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농법 제2장 급성장!!”
그 광경을 보면서 분노한 피아로가 땅에 심은 씨앗들에게 축복을 내렸다.
그러자!
콰드드드드드드득!!
수백 개의 씨앗이 순식간에 싹을 틔우더니 나무로 진화했다. 보통 나무도 아니고 마치 수백 년은 살아온 것 같은 아름드리나무들이었다. 그것들이 자연의 감옥이 되어서 벨리알을 가둬버렸다.
‘순식간에 나무를 키워?’
엘프들조차도 이렇게 못할 텐데?
솔직히 감탄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소로울 따름.
벨리알은 불꽃의 여왕인 바.
자신을 가둬도 하필이면 나무로 가둬버리는 피아로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태워버리면 그만이로다!”
화르륵!
자신을 감싼 나무들을 잿더미로 만들고자, 벨리알이 전 방위로 불꽃을 폭발시켰다. 하지만 그보다 맥스옹의 수마법이 한 발 더 빨랐다.
“거기까지!”
수인족 전사들과 함께 수로를 찾아놓았던 수인족 왕 맥스옹이 이를 매개로 삼은 마법을 발동시켰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
마치 푸른 용의 승천을 보는 듯하다.
벨리알이 서있는 지면으로부터 새파란 물의 기운이 솟구쳐 올랐고 그녀는 그 안에 갇혀버렸다.
[32위 대악마 벨리알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일시적으로 소멸합니다!]
[지독한 열기로부터 해방 됩니다!]
맥스옹.
그는 한 개 국가가 아닌 한 개 종족의 왕이다.
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한 지금의 그는 피아로와 동급의 강자라고 봄이 옳다. 물론, 장소가 바다일 경우에 한해서였으나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의지가 되었다.
“지금이요, 피아로!”
“음!”
벨리알이 물의 기둥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필멸!!”
틈을 노린 피아로가 단일 대상 최강의 스킬을 전개했다.
호미로다가 벨리알의 톡 튀어나와있는 이마를 찍어버렸다.
폭!
“……!”
필멸은 100퍼센트 확률로 대상을 즉사시키는 절대무적의 기술이다.
물론 보스급으로 분류되는 대상은 즉사시킬 수 없었지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었다.
“크…!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을 참지 못한 벨리알이 처음으로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팔을 잃었을 때와도 다른 반응이다.
『…..』
-…..
각국 방송사의 해설진과 다양한 인종의 시청자들이 모두 침묵했다.
대악마.
최강최악의 보스라는 수식을 붙여도 부족함이 없는 존재를 레이드하는 과정이 어째 치열하고 멋지기 보다는…
-농업 홍보 영상 같음.
농사란 이렇게 위대한 것이다.
그러니까 모두 호미를 들라.
피아로는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실제로 현재 레이드 영상을 시청 중인 많은 사람들이 농부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전설의 존재감이다.
그것도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새로운 전설의 길을 개척한 피아로의 존재감.
피아로는 특별했다.
S.A그룹의 임철호 회장이 직접 주목하고 있을 정도로!
“내게…! 내게 두 번이나 상처를 입히다니!!”
호미에 찍힌 이마를 부여잡고 파르르, 몸을 떨던 벨리알이 칼날 같은 마기를 사방으로 난사했다.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물의 기둥과 나무를 모조리 썰어버리고 탈출한 그녀가 드디어 피아로의 실체를 눈치 챘다.
“이제 알겠다. 네가 바로 전설이로구나?”
검성 뮐러.
수백 년 전, 드라시온과 헬가오를 비롯한 몇 명의 대악마에게 치욕을 안겨주었던 초월적인 존재!
“그 뮐러의 환생인가!”
“아니, 난 뮐러가 아니라 농부다.”
“닥치거라!”
인간계에 여러 명의 전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전설 중에 농부가 있단 말은 듣지 못했다. 농부일 리가 없다.
“더 이상의 조롱은 통하지 않는다!”
“…”
이제 방심은 없다.
전력을 다해서 철저히 응징할 뿐!
진지해진 벨리알이 전력을 드러냈다.
“32지옥 소환!”
쩌적!
쩌저저저저저저적!!
벨리알이 등지고 선 풍경이 갈라진다.
갈라진 풍경의 틈새로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어둠이 몰려온다.
“갈기갈기 찢어 먹어주겠노라!”
회심의 미소를 그린 벨리알이 선언함과 동시에,
번쩍!
솟구쳐 나온 어둠이 세상을 집어삼켰다.
[32지옥이 소환되었습니다!]
[스킬과 마법의 위력이 20퍼센트 저하하고 캐스팅 속도가 50퍼센트 저하됩니다.]
[생명력과 마나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스태미나가 더 빠르게 하락합니다.]
[물약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32지옥의 마수들이 출몰합니다!]
“아…”
템빨단원들이 희망을 잃었다.
피아로의 안색도 굳었다.
보라색 피부의 아름다운 서큐버스 수백, 수천 마리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아, 역시 안 되는군요.』
『템빨단조차 무력하게 만드는 대악마… 대체 저걸 누가 잡을지 큰일이군요. 당분간 대륙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게임 플레이에 여러 가지 제약이 생기겠어요.』
『사하란 제국이 대대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전 세계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대악마 강림이 앞으로 어떤 여파를 불러일으키게 될지, 두려워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그때 하늘에서 검이 떨어졌다.
전 방위로부터 템빨단을 습격하던 서큐버스들의 몸이 동시다발적으로 양단된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천외천.
검성 크라우젤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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