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2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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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 28권 - 1화
『크라우젤과 데미안, 그리고 템빨단…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없을지도 모를 최강의 레이드 파티가 최대의 난관에 봉착하였군요.』
『더 이상은 희망이 보이질 않네요. 상대가 너무 강합니다. 이제 슬슬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악마 벨리알 레이드는 실패다.
그녀를 막을 사람은 이제 없다.
앞으로 벨리알은 미쳐 날뛸 것이며, 대륙 전역은 공포와 혼란으로 물들게 될 것이다.
『템빨단 격퇴 후, 벨리알은 에트날 왕국을 거점으로 삼아서 인계를 서서히 지옥화할 가능성이 높겠는데요.』
플레이어들은 벨리알에 의해서 출몰하게 될 온갖 마물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할 운명이 됐다.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될 게임 난이도를 두려워하며, 템빨단의 레이드 실패를 모두가 아쉬워하는 그때였다.
스팟-!
청백색의 검광이 지옥의 어둠을 갈랐다.
갈라진 틈새로 쏟아져내려오는 태양빛의 잔재가 오로지 검고, 붉던 32지옥의 한편을 환희 밝힌다.
이어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광명 아래로 강림하는 인물, 다름 아닌 그리드였다.
어째서인지 여동생 루비와 함께 나타난 그가, 귀족 플레이어만 구사할 수 있다는 <기사 소환>스킬로 피아로와 쥬드를 위기로부터 구해냈다. 이어서 춤사위를 펼치면서 지상으로 하강한다.
『그, 그리드…!』
『아아! 템빨단이 궤멸하기 직전, 드디어 진정한 주인공이 등장하였습니다!!』
『역시 늘 그랬듯이 극적인 타이밍의 등장이로군요! 기가 막힙니다!!』
『저 정도면 거의 고의적인 거죠.』
『일부러 멋지게 등장하기 위해서 동료들을 희생시킨 게 아닐지… 하하, 이건 너무 억측인 거겠죠?』
-크, 갓리드 개간지다.
-흑화 쓸 때 진심 너무 멋짐.
-뭔가 퇴폐적인 느낌이 그리드랑 잘 어울리지 않나요?
-근데, 바이란에서 10만 대군이랑 싸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회복해서 라인하르트까지 지원 온 거야? 대단한 체력이네.
-템빨로 회복했겠죠.
-그놈의 템빨ㅋㅋㅋ 도X에몽도 아니고 템빨이 뭐 만능인 줄 아나ㅋㅋㅋ
-그리드 템빨은 만능 맞음.
최초의 레전드리 클래스 전직자.
국가대항전 최다 메달 보유자.
최단기록 랭킹 상승 기록자.
그리고 템빨단의 수장.
천외천 크라우젤과 비견되는 거물 중의 거물, 그리드의 출현이 전 세계를 격동시켰다.
위기에 빠진 템빨단에게 감정이입하여 조마조마하고 있던 각국의 시청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대악마는 모든 플레이어의 공적!
부디 그리드가 벨리알을 퇴치하고 세상에 평화를 되찾아주기를, 수많은 사람들이 기원했다.
하지만 쉬운 일일까?
『검성이 되고 더욱 더 강력해진 크라우젤과 비교하면 그리드의 실력은 다소 부족하지 않나요?』
『그렇죠… 세상을 가르는 크라우젤의 검술조차도 벨리알은 베지 못했으니까요.』
『템빨단원 모두가 전투불능 상태가 된 지금, 과연 그리드 혼자서 벨리알을 해치울 수 있을지…?』
『너무 늦게 등장한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함께 싸웠다면 좋았을 텐데…』
각국 방송사 해설진의 염려를 듣기라도 한 걸까?
그들의 걱정을 부정하듯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지상에 하강한 그리드가 극한의 베기를 선보였다.
<극살(極殺)>이었다.
<아이템 합체>로 하나가 된 실패작과 그리드의 대검이 벨리알의 두꺼운 피부를 후려쳤다.
쩌어어어어어엉-!!
“커윽…!”
마치 종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32지옥 전역에 울려 퍼졌고, 벨리알의 신음이 그 뒤를 이었다.
휘청거리면서, 벨리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영혼 없는 놈, 무슨 경위로 인계에 출몰한 것이며, 하필 이 타이밍에 나타나 나를 방해한단 말인가?
벨리알의 혼란이 표면으로 드러난다.
100퍼센트로 위장되어있던 생명력 게이지가 10퍼센트로 떨어져버렸다.
이에 세상이 들썩였다.
-????????????????????
-벨리알 방금까지 만피 아니었음…? 근데 어떻게 한 방 맞고 개피 됨?
-벨리알 최종 진화형태는 공격력이 높은 대신 방어력이랑 생명력은 엄청 낮은 듯?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악마잖아요;;; 근데 뭔 한 방에 피를 10분의 9나 잃어요;;
-원래 그리드 공격력이 버그 수준임ㅋㅋ 크라우젤의 검이 세상을 가른 건 단순히 스킬 이팩트고, 그리드는 그딴 거 없어도 그냥 셈ㅋㅋㅋ
오해와 착각 속에서 그리드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리드 본인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네놈… 갑자기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공격하고 보다니, 치졸하게 싸우는 것은 여전하구나! 위대한 32지옥의 군주께서 말씀하고 계시는데 경청하지는 못할망정!”
치를 떠는 벨리알에게 그리드가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꾸 뭔 개소리야? 너 혹시 나를 누구랑 착각하고 있는 거냐?”
“개소리…? 개소리라고!!”
지옥군주인 자신을 개에 비유하다니?
대악마 벨리알에게 인계의 저급한 욕이 익숙할 리 없다. 그녀가 격분했다.
“안 그래도 네놈에게 쓴 맛을 보여주겠노라 벼르고 있던 차였다! 오냐, 잘 되었노라! 오늘 어디 끝장을 보자!”
어느 날 갑자기 지옥에 출몰한 영혼 없는 놈의 성장속도는 기가 막히게 빨랐다.
과거, 지옥의 생태계를 파괴했던 하급마족 이야루그트를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위험한 존재였다.
30위 바깥의 대악마 입장에선 두려울 지경이었고, 놈을 반드시 없애야할 필요성을 느껴왔다.
하지만 영혼 없는 놈은 간악하여 치고 빠지기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좀처럼 붙잡기가 쉽지 않았다.
한데 지금, 전혀 예상치 못한 인계라는 장소에서 놈을 사냥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네놈의 저급한 반쪽짜리 마기와 암흑여왕인 짐의 순수한 마기는 격이 다르다는 사실! 네놈의 공허한 가슴에 확실히 각인시켜주마!!”
콰르르르르르릉!!
벨리알이 마기를 폭발시켰다.
인력을 발휘하는 중력장이 일대에 펼쳐지면서 그리드를 끌어당겼고, 이어서 전격 깃든 어둠 폭풍이 피어오르더니 그리드를 집어삼켰다.
콰자자자자자자자자작!!
살이 갈리고, 뼈가 분쇄되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과 현장의 템빨단원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 그리드!”
“그리드님!”
이제 와서 또 새로운 마법을 사용할 줄이야?
대악마의 저력에 놀란 템빨단원 모두가 걱정하는 그때, 요란한 효과음을 발휘하는 중력장 속에서 그리드는 아이템을 스왑하고 있었다.
[<다크버스의 귀걸이>를 해제하였습니다. <흑화>의 발동이 강제 취소됩니다.]
[<삼겹갑>을 해제하고 <성스러운 빛의 갑옷>을 착용하였습니다.]
아이템의 구조를 완전히 꿰뚫고 있는 그리드이기 때문에 발휘할 수 있는 아이템 해제, 착용 속도는 실로 가공할 수준!
[<성스러운 빛의 갑옷>의 옵션 효과가 발동하여 암흑 마법에 저항하였습니다!]
낮은 확률로 암흑 마법에 완전 저항하는 성스러운 빛의 갑옷 옵션 효과가 그리드를 무사히 지켜주었다.
콰르르르르륵!!
이내 지속시간이 끝나고 소멸하는 어둠의 폭풍 속에서,
[플레이어 <크라우젤>이 당신에게 파티를 요청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하였습니다. <벨리알 레이드>파티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경지가 파티장 크라우젤의 검기를 온전히 느낍니다.]
[<검성의 오러>가 완벽하게 적용됩니다. 적에게 가하는 피해량이 30퍼센트 상승합니다. 검술 관련 스킬의 피해량이 2배 상승합니다.]
“휘유.”
마치 본인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한 맞춤형 버프가 아닌가?
그리드는 크라우젤의 능력을 시기하면서도 감탄하고 기뻐했다.
이어서.
“대장장이의 분노. 연살(聯殺).”
“뭣…!”
푹-!!
이내 완전히 걷혀버리는 어둠 폭풍의 잔재를 흩어버리며 등장한 거대한 대검이 벨리알의 미간을 1회,
푸욱-!!
2회,
푸푸푹-!!
3회, 4회, 5회 꿰뚫는다.
마지막 6회째 공격은 벨리알이 회피하는 바람에 적중시키지 못했지만, 벨리알은 이미 끔찍한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무려 2천 2백만의 생명력을 일거에 손실했고 생명력 게이지가 9퍼센트까지 하락했다.
레벨빨과 템빨을 내세운 그리드의 연살(聯殺)은 아직 비교적 레벨이 낮은 크라우젤의 우주 검을 가볍게 압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영 불만족스러웠다.
‘크라우젤이었으면 마지막 6회째 공격까지 적중시켰겠지?’
심지어 6회 공격 중 대부분을 크리티컬로 적용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초감각>을 기반으로 한 크라우젤의 약점 파악 능력은 <도살귀의 안대>까지 착용한 그리드를 거뜬히 상회하였으니까.
‘도살귀의 안대보다 더 상위의 아이템을 구해야할 때가 됐는데.’
굳이 따지고 보니, 결국에는 템빨에 의존해야하는 파그마의 후예와 순수하게 강력한 검성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리드는 그 어떤 박탈감도 느끼지 못했다.
본인의 능력이 크게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자신은 템빨을 이용한 ‘군단’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발전가능성까지 놓고 따지면 자신이 몇 수나 위라는 사실, 충분히 자각한다.
“레베카년의 가호가 깃든 갑옷? 아무리 반쪽짜리라지만 마족인 네가 어떻게 그런 물건을…!”
더 이상 영혼 없는 놈에 대해서 생각해봤자 손해인 듯하다.
판단한 벨리알이 오롯이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퍼펑!
퍼퍼퍼퍼퍼퍼퍼펑!!
불꽃의 쇄도!
마기 공격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한 벨리알이 온갖 화염 마법을 난사했다.
전방위로부터 쏟아지는 마법의 폭격이 갓핸드의 비호를 꿰뚫고 그리드를 강타한다.
[3,8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4,19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6,93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2,083의 피해를 있었습니다!]
‘썩을.’
온갖 형태의 마법이 한꺼번에 쇄도하니 대처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갓 핸드가 보좌해주는 덕분에 치명상을 면할 수 있는 수준.
이를 악 물고 고통을 견뎌내는 그리드에게 기세를 높인 벨리알이 직접 몸을 날렸다. 그녀는 그리드가 상처를 입은 이때 모든 공격을 총동원해서 승기를 확실히 잡을 심산이었다.
그게 실수였다.
직면해오는 벨리알을 보면서, 고통으로 물든 얼굴 위로 그리드가 비릿한 미소를 피어 올렸다.
“네 약점이 뭔지 알아?”
“…?”
“약하다는 거야.”
TV를 통해서 벨리알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깨달았다.
벨리알은 헬가오보다 몇 수나 아래다.
만약, 헬가오가 뮐러에게 육신을 봉인당하지 않고 온전한 상태였다면?
벨리알과는 달리 근접능력과 마력 모든 면에서 빈틈없는 강함을 발휘했을 터.
애초에 지옥불의 주인 헬가오가 사용했던 마법들은 지옥불을 직접 공격의 매개로 사용했던 반면 벨리알은 그보다 약한 화력의 불꽃을 다뤘다.
“직접 때려잡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준이란 말이지!”
그리드는 자신한다.
이번 벨리알 레이드에 처음부터 자신이 함께했었더라면, 벨리알 레이드는 비교적 빠르게 성공했으리라고!
촤르르르륵!!
회심의 미소를 그린 그리드가 집어던진 은빛의 실이 접근해오는 벨리알의 몸을 순식간에 휘감았고,
“주, 죽은 자의 왕이 될 수도?”
탁.
탁탁탁.
창피해서 얼굴을 붉힌 그리드가 외치는 스킬명에 반응한 템빨골 1마리가 소환됐다.
<아루베의 반지>를 착용한 녀석, 벨리알의 몸을 휘감은 은사의 끝을 붙잡아 더욱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레벨 1짜리 해골이 대악마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다!
“이야루그트.”
쿠오오오오오-
일시적으로 구속당한 벨리알의 후방.
허리 굽은 노년의 마족이 나타나 적빛의 검을 겨눈다.
“이, 이야루그트…?”
13위 군주 제파르조차도 정면대결을 피하게 만들었다는 그…
“지고의 검…!”
등골이 오싹해진 벨리알의 두터운 피부 위로 수천 개의 가시가 돋아났다.
겁을 먹고 위축되어 반사적인 방어태세를 취하는 모습이었다.
이때 그녀의 눈앞으로 작은 뿔과 날개를 달고 있는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했다.
노에였다.
‘메, 멤피스까지?’
멸종위기에 처한 지옥 제일 마수 멤피스!
워낙에 진귀하여 20위 이상의 군주들만 키우고 있는 그 최강의 마수를 영혼 없는 놈이?
“네, 네놈은 대체…!”
질색하는 벨리알의 머리 위로.
쩌어어어어엉-!!
한 줄기의 푸른 섬광이 떨어져 내렸다.
<성녀> 루비가 생명력과 마나를 모조리 소모하는 대가로 일으킬 수 있는 기적, <희생>이었다.
죽은 자는 소생시키고 악은 멸하는 힘.
“크… 크아아아아아악!!”
데빌 슬레이어가 사용했던 멸악의 빛에 버금가는 고통이 벨리알을 엄습한다.
더 큰 문제는, 두려움까지 동반된다는 점이었다.
‘영혼…! 내 영혼이 타들어간다!’
대악마는 영원의 윤회가 가능하다. 비록 육신은 소멸될지언정 영혼은 남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야탄 신의 축복.
대악마의 절대적인 권능이었다.
한데 이 순간 영혼을 위협받은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
생전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이 벨리알을 엄습한다!
“파그마의 검무.”
벨리알이 드러낸 빈틈은 그리드에게 절호의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그리드는 연살파(聯殺派)의 검무를 완성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연살파(聯殺派)로 벨리알을 가격한 후, 곧바로 극(極)과 살(殺)을 연계할 요량으로 움직임을 안배하는 그리드의 시야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칭호 <신이 주시하는 자>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과거 당신에게 은혜를 입었던 빛과 자애의 여신 레베카가 당신에게 가호를 내립니다.]
‘포기를 모르는 인간이여, 악신의 비호 아래 세상을 위협하는 악마에게 단죄를.’
[연살파(聯殺派)와 극(極)이 하나가 되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새로운 융합 스킬 연살파극(聯殺派極)을 습득하였습니다!]
[보상이 너무 큽니다! 다른 신들의 반발이 생깁니다! <신이 주시하는 자>의 칭호 효과가 반영구적으로 봉인됩니다!]
푹!
푸푸푸푸푹!!
실패작+그리드의 대검이 벨리알의 몸을 연달아 찌른다.
이것은 연살(聯殺)의 묘리.
콰르르르르륵!!
벨리알을 찌르는 대검의 주변으로 휘몰아치는 검기가 물결치며 승천하는 현상은 파(派)의 변형.
쿠르르르르르릉!!
승천하였던 검기가 추락하며 벨리알의 몸 전체를 베어버리는 현상은 극(極)이다.
[크리티컬!!]
[히든 패시브 스킬 <신장(神將)>의 효과로 <연살파극(聯殺派極)>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3초 내에 재사용할 경우 자원을 소모하지 않습니다.]
[크리티컬!!]
[32위 대악마 벨리알이 급속도로 약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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