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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370화 (365/1,794)

템빨 26권 - 9화

[템빨골(1)과 템빨골(2)가 은사에 차츰 익숙해집니다.]

“헐.”

템빨골의 콘셉트는 성장하는 해골이다.

‘세상 대부분의 것은 하찮다’는 지론을 지닌 브라함조차도, 템빨골에게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편이 좋을 거라고 조언했을 정도로 템빨골은 특별했다.

하지만 템빨골의 시작 레벨은 1에 불과했고 기본 능력치와 성장률도 낮았다.

하여, 그리드는 템빨골에게 큰 기대를 품지 않아왔다.

‘최소 몇 달은 지나야 좀 쓸모 있어질 줄 알았는데 말이야.’

크나큰 오산이었다.

템빨골의 소환 지점은 그리드가 1미터 이내에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바.

템빨골은 레벨 1에 불과한 지금도 화살받이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었고, 또한 특유의 학습능력 덕분에 벌써부터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었다.

은사에 고작(?) 9번 맞아 죽은 것만으로 은사에 익숙해졌다니, 굉장한 적응력이다.

‘익숙해졌다는 말은 즉, 은사의 특성을 파악했다는 뜻일 테지?’

템빨골은 은사에 9번 맞아 죽는 동안 은사의 성분과 공격패턴을 분석하고 보다 더 효율적으로 은사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신체를 구성했을 공산이 크다.

‘1회용이 아니라 2회용 화살받이가 된 셈이라고 보면 되겠… 아니, 그건 오번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템빨골의 현재 레벨은 1.

그리고 1레벨 템빨골의 스탯은 근력 3, 체력 3, 민첩 3, 지력 1. 총 생명력은 45이다.

템빨골이 날고 기어서 은사의 성분을 분석하고 신체를 강화시켜봤자 결국 한 방에 죽는 신세임은 변치 않는 것이다.

‘크음… 마을로 돌아가면 닭이라도 잡게 시켜서 레벨 올려야겠군.’

스스로 성장하는 템빨골을 보자 흐뭇하다.

콰콰콰콰콰쾅!!

들뜬 그리드가 전방의 철갑귀들을 검기로 견제하는 동안.

촤르르르르륵!!

그리드의 후방으로 뻗어져 나온 은사들은 재차 그리드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리드는 가소로웠다.

마나 회복 물약을 복용한 그가 또 다시 템빨골을 소환했다.

“나와라!”

달각! 달그락!

푸화학! 지면에서부터 솟구쳐 나온 템빨골들이 각 부위의 관절을 맞부딪치면서 특유의 소리를 내었다.

이전까지는 그것을 소음으로 규정하고 혐오하던 그리드였으나, 이제는 거장이 빚어낸 음율처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예쁜 녀석들. 자, 이제 그 단단해진 몸으로 다시 은사 방패 노릇을… 어?’

그리드가 두 눈을 의심했다.

은사가 날아오는 지점에 소환한 템빨골들.

은사를 막는 방패가 되라고 소환한 녀석들이 은사를 막기는커녕 피해버리는 게 아닌가?

“엥?”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템빨골들이 등지고 서있던 그리드가 은사에 얻어맞고 말았다.

쩌저정!!

[공격을 받았습니다!]

[<수호의 부적>이 발동합니다!]

[피해를 차단하는 방어막이 생성됩니다!]

[2분 동안 방어력이 20퍼센트 상승합니다!]

“…”

보스 대비용으로 아끼고자 했던 부적을 이토록 허무하게 잃다니?

그것도 소환수에게 뒤통수 맞아서!

황당해서 잠시 말문을 닫고 있던 그리드가 이내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런 멍청한 것들이!!”

기껏 몸빵하라고 소환했더니만 공격을 피해?

바득바득! 이를 가는 그리드를 템빨골들은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조금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그야 당연했다.

소환수는 소환 된 이상 주인에게 도움이 되어야 할 의무가 있는 존재다.

하지만 템빨골들은 벌써 9번이나 소환되는 족족 은사에 맞아 죽어버렸다.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뜻이며, 템빨골들은 성장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자신들이 소환될 때마다 덮쳐오는 반짝이는 실로부터 일단 생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성공했다.

[템빨골(1)과 템빨골(2)가 <은사 피하기>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은사 피하기>

분류:패시브

정예 몬스터 ‘철갑귀’의 은사 공격을 낮은 확률로 회피합니다.

‘내성 상승이 아니라 회피기였냐.’

뭐가 어찌됐든, 소환수가 스스로 판단 하에 적합한 스킬을 습득한다는 것은 무척 희귀한 일이다.

템빨골의 발전 가능성은 무척 높았다.

‘스켈레톤 워리어는커녕 데스나이트급으로 성장할 수도?’

달그락! 딱! 달그락! 딱딱!

늑골(肋骨)을 당당히 편 템빨골들이 그리드에게 뭐라고 떠들듯이 턱을 맞부딪쳤다.

마치 칭찬해달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에휴… 그래, 잘했다. 참 잘했어.”

비록 큰 엿을 먹기는 했지만 템빨골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된 이상 기쁠 수밖에 없다.

피식 웃은 그리드가 템빨골에게 명령했다.

“거기 가만히 서서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 지켜봐라. 공부가 될 수도 있으니까.”

퍼펑! 퍼퍼퍼퍼펑!!

초(超)의 지속 시간이 끝나간다.

그리드가 +9실패작을 휘두르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스태미나의 안배를 무시하고 전력을 다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썩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왜?

철갑귀들이 그리드의 원거리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하였으므로!

촤르르르르르르륵!!

그리드에게 접근해오고 있는 철갑귀들이 서로의 은사를 교차시켜서 뽑아내자 은사가 마치 거미줄처럼 얽혔고,

쿠콰콰콰콰콰콰쾅!!

초(超) 모드의 그리드가 발사하는 평타기반 검기가 모조리 그 거미줄 방패에 가로막혀버렸다.

‘엄청나군.’

그리드는 당황하지 않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은사 한 가닥, 한 가닥의 내구력이 강철보다 높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그처럼 단단한 은사가 수십 가닥 겹겹이 얽힌 이상 세상에 막지 못하는 물리력은 드물 것이다.

그래, 드물 것이다.

“파그마의 검무.”

타앗!

초(超)의 지속시간이 끝남과 동시였다.

철갑귀와 일정 거리 이상을 유지한 채 원거리에서 요격하던 그리드가 전투방식을 바꿔버렸다.

도리어 철갑귀들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무슨…!”

수애와 주작단원들이 깜짝 놀랐다.

성스러운 고양이 신수와 보구, 그리고 분신을 활용해서 침착하게 철갑귀를 상대하고 있던 그리드가 갑자기 적진으로 뛰어들자 그들은 당혹스러웠다.

“스스로 은사의 공격범위 안으로 뛰어들다니…! 위험하신 거 아닙니까!”

주작단원 중 누군가가 다급히 소리쳤다.

언월도와 은사를 동시에 사용하는 철갑귀의 근접전투능력은 최강.

그리드가 정녕 신선이라 할지언정, 그 홀로 융합 철갑귀가 포함 된 여섯 마리 철갑귀에게 덤벼드는 건 무모해보였다.

“엄호하도록 하죠.”

수애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다른 주작단원들이 그렇듯 그리드를 도와야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잠시 후.

“…응?”

“허!”

그리드를 뒤쫓던 수애와 주작단원들이 일제히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극살(極殺).”

전진해오는 철갑귀들의 전면을 방어해주고 있는 은사의 거미줄.

그 바로 앞까지 도달한 그리드가 반월의 백색 섬광을 그리자.

서걱--!!

“……!”

은사의 거미줄이 좌우로 갈라지고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가장 선두에 있던 철갑귀 한 마리의 머리통이 쪼개졌다.

실패작의 <절단> 효과와 대상의 방어력을 100퍼센트 무시하는 <극살(極殺)>의 시너지가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크리티컬!]

[철갑귀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123,509,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좋았어!’

역시, 강함과 경험치는 비례한다.

철갑귀 한 마리를 해치운 대가로 딱 기대한 만큼의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던 그리드가 환희에 휩싸였다.

동시에, 맥없이 허물어지는 은사의 거미줄 틈새를 돌파하여 <연살(聯殺)>을 쏘았다.

푹!

한 방.

푹푹!

두 방, 세 방!

푹푹푹!!

네 방, 다섯 방, 여섯 방!!

앞서 연살파(聯殺派)와 초(超)의 검기 폭격을 당했던 철갑귀들이 연살(聯殺)의 공격력을 버틴다는 것은 어려웠다.

금세 생명력이 바닥나면서 차례대로 잿빛으로 산화했다.

하지만 그리드는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최대의 난적 융합 철갑귀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니양! 아프다옹!”

홀로 융합 철갑귀의 발을 묶은 채 분투하고 있던 노에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급히 시선을 돌려보니, 노에의 통통한 몸은 이미 상처투성이였다. 윤기가 좔좔 흐르던 털은 먼지와 피로 엉기어 볼품없었다.

어깨와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바둑알 같은 눈동자를 촉촉이 적시는 녀석.

융합 철갑귀의 은사에 꽁꽁 묶여있는 녀석을 구원하고자, 사력을 다해서 몸을 날린 그리드가 제(制)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융합 철갑귀가 그리드로부터 뒷걸음쳤고 이 과정에 노에를 묶어놓았던 은사가 느슨해졌다.

“미요옹.”

날갯짓할 기운도 없는지 맥없이 떨어지는 노에.

녀석을 받아서 품에 안은 그리드가 작고 동글동글한 머리통을 쓰다듬어주었다.

“고생 많았어. 이만 가서 쉬어라.”

“냥… 맛있는 밥 기대하겠다옹.”

노에가 즉각 펫 인벤토리로 돌아갔다.

이제 융합 철갑귀의 새로운 적은 그리드로 인식됐다.

“캬오오오오!!”

터터터터터터터터터터텅!!

융합 철갑귀가 은사 수십 가닥을 마치 총탄처럼 쏘았다.

꿀꺽!

그리드가 마른 침을 삼켰다.

철갑귀와 비등한 공격력을 발휘한다는 문지기 웅.

그자가 1할의 힘만을 사용한 주먹에 맞았을 때 그리드가 소실한 생명력이 무려 2,303이다.

철갑귀의 공격을 맞을 경우 방당 ‘최소’ 2만 3천의 생명력이 날아간다는 뜻. 물론 그 이상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제아무리 높은 생명력을 보유한 그리드일지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막대한 피해량이었던 것이다.

“신속한 몸놀림!”

은사에 맞으면 골로 간다.

강박관념에 휩싸인 그리드가 버프를 사용, 민첩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후 갓 핸드와 랜디를 불러들여 방어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갓 핸드와 랜디는 각자 2~3발씩의 은사밖에 막아내지 못했다.

나머지 십수 발의 은사는 그리드의 역량으로 막아야했다.

“연(聯)!!”

채챙!

채채채채채채채채챙!!

이미 수십 분 째 전투 중이다.

은사의 패턴에 나름 익숙해진 그리드였기 때문에 은사는 피하기가 무척 어려운 기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여 정면으로 맞섰지만 융합 철갑귀가 제어하는 은사의 숫자는 일반 철갑귀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아직 숨겨놓은 은사가 있었다는 뜻!

촤르르르르륵!!

그리드가 광속의 검술로 은사들을 쳐내는 사이, 융합 철갑귀는 새로운 은사를 일곱 발 더 쏘았고 이는 그리드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엿 됐…!’

피할 수 없다.

그리드가 판단함과 동시에 푸푸푸푸푹! 일곱 발의 은사가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순간, 수애와 주작단원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판덕공!!”

“그리드님!”

그리드는 죽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한데…

[<란스티어의 망토>가 찌르기, 베기 공격으로 받는 피해를 20퍼센트 경감시킵니다.]

[<삼겹갑>이 물리 공격으로 받는 피해를 30퍼센트 경감시킵니다.]

[<삼겹갑>이 베기, 찌르기 공격으로 받는 피해를 50퍼센트 경감시킵니다.]

[2,195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2,308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2,240의 피해를…]

[2,301의…]

..

[<삼겹갑>의 미늘 틈새로 적의 무기가 맞물립니다. <소드 브레이크>가 전개됩니다.]

[대상의 무기 내구력을 하락시킵니다.]

“…”

뭐지?

아프기는커녕 가려운 공격!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그리드의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그보다 놀란 사람은 당연히 수애와 주작단원들이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쩌저저저적!

삼겹갑 틈새에 맞물려 팽팽하게 당겨진 융합 철갑귀의 은사, 미세하게나마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저, 저럴 수가…!”

은사에 맞았다가 갑옷 째 꿰뚫려 죽은 사람이 여태껏 무수히 많다.

한데 그리드는 멀쩡했을 뿐더러 도리어 은사를 무력화시키고 있었으니 믿기질 않았다.

“대체… 대체 당신의 그 힘은 뭐죠?”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수애에게 그리드가 대답해주었다.

“템빨요.”

퍼어어어어어엉!!

실패작에 얻어맞은 융합 철갑귀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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