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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505화 (500/1,794)

템빨 32권 - 5화

“만능적인 효과를 지닌 아이템을 만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

신화급 아이템인 주작궁과 리파엘의 창만해도 한 가지 속성에 특화되어 있을 정도이다.

아이템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재료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전천후 아이템을 만든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리드가 생각하는 지존무기란 반드시 아니, ‘당연히’ 만능이어야 했다.

‘어떻게.... 아!’

그리드의 뇌리로 <아이템 변신>스킬이 스쳐 지나갔고 이어서 <아이템 합체>와 <검은 귀신>이 떠올랐다.

‘굳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변신이나 합체 등이 가능한 아이템을 제작한다면?’

탈부착 가능한 검은 귀신처럼 말이다!

‘가닥이 잡힌다!’

흥분한 그리드가 검은 귀신의 옵션과 정보 일부를 주목했다.

<+7검은 귀신>

등급:레전드리

....

...

*소도와 장도로 분리 가능.

*분리 시, 소도의 공격력과 장도의 공격력이 별도로 적용.

....

...

드레이크의 송곳니로 제작한 손잡이가 칼날 가장 아래쪽과 중간에 하나씩 총 2개 있습니다. 중간에 있는 손잡이를 돌리면 소도로 분리됩니다. 또한, 이 손잡이로 적에게 타격을 입힐 시 정신이 날아갈 정도로 아찔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표면이 온통 검정색으로 도색되었고, 손잡이와 칼날의 둘레가 같기 때문에 손잡이를 육안으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

...

‘분리한 검은 귀신에 탈부착 시킬 수 있는 검날을 속성 별로 여러 개 만든다면?’

꿈에 그리던 만능성을 갖추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 적합한 검날을 꽂아 쓰면 되니까!

‘단, 이 경우에 문제는...’

검날을 탈부착 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빈틈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생각해 본 그리드가 인벤토리로부터 검은 귀신을 소환했다. 그리고 소도와 장도로 분리시켰다가 다시 부착시켜보았다.

‘분리에 0.5초, 부착에 0.7초.’

거기에 추가로,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검날을 꺼낼 때 또 0.5초가 소요된다.

‘약 2초가량의 빈틈....’

그나마 그리드가 손재주가 높고 아이템 스왑에 익숙하기 때문에 가능한 속도다. 평범한 사람은 최소 4초 이상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건 위로가 되지 못했다.

‘내가 상대해야하는 적들은 모두 평범함과 거리가 멀어.’

몬스터이건, NPC이건, 플레이어이건.

앞으로 그리드가 상대해야하는 적들은 모두가 초월적인 존재이다. 그들에게 2초의 빈틈을 드러낸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그들을 상대로는 갓 핸드의 비호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티라멧을 소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템빨골 2마리로 몸을 지킬 수 있다지만 그건 총 2회의 공격을 막는 것으로 한정된다. 완전히 의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템빨골을 언제까지고 방패로만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

주름이 생겼던 그리드의 미간이 활짝 펴졌다.

또 한 가지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은사(銀絲)!’

<은사(銀絲)>

공격력:100~????

내구력:1,000/1,000

긴 세월, 은 갑옷의 파편이 철갑귀의 혈관 안에서 단련되고 형태를 갖춰서 탄생한 실입니다.

거죽에 은을 얇게 입힌 보통의 은사와는 달리 순수한 은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철갑귀의 강력한 마력도 깃들었습니다.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를 갖출 수 있으므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보조 무기로 분류됩니다.

사용 조건:보조 무기 마스터리 고급 5레벨 이상. 손재주 2,000 이상.

*손재주 2,000 이상 시, 은사를 빠르게 쏘아낼 수 있습니다.

*손재주 2,500 이상 시, 5가닥 이하의 은사를 꼬아서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손재주 3,000 이상 시, 10가닥 이하의 은사를 꼬아서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손재주 4,000 이상 시, 은사를 제어하는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손재주 5,000 이상 시, 20가닥 이하의 은사를...

...

..

*은사는 아이템 제작 재료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장인급 대장장이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무게:5

보조 무기로써 은사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한 것.

여태까지 그리드는 은사를 보조 무기로 주목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실전에서 은사를 써먹는 건 내게 너무 힘든 일이었지.’

제아무리 그리드의 손재주가 높아도 은사를 실전에서 활용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검과 마법을 사용하는 동시에 은사까지 컨트롤할 틈이 없었으니까.

특히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여유가 없었고 아그너스와의 전투에서는 은사를 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은사를 보조 무기로 사용하려고 집착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해. 아이템 제작 재료로 사용하도록 하자.’

애초에 은사는 ‘동대륙의 모든 대장장이들이 갖기를 꿈꾸는’ 아이템 제작 재료이다.

그리드는 보조 무기로써의 은사에 집착하는 바람에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지만 여기까지다.

아그너스라는 강적을 상대한 이후, 보다 높은 이상을 품게 된 그리드는 이전보다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창칼과 맞부딪쳐도 끊어지지 않는 실... 이걸 아이템 제작 재료로 사용하면 보조 무기로 사용하는 것에 못지않게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질 거다.’

그리드가 생각하는 사용법이란?

“땡김이!”

“냥?!”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는 그리드 탓에 노에가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바둑알 같은 눈동자를 더욱 동그랗게 만든 녀석의 작은 머리를 그리드가 쓰다듬어주었다.

“검은 귀신의 소도 부분과 새롭게 제작하는 검날들을 모조리 은사로 연결하는 거야. 그리고 버튼 원 클릭으로 은사를 당겨서 검날이 자동으로 날아와 검은 귀신에 부착되게끔 만드는 거지!”

“....냥?”

나한테 말해봤자 못 알아듣는다옹.

노에의 게슴츠레한 표정을 보면 그렇게 말하는 듯하였으나, 잔뜩 들뜬 그리드는 개의치 않았다.

“스파이더걸이 손목에서 실을 뽑아내는 구조를 연상하면 쉬워. 아이템 창조로 만들어보자.”

그리드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우유부단함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한 번 결정한 이상 행동은 빨랐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창조!”

<전설적 대장장이의 창조>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스킬 레벨이 하나 오를 때마다 아이템 제작법을 3개 창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창조할 수 있는 아이템 제작법 횟수 10/24

*이 스킬을 사용해서 창조한 아이템을 생산 시, 아이템에 창조자의 이름이 자동으로 새겨집니다.

[어떤 아이템을 창조하시겠습니까?]

“보조 도구. 버튼 한 번 클릭으로 은사를 당기거나 느슨하게 만들 수 있는 도구를 만들 거다.”

[....의도를 분석 중. 이해했습니다. 실현 가능 여부는 <은사>의 아이템 정보를 파악한 후 알려드리겠습니다.]

“.....”

여태까지 없던 패턴.

그리드는 살짝 불안해졌지만 그래도 잠자코 기다렸다.

하지만 이후 시스템 메시지는 묵묵부답이었다.

1분, 2분을 넘어 5분을 기다려도 아무 말이 없었다.

‘안 되는 건가?’

창조하고 싶은 아이템이 정확히 무엇인지, 너무 붕 뜨게 설명한 것이 문제인가 싶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그리드가 다시 설명하려는 순간이었다.

[<은사>에 대한 분석이 끝났습니다. 창조하려는 아이템의 의도를 파악했습니다. 정말로 창조하시겠습니까?]

“...!”

과연 슈퍼컴퓨터!

Satisfy의 이해력에 감탄한 그리드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떤 재질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검은 귀신의 손잡이 부분에 부착시킬 거니까 기왕이면 그것과 같은 재질로.”

드레이크의 송곳니가 소량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그리드가 재질을 드레이크의 송곳니로 결정했다.

그러자 공백의 설계도가 떠올랐다.

[아이템을 설계해주십시오.]

‘대략적으로...’

전설적 대장장이의 창조는 레전드리 스킬답게 편의성이 높다. 사용자가 창조하고자하는 아이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할지라도 설계도를 완성할 수 있게끔 보조해주었다.

그 부분을 믿은 그리드가 공백의 설계도를 채워나갔다.

검은 귀신의 손잡이 부분에 부착하더라도 방해받지 않을 크기의 작은 사각형 박스를 그려놓고, 그 안에 회전하는 팬(fan)을 설계했다. 팬의 회전 방향에 따라서 은사가 느슨해지거나 당겨지게끔 의도하는 것이었다.

‘펜을 움직이는 건 박스 외부의 버튼 클릭으로 가능하게끔.’

천천히, 천천히.

전문적이지는 못하더라도 신중하게.

그리드는 끊임없이 궁리하며 박스를 설계하였고 이때 소요한 시간이 무려 2시간을 넘었다.

하지만 기껏 완성된 설계도는 너무 허술했다.

드레이크의 송곳니를 재료로 제작한, 지름 5센티미터의 작은 박스.

외부에는 2개의 버튼이 있고, 내부에는 어느 버튼을 클릭하느냐에 따라서 시계 방향으로, 혹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팬이 있다. 그리고 팬에는 은사를 감아서 팬의 회전 방향에 따라서 은사가 당겨지거나 느슨해진다.

그리드의 발상은 굉장히 단순했다.

“이 박스를 검은 귀신 손잡이에 여러 개 부착하는 거지. 그리고 은사 끝에는 새로 제작하게 될 검날들을 종류별로 매달아 놓고, 버튼 원 클릭으로 매 상황마다 원하는 검날을 자동 탈부착 시키는 거야.”

[......]

설계는 끝났다.

그런데 시스템창이 반응이 없다.

근거가 부족한 그리드의 설계도를 해석하기가 어려운 눈치였다.

“....실패냐.”

역시 너무 막무가내였었나 싶다.

‘인터넷 뒤져서 조금이라도 과학적인 구조를 생각해 와야겠네.’

한숨을 쉰 그리드가 로그아웃하려는 순간이었다.

[결정하시겠습니까? 설계도를 완성할 경우, 사용 가능한 창조 스킬이 1회 소멸합니다.]

“오...!!”

전설적 대장장이의 창조는 그리드의 예상보다 더 훌륭한 스킬이었다. 슈퍼컴퓨터 모르페우스의 위력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결정한다!”

그리드가 소리침과 동시에.

슥삭슥삭.

그리드가 제작한 허접한 설계도 곳곳에 숫자와 언어들이 추가되었다가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온갖 수치들이 실시간으로 연산되고 있었다. 시스템이 그리드가 만든 설계도의 내용을 보완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수 분 후.

[아이템의 특징을 설명해주십시오.]

설계도의 재구축이 끝났다!

설계도 속 박스의 외관은 처음 그리드가 설계했을 때와 똑같았지만, 내부 구조는 시스템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근거를 갖추게 되었다.

‘팬은 마나를 에너지원으로 작동하는 건가.’

사용할 때마다 마나가 소모되게 생겼다.

하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드는 아이템이 무사히 창조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미소 지은 그가 설명했다.

“버튼 원 클릭으로 검날의 탈부착을 가능하게끔 만들어주는 보조 도구다. 은사와 연결 된 검날이 평소에는 인벤토리 속에 머물다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슉! 하고 튀어나와서 철컥! 하고 손잡이에 장착되는 거지. 후훗.”

실용성 높은 아이템!

기고만장해진 그리드가 새로 창조한 보조 도구의 개념을 열띠게 설명하였다. 하지만 시스템이 초를 쳤다.

[Satisfy 설정 상 재현 불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은사는 인벤토리 외부에, 은사와 연결된 검날은 인벤토리 내부에 따로따로 위치할 수 없습니다. 연결된 시점부터 이미 하나의 아이템이므로 같은 공간에 위치해야합니다.]

“.....?”

[은사와 연결된 검날을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수납공간을 제작하도록 추천합니다.]

“......”

<굳은살 박힌 손에는 묵색의 손잡이를 쥐었고, 커다란 몸에는 열 개의 검날을 둘렀다.>

훗날 회자될 템빨왕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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