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27권 - 19화
<검술 창조>
새로운 검술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창조 가능 횟수는 <완전한 소드 마스터리>스킬 레벨이 하나 오를 때마다 2개씩 추가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검술이란 ‘도검류 무기 착용 시 사용 가능한 스킬’을 뜻합니다.
*창조하는 검술의 위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총 6가지입니다.
*패시브 스킬은 창조할 수 없습니다.
창조 가능한 검술 횟수:3/4
검술 창조는 말 그대로 창조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보유한 <아이템 창조>와 같은 개념이므로 복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즉, 크라우젤은 피아로의 파천(破天)을 복제한 것이 아니다. 보고, 분석해서 더욱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재설계, 창조한 것이다.
처음부터 의도한 일이었다.
크라우젤이 피아로에게 검호 시절 극의를 사용해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그 기술을 탐하기 위함이었다.
전대 최강 검사가 평생을 쌓아올린 절기를 공짜로 손쉽게 얻고 싶어서?
아니, 그런 저열한 탐욕이 아니다.
이는 존중이었다.
앞으로 자신이 밟아나가게 될 검성의 길에 피아로의 자취를 함께 남기겠다는 크라우젤의 천명이다.
피아로가 검호 시절 쌓아올렸던 피와 땀이 허무히 사장되지 않도록, 크라우젤은 자신의 소중한 <검술 창조>를 희생한 것이다.
실제로, 재설계한 파천(破天)의 위력은 검성 고유의 스킬들과 비교해서 딱히 뛰어나지 않았다.
“파천(破天).”
크라우젤의 숭고한 의지, 피아로에게도 확실히 전달된다.
피아로는 크라우젤을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 또한 검사였던 몸. 크라우젤의 의도를 파악하고 감사함을 느꼈다.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을 뒤집는 벨리알.
승부사 크라우젤이 틈을 놓칠 리 만무하다.
푹!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집요했다.
크라우젤은 벨리알의 급소라고 확신되는 미간만을 노리고 계속, 계속 백아도를 찔렀다.
검의 극의를 엿보고자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무한히 연습했던 찌르기.
평범하되 군더더기가 없고, 기본적이기 때문에 위력적인 ‘평타’가 한 점만을 노리고 파고든다.
[크리티컬!!]
[크리티컬!!]
[크리티컬!!]
도검류 무기 착용 시 공격력과 공격 속도, 그리고 치명타 확률과 치명타 데미지 상승효과를 부여하는 <완벽한 소드마스터리>가 위력을 발휘한다.
고통에 몸을 떠는 벨리알을 보면서 템빨단원들은 대악마 레이드의 성공 희망을 엿봤다.
‘대악마를 압도하다니…!’
‘괜히 천외천이 아니야! 어쩌면 레이드에 성공할 수도 있겠어!’
저런 대단한 인물이 우리를 돕고 있다고 생각하자 템빨단원들의 용기와 투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나약한 마음을 던져버린 그들이 어느덧 가까이 날아든 서큐버스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한편, 크라우젤은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왜 피하지 않는 거지?’
벨리알의 육체능력은 초월적이다.
애초에 대악마란, Satisfy에서 최소 100손가락 안에 꼽힐 초네임드급 보스였다. 모든 스탯이 플레이어의 영역과는 비교가 안 됐다.
한데 이상하다.
레벨이 이제 고작 214에 도달했을 뿐인 자신의 공격을 모조리 허용하다니?
‘설마… 안 피하는 게 아니라 못 피하는 건가?’
온갖 칭호 효과와 히든 퀘스트 보상, 그리고 엘릭서로 단련 된 크라우젤의 민첩성은 어지간한 300레벨대 플레이어보다 더 높다. 분명 크라우젤의 쾌검은 빨랐고, 무엇보다도 초감각의 영향으로 변칙적이었다.
하지만 대악마의 육체능력으로도 반응하지 못하다는 건 아귀가 맞지 않다.
의아해하면서도 찌르기를 멈추지 않던 크라우젤이 문득,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설마?’
벨리알의 전투 방식을 돌이켜본다.
빠르고, 강력한 발차기와 주먹을 위시하기는 했다지만 그 궤도가 위협적이던가?
아니다.
벨리알의 격투술은 순전히 타고난 육체능력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 기술적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그녀의 공격이 위협적인 이유는 불꽃의 화력에 있었다.
‘무투가가 아니다?’
이와 같은 생각이 크라우젤의 뇌리를 관통하는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하겠구나.”
몇 번이고 미간을 꿰뚫리고 있던 벨리알이 피투성이가 된 얼굴 위로 차가운 미소를 피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벌어진 일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벨리알을 중심으로 마기가 폭발했다.
전방위로 뻗어나가는 암흑마력의 기운이 인근의 서큐버스들을 미라처럼 메마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표적이었던 크라우젤은 무사했다. 벨리알이 마기를 폭발 시키는 순간, 폭발의 피해 범위를 예측하고 바깥으로 물러난 것이다.
오로지 검성만을 위한 레전드리 등급의 보법, <류(流)>의 묘리를 활용한 순간 회피였다.
“보면 볼수록 놀랍구나. 육체적인 능력은 저 농부보다 훨씬 더 하찮은 주제에 사용하는 기술 하나하나가 효율적이고 위력적이군.”
솔직하게 감탄하는 벨리알.
그녀로부터 여유가 느껴졌다.
마기 폭발의 범위 내에 있던 서큐버스들이 모조리 죽어버린 것을 확인한 크라우젤이 식은땀을 흘렸다.
‘마법사…!’
그래, 벨리알의 장기는 격투술이 아니라 마력이라고 봄이 옳다.
벨리알의 진짜 힘은 마법을 사용할 때야 비로소 발휘되는 것일 터.
여태까지 그녀는 본래 실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피아로와 템빨단을 압도했다는 뜻이다.
긴장한 크라우젤이 자세를 고쳤다.
방어력과 막기 확률, 그리고 회피율을 상승시켜주는 검성의 방어 특화 자세 <백호 웅크리기>였다.
‘조금 더 시간을 벌어야한다.’
대악마가 인계에 소환되는 대가로 얻었을 페널티.
그 약점이 무엇인지, 라인하르트에 함께 온 전투의 귀재 하오가 지옥 외곽에서 탐색 중이다.
그로부터 귓속말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버티는 것이 크라우젤의 목적이었다.
벨리알이 손을 크게 휘저었다.
“내 불꽃을 너의 뼈에 새겨주마.”
화르르르륵!!
벨리알의 몸 곳곳에 일렁이고 있던 불꽃들이 한 점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노출되는 속살은 칠흑의 마기가 드레스처럼 펼쳐지면서 가린다.
각국 방송사 국장들이 안도했다. 방송 화면이 갑자기 19금으로 바뀔까봐 기대하면서도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불꽃 여왕의 업화를 맛보아라!”
소리치는 벨리알의 손끝으로 집약되었던 불꽃이 어느덧 지팡이의 형태를 갖췄다.
일견하기에도 엄청난 마력을 내포한 지팡이.
이를 토대로 불꽃 여왕의 화력이 증폭된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
불꽃의 폭풍!
벨리알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마치 폭풍처럼 회전하는 거센 불꽃이 크라우젤을 덮쳤다.
일반적인 대시기와는 달리 준비 동작이 필요 없는 보법, 류(流)의 흐름을 타고 자리를 이탈하는 크라우젤의 눈에 또 새로운 화염 기둥이 포착됐다.
크라우젤이 자신의 첫 번째 마법을 회피하는 순간, 벨리알이 두 번째 마법을 즉시 사용한 것이다.
한데 이 두 번째 마법이라는 것은 형태가 무척 까다로웠다. 첫 번째 마법이 직선으로 쏘아지는 화염 폭풍이었다면, 두 번째 마법은 지면으로부터 솟구치는 13개의 불기둥이었다.
물론 그 정도 변칙성으로는 크라우젤을 위협할 수 없었다.
크라우젤은 신컨.
컨트롤 솜씨가 가히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가 회피 동작을 도중에 바꿔서 몸을 비틀어버리자 솟구치는 마법의 불기둥조차도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3번째 마법 폭격에 있었다.
쿠르르르르르르릉!!
하늘 전역으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광역 마법.
Satisfy가 오픈한 이래 여태껏 단 한 번도 등장한 바 없는 운석의 폭격.
“메테오!!”
최상급 대단위 마법이 벨리알에 의해서 발현된 것이다!
“……!”
메테오는 폭격 범위가 너무 넓을뿐더러 추락속도도 엄청났다.
제아무리 크라우젤이라도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화상 데미지를 저항하였습니다.]
[운석에 맞은 오른 팔이 골절되었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물리력입니다.]
[23,9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혼란에 저항합니다.]
“크…윽!!”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쉬지 않고 쏟아지는 운석의 폭격 속에서 크라우젤이 신음한다.
피아로와 데미안 또한 운석을 얻어맞고 피를 토했다. 이사벨과 템빨단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300레벨 이하의 템빨단원들은 거의 대부분 잿빛으로 산화해버렸다.
각국의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메테오의 위력이란, 그리드와 지슈카가 소환한 주작 그 이상이었으니까!
쿠르르르르르르르르……
운석 폭격의 여파로 폐허가 되어버린 32지옥.
새카만 잿더미가 지옥 전역에 자욱이 펼쳐지고, 흐를 길 잃은 지옥불 강은 곳곳에 형성 된 웅덩이에 고여서 꿈틀꿈틀 끓어오른다.
실로 공포스러운 풍경.
곳곳에서 신음하는 템빨단 잔당들을 쭉 훑어보는 벨리알의 눈빛이 차갑다.
“그 애송이는?”
크라우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간.
감히 내게 끔찍한 고통을 맛보여준 그놈부터 잡아 죽이고 싶다.
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쥐새끼처럼 잘도 숨는구나.”
도망칠 기회만 엿보고 있을 테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콧방귀 뀐 벨리알이 재차 마법을 전개했다.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쿠르르르르르르르릉!!
어두운 지옥의 하늘 너머로 작열하는 불덩이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제2차 메테오의 전조였다.
과연 대악마답게 무한한 마력을 지닌 벨리알은 최상급 대단위 마법을 두 번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쿨럭…! 쿨럭쿨럭!! 피아로님은…?”
이대로는 전멸이다.
피아로만큼은 살려야한다.
판단한 라우엘이 간신히 몸을 일으키면서 피아로를 찾았다. 하지만 벨리알과의 거리가 가까운 탓에 메테오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피아로는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저 멀리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피, 피아로님…!”
하늘에서는 새로운 운석들이 떨어지기 직전인 상황.
라우엘이 절망했다.
템빨단원 모두의 스승이자 주군 그리드의 친우인 피아로.
템빨단 최강의 전력이기도 한 그를 이토록 허무하게 잃어야한다고?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템빨단은 쇠락할 것이다.
그만큼 피아로의 존재감이란 컸다.
“내가…! 내가 골백번을 더 죽을 터이니 부디 당신만은…!!”
비틀비틀.
라우엘이 휘청거리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죽음의 사신, 벨리알이 빤히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갔다.
오로지 피아로를 지켜야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라우엘의 시선 끝이 피아로에게 고정되어 있음을 확인한 벨리알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뮐러의 후예만큼은 살리고 싶다 이거지?”
피아로의 정체를 멋대로 오해하고 있는 벨리알.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는 운석 아래서, 지팡이로 피아로를 겨냥하더니 날카로운 불꽃의 창을 전개한다.
그때였다.
“이곳에 뮐러의 후예는 없다.”
어디 갔는지 도통 보이지 않던 크라우젤이 갑자기 벨리알의 후방으로부터 등장하더니 검을 찔러왔다.
엄청난 검기가 내포 된 일격이었다.
“우리의 이름이 뮐러를 넘어설 것이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용의 포효와도 같은 파공성을 터뜨리는 찌르기가 벨리알의 목덜미로 찔려왔고,
“헛소리가 심하구나.”
콧방귀 뀐 벨리알이 피아로를 겨누었던 화염 창을 크라우젤에게 돌리는 순간.
“지옥 규제.”
[지옥 멸절의 뜻을 품은 데빌 슬레이어가 32지옥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32지옥이 발생시키는 디버프가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
[32위 대악마 벨리알의 힘이 급격히 약화됩니다!]
“이, 이 힘은…!”
벨리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두 눈을 부릅뜨는 그녀의 미간 사이로 불꽃의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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