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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489화 (484/1,794)

템빨 31권 - 10화

“1만 병력 전부가 철갑귀마대라고?”

“예, 그렇습니다.”

“낭패로군.”

척후병의 보고를 접한 스캇이 이마를 감싸 쥐었다.

철갑귀마대.

사용횟수에 제한이 있는 아레스의 <강병 육성>스킬과 벨토 왕실의 자본을 쏟아 부어서 만든 최정예 군단이다.

처음부터 ‘사하란 제국의 대항마’를 모토로 육성한 기마대이니만큼 그 강함은 진짜다.

전원 고급 창술 마스터리와 고급 기마술을 비롯한 각종 고급 스킬을 습득하고 있었고, 어렵게 공수한 귀마에 탑승하고 있다.

그들은 실제로 제국과의 전쟁에서 큰 전과를 올렸다.

‘국왕이 노해도 단단히 노했군. 간신히 육성한 그 강군을 모조리 파견할 줄은 예상치 못했어.’

사하란 제국의 습격에 대응할 패쯤은 남겨둘 줄 알았다.

‘하긴.... 우리를 빠르게 제압할 자신이 있다면 제국의 습격은 걱정할 문제가 아니었겠지.’

현재 아레스 군단이 보유하고 있는 병력의 숫자는 플레이어의 상식을 부수고 있다.

무려 3만이다.

철갑귀마대보다 숫자가 족히 3배는 많은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았다.

‘제국과의 전쟁 이후 새로 징병한 우리 군대의 평균 레벨은 이제 고작 170. 반면 철갑귀마대의 평균 레벨은 전쟁 이후 급격히 올라 290에 육박한다.’

3만 병력 모조리 출진시켜봤자 철갑귀마대의 좋은 먹잇감밖에 안 될 것이다.

‘병력 싸움은 도리어 독이야. 전쟁 중에 철갑귀마대의 레벨이 실시간으로 오르면서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질 거다.’

제국과의 전쟁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아레스가 철갑귀마대에 부여한 특성 중 <레벨 업 시 모든 자원 회복>이 전쟁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는 광전사 군단, 혹은 지치지 않는 언데드 군단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정도였다.

‘철갑귀마대에게는 차라리 소수로 맞서는 편이 좋아. 병력은 거두고 우리가 직접 출정해서 게릴라전을 펼쳐야 된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아레스 군단을 뜻한다.

아레스 군단.

아레스를 마스터로 둔 길드로서 소속원은 총 200이었다.

생산직계열 38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전부 전투직업군이었고 그들의 평균 레벨은 300을 웃돌았다.

‘반면 철갑귀마대는 아직 3차 전직을 하지 못했어. 우리 162명에 템빨단의 원군을 더하면 철갑귀마대 1만의 발을 잠시나마 묶을 수 있을 거다.’

앞으로 나흘.

나흘 후면 아레스의 강병 육성 스킬이 다시 활성화된다.

그때까지만 시간을 벌면 승산이 생긴다.

확신하는 스캇에게 새로운 보고가 들려왔다.

“템빨단에서 원군이 도착했습니다. 하, 한데.”

“한데?”

“그, 그것이... 고작 다섯 명밖에 안 됩니다.”

“뭐라고?”

스캇의 얼굴이 귀신처럼 일그러졌다.

“양아치 같은 놈들!”

동맹을 수락할 수밖에 없게끔 작금의 사태를 발생시켜놓고는, 정작 이 사태를 모면하기 위한 힘은 보태주지 않는다고?

‘동맹 관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우리의 세력을 약화시킬 심산이었던 건가!’

스캇의 마음속에 분노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템빨단.

플레이어 최강 집단 중 하나라고 자처하고 인정받는 그들이 하는 짓은 3류 날건달이나 진배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잠시나마 동맹을 맺게 된 상대가 눈곱만큼도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건 절망스럽군.’

쯧, 혀를 찬 스캇이 귀빈실로 향했다. 그리고 문 앞에서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화를 억누르려는 노력이었다.

‘아레스 님의 명예에 흠을 남겨선 안 되지.’

아레스 님께서는 손님을 늘 극진히 대하라 당부하셨다.

상대가 양아치라고 해서 똑같이 응대하는 건 안 된다.

생각하며 간신히 화를 삭인 스캇이 귀빈실 문을 노크하였다.

순간.

“들어오세요.”

‘뭐?’

귀빈실 안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스캇이 귀를 의심했다.

당차면서도 매혹적인 미성.

그 유명한 지슈카의 목소리를 단박에 알아들은 것이다.

‘신궁...!’

그녀가 에트날 왕국의 전쟁에서 보여주었던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최소한 대단위 전투에서 그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그리드와 크라우젤은 물론이고 존경하는 아레스 님보다 그녀가 몇 수나 위다.

‘원군이 고작 다섯 명이라 할지라도 그 원군에 신궁이 속해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다행이다.

템빨단이 완전히 3류는 아니었나보다.

안도하며 귀빈실 문을 연 스캇.

“여러분을 환영...”

템빨단에게 정중히 인사하려던 그가 순간 입을 다물어버렸다.

“반갑군.”

길게 뻗은 창문의 절반을 가려버릴 정도로 넓은 어깨를 지닌 사내.

높이 솟은 이마부터 쭉 뻗은 콧대와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흑발의 청년.

“템빨왕...!”

그리드였다.

하늘을 부수고 종국에는 최초의 왕좌에 앉은 거물 중의 거물.

그가 템빨단의 원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일국의 국왕이며 전설의 대장장이.

20억 유저 중에서 누구보다도 바쁠 사람이 바로 그리드다. 그는 아레스와 같은 하늘의 별이었다. 쉽게 만날 수 있어선 안 되는 존재였다.

한데 일시적인 필요에 의해서 동맹 관계를 구축한 우리 아레스 군단에게 직접 원군으로 찾아온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거물을 맞이한 탓에 잠시 넋을 잃은 스캇에게 그리드가 웃어주었다.

“동맹을 수락해 주어서 기쁘기 그지없다. 맹우가 된 기념으로 작은 선물을 주려한다.”

“작은... 선물 말입니까?”

그리드의 목소리를 듣고 번뜩 정신을 차린 스캇이 묻는다.

감을 잡지 못하는 그에게 그리드가 확언했다.

“맹우의 영토를 침범한 적군 절반을 이틀 내로 처리해주지.”

“...핫!”

스캇이 본의 아니게 웃고 말았다.

그리드가 너무 순진해보였던 까닭이다.

‘사태 파악을 못하는 건가?’

아레스 군단의 힘은 템빨단도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을 터.

‘우리가 왕실군의 진격을 막지 못하는 것을 봤으면 눈치껏 사태 파악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드라는 거물이 이토록 눈치가 없다고?

‘아니, 그럴 리 없지. 단순한 조크인가보군.’

진지하게 상대해선 안 될 것 같다.

그리드라는 인물을 파악했다고 자부한 스캇이 슬며시 웃었다.

“왕실군 절반을 30시간 내에 처치해주겠다니 그거 참 듬직하군. 정말로 믿어버리고 말겠습니다.”

“진짠데.”

“흐음, 좋아요. 믿어보겠습니다.”

“그래. 우리가 처리해줬으면 하는 부대를 지목해봐.”

현재 왕실군은 8개로 나뉘어서 진격 중이었다.

개중에 유난히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들이 있을 것이다.

역시나, 스캇이 4개의 부대를 꼭 집어서 지목해보였다.

“철갑귀마대 중에서도 1대대, 3대대, 4대대, 6대대가 특히 뛰어납니다. 병사들의 평균 수준은 다른 대대와 똑같지만 대대장들의 실력이 특출하죠. 단순 무력뿐만 아니고 전술이 무척 예리합니다.”

지금 당장만 봐도 이 4개 대대가 선택한 이동 경로가 무척 까다로웠다.

아레스 군단의 병력 배치 구도로는 대응하기 힘든 구역들을 선별하여 이동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레스 군단의 사정을 알 리 없는 그리드에겐 다 똑같아 보였다.

“좋아. 처리해주지.”

고개를 끄덕인 그리드가 출진할 채비를 갖추자 한쪽에 잠자코 있던 지슈카와 폰, 그리고 레가스와 유페미나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캇이 또 한 번 놀랐다.

‘폰과 레가스도 있었다고?’

그리드의 존재감에 압도당하여 주변을 살피지 못했다. 폰과 레가스를 이제야 보고 말았다.

‘템빨왕과 신궁에 이어서 백마 왕자와 아수라인가... 여기에 유라와 카츠가 포함되면 템빨단 최고 전력이겠군.’

어쩌면, 이틀 내에 왕실군의 절반을 처리해주겠다는 그리드의 자신감은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드, 지슈카, 폰, 레가스 모두 큰 전쟁에서 대활약한 경험이 있는 자들.

특히 그리드는 10만 대적자다.

이들의 입장에선 1만의 군세라는 것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었다.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되겠지만.’

철갑귀마대는 보통 군대가 아니다.

한 명, 한 명이 랭커급 플레이어만큼 강력했고 군대 단위로 발휘하는 힘은 최상급 랭커 이상이었다.

주작을 소환하여 전장 전역을 불태웠던 지슈카의 신위?

철갑귀마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대단위 전투에서는 지슈카보다 못한 그리드와 폰, 레가스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별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금세 수세에 몰려서 제 한 몸 건사하기 바빠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거로 충분하다.’

아레스 님의 강병 육성 스킬이 활성화될 때까지 시간만 벌어주면 된다.

‘나흘 후면 철갑귀마대를 패퇴시키고 휴전 상태를 유도할 수 있어.’

벨토 왕실이 피해를 수복하는 동안 우리는 아레스 님의 능력으로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벨토 왕국을 집어삼킬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단언하는 스캇.

찬란한 미래를 꿈꾸는 그의 눈동자로부터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그리드는 오해했다.

‘우리가 어지간히도 믿음직한가보군. 아레스 군단의 넘버 2쯤 된다더니 과연 안목이 높아.’

흡족한 미소를 짓는 그리드였다.

***

“그리드? 지슈카? 폰? 레가스?”

템빨단으로부터 도착한 원군 목록을 확인한 럭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템빨국의 건국 영웅들이 죄다 모였네? 의왼데?”

템빨국이 제안한 동맹의 형태는 무척 불쾌한 것이었다.

동맹을 수락할 수밖에 없게끔 상황을 유도해버렸으니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린 심정이었다.

하여, 럭은 템빨국과의 동맹이 오래 가지 못하리라 보았다. 심할 경우 이번 위기만 넘기고 동맹을 파기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데 템빨단이 파견한 원군의 내역이 너무 화려했다.

비록 동맹을 제안한 방식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템빨단이 이번 동맹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단 사실은 절실히 느껴졌다.

“그만큼 템빨단도 위태롭단 뜻이겠지. 일단 제국이 건재한 이상 뒤통수 맞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스캇의 생각이었고, 럭 또한 동의했다.

“그럴 것 같군. 문제는 제국이 영원히 건재할 것 같단 점이지만.”

차원이 다르다는 말, 럭은 제국과의 전쟁에서 여실히 실감했다.

전대 적기사단보다 못하다는 당대 적기사단은 가늠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고, 솔로 넘버 나이트는 럭을 압도했다.

‘그나마 5번까지는 상대할만하다 싶었는데.’

4번 기사부터는 벽을 만난 기분이 들었고 3번 기사부터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존재했다.

전성기 시절의 크라우젤도 가뿐히 한 손으로 제압할 것 같은 수준이랄까.

“어찌됐든 지금 가장 궁금한 건 템빨국 건국 영웅들의 실력이야.”

과연 그들은 철갑귀마대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럭이 예상하기로 최대 3일이었다.

물론 1개 대대를 상대했을 때의 이야기다.

‘자리를 잘 잡고 게릴라를 펼치면 충분히 시간을 끌어줄 것 같은데...’

기대해보는 럭과 스캇.

둘의 시야로 길드 채팅이 떠올랐다.

@처, 철갑귀마대 3대대가 반파...!!

“뭐라고?”

그리드가 출정하고 반나절도 안 돼서 도착한 소식.

납득하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 있던 럭과 스캇이 동시에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지슈카의 주작이 철갑귀마대에게도 효력을 발휘한 건가?

@그리드도 주작 2마리를 소환 했고?

아니, 그뿐만이 아닐 거다.

그리드, 지슈카, 폰, 레가스 모두가 궁극기를 퍼부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철갑귀마대 1개 대대가 반나절 만에 반파당할 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럭과 스캇에게 충격적인 답변이 도착했다.

@아니, 그리드가 소환한 주작의 숫자는 4개였다!!

@네 마리의...

@...주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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