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3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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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 32권 - 1화
<마나 실드>Lv.6
공격을 받을 시 생명력 대신 마나를 소모합니다. 단,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수치를 68퍼센트만 적용받습니다.
마법을 캐스팅하는 동안에는 마나 실드의 기능이 불완전해집니다. 마법 캐스팅 도중 3만 이상의 데미지를 입을 시 마나 실드가 관통당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없이 ON/OFF가능.
400레벨 무무드의 마나 실드 스펙이다.
또한 무무드는 ‘무한한 마력을 지닌 존재’라고 표현되는 리치답게 마나량이 50만에 육박했다.
거기에 더해서.
<무무드의 지식>
마법 캐스팅 속도가 15퍼센트 상승하고 마나 회복 속도가 30퍼센트 상승합니다.
무무드는 이와 같은 내용의 기본 패시브 스킬도 탑재하고 있었다.
아그너스가 전투 초반부터 무무드에게 고위 마법을 캐스팅하게끔 시킨 판단 근거는 충분했던 것이다.
그래, 아그너스는 현재의 무무드를 무적에 가까운 존재로 해석했다.
무무드가 고위 마법을 캐스팅하는 동안 드러나는 빈틈은 5~7초에 불과하며, 혹 그 시간 동안 역습을 당할지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최하급 마법을 사용한 그리드의 마법 캐스팅 속도가 무무드보다 족히 3배 이상 빨랐고, 그 위력은 마나 실드를 관통할 정도였다.
[리치 무무드가 37,3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리치 무무드가 30,000의 마나를 손실합니다.]
[리치 무무드가 7,300의 생명력을 손실합니다.]
‘고작 파이어 볼과 다크 커터 따위로 무무드에게 이만한 피해를 입히다니?’
무무드의 현재 지력은 무려 1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마법사 랭킹 1위가 무무드에게 최강의 마법을 적중시켜봤자 대부분의 피해를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무무드의 마법 저항력은 높았다.
한데 그리드의 기본 마법 앞에서는 무무드의 마법 저항력도 무용지물인 것이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아그너스가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이게 바로 브라함의 힘... 큭큭큭, 인정할 수밖에 없군!’
아그너스가 그리드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드디어 높였다.
플레이어 최초로 레전드리 클래스 <파그마의 후예>를 획득한 것으로 모자라서 이제는 브라함의 힘까지 거머쥔 그리드.
아그너스는 그리드의 ‘퀘스트 진행능력’이 독보적인 것이리라고 판단했다.
‘크라우젤이 전투의 천재라면, 네놈은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이해하고 이를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닌 거겠지.’
진실은 많이 다르지만, 아그너스는 이렇듯 그리드를 과대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면 2개 전설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는 그리드라는 존재를 버그 플레이어 정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율하는 아그너스.
입꼬리가 찢어져라 솟구쳐있는 그의 귓가로 그리드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게 바로 신화급 템빨이다, 새끼야!”
“템...빨!”
콰아아아아앙!!
그리드가 또 다시 파이어 볼을 날렸다.
리치 무무드가 S급 고유마법 <안식>의 캐스팅을 아직 절반도 마치기 전, 그리드는 벌써 3번째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상식적인 관점에서는 파이어 볼 등의 최하급 마법 따위, 3번이고 10번이고 쏴봤자 무무드에게 전혀 위협이 안 됐다.
마나 실드를 전개 중인 리치 무무드에게 최하급 마법으로 피해를 입힌다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리드의 파이어 볼은 상식선을 벗어나는 파괴력을 간직하고 있었으므로 아그너스는 긴장했다.
‘고작 파이어 볼 한 방으로 2만 정도의 데미지가 또 들어오는 건가?’
파이어 볼과 다크 커터를 동시에 맞았을 때 무무드가 입은 피해는 3만 7천을 초과했다. 파이어 볼 한 방만으로도 2만에 육박하는 피해를 입을 게 분명하다고 아그너스는 생각했지만.
퍼어어엉!!
[리치 무무드가 8,8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리치 무무드의 마나가 8,800 손실되었습니다.]
‘응?’
어째, 파이어 볼의 위력이 앞서 선보였던 것보다 훨씬 약하다?
‘최초에 사용했던 마법들은 치명타 데미지를 적용받았던 건가?’
생각하며, 이성을 되찾은 아그너스가 무무드의 전면으로 섰다. 무무드가 마법의 캐스팅을 완료하는 동안 자신이 방패가 될 심산이었다.
한편 그리드는 낭패를 겪고 있었다.
[파이어 볼과 다크 커터의 더블 캐스팅에 실패하였습니다.]
‘썩을!’
벨리알의 지팡이는 마법의 <트리플 캐스팅>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사기적인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숙련도가 뒷받침되어야만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었다.
그리고 그리드의 소감을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트리플 캐스팅을 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해 보였다.
‘더블 캐스팅만 해도...’
입으로 ‘파이어 볼’을 외치는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다크 커터’를 외쳐야하는데, 이게 어지간히 어렵다. 최초에 시도했다가 성공한 것은 순전히 뽀록... 우연이었다.
‘지나가는 사람 100명 붙잡고 도전해보라지.’
아마 100이면 100 다 실패할 것이라고 그리드는 확신했다. 그만큼 더블 캐스팅의 난이도는 높았다.
‘이러면 역시 고위 마법을 사용해야하나?’
현재 그리드는 거의 대부분의 템빨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착용자의 지력을 30 상승시켜주고 마법 캐스팅 시간을 20퍼센트 단축시켜주는 <니베리우스의 팔찌>.
착용자의 지력을 15퍼센트 상승시켜주는 <흑수정 귀걸이>.
착용자의 마나 회복 속도를 2배 상승시켜주고 마법, 스킬 사용에 소모되는 자원을 절반 감소시켜주는 <부조리의 반지>.
착용자의 지력을 200 상승시켜주고 피 냄새 옵션을 발휘하는 <말락서스의 망토>.
착용자의 지력을 300, 위엄을 200 상승시켜주는 <성스러운 빛의 왕관>.
여기에 <벨리알의 지팡이>까지.
대마법사로서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그리드는 여태껏 자신이 노력으로 쟁취해온 모든 산물을 끄집어낸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400레벨 <대마법사>의 육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무려 수십 종류나 되었다.
그렇다.
현재 그리드의 마법사적 능력은 리치 무무드와 비교해서 결코 꿀리지 않았다. 도리어 앞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드가 최하급 마법만 사용하는 이유는 효율 때문이었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볼, 다크 커터 등의 각 속성 기본 마법은 캐스팅 시간이 1~2초에 불과했으나 그 상위 마법들은 단계가 올라갈수록 캐스팅 시간이 또 수 초씩 추가됐다.
‘마법에 익숙하지 못한 내가 몇 초씩이나 투자해가면서 마법을 캐스팅한다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커.’
마법은 속성별로 상극이 존재한다. 또한 단순 공격 기술로만 구성 된 것이 아니라 온갖 종류의 기능을 발휘했다.
카운터 맞을 확률이 지극히 높고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이며, 마법을 사용한 전투는 고난이도의 심리전을 펼쳐야한다는 뜻이 됐다.
마법이라고는 매직 미사일, 플라이, 알람 정도밖에 사용해보지 못한 그리드가. 심지어 똑똑하지도 못한 그리드가 실시간으로 다양한 마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가면서 전투한다?
불가능하다.
특히 상대는 아그너스.
그는 리치를 활용한 마법전에 능숙한 인물이었다. 그를 상대로 어중간한 심리전을 걸었다간 그리드가 허무하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그리드는 화염 마법과 암흑 마법을 동시에 사용할 시 추가 데미지를 입히는 벨리알의 지팡이 옵션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계획을 짰다.
즉발 마법에 가까워서 리스크가 적은 최하급 마법들만 사용함으로써 심리전을 피하고, 약한 공격력은 템빨로 보충하여 탱크처럼 우직하게 무무드의 리치를 밀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파이어 볼!”
‘다크 커...볼!’
“파이어...! 다크!”
‘염병!’
파이어 볼과 다크 커터를 시간 차 없이 동시에 외치는 일, 진짜로 어렵다.
플레이어는 더블 캐스팅의 영역에 결단코 들어설 수 없다는 확신이 들게 될 정도였다.
‘이래서야... 대마법사의 칭호는 앞으로도 쭉 NPC들의 전유물이 되겠구만.’
퍼펑!
펑!!
파이어 볼과 다크 커터가 따로따로 전개되어 리치 무무드를 공격하고, 그 위력은 동시에 캐스팅 됐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약해서 마나 실드를 꿰뚫지 못한다.
결국 그리드의 초조함이 극에 달하는 순간.
키야아아아아아아아!!
아그너스와 마나 실드의 비호 아래 리치 무무드의 마법 캐스팅이 끝났다.
아가리를 쩍하고 벌린 녀석이 기성을 토하자 무지갯빛의 마력이 폭사하며 그리드를 덮쳤다.
“갓 핸드...!”
를 불러보는 그리드였으나, 동화로 인해서 <대마법사>가 되었기 때문일까.
<파그마의 후예>의 전용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갓 핸드는 그리드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그리드는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무무드의 공격을 버텨야하는 신세가 됐다.
‘뭐로 막아야하지?’
무무드가 사용하는 마법은 그리드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위력과 효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캐스팅에 무려 8초 가까운 시간을 투자한 것을 보면 최상급 마법임이 분명했다.
‘무조건 전력으로 막아야 돼.’
빠르게 판단한 그리드가 미리 확인해두었던 마법 목록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방어 마법 목록.
그중에서도 마법 저항력에 극단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마법이 있었다.
“안티 매직 실드!”
[10초 동안 마법 저항력이 50퍼센트 상승합니다.]
[마법 공격을 1회 방어합니다.]
촤아아아악!!
분홍빛의 투명한 장막이 펼쳐지면서 그리드의 몸을 감쌌고,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정!!
혜성처럼 날아온 무지갯빛 섬광이 분홍빛 장막에 직격해왔다.
그리고.
째애애애애애애애앵-!
분홍빛 장막이 산산조각 났다.
일곱 가지 빛깔을 자랑하던 무지갯빛 섬광은 이제 여섯 가지 빛깔만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드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다단히트 마법...!’
무지갯빛의 섬광.
그것은 하나의 마법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7가지 속성으로 구분 된 7종류의 마법이었던 것이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그리드의 안티 매직 실드를 꿰뚫고 날아든 무무드의 마법이 그리드의 가슴과 충돌하면서 폭발한다.
그 폭발이 어찌나 거대한지, 그리드가 서있던 지면이 마치 운석이라도 맞은 것처럼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
“........”
“그, 그리드...”
폭발하는 지면이 발생시킨 흙먼지 너머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리드의 실루엣이 보인다.
불에 타오르고, 얼음에 얼고, 흙으로 뒤덮이고, 바람에 베이고, 섬광에 꿰뚫리고.
그리드는 온갖 종류의 피해를 한꺼번에 받고 있었다.
소름 돋는 광경이었다.
리치 무무드.
그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람들도, 오늘 처음 알게 된 사람들도, 모두가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무드의 마법은 그만큼 강했다.
마법 일발의 위력만으로 혼란스러운 전장에 정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큭큭...!”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시청자들과 전장의 모두가 그리드의 죽음을 예견하며 찰나인지, 영원인지 모를 정적을 유지하고 있는 그때.
누군가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아그너스의 웃음소리였다.
“...크하하하하하하핫!! 좋아...! 아주 좋아!! 키햐하하하하핫!!!”
아그너스가 추구하는 것은 순간의 즐거움이다. 그는 늘 새로운 자극을 받음으로써 지독한 현실을 잊고 싶었다. 그에게 있어서 오늘 그리드와의 만남은 가히 최고였다.
“설마 브라함의 영혼을 지니고 있었을 줄이야...! 설마 무무드 성장의 발판이 되어줄 줄이야...!! 큭...! 큭큭!! 그리드으으!! 더! 더 날뛰어봐라!! 나를 더 즐겁게 해줘!!!”
퍼엉-!
퍼퍼퍼펑!!
리치 무무드는 흙먼지 너머 그리드의 실루엣을 노리고 연신 마법을 발사 중이다.
시청자들 대부분은 그 행위를 확인 사살쯤으로 보았다.
그리드가 재기할 거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무드가 앞서 사용했던 마법의 위력이 터무니없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한데 그때였다.
“...왜 이 생각을 진즉에 못했을까.”
무무드가 쏜 마법의 여파로 발생한 폭풍.
이로 인해 사방으로 흩어져버린 흙먼지 너머로 상처투성이 그리드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왼쪽 어깨 위로는 10여 발의 불꽃 구체가 일렬로 자리 잡은 채 타오르고 있었고, 오른쪽 어깨 위로는 10여 발의 검은 칼날이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불꽃과 어둠의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이다.
“...?”
시청자들과 아레스 군단원들은 물론이고 템빨단원들과 아그너스 또한 그리드가 연출하는 광경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리치 무무드는...
움찔!
알아보고 있었다.
브라함이 재정립시킨 강화 마법 중에서도 최강의 효율을 발휘하는 <알람>마법의 재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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