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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446화 (441/1,794)

템빨 29권 - 12화

푸우우욱-!!

키엑, 키에에에엑!!!

다섯 병사가 집어던진 작살 중 하나가 외뿔 그리폰의 날갯죽지에 꽂혔다.

<양산형 용작살>은 모태가 된 <용작살>과 마찬가지로 비행형, 대형 몬스터에게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바.

외뿔 그리폰이 날쌘 몸짓으로 저항해봤자 다섯 자루나 되는 용작살을 전부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지금이다!!”

“오!!”

합을 맞춘 다섯 병사들이 외뿔 그리폰에게 깊숙이 박아 놓은 작살에 달린 사슬을 힘껏 끌어당겼다.

그러자.

쿠우웅--!!

외뿔 그리폰이 맥없이 지상으로 추락해버렸다.

“헐….”

고고한 제왕인 줄 알았던 외뿔 그리폰이 순식간에 무력화되다니?

‘그것도 병사들의 손에!’

상태이상 스턴에서 회복된 것조차 잊은 코크가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병사들이 그를 재촉했다.

“뭐하는가!”

“어서 다구리를 넣어야지!”

‘다구리가 뭐지?’

누가 그리드의 부하들 아니랄까봐, 굉장히 한국적인 은어를 사용하는 템빨국 병사들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다구리의 뜻을 대충 파악한 코크가 외뿔 그리폰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킥! 케에!

외뿔 그리폰이 저항을 시도했지만 병사들의 전투 체계가 워낙 잘 잡혀있었다.

병사들은 쇠사슬을 더욱 더 잡아당겨서 용작살의 속박 최대 속박 시간을 늘리는 한편, 새로운 용작살을 던져서 속박 시간을 추가해버렸다.

덕분에 코크는 비교적 수월하게 외뿔 그리폰을 사냥할 수 있었다. 모든 마나와 스킬을 쏟아 부운 끝에 외뿔 그리폰의 목숨을 끊어놓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외뿔 그리폰의 깃털>을 획득하였습니다.]

[<외뿔 그리폰의 부리>를 획득하였습니다.]

[마법서 <윈드 커터>를 획득하였습니다.]

[라인하르트 병사 리오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라인하르트 병사 갓슈의 레벨이 올랐…]

..

“대, 대박…”

일이 잘만 풀리면 퀘스트 성공도 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토록 쉽게 일이 풀릴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 순간, 코크는 확신하였다.

“역시 모든 건 갓리드 님의 안배였어!”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퀘스트를 그리드가 대량으로 공고한 이유, 병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깊은 뜻이었을 터.

과연 그리드는 대단하다면서 감격하고 있는 코크에게 병사들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전리품 나눠주게.”

“함께 싸웠으니까 보상도 당연히 나눠가져야지.”

“네…? 아니, 나중에 퀘스트 보상이 들어오면 그걸 나눠 갖기로 한 것이…”

“예끼, 이 친구야. 임무 보상은 나라에서 주는 봉급인 거고. 우리가 사냥해서 잡은 몬스터에 대한 몫은 따로 계산해야지.”

“그리드 국왕 전하께서는 늘 말씀하셨다네. 자기의 밥그릇은 자기가 챙기는 거라고.”

“…..”

이날.

각국 커뮤니티 사이트에 템빨국이 이슈로 올랐다. 건국식 이후 오래간만에 있는 일이었다.

-템빨국 국민 되면 병사들이 버스 태워줌. 광렙하고 싶으면 템빨국으로 이주하셈.

-대신 병사들 몸값이 좀 많이 비싸지…

-그래도 결과적으론 이득.ㅎㅎ

-저건 버스가 아니라 비행기 인정?

코크의 결단과 <투데이 템빨국>의 홍보효과 덕분에 템빨국 플레이어 인구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무려 5만을 돌파하고 있었다.

***

“라인하르트에 주둔 중인 병사는 고작 1천밖에 안 됩니다. 이들만으로는 플레이어들의 퀘스트를 일일이 지원할 수 없다고요. 제발 부탁인데, 다음부터는 퀘스트 난이도 좀 잘 조절해주십시오. 네? 전하.”

“험험, 결과적으로 잘 됐잖아. 플레이어 백성이 5만을 돌파하게 되면서 총 백성 숫자가 80만에 육박하게 됐는데.”

“보다 신중해주시길 바라는 겁니다. 전하의 입장이라는 게 예전과는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당신의 행동 하나가 수십 만 백성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

“…미안하다. 그보다 이제 인구가 많이 늘었으니까 앞으로는 세금도 많이 걷히겠지?”

“그래봤자 이윤은 조금도 남지 않겠지만요.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국가 발전에 투자되는 비용이 굉장히 크잖습니까. 스테임 공작이 사비를 털어가면서까지 자금을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 왕국은 적자에 허덕였을 겁니다.”

현재 템빨국 소속의 영토는 무려 16개다.

이중 북부의 여섯 개 영토는 스테임 공작이 <도독>의 권한으로 알아서 잘 다스리고 있었지만, 나머지 열 개 영토는 막말로 물 먹는 하마처럼 돈을 먹어치웠다. 내정, 문화, 시설 등의 모든 부문에서 에트날 왕국의 잔재를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성장시키다보니 발생한 결과였다.

“에트날 흔적 지우기에 너무 열성적인 거 아니냐? 이것 때문에 손해가 너무 크잖아.”

“백성들의 사상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영토 곳곳에 에트날의 잔재가 남아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에트날 출신 백성들은 문득문득 에트날 시절을 떠올리게 될 테고, 이는 온갖 문제의 근원이 될 여지가 큽니다.”

“말뚝도 박지 그래.”

“한국의 일제 강점기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죄송하군요.”

“농담이야. 널 나쁘게 말하려는 의도는 없었어. 나는 너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 하지만 레이단은 그냥 못 넘어가겠다. 거기 연금술 시설에 아직까지도 대량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 같은데 꼭 그래야만 하냐?”

연금술의 성장이 부와 직결된다고 믿는 라우엘이었지만 그리드는 공감하지 못했다.

뭐? 연금술이 아이템에 옵션을 귀속시켜줘?

‘개뿔. 끽해야 멋짐 옵션이나 귀속해주는 쓰레기.’

부들부들!

옛 기억을 떠올리며 분노하는 그리드에게 라우엘이 확신에 찬 눈빛을 보냈다.

“이미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연금술과 대장기술의 결합은 언젠가 최고의 시너지를 발생시킬 것입니다. 이미 많은 자금을 투자해놓고서 이제와 손 놓는 것은 손해가 너무 크기도 하고요.”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뭐… 그래, 알았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만 해도 연금술 시설은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연금술 시설에서 생산한 각종 포션이 우리 병사들의 생환률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고 있잖아요.”

“… 그 포션 값도 오지게 비싸서 문제지만 말이다.”

“병사를 잃게 되는 것보단 낫지요.”

“맞다, 맞아.”

라우엘의 말이 백번 옳다는 것은 그리드도 알고 있었다.

템빨국 병사들에게 각종 상급 물약을 보급하기 시작한 이후로 병사들의 임무 생환률은 100퍼센트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병사를 육성하기 위해서 소요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금을 고려해보면 물약 비용이 아깝다고 따질 문제가 아닌 것이다.

‘연금술 이야기만 나오면 냉정해지질 못하네. 주의하자.’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그리드에게 라우엘이 질문을 던졌다.

“인재 선발 대회에 참관할 계획은 정녕 없으신 겁니까?

템빨국이 주최하고 각 분야의 템빨단원들이 심사하는 대규모 인재 선발 대회가 다음 주 이곳 라인하르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무력, 지력, 생산력, 지원력 등 각 분야에 특화 된 인재들을 선별하는 게 목표인 대회였다.

그리드가 일고의 고민 없이 답했다.

“내가 없더라도 너희들이 알아서 인재를 잘 뽑아줄 거잖아? 너희들의 안목이 나보다 훨씬 더 나은데 굳이 내가 거기에 앉아서 시간을 날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시간에 아이템 하나라도 더 만들고 말지.”

“하지만 가끔씩은 국왕으로서의 특권과 여유를 누리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최근의 전하를 보면 저와 마찬가지로 별반 여유가 없어 보이거든요.”

제대로 짚었다.

고된 일은 대부분 라우엘이 전담해주고 있다고 하나, 그리드가 자신의 책임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의 그리드는 대장장이들을 대량으로 육성하였고 이는 무척 고단한 업무였다. 백성들을 <대영주의 검>으로 일일이 관찰하고 이들의 재능을 엿본 뒤 대장장이로 선별, 교육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고급 대장장이를 최소 100명 이상 육성하기 전까진 여유 부릴 수 없어. 템빨국이 추구하는 것은 대장장이의 나라니까.”

그리드가 고급 대장장이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고급 대장장이쯤 되면 한 사람의 대장장이 몫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었을 뿐더러, 그리드의 아이템 제작을 효율적으로 보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드 혼자서 아이템을 제작할 때보다 고급 대장장이의 보조를 받으면서 아이템을 제작할 때가 작업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뭐, 어련히 잘하실 테죠. 늘 그랬듯이 신뢰하겠습니다.”

“고맙다.”

그리드와 라우엘.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한 치의 의문도 없다. 두 사람은 서로를 신뢰하였고 의지하였다.

왕과 신하의 관계로서도, 마스터와 길드원의 관계로서도, 전우로서도, 친구로서도.

***

“이야, 이거 어쩝니까? 제국의 저력이 상상을 초월하지 말입니다?”

타투란스 평원.

사하란 제국과 벨토 왕국의 국경지대인 이곳에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군신> 아레스가 직접 지휘하는 벨토 왕국군과 <첫 번째 기사> 메르세데스를 주축으로 한 적기사단과 제국군.

양측 진형은 쉴 틈 없이 공방을 교환하며 피의 강을 만들어냈고, 3일 밤낮 계속 된 전쟁 끝에 아레스 군단은 수세에 몰렸다.

“임철호, 그 개자식!”

천외천 크라우젤을 상대할 때도 여유가 넘쳤던 아레스가 얼굴을 종잇장처럼 일그러뜨렸다.

제국의 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했던 까닭이다.

이는 마치 ‘플레이어는 제국을 넘볼 수 없다’라고 임철호가 못 박은 듯한 느낌이다.

“1~3번 기사는 아예 차원이 다르네요. 크라우젤에다가 그리드… 심지어 아그너스가 함께 덤벼도 못 이기겠는데요.”

스캇이 진절머리를 쳤다.

크라우젤과 호각을 이루는 실력자라고 평가 받는 그조차도 3번 기사에게 단 10수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아군의 숫자가 1,000명 이상일 때 모든 능력치 20퍼센트 상승, 적군의 숫자가 1,000명 이상일 때 모든 능력치 10퍼센트와 스킬 위력 20퍼센트 상승이라는 사기적인 패시브를 보유한 군신 아레스조차도 1번 기사에게 감히 근접하지 못했다.

“초네임드급 NPC인가. 레벨이 너무 높게 책정돼있어.”

아레스는 생전 처음으로 절망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벨토 왕국에서 축적해온 모든 힘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국경조차 넘지 못하였으니 좌절감이 밀려왔다.

“황제가 총애한다는 <기둥>들이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란 말이지… 쳇, 일단 퇴각한다. 그랑프리 요새에서 적의 침공을 저지하도록 하자.”

대량의 병력을 손실하게 된 아레스가 결국 후퇴를 택했다.

군대를 추스르기 시작하는 그에게 메르세데스가 텔레파시를 보냈다.

-대륙의 유일한 주인은 제국임을 잊지 말라.

‘씨펄, 무슨 플레이어도 아니고 귓속말 좀 보내지 말라고. 소름 돋잖아.’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즉 서대륙의 주인이 됨을 뜻한다.

하여, 아레스는 잡다한 왕국들에게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처음부터 오로지 제국만을 노려왔다.

하지만 이날.

자신의 목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음을 통감하고 만다.

‘제국과의 전쟁은 장기적으로 봐야겠어. 벨토 왕국부터 완전히 집어삼키고 왕위에 오르는 편이 낫겠다.’

판단한 아레스가 군대를 이끌고 퇴각했다. 제국의 추격대를 막아줄 희생 부대까지 철저히 분배해놓고 말이다.

멀어지는 아레스 군단을 바라보면서, 제국은 여태껏 무시해왔던 소국에 대한 경각심을 품게 됐다.

Satisfy 대규모 에피소드 <서대륙통일>이 개시되는 전조였다.

***

“레이도른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입을 열지 않습니다.”

“진짜 징하네. 어떻게 고문을 한 달 넘게 버티는 거지?”

라인하르트.

지하 감옥 방문이 하루 일과가 되어버린 그리드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철창 너머, 피투성이가 된 채 족쇄에 구속되어 있는 레이도른이 그리드에게 서늘한 미소를 보냈다.

“너를 기다리는 것은 파멸뿐이다.”

“닥쳐,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꿱.”

적에게는 일말의 자비조차 없는 그리드!

욕설을 뱉으면서 창을 찌르는 그에게 허벅지가 꿰뚫린 레이도른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조금도 통쾌하지 않았다.

‘이만한 강자가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지키려는 세력… 야탄교만큼이나 끈질길 것 같은데.’

폭풍 전의 고요가 그리드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여태껏 그리드가 잠재워버린 폭풍의 숫자는 셀 수 없이 많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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