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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429화 (424/1,794)

템빨 28권 - 20화

“크아아아아악!!”

“이, 이게 무슨…!”

얼굴이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사내.

생김새를 알아보기 힘든 그 흑발의 사내는 필시 대장장이였다.

창을 불로 달구고, 망치로 두드리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함에 있어서 일말의 어색함도 없는. 누가 봐도 평범한 대장장이였다.

한데 어찌 창을, 그것도 레베카교의 신기를 마치 제 무기인양 휘두를 수 있는 것이며 마법까지 발현한단 말인가?

‘세상에 뭐 저딴 대장장이가…!’

‘설마, 레베카교의 성기사가 대장장이로 변장하고 있었던 건가? 오직 이날만을 노리고 몇 년 동안 대장장이 기술을 연마해서?’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약화 된 이사벨이 교황청으로 복귀하지 않은 것부터가 말이 안 됐다.

본인이 야탄교에 노려지고 있단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타지에 홀로 남아 위험을 자처할 리가 있겠는가?

‘가만. 성기사가 대장장이 기술을 수련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냐?’

‘아니, 레베카교 놈들이 얼마나 독한 지 잊은 거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저 천사 같은 계집이 파놓은 악랄한 함정에 빠진 게 분명해!’

‘그, 그렇군!!’

확신한 본과 아두스가 분개했다. 상처 입은 몸을 암흑 마력으로 치유하면서 이사벨과 대장장이를 노려봤다.

“과연 레베카 년의 개들답게 비열하기 짝이 없구나. 치사하게 함정을 파놓고 사람을 유인하다니,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

“…?”

이를 바득바득 가는 본과 아두스를 보고 이사벨이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반면, 흑발의 대장장이 그리드는 그냥 웃어 넘겼다.

지들은 기습을 감행해 온 주제에 누구한테 비열함을 운운하냐고 따지기도 귀찮았다.

저런 황당한 놈들을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었으니까.

“어, 맞아. 함정 맞다고. 맞으니까 그냥 죽어라. 함정에 빠진 놈들의 최후라는 건 원래가 죽음으로 정해져있는 법이니까.”

씨익!

그리드의 잇몸이 만개한다. 리파엘의 창의 개조가 끝나자마자 테스트할 상대가 생겼다는 점이 그를 무척 기쁘게 만들었다.

그의 태도가 본과 아두스의 심기를 건드렸다.

‘야탄교 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인 우리를 마주하고도 웃어?’

1급 신도의 숫자는 야탄교 전체에서도 채 200명이 안 된다. 1급 신도의 자격을 얻는 일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신학, 지력, 정치, 군사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약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무력만 놓고 따질 경우 이들의 실력은 야탄의 종과 비견됐다.

그렇기 때문에 본과 아두스의 자부심은 대단한 것이었다. 레베카의 딸 이사벨과 1 대 1로 상대하더라도 자신들이 크게 밀릴 거라곤 생각 안 할 정도!

“고작 하이에나들 따위가 함정을 파놓아 봤자 사자를 사냥할 수는 없는 법!”

“이사벨이 온전해도 모자랐을 판국에 지금의 너희들이 우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퍼엉!

자신만만하게 소리친 본과 아두스가 마기를 폭발시켰다.

순간 발생하는 기파가 어찌나 강력한지 대장간 내부가 지진이라도 맞은 것처럼 요동쳤다. 용광로 속 백린목 불꽃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화르륵! 대장간을 불바다로 만든다.

시뻘건 불길 속에서, 그리드의 입가에 번져있던 미소가 더욱 더 짙어졌다.

‘역시, 테스트하기에 딱 좋은 상대들이군.’

본과 아두스의 이름은 황금색으로 표기되고 있었다.

평범한 피라미가 아니라 네임드 NPC라는 뜻. 강한 존재다.

만약 그리드가 일반적인 수준의 플레이어였다면 그들을 감히 적대할 엄두도 못 냈으리라.

하지만 그리드가 누군가?

난립하기 시작하는 히든 클래스 전직자 중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을 뽐내며 위광을 떨치는 존재다.

야탄의 종들조차 해치워왔던 그에게 있어서 1급 신도들은 썩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시험해볼까.”

마법 무구 제작법을 토대로 개조한 신화급 창.

백광에 둘러싸인 <리파엘의 창>을 그리드가 거머쥔다.

<리파엘의 창>

등급:신화

내구력:990/990

공격력:1,530~2,190

*신성력 +2,000

*모든 능력치 +200

*생명력 회복 속도 +250퍼센트

*매 공격 시 +5,000의 고정 데미지 추가.

*공격 시 높은 확률로 ‘빛의 차륜격’ 스킬 발동. 빛의 차륜격이 발동할 때마다 ‘매직 미사일(강화)’ 가 방출됩니다. 빛의 차륜격의 전개 범위에 따라서 매직 미사일의 방출 개수가 정해집니다. 매직 미사일의 피해량은 발당 4,000으로 고정되며 대상이 악한 존재일 경우 피해량이 50퍼센트 상승합니다. 마나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방어나 회피 시 높은 확률로 ‘빛의 보호막’ 스킬 발동. 빛의 보호막에 ‘매직 미사일(강화)’ 가 귀속됩니다. 빛의 보호막을 가격하는 대상은 매직 미사일에 반격을 당합니다. 매직 미사일의 피해량은 발당 4,000으로 고정되며 대상이 악한 존재일 경우 피해량이 50퍼센트 상승합니다. 반격으로 발동하는 매직 미사일의 적중률은 100퍼센트이며 마나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이동 시 높은 확률로 ‘빛의 인도’ 스킬 발동.

*‘약화 된 백화’ 스킬 사용 가능.

*암흑 계열 마력을 보유한 대상에게 공격력 +30퍼센트.

레베카교의 3대 신기 중 하나입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한 신성력이 깃들어 있었지만 전설을 넘어서 신화가 되어가고 있는 대장장이 그리드가 그 신성력을 억눌러버렸습니다.

기술의 힘으로 신의 권능을 억제한 것입니다.

전설적인 강화 마법으로 단련 된 리파엘의 창은 이제 전보다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사용 조건:레베카의 딸.

휘리릭! 척!!

리파엘의 창을 한 바퀴 선회시킨 그리드가 창대를 허리에 붙이며 자세를 취했다.

과거에 그가 구사했던 창술은 단지 폰의 창술을 따라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현재의 그는 <웨폰 마스터리>를 습득하고 있는 바, 창을 쥔 모습에도 일말의 어색함이 없었다.

‘이상하군…?’

당장이라도 그리드를 때려죽이려던 본과 아두스가 멈칫했다.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레베카교의 삼신기를 다룰 수 있는 것은 레베카의 딸들이 유일했던 거 아닌가?’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레베카교의 삼신기를 사용한 인물들은 역대 레베카의 딸밖에 없었다.

한데 이제 와서 남자 대장장이. 아니, 대장장이로 변장한 성기사가 리파엘의 창을 사용하다니?

어리둥절해하는 그들에게 그리드가 쇄도했다.

창은 그리드의 주력 무기가 아니었고 본과 아두스는 상당한 실력자였으므로 선공의 기회마저 놓칠 생각은 없던 것이다.

“감히 어딜!”

거리를 좁혀옴과 동시에 창을 휘두르는 그리드를 보고 본과 아두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단창도 아닌 장창으로 찌르기가 아닌 베기를 구사하는 그리드의 움직임을 비웃는 것이었다.

‘그런 느려터진 공격으로는 우리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한… 헉!’

여유롭던 본과 아두스가 동시에 사색이 됐다.

그리드가 리파엘의 창으로 그려낸 금빛 궤도로부터 파지직! 스파크가 발생하더니 백색 섬광 수십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이놈이 또 마법을!’

‘어떻게 이런!’

비록 매직 미사일이 최하급 마법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에 수십 발을, 그것도 연속적으로 전개하다니?

심지어 이놈이 사용하는 매직 미사일은…

퍼퍼퍼퍼퍼펑!!!

“크아아아악!!”

아프다!

매직 미사일 따위가!

“크윽… 어떻게 매직 미사일 따위로 다크 실드를 꿰뚫는 거지?”

만물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법이고 이는 마법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약돌로 바위를 부술 수 없는 것처럼, 최하급 공격 마법인 매직 미사일은 상급 방어 마법인 다크 실드를 뚫을 수 없어야 정상이다.

‘저놈의 마력이 우리의 마력보다 수십, 수백 배 더 높다면 모를까…!’

오싹!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본과 아두스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저놈이 레베카교의 장로급 사제라면?

단순 무력으로는 우리보다 한참 뒤쳐질지 몰라도 마력만큼은 우리를 압도하고도 남을 터다.

‘속았다!’

리파엘의 창을 휘두르는 것은 단지 눈속임일 뿐.

저놈은 성기사가 아니라 사제다. 그것도 장로급 고위 사제!

‘어쩐지 창술이 허접하더라니!’

저놈이 휘두르는 창에 시선을 빼앗겨선 안 되는 것이었다. 저놈이 창을 휘두르는 것은 단지 우리의 시선을 끌기 위한 수단일 뿐, 저놈의 진짜 노림수는 창을 휘두르는 척 하면서 사용하는 마법에 있었다.

본과 아두스가 판단하는 그때 그리드가 재차 창을 휘둘렀다.

‘더 이상 안 속는다!’

본과 아두스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드가 휘두르는 창을 무시하고 그대로 돌진하여 그리드를 공격했다. 그리드가 휘두르는 창에 맞아봤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품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서걱!!

푸욱!!

“컥!!”

“억!!”

단 일격.

그리드가 휘두른 창에 베인 본의 가슴이 갑옷 째로 크게 찢어졌고, 본의 가슴을 베고 이동한 창날에 걸린 아두스는 어깨가 꿰뚫렸다.

매직 미사일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강력한 파괴력이 두 사내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네, 네 이놈 설마…!”

본과 아두스가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마법뿐만 아니라 창술까지 강력한 그리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드디어 유추했다.

“템…!”

레베카교가 비밀 신전에서 육성한다는 레베카교의 비밀 병기.

“…템플러!!”

극소수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무력만 놓고 보면 레베카의 딸들과 비견된다는 놈들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경악하는 본과 아두스에게 그리드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템빨러라니까.”

“…!!”

퍼어어어어엉!!

그리드가 본과 아두스에게 재차 창을 휘둘렀다. 여태껏 베기 형태의 공격을 고집해왔지만 이번엔 찌르기였다. 장창의 공격 거리를 극대화시킨 찌르기. 공격 속도와 위력이 전과 비할 바 없이 대단했다.

“크윽!”

표적이 된 아두스가 황급히 검을 세웠다. 찌르기를 방어하고 피해를 흡수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아두스의 검날에 닿기 직전, 갑자기 원형을 그린 리파엘의 창이 아두스의 옆구리를 베었다.

공격 시 높은 확률로 발동하는 빛의 차륜격의 위력이다.

<빛의 차륜격>

찌르기, 찍기, 베기 등.

어떤 형태의 공격을 행하더라도 원형의 공격으로 연계됩니다. 대상은 이 변칙적인 공격을 결코 회피할 수 없습니다.

*명중률 100퍼센트.

*빛 속성.

푸욱-!!

“캬악…!”

갑자기 궤도가 바뀐 공격에 옆구리를 크게 베인 아두스가 비명을 내지른다.

이때 옆에 서있던 본 또한 끔찍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그리드가 아두스를 공격하는 사이, 그리드의 허점을 찌르고자 시도했던 본이었지만 빛의 차륜격이 발동하면서 만들어낸 금색 궤적으로부터 솟구쳐 나온 매직 미사일이 그를 습격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펑!!

“윽…. 으으윽….”

툭.

투두둑.

점점 더 거세지는 불길에 타들어가는 대장간.

그 안에 맴돌며 섞이는 것은 본과 아두스의 신음 소리와 이사벨의 탄성이었다.

과연 네임드 NPC들답게 금방 다시 몸을 일으킨 본과 아두스가 꽈드득, 이를 갈았다.

“템빨러…!”

그래, 생각났다.

야탄의 종 학살자.

제사장 말락서스부터 시작해서 니베리우스, 다크버스, 그리고 첫 번째 종 탈로스에 이르기까지.

야탄교를 지탱하던 거두들을 홀로 해치워온 최악의 위험인물.

“그리드… 네놈이 바로 그리드로구나.”

이곳 라인하르트가 이번 전쟁을 끝으로 그리드의 영토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본과 아두스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레베카교의 삼신기를 수리(?)하고 있는 대장장이가 그리드일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나름 거물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그리드가 친히 대장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그리드는 ‘흑화’ 의 사용자라는 소문.

이미 반마의 영역에 들어섰을 그가 극성의 신성력을 내포한 레베카교의 삼신기를 다룰 수 있다는 건 상식에 위반됐다.

“대체 네 정체가 뭐지?”

대장장이이며 검사.

검사이며 마법사.

마족의 힘을 품고 신성의 힘을 다루는 이단자.

혼란에 휩싸이는 본과 아두스에게 그리드가 대답해주었다.

“템빨왕.”

정체성의 확립은 이미 진즉에 이루어졌다.

결국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템빨 덕분이었고, 템빨국의 건국까지 머지않았다.

그리드는 앞으로 세상이 자신을 템빨왕이라고 칭해주길 바랐다.

‘템빨이 도대체 뭐지?’

강한 의문에 휩싸이는 본과 아두스.

두 사람은 어느새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창의 성능 테스트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그리드가 이사벨에게 리파엘의 창을 넘겼다.

“앞으로 백화는 마음껏 써도 돼. 마나만 충분하다면 말이야.”

그 창은 이제 더 이상 너의 생명력을 탐할 수 없다. 전보다 훨씬 더 온순해졌다.

하지만 강하다.

“힘내라, 이사벨.”

어서 쉬고 싶다.

지금 상태로 본과 아두스를 끝까지 상대하는 건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암흑의 룬에 귀속 된 <벨리알의 힘>을 개방한다면 이야기가 간단해질 테지만, 그 파격적인 힘을 잠결에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그리드에겐 추호도 없었다.

이사벨에게 손을 흔든 그리드가 대장간을 떠났고, 홀로 남겨진 이사벨은 리파엘의 창에 귀속 된 백화를 개방시켰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한 그녀의 창끝에 담긴 힘은 거침이 없었다.

[퀘스트 성공!]

[퀘스트 보상으로 신위 스탯이 1 올랐습니다.]

[당신을 신격화하는 이사벨의 마음이 더욱 더 커졌습니다. 이사벨은 앞으로 당신을 위해서라면 레베카 여신조차도 적대할 것입니다.]

[이사벨이 본과 아두스를 해치우고 획득한 전리품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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