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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445화 (440/1,794)

템빨 29권 - 11화

‘금발… 금발 병사는 어디에 있지?’

그리폰 둥지로 떠나기 전.

병영에 방문한 코크는 은둔고수 병사부터 찾았다.

은둔고수 병사란?

파트리안에서 10만대 1의 사투를 벌이던 그리드를 암암리에 호위하고, 템빨국 건국식 현장에서는 귀족 NPC를 가볍게 압도하였던 창술의 대가를 뜻한다.

평범한 병사 차림을 하고 다니는 그가 실은 엄청난 고수라는 사실, 이제 플레이어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이나 방송을 탄 그를 끝까지 모를 순 없는 것이다. 물론, 그의 정체가 아스모펠이라는 진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의 템빨단원밖에 없었지만.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

템빨국의 병사들 대부분이 훌륭한 실력자라는 것을 코크는 알고 있었다.

특히 라인하르트에 주둔 중인 템빨국 병사들은 이미 2차 전직을 완료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국식 당시 기사로 오인 받았을 정도로 대단한 무장 상태를 갖췄으니까.

하지만 코크는 외뿔 그리폰을 상대해야하는 입장이었다.

평범한 병사보다야 기왕지사 은둔고수의 도움을 원했다.

하지만 병영 어디를 둘러봐도 코크가 찾는 금발의 병사는 없었다.

“무슨 도움이 필요하신가?”

초조해하고 있는 코크에게 한 명의 중년 병사가 다가왔다.

검은 투구 사이로 엿보이는 눈빛이 더 없이 상냥하고 호의적이었다.

코크가 왕명(그리드가 제작한 퀘스트)을 수행 중임을 눈치 챈 것이다.

“우리 병사들의 일손이 필요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말씀하시게. 기꺼이 도와줄 터이니.”

“그… 창 잘 쓰는 금발 병사님은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는 겁니까?”

“창 잘 쓰는 금발 병사?”

중년 병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이야 템빨국의 병사라면 모두 상당히 잘 다뤘다. 피아로 님과 아스모펠 님께서 머리를 맞대고 창안하신 <레이단식 창술>을 익히고 있었으니까. 이 레이단식 창술을 말할 것 같으면 본디 사하란 제국 황실에 전해져오던… 이하 생략.

‘머리카락이 금색인 병사도 흔하진 않지만 한둘은 아니고. 흐음…’

병영을 한 번 쭉 훑어 본 중년 병사가 이내 한 명의 병사를 지목했다.

반짝이는 금발을 자랑처럼 기르고 있는 젊은 병사였다.

“리오가 창을 잘 쓰긴 하지.”

“리오…!”

은둔고수 병사의 이름이 바로 리오였구나!

반색한 코크가 요청했다.

“외뿔 그리폰 토벌을 위해서 리오 님을 포함한 병력을 지원 받고 싶습니다.”

“좋네.”

[라인하르트 소속 병사 다섯 명을 지원 받았습니다. 퀘스트 보상 중 일부를 이들과 나눠 갖게 됩니다.]

[퀘스트 도중 병사가 사망할 경우, 병사 육성 비용과 위로금 일부, 그리고 병사가 무장하고 있던 아이템 가치만큼의 재화를 나라에 배상해야합니다.]

‘큼…’

바로 이게 문제다.

왕국 퀘스트 진행 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병사 지원을 마다하는 이유.

퀘스트 보상을 분배해야한다는 점과 배상 시스템이 무척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배상 시스템은 합리적인 것이다.

만약 배상 시스템이 없다면?

일부 악독한 플레이어들이 병사의 아이템을 갈취하기 위해서 일부러 병사를 죽이는 등의 악행을 저지를 수도 있었다.

“한데 외뿔 그리폰이 뭔가? 그냥 그리폰은 알겠는데 외뿔 그리폰은 또 처음 듣는군.”

다섯 명의 병사를 대동하고 든든한 마음으로 병영을 빠져나가던 코크가 움찔했다.

외뿔 그리폰.

라인하르트 인근에 서식하는 최상위종 몬스터를 설마 라인하르트 소속 병사들이 모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설마, 고문관들인가…?’

어떤 조직이든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템빨국 군대가 제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그 군대에 소속 된 모든 병사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특출한 사람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사람이 있는 것이 진리다.

“…외뿔 그리폰은 일반 그리폰보다 약 세 배 이상 강한… 300레벨이 넘는 괴물입니다.”

설명하면서, 코크가 이제는 같은 파티원이 된 병사들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리오>

레벨:205

직업:템빨국 병사

<갓슈>

레벨:206

직업:템빨국 병사

..

총 다섯 명의 병사가 200 초반대의 레벨을 형성하고 있다.

은둔고수 리오조차도!

‘어째 영 찝찝한데. 서, 설마?’

꿀꺽.

성문을 나서기 전.

마른 침을 삼킨 코크가 리오에게 질문했다.

“건국식 현장에서 사절단 대표를 혼쭐내주었던 분 맞죠?”

“네? 그거 저 아닌데요.”

“…..”

코크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리오의 대답을 듣자마자 퀘스트를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뭐야? 언제 이렇게 많은 구경꾼이 몰린 거야?’

뒤늦게 주변을 확인한 리오는 차마 퀘스트를 포기할 수 없었다.

무려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크 네가 어디까지 그리드를 비호하고 찬양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하는 표정들을 지은 채 말이다.

‘이런 썩을.’

코크는 제1회 국가 대항전 당시부터 그리드를 동경해왔다. 그리드가 GOD리드라고 불리는 것처럼 자신은 GOD크라고 불리는 게 목표였다.

과거, 파트리안에서 우연히 그리드를 만났을 때 받았던 사인을 여전히 인벤토리 한편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코크는 그리드의 광팬이었다.

‘나의 갓리드를 망신시킬 수 없어.’

팬의 도리는 우상을 보호하는 것.

코크가 결심했다.

퀘스트를 강행하기로!

‘퇴치해야하는 외뿔 그리폰은 총 다섯 마리. 병사들을 활용해서 어그로를 관리하고 한 마리씩 유인해서 상대하면 승산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무려 2세대 루키의 정점이다.

최고의 천상계 플레이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라우엘과 동급의 재능을 지녔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내가 고작 몬스터 따위에게 겁먹을 순 없지!’

꾸욱!

주먹을 불끈 말아 쥐면서 마음을 다잡는 코크의 얼굴이 결의에 찼다.

반면 그의 곁을 따르는 다섯 명의 병사들은 하품이나 하고 있었다.

건국식이 끝나자마자 뱀파이어 도시로 원정을 다녀온 후, 지난 한 달 동안 쉴 틈도 없이 치안 활동에 전념해왔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템빨국은 여전히 인력이 부족했고 그로 인해서 병사들이 많은 혹사를 당하는 구조였다.

덕분에 병사들이 다양한 스킬과 스탯을 습득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

그리폰의 둥지.

라인하르트 남쪽에 위치한 사냥터이다.

이곳에는 평균 250레벨의 그리폰이 주로 서식하였고, 가끔씩 필드 준보스급 몬스터인 외뿔 그리폰이 출몰했다.

이놈들은 무척 강하기 때문에 개체수를 꾸준히 줄여주지 않으면 다른 몬스터들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몬스터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당연히 문제다.

Satisfy에서 영토의 가치란 얼마나 다양한 사냥터를 보유하고 있느냐로 책정되었으니까.

특히 한 나라의 왕성쯤 되는 라인하르트라면 다양한 레벨대의 유저들이 사냥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할 의무가 있다. 하나의 개체가 혼자 날뛰게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투데이 템빨국>의 진행을 맡은 바니바니가 인사드립니다. 지금 저는 그리폰의 둥지에 나와 있는데요. 왜일 것 같습니까?”

-질문하지 말고 빨리 진행해라.

-투데이 템빨국 요즘 시청률 떨어진 거 모름? 초심 잃었네.

“예, 그건 바로 2세대 루키의 정점, 대식가 코크의 퀘스트 진행을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헐, 오래간만에 거물 출현.

-코크가 걘가? 몬스터 시체 먹는 똘아이?

-ㅇㅇ몬스터 시체 먹으면 매우 희박한 확률로 새로운 스킬 습득하거나 특정 스탯 오른다고 함.

-사기네… 스킬 보유량이 남들하고 차원이 다를 듯;;

-보유 스킬 숫자는 많은데 하나 같이 질이 떨어져서 별로라고 들었어요.

-근데 그걸 잘 조합해서 사용하니까 2세대 루키 중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는 거겠지.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코크가 수월하게 그리폰을 사냥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을 겁니다. 왜냐? 코크가 사냥해야하는 그리폰은 일반 그리폰이 아니라 외뿔 그리폰! 그것도 무려 다섯 마리나 되니까요!!”

-그게 뭐임?

-라인하르트에만 서식하는 특이종 있어요.

-가고일처럼 단단한데 그리폰처럼 날쌔고 뿔에서 빔 나감.

-겁나 세요. 중간 보스급이라서 레벨 차나 템빨로 압도하는 거 아니면 혼자서 못 잡음.

-지금 코크 누구랑 파티?

-병사 다섯 명이랑.

-;;;;

외뿔 그리폰을 사냥하는데 고작 병사 다섯 명하고만 파티를 맺다니?

외뿔 그리폰의 강함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코크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외뿔 그리폰이 강했다.

한편, 그리폰의 둥지에 입장한 코크는 경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증명해야한다. 갓리드 님이 우리에게 이토록 힘든 퀘스트를 내린 데에는 필시 큰 뜻이 숨어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활활!

투지를 불태우는 코크였다.

반면 리오를 비롯한 다섯 병사들은 마치 뒷산 오른 아저씨들 마냥 여유가 넘쳤다.

“외뿔이고 나발이고 간에 어쨌든 그리폰이면 당연히 날아다니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지.”

“사냥하는 재미가 있겠군.”

“하하하하!”

“…..”

병사들의 여유가 코크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긴장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으니 여전히 외뿔 그리폰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코크는 그들을 섣불리 신뢰하기 어려웠다.

‘아니… 괜찮아. 나만 정신 바짝 차리면 돼.’

코크의 명성은 높다.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린다면 그들이 잘 따라줄 공산이 컸다.

‘내게는 이미 수많은 레이드 파티를 이끌어 본 경험이 있다. 나라면 저들을 필시 올바르게 통솔할 수 있을 거다. 나는 갓크니까.’

코크가 세상에서 인정하는 단 두 사람.

그것 바로 그리드와 자기 자신이었으니…

“갑시다!”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는 코크를 필두로 병사들이 이동했다.

최종 목적지는 외뿔 그리폰의 서식지. 그리폰 둥지 깊숙한 곳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이동하는 과정에서 그리폰들의 습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키에에에!!

날카로운 부리와 황소의 뒷다리처럼 튼튼한 두 다리를 위시하며 날아드는 그리폰들.

코크는 위축되지 않았다.

일반 그리폰쯤이야 그 혼자서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그리드의 검무! 살!”

[<매서운 찌르기>를 전개합니다.]

[크리티컬!!]

“그리드의 검무! 파!”

[<회전 베기>를 전개합니다.]

“그리드의 검무! 연살!”

[<연속 찌르기>를 전개합니다.]

실제 스킬 명과는 조금도 관계없는 기합을 내지르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전진하는 코크에게 그리폰들이 속절없이 무너져나갔다.

시청자들이 감탄하고 병사들은 박수까지 쳐가면서 응원하기를 한참.

“허억… 허억… 드디어.”

코크와 병사들이 외뿔 그리폰 서식지에 도착했다.

키룩.

암벽 위에 고고히 올라있는 외뿔 그리폰은 일반적인 그리폰과 비교해서 몸집이 약 1.5배 작았다. 하지만 날개는 도리어 더 컸고 깃털 하나하나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고 단단해보였다.

캬아아아!!

펄럭!

침입자를 발견하고 높이 날아오른 외뿔 그리폰이 기성을 토한다. 그러자 놈의 이마에 달린 외뿔로부터 청색 에너지가 쏘아졌다.

퍼엉!!

“큭…!!”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대단한 비행 능력이다.

코크는 외뿔 그리폰의 선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에너지에 가슴을 관통당하고 말았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패시브 스킬 <백년 골렘의 인내>가 발동하여 상태이상 ‘스턴’의 지속 시간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제, 제길!”

약 2초.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된 코크가 절망에 빠졌다.

여전히 하늘 위에 올라있는 외뿔 그리폰의 뿔끝으로 다시 한 번 청색의 에너지가 집약되고 있었던 까닭이다.

‘다음 공격에 죽는다!’

깨닫고 사색이 되는 코크의 귓가로 병사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작살을 꺼내라.”

“뱀파이어 도시의 박쥐들을 상대로 연마한 우리의 투척 솜씨를 보여주자고.”

쿵!

쿠쿵!!

다섯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커다란 말뚝을 꺼낸 후 그것을 지면에 박는다.

“저, 저건…!”

말뚝 끝에 달려있는 쇠사슬과 작살을 본 코크와 시청자들 모두가 경악했다.

<용작살>

제2회 국가 대항전 당시, 그리드가 드레이크를 레이드하는 용도로 사용했던 아이템이 등장하였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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