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449화 (444/1,794)

템빨 29권 - 15화

다크 게이머 집단, 블러드 카니발.

돈을 위해서라면 스스럼없이 악행을 일삼는 그들은 자본이 낳은 희대의 악이다.

블러드 카니발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인식하는 세력이나 사람의 숫자는 이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누군가는 블러드 카니발에게 복수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을 정도이다.

하지만 블러드 카니발을 붕괴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것이 세간의 분석이었다.

블러드 카니발의 전력은 독보적으로 강력할뿐더러,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는 집단인 터라 본거지를 찾아내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여기가 바로 블러드 카니발의 본거지란 말이죠?”

태국을 대표하는 랭커 <똠냥>이 드라비앙 산맥에 도착했다.

블러드 카니발에게 암살당하는 모욕을 당했던 그녀가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을 규합해서 블러드 카니발의 본거지를 찾아낸 것이다.

탐험가 랭킹 1위 <스컹크>를 비싼 돈 주고 영입한 보람이 있었다.

“저 안쪽 동굴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두둑한 골드를 챙긴 스컹크가 친절한 태도로 길을 안내해주었다.

그를 따라서 거대한 동굴 입구 앞까지 도달한 똠냥이 눈살을 찌푸렸다.

“알림 창에 광룡 레바스탄의 둥지라고 뜨는데요?”

드래곤 레어를 근거지로 삼는다고? 이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불신의 시선을 보내오는 똠냥에게 스컹크가 설명했다.

“정확히 말하면 레바스탄의 둥지‘였던’ 곳이죠. 레바스탄은 벌써 수백 년 이상 이곳을 떠나있는 상태이고, 현재 이곳에 남은 것은 광기의 잔재뿐입니다. 그 탓에 몬스터들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은밀한 장소죠. 블러드 카니발이 본거지로 삼기에 이보다 적합한 장소도 없었을 겁니다.”

“흐음, 그래요.”

주변을 살핀 후에야 의심을 거둔 똠냥이 파티원 목록을 점검했다.

블러드 카니발에게 씻을 수 없는 수모를 겪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자들.

이들이 블러드 카니발의 표적이 되었던 이유는 각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300명은 대부분 뛰어난 재량을 갖췄으며 평균 레벨도 200중반대로 무척 높았다. 하이 랭커도 무려 19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블러드 카니발과 비교해서 결코 꿀리지 않는 전력인 것이다.

‘오로지 돈만 탐하는 천박한 자들에게 불가의 자비를 논할 필요는 없겠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응수해줌이 옳다.

살기를 품은 똠냥이 선두에서 파티원들을 이끌었다.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하세요. 적의 본거지에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모든 적들을 척살하도록 합시다.”

“좋아, 블러드 카니발 그 개자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고.”

“나를 죽이라고 의뢰한 새끼가 누군지 반드시 불게 만들어주겠어.”

분노와 살의로 점철 된 반 블러드 카니발 연합원들이 서슬 퍼런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동굴 안으로 진격했다.

한데.

‘아무도 없어?’

‘정보가 샜나?’

‘스컹크가 우리를 속였다거나?’

동굴은 어째 텅텅 비어있었다.

가증스러운 블러드 카니발 놈들의 흔적을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들 진정해요.”

혹시 함정에 빠진 건 아닐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면서 우왕좌왕하는 연합원들을 똠냥이 진정시켰다.

“경계를 늦추지 말고 적의 흔적을 탐색하도록 하죠.”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을 간신히 규합시켰다.

이들을 언제 또 다시 모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똠냥은 오늘 기필코 거사를 치러야한다고 판단했다. 필사적으로 블러드 카니발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결과.

“던전 입구를 발견했다!”

동굴 가장 깊은 곳에 은밀하게 감춰진 던전 입구가 있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기세가 한풀 꺾였던 연합원들의 의욕이 다시금 끓어올랐다.

“블러드 카니발 놈들…! 우리의 습격을 눈치채고 기겁해서 이 안으로 숨었구나!”

“쳐들어가서 박살을 내버립시다!!”

“우오오오!!”

연합원들은 두려울 게 없었다.

이쪽의 숫자는 무려 삼백에다가 모두 한 가닥하는 실력자인 바, 던전이 설령 블러드 카니발의 함정이라고 할지언정 우습게 돌파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전원 자신감으로 충만한 채 우르르 던전으로 입장했다.

그와 동시였다.

[<개 조심>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침입자를 감지한 던전이 대규모 함정을 발동합니다!]

푹!

푸푸푸푸푸푹!!

콰쾅!

쿠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악!!”

이름부터 괴상한 던전.

마치 아귀의 아가리 같다.

침입자를 감지하자마자 창칼을 쏘아대며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던전의 흉포함은 극에 달해있었다.

선두에 섰던 연합원 수십 명이 중상을 입거나 잿빛으로 산화하였으나,

“크롬 실드!”

“거인의 방패!”

“바람 장막!”

함정 따위 이미 예견했던 꼼냥과 대부분의 연합원들은 침착했다.

잽싸게 방어 스킬을 전개하여 자신과 아군을 보호했다.

하지만 문제는 함정뿐만이 아니었다.

크르륵!

캬오오오!!

던전 안쪽에서부터 대량의 몬스터가 몰려왔다. 함정에 대처하느라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던 연합원들의 피해가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전투가 지속되는 과정 속에서 꼼냥이 경악했다.

개떼처럼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조합과 전투 방식이 마치 군대처럼 정밀했던 까닭이다.

마치 누군가가 몬스터들을 인위적으로 배치하고 통솔하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몬스터 테이머…? 블러드 카니발은 랭커급 테이머도 보유하고 있던 건가?’

과연, 다양한 비공식 랭커를 거느린 집단답다.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상대다.

이를 악문 꼼냥이 하나둘씩 몬스터들을 베어나갔다.

“오오…!”

연합원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돌파할 수 없었던 몬스터들의 포진을 우습게 파쇄 시켜버리는 하이 랭커의 무위란 그만큼 굉장한 것이었다.

사투 끝에.

“허억… 허억…”

“다 몰아낸 건가?”

연합군은 모든 함정을 파훼하고 몬스터를 몰살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더욱 더 긴장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우리가 지친 지금이야말로 블러드 카니발이 등장할 차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약을 복용하고 한 숨 돌리고 있는 동안에도 블러드 카니발의 습격은 없었다.

‘뭐지?’

‘저건…!’

어리둥절해하던 연합원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던전 귀퉁이에 ‘문’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 던전,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나본데?”

“빌어먹을…”

첫 번째 구역조차도 난이도가 무척 높았다. 300명이었던 연합원 숫자가 이제는 250명이 됐을 정도다. 다음 구역 난이도는 얼마나 높을까, 상상하기 싫다.

지례 겁먹고 좌절하는 연합원들을 꼼냥과 하이 랭커들이 추슬렀다.

“걱정할 것 없어요. 다음 구역부터는 처음부터 침착하게 응수하면 도리어 더 편하게 클리어할 수 있을 겁니다.”

“애초에 몬스터 테이머가 거느릴 수 있는 몬스터의 숫자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어. 다음 구역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숫자와 질은 도리어 현격히 떨어질 거다.”

“함정에 주의하면서 블러드 카니발과의 일전을 준비하자고.”

“오오!”

용기백배한 연합원들이 다음 구역으로 이동했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더욱 더 다양하고 위험한 함정과 많은 숫자의 몬스터였다.

크르르르르…

키에에에에엑!!

“이, 이런 미친!”

연합원들이 사색이 되었다.

두 번째 구역에 대기 중인 몬스터의 숫자가 첫 번째 구역에 있던 몬스터의 숫자보다 더 많았다.

이건 이미 몬스터 테이머의 영역이 아니었다.

‘몬스터 테이머가 설사 수십 명 있더라도 이만한 몬스터들을 통제할 순 없어.’

‘말도 안 돼… 이렇게 완벽한 조합을 갖춘 몬스터 군단이 자연 발생한 거라고?’

‘이 던전 난이도 대체 얼마나 높은 거지?’

‘블러드 카니발 이 비겁한 놈들, 정말 끔찍한 곳에 숨었군.’

키야아아아아!!

다시 사투가 시작됐다.

다양한 종족과 특성을 갖춘 몬스터 군단의 진격에 맞서 싸우는 연합원들의 체력 소모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

[<개 조심> 던전의 3구역이 완전히 파괴당했습니다!]

[침입자 격퇴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와 전리품을 획득하였습니다.]

[생존자들이 던전 4구역에 침입하였습니다.]

[4구역에 배치한 함정과 몬스터가 행동을 개시합니다.]

“꽤나 버텼다만, 거기가 네놈들의 무덤이 되겠지.”

한 달 전.

다크는 정체불명의 침입자가 던전을 헤집어놓은 것을 보고 경각심을 품었다.

개 조심 던전이 회심의 역작이라고는 하나, 누군가의 침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음을 깨닫고 던전을 개조하여 더욱 더 철저한 방비를 갖췄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서 말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다크가 개 조심 던전에 배치한 몬스터와 함정의 효과는 상상이상으로 굉장해서, 무려 300명의 고레벨 침입자들을 궤멸 직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구역이 3개나 파괴당한 것은 뼈아프다만, 네놈들이 죽고 뱉을 전리품으로 얻게 될 이득이 훨씬 더 클 테니까 웃어넘겨주마.”

씨익.

다크는 본인의 막강한 능력에 전율하고 있었다.

히든 클래스 던전 제작자.

활용도가 무척 높을뿐더러 본인이 만든 던전에서만큼은 신처럼 군림할 수 있는 존재.

‘이 안에서라면 대악마조차도 내 상대가 아닐걸?’

크라우젤, 아그너스, 그리드 같은 태양급 강자들?

같잖다.

다크는 자부하였고, 침입자들은 궤멸하였다.

레벨이 올랐다는 알림 창을 확인한 다크의 미소가 더욱 더 짙어졌다.

“어디, 전리품을 회수하러 가볼까.”

***

“제, 제길…”

간신히 던전에서 탈출한 꼼냥.

장비 아이템 대부분을 파손당한 채 상처투성이가 된 그녀가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좌절감이 그녀를 지배했다.

‘공들여 만든 연합이 이토록 허무하게 전멸할 줄이야.’

정작 목표로 삼았던 블러드 카니발은 만나보지도 못하고 말이다.

‘복수는… 포기해야하는 건가.’

지난 몇 달 간, 꼼냥은 피해자들을 규합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결과는 이토록 초라하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에는 자신이 너무 무력했다.

꼼냥은 지쳤다. 더 이상 블러드 카니발과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복수고 나발이고 간에 그냥 포기하고 원한을 잊는 편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

프라이드를 상실하는 순간, 인간은 절망하는 법이다.

고개를 숙인 꼼냥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그때였다.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는 곳이라며? 저건 사람이 아니고 뭐냐?”

“울고 있는 걸 보니까 그저 길 잃은 아녀자인 같은데요. 무시하고 어서 던전으로 들어가시죠.”

“보통 이럴 땐 저 여자의 사정을 묻고 도와줍시다, 라고 말하는 게 정상 아니냐?”

“저는 무능한 사람을 혐오합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약자를 돕는 그런 행동은 결코 하지 않아요.”

“정나미 없기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전하께서도 사실 저 여자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지 않습니까?”

“응, 어서 가던 길이나 가자.”

“…?”

동굴 입구로부터 두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린 꼼냥이 사내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흑발의 청년과 적발의 소년이 보였다.

꼼냥의 떨리는 시선이 흑발 청년에게로 고정되었다.

“그, 그리드…?”

저런 거물을 이런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다니?

꼼냥은 신기했지만 그도 잠시. 그리드를 경계하며 무기를 거머쥐었다.

‘저자가 어째서 이곳을? 설마 블러드 카니발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건가?’

스컹크의 표현을 빌리자면, 블러드 카니발의 본거지는 복잡하고 은밀하게 감춰져있기 때문에 사람이 우연히 도달할만한 장소가 아니다. 그리드가 이곳에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의심하며 경계하는 꼼냥을 힐끗,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어 본 그리드가 경고했다.

“긴 말 안 한다. 괜히 엉기지 말고 그냥 돌아가.”

이곳에 있는 광물은 다 내 꺼니까!

라는 말은 생략하는 그리드였고 꼼냥은 크게 오해했다.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이미 알고 있어? 그리고 나를 걱정해주다니?’

블러드 카니발과 한패가 아니라는 뜻.

어쩌면 그리드는…

‘블러드 카니발과 싸우려고 온 건가!!’

블러드 카니발이 저질러온 악행은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그 과정에서 그리드의 원한을 샀을 가능성도 무척 높았다.

던전 입구로 향하는 그리드에게 꼼냥이 다급히 소리쳤다.

“위, 위험해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혼자서 그곳을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어요!”

“뭐래.”

그리드가 꼼냥을 찌릿 노려보았다.

순간, 꼼냥은 숨이 멎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리드의 높은 위엄 스탯과 매서운 눈초리가 결합되어 그녀에게 위압감을 선사한 것이다.

“(고작 광물 캐는데) 무슨 자살 행위? 설마 지금 나를 우습게 보는 거냐? (되도 않는 협박이나 하고 말이야)”

소중한 광물이 있는 장소다.

그리드는 템빨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곳을 독식해야할 의무를 느끼고 있었다. 이는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국왕의 숭고한 의무였다.

꼼냥이라는 아이디의 저 여자가 괜한 거짓말까지 치면서 광물 캐기를 방해하려드는 것을 그리드는 용납할 수 없었다.

파앗.

최대한 위협적으로 꼼냥을 노려 본 그리드와 마이너와 함께 던전에 입장하였고…

“대, 대단해…”

꼼냥은 그리드의 담대한 태도에 감탄하고 말았다.

평균 레벨 200중반대의 300명 파티조차 궤멸시킨 무시무시한 던전.

일국의 왕인 그리드라면 블러드 카니발이 꽁꽁 숨어있는 저 던전의 정보를 이미 습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해보이는 NPC 단 한 명만을 대동한 채 던전에 입장한 것이다.

‘자신쯤 되면 혼자서 저 던전을 공략하고 블러드 카니발까지 궤멸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걸까?’

과연 하늘을 부순 자답게 용맹하다.

하지만.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곳을 혼자서 돌파하는 건 불가능해요. 설령 돌파하더라도 당신과 동급의 강자라고 평가 받는 백요 자매와 블러드 카니발의 비공식 랭커들을 단신으로 상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그리드는 곧 죽는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블러드 카니발을 직접 겪어 본 꼼냥은 그리드가 블러드 카니발의 저력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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