!

대장장이들이 그리드가 제작한 도구에 더 큰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의 정확한 용도는 아직 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했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은사 한 가닥을 쏘는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은사 한 가닥을 세게 쏘아봤자 무기로 사용하기에는 위력이 너무 약할 텐데....’

‘무기가 아니라 보조 도구겠지. 발사한 은사로 나무, 기둥을 묶어서 몸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활용하거나 적의 몸을 묶어서 구속시키는 용도로 활용하시려는 의도가 아닐까?’

‘그러기에는 은사 한 가닥의 길이가 너무 짧지. 채 1미터도 안 되는데.’

‘흠....’

생산직 계열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사하란 제국을 거주국으로 선택한다.

제국의 부국강병 정책 특성상 생산직 계열 플레이어들이 제국에서 얻는 혜택이 무척 컸던 까닭이다.

그 탓에 여전히 템빨국 대장장이들은 100퍼센트 NPC였다.

Satisfy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NPC들은 아무리 궁리해봤자 현대인인 그리드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리드는 벨리알의 뿔을 꺼내고 있었다.

<벨리알의 뿔>

벨리알의 마력이 깃든 무기 제작 재료입니다.

무기 제작 시 다양한 옵션이 추가됩니다.

단, 이 뿔을 다룰 수 있는 대장장이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울 것입니다.

무려 대악마가 드롭하는 무기 제작 재료.

아다만티움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제작 재료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리드는 개국공신들에게 아이템을 제작해주는 과정에서 이미 벨리알의 뿔을 다뤄본 바 있다. 그것도 여러 번이나!

‘벨리알의 뿔로 무기를 제작할 경우 귀속되는 옵션은 최소 8가지.’

물리 공격력 추가, 마법 공격력 추가, 화염 속성 공격력 추가, 암흑 속성 공격력 추가, 공격 시 일정 확률로 화염 방출, 신성한 존재에게 추가 데미지, 공격 시 낮은 확률로 환각 발동,

그리드가 개국공신들에게 무기를 제작해주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벨리알의 뿔로 무기를 제작할 경우 위 8가지 옵션이 최소 2개에서 최대 4개까지 무기에 귀속됐다.

‘이중에 내가 원하는 건 물리 공격력 추가와 화염 방출, 그리고 신성한 존재에게 추가 데미지다.’

피아로의 호미에 귀속된 옵션이 딱 그랬다. 그 위력이 압도적이었다.

그리드가 벨리알의 뿔로 제작하게 될 무기는 ‘칼날’.

최소 마법 공격력 추가 옵션만 안 달리길 바라면서, 그리드가 벨리알의 뿔을 용광로에 집어던졌다.

콰르르르르르릉!

“허억...!”

대장장이들이 숨을 죽였다.

벨리알의 뿔이 불길에 휘감기자마자 대지가 격동하였으니 놀랄 노자였다.

“대, 대악마의 저주인가?”

불안해하는 대장장이들을 칸이 안심시켰다.

“저주 따위가 아니니까 호들갑 떨지 마라. 악마의 뿔에 내포된 마력이 워낙 강력하여 발생하는 충격일 뿐이다.”

벨리알의 뿔을 다룰 수 있는 대장장이가 드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벨리알의 뿔은 무척 난폭한 성질을 지녔다. 특히 단련 과정에서 저항이 극심했다.

따앙-!

퍼어어엉!!

따앙!!

콰콰쾅!!

붉게 달궈진 후 모루 위에 올려진 벨리알의 뿔.

그리드가 망치로 한 번 때릴 때마다 화염과 암흑을 폭발시키면서 그리드를 집어삼킨다.

이때마다 그리드는 데미지를 입었다.

[4,4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4,53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도란의 반지 효과가 발동합니다!]

[생명력 2,265가 회복됩니다!]

[4,37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티라멧의 허리띠의 경험치가 0.01퍼센트 상승하였습니다.]

‘아이템 경험치라도 안 올랐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만약 그리드의 템빨과 스탯빨이 극의에 오르지 않았다면, 벨리알의 뿔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따앙! 따앙!

콰르르르르!!

수백 회 이상 반복되는 망치질!

망치질을 한 번 할 때마다 불과 어둠에 집어삼켜지는 그리드였으나 죽지 않았다.

예상 가능한 피해 따위, 물약의 복용과 <티라멧의 허리띠>의 치유 효과, <최초의 왕>칭호의 방어 효과를 적절히 사용하여 대처할 수 있었다.

“...꿀꺽.”

목숨을 걸어야하는 대장일이라니?

그리드의 작업은 대장장이들에게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다. 모두가 입을 다문 채 쥐 죽은 듯이 그리드의 작업에 집중했다.

[물약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후.”

벨리알의 뿔의 저항은 극심했다.

진즉부터 상처투성이가 된 그리드는 도중에 몇 번이고 작업을 쉬어야했다. 보통 인내와 끈기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쿨.... 쿠울...”

“......”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식사도 잊고 그리드의 작업에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혀있던 대장장이들 태반이 저도 모르는 사이 잠들어버렸다.

따앙! 따앙!

화르르륵!!

벨리알의 뿔의 저항은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다.

하지만 기세가 한층 약해졌다.

그리드는 슬슬 끝이 도래하고 있음을 느꼈다.

태양이 하늘 높이 떠오를 무렵.

[극도로 집중하여 <전설적 대장장이의 인내심>효과가 발동합니다!]

[1시간 동안 생명력과 방어력, 그리고 손재주가 200퍼센트 상승합니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숨결>보다 발동 확률이 훨씬 더 희박한 인내심 효과가 발동하였고 이는 그리드의 작업이 더욱 수월해지게끔 해주었다.

따앙! 따앙!

그리드의 강화 된 망치질이 계속 될수록 벨리알의 뿔이 점차 형태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그리드의 의도대로 차츰 칼날의 형상을 갖추었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계속되는 단련 끝에 <벨리알의 뿔>이 보다 강화됩니다.]

<강화 된 벨리알의 뿔>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벨리알의 뿔을 강화시켰습니다.

강화 된 벨리알의 뿔은 기존의 벨리알의 뿔보다 더 뛰어난 무기 제작 재료가 되어줄 것입니다.

단, 단련 난이도도 덩달아 상승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형태로 단련하려면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할 것입니다.

“엥....?”

주작의 숨결이 <강화된 주작의 숨결>로 승화되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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