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386화 (381/1,794)

템빨 27권 - 3화

“우선 바이란으로 가자.”

“지슈카양도 함께인 겁니까?”

매스 텔레포트의 주문은 무척 복잡하다. 매번 마법진을 그려야한다. 이용자의 숫자와 좌표에 따라서 마법진의 형태도 달랐다.

마법진을 그리기에 앞서서 질문하는 스틱세이에게 그리드가 대답했다.

“아니, 우리 둘만 이동할 거야.”

바이란을 지켜야하는 이유는 결국 파트리안을 지키기 위해서다. 파트리안이 가장 중요하다. 적들의 공세가 계속 될 예정이었으므로 지슈카가 자리를 비워선 안 됐다.

그 사실을 지슈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드와 함께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그리드가 기껏 준 힘을 허투루 쓸 수는 없다. 지슈카는 그리드에게 꼭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쉬움을 억누른 그녀가 그리드에게 손을 흔들었다.

“파트리안은 내게 맡기고 몸 조심히 잘 다녀와. 정산은 다음에 하자.”

“그래.”

미소로 화답하는 그리드.

그는 속으로 안도하고 있었다.

‘또 김칫국 마실 뻔했네.’

과거의 그리드는 김칫국 마시기의 달인이었다. 여자가 자신을 쳐다보거나 말만 걸어도,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괜히 기대하고 착각했었다. 이성에게 관심 받아본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에게 사소한 관심만 보여도 확대해석했던 것이다.

하지만 첫사랑 아영이 사건 이후 그리드는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한다는 기본적인 이치를.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세계 최고의 미녀인 지슈카가 자신에게 진심일 리가 없다고 그리드는 생각했다.

당연하다.

자신보다 훨씬 더 능력 좋고, 잘생기고, 성격까지 좋은 남성들로부터 온갖 구애를 받고 있을 지슈카가 아닌가? 지슈카가 그들을 마다하고 나를 좋아할 리 없다.

‘애초에 지슈카 같은 여자가 남자한테 먼저 청혼할 리가 있어?’

어휴, 장난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가 아영이 때처럼 개망신당할 뻔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농담도 구분 못하고 분위기 망치는 놈으로 오해받을 뻔했군.’

드디어 나도 분위기를 읽는 남자로 성장해가는 건가!

스스로의 성장에 흡족함을 느낀 그리드가 잠시 후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자 혼자가 된 지슈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나, 차였어…”

남자에게 먼저 청혼했다가 거절당하는 경험을 해본 여자가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지슈카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고, 또한 부끄러웠다.

그리드를 좋아하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때다 싶어서 생전 처음 남성에게 대시해봤는데 차이다니!

“바보 멍청이.”

사귀기도 전에 청혼부터한 점이 특히 큰 문제다. 그리드가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진다.

“힝.”

눈물을 훔치며 콧물을 훌쩍이는 지슈카의 모습이 평소와 달리 소녀 같다.

좋아하는 이성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모태솔로 그녀다.

한편, 성벽 아래 전쟁터에서는…

“다들 나를 잊은 건가…?”

한참동안 지면에 박혀있던 레가스가 간신히 회복해서 일어났다. 그는 많이 서운했다.

***

서울 강남.

이미 수년 전에 시세가 500억 원을 돌파한 XX동의 최고급 저택.

한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그 초대형 저택 정원에 유라가 앉아있었다.

새하얀 피부가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난다.

‘몸이 무거워.’

지난 며칠 동안, 유라는 매일 접속 제한이 발생할 때까지 게임에 풀로 접속해있었다. 적들의 공세로부터 바이란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최소화시켜야만 했다.

그 여파로 인해서 피로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생활패턴이 무너지고 식사량과 운동량이 너무 부족해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적들의 공세가 언제쯤에야 끝날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에트날 병사 동원력은 약 50만으로 추산되는 바.

에트날 왕실이 식량보급 루트를 완전하게 갖추게 될 경우, 앞으로 바이란은 만 단위가 아니라 십만 단위의 적을 한 번에 상대해야할 가능성도 있었다.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보던 유라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무조건 버텨야만 해.’

그리드가 힘들게 일군 세력이다.

허무하게 잃게 만들 수는 없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유라가 시간을 확인했다. 게임 접속 가능시간까지 30분 남았다. 거실로 들어온 그녀가 TV를 켜고 옷을 벗었다.

샤워를 위해서였다.

그녀의 새하얀 나신은 실로… 이하생략.

『속보입니다. 파트리안을 침공했던 에트날군이 궤멸 직전까지 몰렸다는 소식입니다.』

TV소리를 들은 유라가 욕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췄다.

파트리안은 바이란과 비할 바 없이 훌륭한 수성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파트리안을 침략한 에트날군의 평균 레벨은 바이란을 침략한 에트날군보다 낮다고 들었다.

하지만 쉽게 볼 일이 아니다.

파트리안을 침략한 에트날군의 숫자는 무려 2만에 육박했고, 그중에는 부바트와 제랄프 형제가 이끌어온 전 7대 길드원들도 소속되어 있었다.

한데 파트리안이 도리어 에트날군을 궤멸 직전까지 몰아넣다니?

‘어떻게 가능했지?’

TV앞으로 돌아온 유라를 비롯한 시청자들의 의문을 해소시켜줄 요량으로, 뉴스에서 파트리안 전쟁 영상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레이단에서 파견한 마법사부대가 에트날군의 공성병기에 1차적인 타격을 입힌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때부터 에트날군의 공세가 약해졌죠.』

『저 마법사부대는 서대륙에서 보기 힘든 인종인데요? 피부색이며 복장과 문신이 특이하군요.』

『Satisfy민족 연구자로 명망이 높은 ‘내꿈은건물왕’님이 제공해준 정보에 의하면, 저들은 울족이라는 소수민족이라고 합니다. 타고난 마법적 재능이 무척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울족이 왜 템빨단 예하에 있는 거죠?』

『울족은 사하란 제국에게 궤멸 직전의 피해를 입은 소수민족입니다. 갈 곳 잃은 그들을 그리드가 백성으로 거두었다가 시기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 그리드의 NPC 회유 능력과 운용 능력은 정말이지 탁월하군요.』

『NPC와의 호감도를 굉장히 쉽게 올리는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단지 인망이 뛰어나다고 분석하기는 부족하고 직업, 칭호, 작위 등의 효과로 NPC에게 쉽게 인정받는 능력을 보유한 거라고 보는 편이 옳겠죠.』

영상 속에서, 울족 마법사 군단은 매스 텔레포트를 타고 불시에 나타났다. 그리고 에트날군 진형 후방에 배치되어 있는 공성병기를 순식간에 마법으로 폭격한 후 또 다시 매스 텔레포트를 타고 사라졌다.

『설령 마법에 특화 된 인종이라 할지언정 매스 텔레포트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놀랍군요. 그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현재 시점에서 극히 소수의 플레이어와 대마법사밖에 없다고 들었는데요.』

『아니요. 영상을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건 울족이 아닙니다. 울족들이 공격 마법으로 공성병기를 폭격하고 있을 때 매스 텔레포트의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사람을 보십시오.』

영상이 확대되면서 대현자 스틱세이의 모습이 부각됐다. 그의 모습을 살펴본 전문가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엘프…! 그리드는 엘프족과도 친분을 쌓고 있는 겁니까!』

Satisfy의 에피소드 진행 단계는 아직 초반부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종족의 존재는 무척 희귀했고, 20억 플레이어 중 이종족을 실제로 만나본 사람은 드물었다.

한데 그리드는 벌써부터 엘프와 친분을 쌓고 그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드의 친화력은 이종족에게까지 발휘되나보군요. 실로 대단합니다.』

『과연 갓리드…』

『근데 거의 처음으로 등장한 엘프가 왜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거죠…? 그게 참 아쉽군요.』

감탄을 금치 못하는 전문가들 중에서 누군가가 헛소리를 지껄였지만,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의 헛소리는 대부분 남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으니까!

『험험, 어찌됐든 그 울족 마법사단 덕분에 파트리안의 템빨단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이내 곧 위기가 닥쳐오고 맙니다. 전쟁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부바트와 제랄프 형제가 나선 시점부터였죠.』

이번엔 부바트의 활약 영상이 송출됐다.

레가스가 상당히 지쳐있었다고는 하나, 그를 쉽게 제압해버리는 부바트의 무력은 실로 압도적인 것이었다.

그가 싸우는 동안 템빨단원들을 학살하는 제랄프 형제의 활약도 대단했다.

그들은 템빨단에게 하이랭커의 위엄을 철저히 보여줬다.

하지만 그건 정말 찰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분들은 파트리안이 곧 점령당할 거라고 예견하셨을 겁니다. 그만큼 템빨단의 상황을 절망적이었죠. 한데 이때 그리드가 등장합니다.』

부바트와 제랄프 형제가 보여준 하이랭커의 위엄?

그리드가 등장한 순간 허접한 것으로 전락해버렸다.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을 동시에 전개하여 수만 대군의 기세를 짓밟아버리는 그리드야말로 지존의 위엄이었다.

“멋져…”

화면 속 그리드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라의 보석 같은 눈동자에 황홀함이 깃드는 그때.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활이죠.』

그리드가 지슈카에게 활 한 자루를 건네주었고, 여기서부터 유라를 비롯한 시청자들은 믿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하고 만다.

하늘에 떠오르는 불새.

순식간에 불바다가 돼버리는 전쟁터.

지슈카가 날리는 화살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부바트와 제랄프 형제.

“저 활… 등급이 뭐지?”

정체불명의 활이 착용자의 존재감을 레전드리 클래스급으로 끌어올려주고 있다. 종래의 레전드리 등급 무기들과 견주는 것이 실례일 정도로 독보적인 성능이었다.

전문가 중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지슈카와 유난히 궁합이 좋은 불 속성 활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비상식적인 위력을 보입니다. 특히 전쟁 전체에 광역기를 날리는 장면은 압도적이죠. 감히 제가 추측하건데, 저건 필시 퀘스트 전용 아이템입니다.』

퀘스트 전용 아이템.

특정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으로써,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에 한하여 초월적인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말인 즉, 현재 템빨단은 에트날군의 공세를 방어하는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그리드는 그 퀘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의 공세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활을 획득하게 되었고, 지슈카는 이를 토대로 전장의 화신이 된 거죠.』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리드가 전쟁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이제야 설명되면서 앞뒤가 맞는군요.』

『대단한데요? 이거 잘하면 템빨단이 에트날의 공세를 막아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어렵죠. 아이템 하나 생겼다고 어떻게 전쟁에서 이기겠습니까? 에트날이 식량 보급로를 확보하고 총공세를 시작하면 템빨단의 모든 영지는 순식간에 점령당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템빨단은 영지를 잃는 대신 명성을 얻겠죠. 단일 길드가 국가를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는 명성. 그들은 Satisfy의 전설이 될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겁니다.』

전문가들의 추측은 늘 그렇듯 하다.

충분한 근거를 두고 논하는 추측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드의 능력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에 있다. 전문가들의 추측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빗나갈 수밖에 없었다.

***

“두가 남작과 카리온 백작의 군대가 합류하였습니다!”

“베라 후작과 라트 백작의 군대가 합류하였습니다!”

바이란 인근의 영지 파르트에 무려 10만의 대군이 집결했다.

왕명을 받든 각지의 귀족들이 군대를 이끌어온 덕분이었다.

총사령관 루실리브 공작이 회심의 미소를 그렸다.

“선봉대들의 활약 덕분에 반란군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소. 오늘, 우리는 이대로 진격하여 바이란을 점령하고 파트리안까지 손아귀에 넣게 될 것이오!”

“우리의 조국 에트날을 위해!”

“아스란 국왕전하를 위해!”

“우와아아아아아아!!”

사기를 높인 10만 대군이 출정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이 실로 장관이다.

대지를 울리는 그들의 힘찬 행군에 놀란 짐승들과 몬스터들이 혼비백산 도망쳤다.

“이제 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백성들이 평온해지겠군.”

각지에서부터 달려와 합류한 병사들이 하나 같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때 구국의 영웅이었다고는 하나 에트날 왕실에 충성하지 않고 도리어 렌 왕자를 시해한 반란군 수괴 그리드.

조국에 혼란을 야기한 그자를 이번에 드디어 벌하고 조국에 평화가 찾아오게 되었음에 병사들은 기뻤다.

이들의 표정만 봐서는 전쟁터가 아니라 소풍 가는 것 같을 정도였다.

하지만 단 한 명의 병사만큼은 얼굴이 어두웠다.

파르트의 신병이었다.

“이봐, 아스. 긴장한 거냐?”

“…”

“하하, 하긴 긴장할 수밖에 없겠지. 전쟁은 처음일 터이니 두려울 거야. 하지만 너무 걱정 마라. 우리는 숫자가 무려 10만이나 된다고. 네가 창 들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반란군은 전멸하고 전쟁은 끝나있을 게다.”

사실 파르트의 선임병사들은 다소 불안하기도 했다.

전쟁을 앞두고 영지 내의 모든 젊은이들. 심지어 신분이 증명되지 않은 거지들까지도 군대에 징집하였으니 군기가 완전히 엉망이 되어있었다.

비단 파르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지군들도 사정은 비슷할 터였다.

갑작스럽게 규모를 불린 군대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떠랴?

숫자로 압도해버리면 된다.

“끝없이 밀려드는 우리의 대군을 반란군은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게야.”

장담하는 선임병사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이등병 아스가 중얼거렸다.

“지휘체계를 잃기 전까진 그렇겠지.”

아스의 시선은 루실리브 공작의 뒤통수에 고정되어 있었다.

군의 선두에서 10만 대군을 통솔하고 있는 루실리브 공작이 그 시선을 느낄 리 만무했다.

같은 시각, 바이란.

“파르트 방향에서부터 10만 대군이 진격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뭐? 10만?”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땀과 피로 절어있는 폰과 템빨단원들의 얼굴이 좌절과 절망으로 물들었다.

“벌써부터 그런 대군을 움직여? 라우엘의 예상이 틀렸잖아?”

라우엘은 에트날의 군대와 수송체계에 맹점이 있다고 말했었다. 앞으로 최소 2주 동안은 에트날이 10만 단위의 군대를 운영하지 못하리라 예견했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에트날의 군대 체계는 라우엘이 분석한 것보다 훨씬 더 잘 잡혀있었다.

“최근 라우엘의 실수가 잦군.”

“혼자서 길드와 영지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녀석이다. 워낙 바쁘다보니 완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겠지.”

“천재도 어쩔 수 없구만. 어찌됐든 이제 더 이상은 못 버텨. 퇴각해야 된다. 차라리 파트리안으로 합류하자.”

템빨단원들은 생각한다.

이럴 때 아스모펠이 있었다면 얼마나 큰 의지가 되었을까?

전략의 귀재인 그가 군을 이끌어 주었다면…

‘…에휴, 어디서 병사 노릇이라도 잘 해주고 있기를 빌어야지.’

템빨단의 영지 중 어딘가에서 병사 아스가 활약 중이리라.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템빨단이 적의 공세에 버틸 수 있는 것이리라.

폰은 그렇게 믿으려고 노력했다.

***

-드디어 업무를 다 마쳤습니다. 교인들은 더 이상 저를 말리지 못해요. 저도 참전하겠습니다.

레이단.

반가운 귓속말을 듣게 된 라우엘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피아로님과 수인족들도 도착했겠지.’

지난 일주일.

라우엘은 에트날 왕국 곳곳에 인원을 배치했다. 왕국군의 동향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탈모 올 것 같아.’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현실에서 머리가 엄청 빠지고 있다. 손으로 한 번 쓱 훑으면 한 움큼씩 빠진다.

하지만 지금은 대머리가 되는 걸 두려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직접 움직일 때다. 그리드 왕 만들기 프로젝트에 종지부를 찍어야한다.

“출진하기에 앞서서 카심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혹시 모를 제국의 습격에 대비해서 이처럼 해주십시오.”

직접 군대를 이끌고 출발하기 전.

그림자의 왕 카심을 불러들인 라우엘이 명령서를 전달했다.

이를 확인한 카심은 감탄했다.

“이것 참 신묘한 계책이군요.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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