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402화 (397/1,794)

“무상농법 제4장 밭 갈기.”

콰르르르르르르르륵!

비에 젖은 대지 위로 피아로의 쇠스랑이 아로새겨진다.

그것은 신기. 마치 농업의 신이 강림한 듯한 광경이다.

벨리알이 밟고 선 지면이, 눈 깜짝할 사이에 농사짓기 좋은 땅으로 개간돼버렸다.

“장난 하는 것이냐!”

전투 중에 밭을 갈다니?

지옥의 33 패자 중 하나인 벨리알조차도 냉정할 수 없었다. 피아로에게 조롱당했다고 여긴 그녀가 마기를 폭발시키자 그녀를 감싸고 있던 불꽃의 기운이 다시금 거세졌다.

피아로를 덮치기 위해서 몸을 날리는 그녀를 이사벨이 가로막았다.

“레베카년의 종! 가소롭구나!”

빛의 여신 레베카를 혐오하는 것은 대악마의 생리다.

불꽃이 맴도는 팔로 리파엘의 창을 막아낸 그녀가 손을 뻗어 이사벨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윽…!”

잠시나마 벨리알과 호각을 겨루는가 싶었던 이사벨은 벌써 지쳐있었다. 벨리알에게 맥없이 붙잡힌 그녀가 얼굴부터 땅에 처박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아로에 의해서 개간 된 땅이 단단하지 않고 푹신하다는 점이었다.

예쁜 얼굴이 크게 상하지 않고 흙투성이가 된다.

“이사벨!”

데미안이 황급히 힐을 사용해서 이사벨을 치유해주었다. 덕분에 바로 몸을 일으킨 이사벨이지만, 이미 자리에 벨리알은 없었다.

논밭이 되어가는 땅을 가로지른 그녀가 어느덧 피아로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크음…!”

씨를 뿌리기 위해서 품에 손을 넣고 있던 피아로의 안색이 굳었다.

품에서 씨앗을 꺼내기도 전에 100미터 거리를 좁혀오다니?

벨리알의 이동속도는 터무니없이 빠른 것이었다.

당황하는 피아로의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살신 페이커였다.

채챙!

벨리알을 공격할 수는 없으나 방어할 수는 있다는 점을 이용, 태도와 단검을 교차시켜서 세운 페이커가 벨리알의 찌르기를 막아내었다.

살생의 검이 활생의 검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완벽한 방어에 실패합니다.]

[9,83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벨리알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습니다! 초당 500의 열기 데미지와 2,500의 화상 데미지를 입습니다!]

“큭!”

페이커의 신형이 흔들렸다.

세상에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나 싶다.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는 그를 벨리알이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평범한 인간이 내 공격에 반응하다니?’

그렇다.

페이커의 신속과 컨트롤 솜씨는 대악마조차도 감탄시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훗날 페이커가 4차 전직자가 되고 5차 전직자가 되면 또 모를까, 3차 전직자인 지금은 대악마를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없었다.

화르륵!!

페이커의 가슴을 꿰뚫은 벨리알의 손으로부터 불꽃이 폭발했고, 이에 페이커가 잿빛으로 산화해버렸다.

“페이커님!!”

단신으로 아이스 플라워 길드를 전멸시켰던 최강의 살신이 순식간에 죽어버리다니?

라우엘과 템빨단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 모두가 충격에 빠지는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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