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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373화 (368/1,794)

템빨 26권 - 12화

<주작궁의 행방>

난이도:SS

사악한 도사에게 살해당했다고 알려진 아루베가 사실은 생존해 있었습니다.

아루베는 도사와 한패였던 것입니다.

도사가 불러들였던 몬스터들이 군락을 이루고 판게아가 고립 된 지금.

아루베는 이제 완벽히 통제 가능한 철갑귀 군단을 이용해서 판게아를 점령할 계획입니다.

아루베를 제압하여 저지하고 사악한 도사가 빼돌린 주작궁의 행방을 찾으십시오!

생존욕구가 강한 아루베는 당신에게 많은 정보를 줄 것입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아루베를 생포, 혹은 아루베의 사망.

퀘스트 클리어 보상:

1.아루베 생포에 성공:캐릭터 경험치가 30퍼센트 상승하고 <주작궁의 행방> 퀘스트가 다음 단계로 연계됩니다.

2.아루베가 사망:캐릭터 레벨이 2 오르고 <주작궁의 행방> 연계 퀘스트가 소멸합니다.

‘대박…’

독무를 마신 직후.

신규 퀘스트를 확인한 그리드가 전율에 휩싸였다.

이단을 만나고 <큰 영웅의 흔적을 찾아라> 퀘스트를 수행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아루베와 도사의 이야기.

화이트와 친분을 쌓고 <한속봉 배 대회에서 우승하라> 퀘스트를 수행했기 때문에 입장할 수 있었던 판게아 성 던전.

그리고 던전에서 재수 없게 발견한 함정 상자.

그리드의 행적들이 귀결되는 순간 생성 된 이 <주작궁의 행방> 퀘스트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후의 연계 퀘스트를 완료할 경우 주작궁 원본을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작궁 원본?

‘당연히’ 현존 최강의 활이다.

그리드가 창조한 <주작궁(모작)>이 활로써의 성능은 원본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모작은 태생적인 한계를 지녔으니까.

모작의 한계?

최대 등급이 레전드리라는 점이다.

반면 주작궁 원본은 그리드가 추측하기로 최소 초월급 레전드리 등급이었고 최대 갓 등급이었다.

구조상 주작궁 모작이 원본보다 뛰어나다고 할지언정, 만약 원작이 갓 등급이라면 모작이 원작보다 더 약할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절대적인 게임 시스템이다.

만에 하나, 그리드의 예상과 달리 주작궁 원본이 모작보다 성능이 아래일 경우?

그래도 원본의 가치는 훼손되지 않는다.

원본에는 주작의 숨결이 깃들어 있었으니까!

<주작의 숨결>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작의 축복을 받습니다.

화염 내성이 30퍼센트 상승합니다.

아이템에 강력한 주작의 기운을 불어 넣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불 속성이 강한 아이템에만 귀속시킬 수 있습니다.

무게:2

그리드가 주작궁을 복원한 대가로 얻은 보상.

만약 이게 2개가 된다면.

그냥 단지 지니고만 있어도 그리드의 화염 내성은 60퍼센트가 될 것이며, 이를 아이템 제작재료로 사용한다면 그리드는 주작의 힘을 무려 2개나 다스리게 된다.

그리고 주작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직접 체험해보지 않는 이상 쉽게 가늠할 수 없다.

“큭…! 큭큭!!”

희열에 찬 그리드가 잽싸게 행동에 나섰다.

철갑귀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아루베가 수애와 주작단원들을 상대로 뭐라고 쏼라쏼라 떠드는 사이.

“아이템 합. 체.”

따앙! 따앙! 따앙!

비장한 표정으로 휴대용 용광로를 꺼낸 그리드는 갓 핸드들과 함께 작업을 개시했다.

백린목을 장작으로 사용해서 순식간에 강력한 불꽃을 만들어낸 후, 실패작과 그리드의 대검을 나란히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때려 하나로 합쳐나갔다.

4자루 묠니르에 귀속 된 <대장일 관련 스킬의 전개 속도 상승> 옵션 효과가 아이템 합체 속도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갈 무렵.

“너는 웬 정신 나간 놈이냐?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망치질이나 하고 앉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인 게냐?”

뒤늦게 그리드를 발견한 아루베가 함부로 지껄였고,

“연살파(聯殺派).”

그리드는 <실패작+그리드의 대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네임드는 강하다.

특히 아루베는 철갑귀를 통솔할 수 있는 존재.

무조건 철갑귀보다 강하다는 것이 그리드의 판단이었으며 이는 합당했다.

아루베를 덮치는 검기의 폭풍 너머에서, 그리드는 신중하게 계산했다.

‘언데드를 통솔한다는 것은 네크로맨서 계열의 직업군이라는 뜻. 제아무리 네임드 NPC라도 직업 특성상 방어력과 생명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3연격 옵션이나 크리티컬이 터질 수도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서 연살파(聯殺派) 후 초연(超聯), 거기에 연살(聯殺)까지만 써서 제압한다.’

조금 더 확실하게 제압하겠답시고 극살(極殺) 콤보까지 연계시켰다가는 아루베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

최강의 깡딜을 자랑하는 실패작.

비록 실패작보다는 공격력이 다소 낮지만 스킬 데미지를 20퍼센트 추가시켜주는 그리드의 대검.

이 두 자루의 지존 대검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 발휘되는 위력은 두려울 정도로 엄청났기에.

그리드는 손속에 사정을 둬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으…! 으아아아아악!!”

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연살파(聯殺派)에 휩쓸린 아루베가 비명을 토했고 그리드는 미소 지었다.

‘SS급 퀘스트를 받자마자 클리어하게 되다니.’

그야말로 개꿀!

곧바로 초연(超聯)을 전개, 아루베를 재차 공격하려던 그리드.

그가 갑자기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엥?”

아루베의 생명력 게이지가…

“다 떨어졌어?”

그래, 텅텅 비었다.

대학 새내기시절.

자취하던 그리드가 생활비를 게임 정액비로 탕진하는 바람에 텅텅 비었던 구형보일러의 기름통처럼.

‘왜?’

제아무리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명색이 네임드가 이렇게까지 방어력과 생명력이 낮을 수가 있나?

그리드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으으윽…”

[아루베가 사망하였습니다.]

연살파(聯殺派)에 휩쓸린 대가로 생명력이 완전히 고갈 된 아루베는 잿빛으로 산화해버렸고 그리드의 시야에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사령술사 아루베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89,005,310을 획득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표식을 획득하였습니다.]

[아루베의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 <주작궁의 행방>이 종료됩니다. 연계 퀘스트가 소멸합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레벨이 2개 올랐습니다.]

[세컨드 클래스 보유자로서 레벨 업 보너스를 받습니다. 스탯 포인트를 총 24개 획득합니다.]

[세컨드 클래스 <전설의 대마법사>의 영향으로 포인트 12개가 지력에 강제 투자됩니다.]

“…아!”

털썩!

탄식을 토한 그리드가 제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았다.

주작의 숨결이 깃든 원본 주작궁.

그 진귀한 보물의 행방을 알려줄 유일한 단서를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렸으니 정신이 대략 멍해졌다.

넋을 잃고 있는 그리드에게 주작단원들이 다가와 소리쳤다.

“감히 영주님과 아가씨를 위협하였던 천하의 악당을 처단해주시다니! 당신은 영웅 중의 영웅이시며 판게아의 대은인이십니다!!”

“그리드님! 앞으로 곤란한 일이 생기면 뭐든지 말씀해주십시오! 당신을 위해서라면 어떤 궂은일이라도 기꺼이 도맡아 하겠습니다!!”

“…”

주작단원들과의 호감도가 최대치가 되었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리드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내내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가 수애에게 질문했다.

“사령술사…? 라는 족속들은 본래부터 몸빵 아니, 체력이 약한 겁니까?”

“맞아요. 마치 아이처럼 약하죠. 하지만 대신 자신보다 몇 배나 강력한 강시들을 부릴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쉽게 타격을 허용하지 않아요.”

“…쉽게 허용하던데.”

“판덕공께서 아루베의 빈틈을 워낙 정확히 파고 드셨으니까요. 설마 대장장이가 자신을 공격할 거라고는, 아루베는 감히 상상조차 못했을 거고 그렇기에 대처하지 못한 거겠죠.”

“…음.”

그리드는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고자 노력했다.

의도치 않은 퀘스트 결과를 맞이했답시고 언제까지나 좌절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아루베를 해치운 대가로 레벨이 2개나 올랐다.

또한 <알 수 없는 표식>과 <아루베의 반지>를 얻었다.

만약 아루베를 생포했다면 얻지 못했을 보상들이다.

‘어찌됐든 SS등급 퀘스트의 보상이다. 이것들도 상당한 가치를 지녔을 가능성은 충분해.’

아주 어쩌면 주작궁 원본보다 더 훌륭한 가치를 지녔을 수도 있다. 물론 아주 어쩌면.

일말의 희망을 품은 그리드가 <전설적 대장장이의 감정>을 사용, 알 수 없는 표식과 아루베의 반지 정보를 확인하려는 순간이었다.

퍼퍼퍼퍼퍼펑!!

실패작으로 변신한 갓 핸드들과 철갑귀들의 전투가 심화되고 있었다.

최초에는 강력한 위력으로 철갑귀들을 압도하는가 싶던 갓 핸드들이 은사의 장막에 하나둘씩 제압당하기 시작했고, 이제 철갑귀는 갓 핸드를 넘어 주작단원가 그리드를 새로운 표적으로 삼으려하고 있었다.

“일단 네놈들 먼저 조져놔야겠구나.”

아이템 감정을 멈춘 그리드가 철갑귀들을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마침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이놈들만 잡고 일단 던전을 나가서 좀 쉬자.’

이단의 식당을 찾아가서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정신이 피폐해진 마당에 이단의 음식까지 먹는다는 것, 무척 괴로운 일이겠지만 그리드는 강해지고 싶었다.

괴롭고 힘들답시고 해야할 일을 미루진 않는다.

활활활!

여러가지 이유에서 의욕을 불태우는 그리드.

비장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그를 바라보는 수애의 하얀 얼굴에 홍조가 드리웠다.

“어쩜… 지치질 않으시는군요.”

“…?”

수애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진 이유가 뭘까?

그리드는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알기가 두려웠다.

그녀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순간 자신 또한 타락하고 말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던 까닭이다.

***

요새도시 파트리안과 아슈르 백작을 빼앗긴 직후.

에트날 왕국은 그리드를 배신자라고 명명했다.

왕국 내에서 그리드의 모든 권한과 지위를 박탈하고 그가 소유한 영토 모두를 되찾겠다고 선포했다.

첫 번째 표적은 물론 코크로 섬이었다.

레이단, 바이란, 파트리안, 보르네오와 달리 홀로 동떨어진 그곳을 되찾는 일 따위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것이 에트날 왕국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벌써 해군 2개 사단이 코크로 섬 점령에 실패했다는 소식이다.

보고를 들은 제독 르벅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레이단과 코크로 섬의 거리는 무려 보름이고, 길목마다 우리 왕국의 요새가 버티고 있다. 반란군이 코크로 섬을 지원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데, 코크로 섬은 무슨 저력으로 우리의 공세를 버티는 거지?”

“워낙 풍족한 땅인지라 비축해놓은 식량이 많을 것이며, 또한 반란군이 정예군단을 원군으로 배치해놨을 공산이 큽니다. 섬이니만큼 당연히 우리가 해군을 움직일 것을 알고 해군 상대에 특화된 조직을 파견했을 수도 있지요.”

그럴듯하다.

르벅은 판단했다.

“함대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면 노선을 바꾼다.”

탁.

르벅이 코크로 섬 지도의 북쪽을 지휘봉으로 지목했다.

코크로 섬은 본래 에트날 왕국의 영토.

르벅은 코크로 섬의 지리를 완벽히 꿰고 있었다.

“해가 지면 이곳에 잠수 쥐를 파견한다.”

잠수 쥐.

공식부대명칭은 R77.

철인들로만 구성 된 에트날 해군의 특무대다.

오늘 밤.

그들은 수 시간을 잠수하여 바다를 돌파하고 코크로 섬 외곽에 진입, 비밀 갱도가 있는 광산을 이동하여 코크로 성까지 잠입할 것이다.

“그리고 반란군 수장의 목을 따올 테지. 그때에 맞춰서 우리 함대는 섬에 총공세를 가한다.”

반란군이 코크로 섬을 다스린 지는 몇 년 안 됐다. 반란군은 코크로 섬 광산 중 한 곳에 비밀 갱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를 공산이 컸다.

“내일, 코크로 섬은 다시 우리 왕국의 영토가 된다.”

코크로 섬의 지리를 훤히 꿰고 있기 때문에 세울 수 있는 필승의 전략.

르벅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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