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478화 (473/1,794)

템빨 30권 - 21화

암흑의 룬.

그리드가 브라함의 영혼을 받아들인 직후 발생한 이벤트 스토리에서 획득한 아이템이다.

첫 번째 야탄의 종 <아모락트>의 대리인 <탈로스>가 드롭했다.

탈로스.

대리라고 해서 우습게 평가할만한 인물이 아니다. 무려 대악마 아모락트의 대리인이지 않은가. 그는 대악마에게 선택받은 인간답게 정말 강하고, 잔혹하며, 철두철미한 인물이었다. 야탄교가 서대륙 전역으로 전파될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그의 공로였다.

당시의 그리드는커녕 현재의 그리드조차도 탈로스와 적대하면 승산이 1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벤트 스토리에서 진정한 힘을 ‘맛보기’로 보여줬던 브라함에겐 탈로스도 한낱 벌레에 불과했다.

탈로스는 15,580의 지력을 기반으로 전개된 브라함의 매직 미사일과 파이어 볼 연타에 한 줌 재로 산화해버렸다.

어찌됐든 결론은, 암흑의 룬이란 본래 정상적인 경로로 획득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란 뜻이다.

탈로스가 드롭하는 암흑의 룬을 과연 그 누가 얻을 수 있었겠는가?

만약 그리드가 브라함의 영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래, 세컨드 클래스 <대마법사>를 획득하지 못했다면 여태까지 룬 아이템의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

‘20억 유저 중에서 룬을 보유한 유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겠지. 당장 템빨단 내에서도 룬을 보유한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그리드가 추측하기로, 훗날 플레이어 간의 격차는 이 룬 아이템으로 결정될 것이 분명했다.

누가 한발 앞서서 룬을 확보하고, 그 룬에 더 많은 힘을 축적시키느냐가 독보 지존을 판가름할 터였다.

‘어쩌면, 지금쯤 아그너스는 나보다 더 많은 힘을 룬에 축적해놨을 지도 모르지.’

비단 아그너스 뿐만이 아니다.

라우엘이 태양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최강자들은 이미 대부분 룬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개중에는 암흑의 룬보다 더 뛰어난 룬이 있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고.

하지만 그리드는 자부한다.

룬 소유자가 혹 자신의 예상보다 많을지언정, 자신의 룬이야말로 그 누구의 룬보다 더 앞서가고 있음을.

왜?

‘나는 벌써 대악마의 힘을 확보했으니까.’

<암흑의 룬>

귀속 아이템

인벤토리에 영구히 보존됩니다. 거래, 드롭, 파괴가 불가능합니다.

-사용 효과:악마력 스탯이 오르는 대가로 마기가 상승합니다.

*일반 공격, 스킬 공격 시 암흑 속성 공격력 20% 추가

-고유 지속 효과:네임드급 마족, 마물, 악마를 해치울 경우 고유 특성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티라멧의 힘:생명력이 1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생명력이 30%까지 일시에 회복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12시간

*라티나의 힘:<죽은 자의 왕이 될 수도?>스킬이 생성됩니다.

★Special★

*32위 대악마 벨리알의 힘

어둠의 여왕이 세상을 공포로 잠식시킨다.

불꽃의 여왕이 세상을 불태운다.

거짓의 여왕이 세상을 유린한다.

룬 내에서도 특별하게 분류되는 극강의 힘.

지옥 군주의 힘이 인계의 왕 그리드를 통해서 발현된다.

“암흑의 룬 개방, 벨리알의 힘.”

쿠와아아아아앙-!!!

“……!”

“?!”

흑마 강시에게 얻어맞고 자빠져있던 노에.

흑마 강시의 발을 묶어놓고 있던 이야루그트.

드디어 이야루그트의 검술에 적응하고 회피력을 높이던 흑마 강시.

이야루그트와 흑마 강시의 고차원적 전투를 넋 놓은 채 지켜보던 수애.

그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리드에게 향했다.

그리드로부터 발산되는 마력이 터무니없이 막강했던 까닭에 반사적으로 시선이 돌아간 것이다.

씨익!

흑마 강시와 시선을 마주친 그리드가 음침한 미소를 피어올렸다.

붉고, 어둡고, 보다 강렬한.

밤하늘의 혜성을 연상시키는 마력에 휩싸인 그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암흑의 룬에 봉인되어 있던 대악마 벨리알의 힘을 개방하였습니다!]

[벨리알의 세 가지 권능 전부를 인간이 소화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육체가 큰 부담을 느낍니다. 최대 생명력의 35퍼센트를 손실합니다.]

[상태이상 ‘쇠약’에 걸립니다.]

[저항하였습니다.]

[현재 생명력이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암흑의 룬에 귀속 된 티라멧의 힘이 발동합니다.]

[30퍼센트의 생명력이 회복됩니다.]

[최대 생명력의 70퍼센트 이상을 손실하였습니다. 최초의 왕 칭호 효과가 발동합니다.]

[최근 1분 내에 잃은 생명력만큼의 보호막이 생성됩니다. 보호막이 지속되는 동안 모든 지형 적응력이 100퍼센트 상승하고 이동속도와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인간인 당신은 벨리알의 세 가지 권능 어둠, 불, 거짓 중 하나만을 택일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벨리알을 레이드하고 얻은 힘.

그리드는 이미 몇 번이나 테스트해봤다.

불의 권능을 선택할 경우 <불꽃 여왕> 패시브 스킬이 발동하여 스태미나가 하락하지 않고 생명력 회복 속도가 300퍼센트, 화염에 대한 내성이 100퍼센트 상승한다. 지옥 불보다 하위 개념에 있는 화염 공격을 받을 경우 도리어 생명력을 회복하기까지 한다. 또한 <여왕의 업화> 마법과 <업화의 길>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높은 전투 지속력과 폭발적인 공격력이 특징이다.

반면 어둠의 권능을 선택할 경우 <암흑 여왕>패시브 스킬이 발동하여 마족을 적대하지 않게 되고 마나 회복 속도가 300퍼센트, 암흑 마력에 대한 내성이 100퍼센트 상승한다. 또한 <여왕의 조롱> 마법과 <어둠의 길>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마법과 스킬 사용이 보다 용이해지는 측면이 있고 디버프 능력과 은밀함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거짓의 권능을 선택할 경우에는 단 하나의 마법 <여왕의 왜곡>만이 생성 된다.

한데 이 왜곡 마법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순발력과 컨트롤 솜씨가 요구됐다.

그리드가 자평하기로, 현재 본인의 실력으로 실전에서 써먹기는 어려웠다.

“애초에 네겐 업화가 치명적이겠지.”

최초의 왕 칭호 효과를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게끔, 용암 감옥에 진입한 이후 그리드는 생명력을 쭉 40퍼센트대로 유지해왔다.

덕분에 벨리알의 힘을 개방하면서 발생한 페널티가 티라멧의 힘으로 어느 정도 상쇄되었고, 동시에 최초의 왕 칭호 효과가 적용되면서 강력한 보호막까지 얻었다.

그 상태로.

화르륵!

불꽃에 휩싸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고요하게 일렁이는 홍염이 그리드의 눈썹과 머리카락 한 올까지 모조리 뒤덮었다.

[불꽃의 권능을 선택하였습니다!]

[벨리알의 힘이 유지되는 2분 동안 패시브 스킬 <불꽃 여왕>이 적용되며 <여왕의 업화> 마법과 <업화의 길>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여왕의 업화>

불꽃 여왕을 상징하는 회심의 마법입니다.

강력한 화염으로 대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힙니다. 피해량은 사용자의 지력 수치와 표적의 최대 체력 수치에 비례합니다.

자원 소모:최대 마나의 90퍼센트

재사용 대기 시간:10분

<업화의 길>

불꽃 여왕이 걷는 길에는 업화의 잔광이 남습니다.

스킬의 지속 시간 동안 ‘화상(小)’를 유발하는 화염을 몸에 두릅니다. 또한 물리 공격과 스킬 사용 시 화염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화염 데미지는 사용자의 근력과 지력 수치에 비례합니다.

자원 소모:업화의 길이 활성화되는 동안 초당 250의 생명력과 60의 마나를 손실.

재사용 대기 시간:5초.

그리드가 불꽃의 권능을 선택한 이유는 흑마 강시의 특성에 있다.

흑마 강시는 물리 공격에 대한 내성이 극도로 높은 바, 이야루그트의 검격을 벌써 몇 번이나 허용하면서도 뚜렷한 상처를 입지 않고 있었다.

‘물리 내성이 높은 대신 마법 내성은 약하겠지!’

강력한 불꽃으로 날려주마!

결정한 그리드가 흑마 강시에게 <여왕의 업화>를 쏘았다.

콰르르르르르르륵!!!

“윽…!”

마법의 발동과 동시에 그리드는 몸에서 진이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대량의 마나를 일시에 소모할 경우 높은 확률로 발생하는 상태 이상 ‘마나 폭주’현상이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별다른 피해 없이 폭주를 극복했다.

[저항하였습니다.]

파그마의 후예의 상태 이상 저항 특성 덕분이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폭포수처럼 퍼부어진 업화가 흑마 강시를 덮친다.

흑마 강시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일은 없었으나.

휘청!

누가 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쓰러질 듯이 비틀거렸다.

보스 몬스터답게 높은 체력 스탯을 자랑하는 흑마 강시에게 여왕의 업화가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릉!!

흑마 강시를 덮친 업화가 폭발하면서 용암 감옥의 일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꺄악!”

“냥!”

감옥의 지반이 무너지자 발 디딜 곳을 잃고 추락하는 수애에게 노에가 통통한 몸을 날렸고,

‘성수님 발바닥 말랑해!’

노에가 뻗어준 발을 붙잡고 목숨을 부지한 수애는 잠시나마 끔찍한 현실을 잊고 행복에 젖었다. 노에의 발바닥은 그만큼 대단한 마성을 지녔다.

터억!

그리드는 무너져 내리는 감옥 지반의 파편들을 밟고 건너면서 흑마 강시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9실패작>이 활활 타오른다.

“파그마의 검무.”

화르르륵!!

그리드의 춤사위를 따라서 발생하는 화염의 잔광이 현란하게 휘몰아치고,

“연살(聯殺)!!”

쿠르르르르륵!!

실패작의 검로는 화룡이 되어 혈마 강시의 몸을 여러 차례 관통했다.

푹! 푹푹!!

푸푸푹!!!

[크리티컬!]

[칭호, <한 방에 한 놈!> 효과로 크리티컬 데미지가 30퍼센트 추가됩니다!!]

[약점 공격이 발동하였습니다!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크리티컬!]

[칭호, <한 방에 한 놈!> 효과…]

[약점 공격 발동…]

[크리티컬!]

..

대장장이의 분노와 암흑의 룬을 개방하면서 추가 된 공격력이 연달아 발생하는 크리티컬의 위력을 배가시킨다.

안 그래도 여왕의 업화를 맞고 치명상을 입었던 흑마 강시는 그리드의 검격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우오오오오오오!!”

그리드는 벨리알의 힘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승부를 봐야한다고 보았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긴 연살파극 등을 제외한 파그마의 검무를 모조리 퍼부어 승부에 쐐기를 박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흑마 강시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고통과 두려움을 모르는 흑마 강시는 그리드의 공격을 허용하면서도 위축되기는커녕 지체 없이 반격을 시도, 그리드에게 역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제명을 단축하는 행위였다.

그리드가 쓰고 있는 기괴한 가면, <도살귀의 가면>이 그리드가 쏟은 피에 젖어 완연한 적색으로 물들었다.

결과.

서걱!

흑마 강시의 생명력 게이지가 빠르게 손실 되었고 급기야 실패작의 <절단>옵션이 발동해버렸다.

머리를 잃은 흑마 강시의 육체가 그대로 무너진 감옥 지하까지 추락한 후 쿠와아아아아앙!! 굉음을 토했다.

[용암 감옥의 간수장을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1,922,509,991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강시 제조법>을 획득하였습니다!]

<강시 제조법>

유니크 등급 스킬북.

철강시 제조법이 적혀있는 낡은 책자입니다.

사용 조건:도사, 네크로맨서.

“오오!”

강시 제작법이라니!

이건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 득템이다.

템빨국의 부족한 군사력을 강시로 대체할 수만 있다면…!

‘…아, 근데 하필이면 우리 길드엔 네크로맨서가 없잖아?’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는 그리드였다. 하지만 상념에 젖을 여유가 없다. 한속봉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됐으니까.

“플라이.”

벨리알의 힘의 지속 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브라함의 부츠로 스왑, 공중에 날아오른 그리드가 노에에게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수애를 품에 안고 감옥을 탈출했다.

쿠르르르르르르릉!!

그리드 일행이 탈출에 성공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용암 감옥.

곳곳에서 용암이 분출되고 온갖 광물이 사방으로 날뛰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위협은 화산재였다.

초국의 신성한 왕도 카라스의 하늘이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버렸다.

“저 미친놈…! 저 미친놈이 대체 무슨 짓을!!”

헐레벌떡.

흑마 강시가 쓰러지자 기겁하며 도망치는 삼다수.

강시 간수들을 대동한 그는 일단 한속봉을 형장으로 끌고 가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날렵한 근육질 몸매에 커다란 손, 거기에 사내들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넓은 어깨를 지닌 흑발의 사내가 자신의 앞길을 가로 막았기 때문이다. 그의 품에는 화산재를 뒤집어쓰고도 아름다운 수애가 안겨있었다.

“아버지!”

“수애야!”

서로의 무사를 확인한 한속봉과 수애가 감격의 재회를 나누는 그때.

“네놈은 대체 뭐냐!! 어떤 비겁한 방법을 썼기에 혼자서 흑마 강시를 해치운 거지!!”

“템빨왕이라서 템빨로.”

“?????”

삼다수는 그리드와 최악의 첫 만남을 나누었다.

같은 시각, 왕성의 귀빈실.

“방금 그 소란은 뭐지?”

화려한 비단 도포를 걸친 채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던 환국 양반들이 이변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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