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443화 (438/1,794)

“레베카교와 템빨국의 우애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우리 15장로들이 원하고 있나이다.”

-……

“검성 크라우젤 님께서 템빨국 건국을 축하하고자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축하한다, 그리드. 앞으로 무수한 영광을 쌓아 가리라 믿는다.”

-심지어 하오랑 알렉산더까지…

-이제 놀라기도 지겹다.

Satisfy 오픈 후 4년.

플레이어가 세운 최초의 나라가 그 화려한 탄생을 세상에 알렸다.

템빨왕 그리드의 명성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

“앞으로 템빨국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한때 세계 최고의 게임 BJ였던 바니바니.

그리드의 의도치 않은 거짓말 탓에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하고, 이후 쭉 하락세를 걸어왔던 그가 오래간만에 천금 같은 기회를 거머쥐었다.

템빨왕 그리드와의 단독 인터뷰를 따낸 것이다!

이는 그리드의 일말의 양심으로부터 비롯된 기회였다. 자신 때문에 인생 망할 뻔한 사람을 구재해주기 위한 최소한의 양심 말이다.

“우리 템빨국은 플레이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예정입니다. 플레이어가 국가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것입니다.”

“과연… 플레이어가 왕인 나라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겠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렇죠. 하니 많은 플레이어 여러분께서 우리 템빨국으로 이주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주민에 한해서 첫 달 세금은 50프로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오니 부디 많은 관심과 사랑을…”

“……”

나를 위해서 인터뷰에 응해주는 거라고 생색낼 땐 언제고, 결국 인터뷰 내내 템빨국 홍보만 하고 앉아있다.

욕을 한 사발 쏟아 내고 싶은 바니바니였지만 폭등하는 시청자 수를 보면 그럴 수도 없었다.

이때를 노리고 그리드가 온갖 홍보 행위를 일삼았다.

“또한 템빨국은 플레이어와 군사력의 동반 성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제 사비를 털어서라도 플레이어에게 템빨국 병사와 함께하는 토벌 퀘스트를 꾸준히 부여할 예정이죠. 한 달 후부터는 정기적인 시험을 통해서 템빨단원을 선발할 예정인데 이에 대한 문의는 라우엘에게…”

“……”

“아, 말나온 김에 바니바니 당신도 우리 길드에 가입하지 그래요? 템빨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는 겁니다.”

“…지금 바로 가입 신청 넣으면 될까요?”

“일단 홍보… 아니, 인터뷰부터 끝나고.”

“넵, 천천히 마음껏 홍보… 아니, 인터뷰에 힘써주십시오, 전하. 헤헤.”

***

[<개 조심> 던전에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응?”

다크가 깜짝 놀랐다.

드라비앙 산맥 안쪽.

한때 광룡 네바르탄의 둥지였던 이곳을 블러드 카니발의 본거지로 삼았던 이유는 인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광룡의 잔재가 몬스터들에게 두려움을 선사했고, 플레이어들은 사냥감 하나 없는 이곳을 굳이 방문하지 않았다.

한데 침입자라니?

그것도 <개 조심> 던전은 블러드 카니발 본거지에서도 가장 안쪽에 은밀하게 위치해 있었다. 누가 마음먹고 찾아내고자 노력해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랭크 탐험간가?’

과거, 야탄교 본단의 위치를 찾아내서 유명세를 떨친 탐험가 랭킹 1위 스컹크의 파티쯤 되면 이곳을 찾아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그들이 굳이 이곳을 찾아낸 이유는 또 뭐지?’

<개 조심>은 던전 제작자 다크가 특정 무엇인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창조한 던전에 불과했다. 탐험가가 굳이 이곳을 찾아내고 공략한다고 해서 큰 메리트는 없었다.

‘어찌됐든.’

<개 조심>은 무려 유니크 등급의 던전인 바.

침입자는 머잖아 몬스터에게 사냥당하거나 함정에 빠져서 궤멸을 맞이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었다.

‘침입자의 경계심을 없애고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1구역에는 몬스터와 함정을 배치하지 않았지만, 2구역부터는 지옥이 도사리고 있다.’

2구역부터 시작 될 침입자의 궤멸을 믿어 의심치 않는 다크.

득의양양한 미소를 머금은 그가 다시금 던전 제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개 조심> 던전의 1구역이 완전히 파괴당했습니다!]

[침입자가 도망쳤습니다!]

“뭐라고!!”

당황한 다크가 작업을 멈추고 황급히 1구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샅샅이 파괴 된 1구역을 목격하더니 정신이 대략 멍해졌다.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1구역은 그저 공허한 공간이었을 뿐이다.

침입자가 원하는 것이 그 무엇이었든, 1구역에는 정녕 아무 것도 없었다.

한데 파괴당해 있다.

지면도, 벽면도, 천장도 모조리!

다크는 침입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부순 거야?’

침입자가 굳이 이곳을 부숴야할 이유가 납득이 됐다면 이토록 화가 나진 않았을 것이다. 방비를 소홀히 한 자신의 책임이라고 여기며 마음을 다잡았을 터였다.

“여기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헤집어 놓은 거냐고!!”

정체불명 침입자가 떠난 후의 <개 조심> 던전.

분노한 다크의 외침만이 공허히 메아리친다.

***

“개이득.”

이득이라는 단어 앞에 굳이 동물의 명칭을 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광물 탐지기 마이너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그리드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배워서 사용 중이다.

“광물이 있는 던전에 설마 몬스터 한 마리 없을 줄이야. 채광이 너무 쉬웠어.”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마이너의 표정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자루 가득 채워놓은 이 신종 광물을 그리드에게 갖다 바친다면, 공을 인정받아서 작위를 수여받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었다.

‘꾸준히 활약해서 언젠가 공작이 되고 나도 평민 출신의 왕이 될 거다.’

마이너는 제2의 그리드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어느덧 그리드를 동경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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