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25권 - 15화
“헐??”
히든 패시브 스킬 <신장(神將)>의 정보를 확인한 그리드의 머릿속에 떠엉-!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큼 충격적이란 뜻이다.
“거, 겁나 좋다…”
연살(聯殺)과 연살파(聯殺派)의 쿨타임이 초기화 됐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대박이다!’
실로 으뜸의 가치다.
<파그마의 후예>와 <전설의 대마법사>를 얻었을 당시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쁘다.
‘도미니언의 축복이 이제 와서 큰 도움을 줄 줄이야.’
교황 드레비고 에피소드 당시 얻었던 레베카의 축복, 도미니언의 축복, 쥬다르의 축복.
이 세 가지의 축복은 모두 파브라늄에 깃든 상태이며 그리드에게 버프를 주고 있었다.
레베카의 축복은 생명력 회복 속도를 300퍼센트 상승, 도미니언의 축복은 공격력 15퍼센트 상승, 쥬다르의 축복은 방어력 15퍼센트의 상승.
이 부분에서 그리드는 한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었다.
‘도미니언의 축복이 무력 3대 패시브 중 하나의 열쇠였다 함은…’
쥬다르의 축복은 방어력 3대 패시브 중 하나의 열쇠, 레베카의 축복은 회복력 3대 패시브 중 하나의 열쇠일 공산이 크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들 전부를 내가 얻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당장 신장(神將)의 획득 조건만 봐도 터무니없다.
도미니언 신의 축복을 받은 상태로 독보적인 데미지 업적을 세우고 제라툴의 가호를 받는다?
20억 유저 중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쥬다르의 축복과 레베카의 축복을 토대로 얻을 수 있는 다른 패시브 스킬의 획득 방법 또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난이도일 가능성이 높았다.
‘비장과 패왕이라는 스킬도 마찬가질 테지.’
재수 없는 경험을 오지게 해왔던 그리드가 예상하건데, 비장과 패왕의 효과가 신장의 효과보다 훨씬 더 사기적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리고 내 미래의 적들이 지금쯤 어딘가에서 비장과 패왕을 습득하고 있겠지. 아니, 어쩌면 이미 습득했던가.’
뻔하디 뻔한 레퍼토리다.
이 빌어먹을 세상이 내가 쉽게 잘 풀리게끔 놔둘 리 없다.
‘나는 나중에 비장하고 패왕한테 맞아죽는 건가?’
당연히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다.
‘지금부터 나는 무적이다.’
왜냐?
행운 스탯이 있으니까!
“크흐흐흣…! 신장과 행운의 조합을 보여주마!!”
신장의 스킬 쿨타임 초기화 확률은 무려 50퍼센트.
거기에 행운 스탯이 영향을 끼친다면 어떻게 될까?
“50퍼센트보다 훨씬 더 높은 확률로 스킬 쿨타임이 초기화 되겠지!”
그래, 바로 조금 전처럼 말이다.
낮은 확률이나마 연속적으로 스킬 쿨타임이 초기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행운 스탯을 믿어 의심치 않은 그리드가 전방에 무너져있는 천막의 잔해를 겨냥했다. 그리고 심호흡한 뒤 파그마의 검무, 파(派)를 쏘았다.
신장의 효과가 발동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도 신장의 효과는 발동하지 않았다.
그리드는 심히 당혹스러웠으나 애써 태연한척 반응했다.
“후… 훗! 뭐, 결국 100퍼센트 확률은 아니니까. 아주 가끔씩 한 번쯤은 실패할 수도 있겠지.”
행운 스탯도 컨디션이 나쁠 때가 있을 거다.
납득한 그리드가 마음을 추슬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파그마의 검무, 연(聯)을 그렸다.
결과?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신장의 효과가 발동하지 않았고 연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초기화되지 않았다.
이어서 쏜 살(殺)과 극(極) 또한 마찬가지.
“헥헥… 아나, 진짜 염병.”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돌이켜보면, 성스러운 빛의 장갑과 실패작에 귀속 된 <5연격>스킬 또한 지난 몇 달 동안 거의 안 터졌었다.
그리드가 타고난 불운이 미약한 행운 스탯 따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높다는 반증이었다.
“아니…. 왜? 왜 하필이면 나한테 자꾸만 확률성 스킬을 주는 거지?”
덜 사기적인 스킬.
그냥 제법 준수한 스킬이라도 좋으니까 확률이 아닌 확정 스킬을 얻고 싶다.
털썩!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날아갈 듯이 기뻐하던 그리드가 좌절하며 주저앉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장 스킬을 마냥 믿고 기뻐하기엔 무리가 컸던 것이다.
한참을 고민해본 끝에, 그리드가 결론을 내렸다.
“이 스킬은 의식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신장의 발동을 전제로 깔고 전투에 임했다간 도리어 역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길 것 같다.
차라리 없는 셈치고 평소대로 싸우다가, 가끔씩 터져주면 어이구야 하느님부처님 만만세를 외쳐주면 될 일이다.
“그래… 내가 얻은 건 신장뿐만이 아니야. 여기에만 집착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
판게아의 신성이라는 칭호도 얻었다.
‘제발 칭호 효과로 행운 스탯 좀 올려주라.’
안 그래도 강화로 평생 운 다 쓴 것 같아서 불안한 차이다. 행운 스탯이 절실히 필요하다.
간절한 바람을 품은 그리드가 칭호의 정보를 확인했다.
<판게아의 신성> 1단계
1단계 효과:판게아의 주민들로부터 비교적 쉽게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북쪽에 형성 된 몬스터 군락을 하나 파괴할 때마다 칭호의 단계와 효과가 상승합니다.
“…”
실로 기대 이하의 효과다.
어쩌면, 히든 패시브 스킬 신장을 목도한 직후인지라 더욱 실망하게 된 걸 수도 있다.
“하…”
깊은 한숨을 뱉은 그리드가 습득한 아이템들을 차례대로 확인해나갔다.
<축복 받은 무기 주문서>
무기를 강화할 때 사용하는 주문서입니다.
강화 성공 시 무기의 강화 수치가 +1 됩니다.
강화 실패 시 무기의 강화 수치가 하락하지 않습니다.
<축복 받은 방어구 주문서>
방어구를 강화할 때 사용하는 주문서입니다.
강화 성공 시 방어구의 강화 수치가 +1 됩니다.
강화 실패 시 방어구의 강화 수치가 하락하지 않습니다.
“…?”
여태까지, 그리드는 축복 받은 주문서들을 ‘축복 받은 강화석’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저, 동대륙은 서대륙과 달리 강화 재료를 광석이 아닌 주문서로 사용하는가보다 했다.
동일한 효력을 지닌 아이템들이 겉모습과 이름만 살짝 틀려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까 전혀 아니다.
축복 받은 주문서들은 축복 받은 강화석보다 성공 시 메리트가 적은 대신 엄청난 안정성을 자랑했다.
‘와, 이건 재벌들한테 엄청난 가격에 팔리겠는데?’
고강화 아이템의 강화 성공률은 소수점 단위이다.
100번의 강화를 시도해서 100번 다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강화 실패 시 플레이어들이 갖는 부담은 단순한 강화석의 손실이 아니다.
강화를 실패할 때마다 하락하는 아이템의 강화도.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 강화 주문서들은 강화도를 보호해주는 효력을 지닌 것이다.
10강화 무기 갖고 싶다고 수억, 수십 억을 우습게 쓰는 재벌들에게 이 물건을 구매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면?
‘안 사고는 못 배기겠지.’
장당 최소 천만 단위에 팔리지 않을까?
‘천만이 뭐야? 억 단위에 팔릴 수도 있지.’
마치 부적처럼 생긴 주문서.
중앙에 한자와 비슷한 언어가 그려진 것을 보면 필시 동대륙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아직 시장에 풀리지 못하는 물건. 막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건물주가 된 이후로 수익에 안정성까지 생긴 그리드의 입장에선 아이템을 처분하겠답시고 서두르거나 초조해할 필요도 없다.
경매장에 올려서 느긋이 추이를 지켜보다가, 원하는 가격이 책정될 경우 판매하고 그게 아니면 그리드 본인이 직접 사용해도 된다.
그리드가 다음 아이템을 확인했다.
수컷치고 강한 쥐가 드롭한 아이템들이었다.
<수컷치고 강한 쥐의 커다란 쓸개>
엄청 크고 쓴 쓸개입니다.
복용 시 너무 써서 쇼크사할 수도 있습니다.
단, 인내하고 끝까지 먹으면 중독 내성과 혼란 내성이 0.5퍼센트씩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무게:4
<수컷치고 강한 쥐의 용력이 담긴 심장>
수컷치고 강한 쥐가 타고난 용력이 담긴 심장입니다.
수컷치고 강한 쥐가 수컷치고 강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복용 시, 근력 능력치가 5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무게:2
“미니 엘릭서!”
뱀파이어를 그렇게 쓸어 담았어도 먹지 못했던 엘릭서다.
일반적인 엘릭서와 비교하면 효력이 절반에 불과한다고 하나, 스탯을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영약을 먹고도 기쁘지 않을 리 없다.
망설이지 않고 심장을 복용한 그리드가 커다란 쓸개는 인벤토리에 잘 챙겨 넣었다.
‘자칫하면 쇼크사할 수도 있다’는 문구가 심히 거슬리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템빨단원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준보스가 드롭한 아이템들도 대단한 걸 보니까 여왕 쥐가 드롭한 아이템은 장난 아니겠군!’
룰루랄라.
기대감에 휩싸인 그리드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는 뜸들이지 않고 여왕 쥐가 드롭한 아이템을 확인했다.
<여왕 쥐의 볼 속에 있던 호두>
여왕 쥐가 식후 간식으로 먹기 위해 남겨놓은 호두입니다.
무게:1
“…?”
심히 당혹스럽다.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잠시 멍하니 있던 그리드가 황급히 <전설적 대장장이의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숨겨진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입니다.]
“에라이!”
침에 흠뻑 젖어있는 호두.
마치 편도결석처럼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그것을 그리드가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졌다.
어렵게 잡은 보스가 일개 잡템 따위나 드롭하다니, 진심으로 황당할 따름이었다.
분노한 그리드가 다음 아이템을 감정했다.
<여왕 쥐의 모피>
가을 시기의 여왕 쥐 모피는 지상최고의 모피라고 불리며 그 가치가 무척 높습니다.
하지만 여왕 쥐는 흉포하고 강력한 몬스터인 바.
여왕 쥐의 모피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습니다.
무게:120
[숨겨진 기능이 존재하는 아이템입니다!]
[손상도 낮은 여왕 쥐의 모피를 한속봉이 찾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이건 그나마 낫군.”
지상최고의 가죽 세공 재료라고 하니 비싼값에 팔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리드는 판매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레전드리급 가죽 갑옷도 하나 만들어 봐야지.’
한속봉 퀘스트는 별 관심 없다.
이런 귀한 걸 퀘스트 아이템으로 날려먹기엔 너무 아깝다.
‘분명, 진귀한 아이템이 재료로 필요한 퀘스트이니만큼 보상도 엄청날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은 보상이 쓰레기라는 뒤통수를 맞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신이 직접 쓰는 게 날 것이다.
신장의 확률과 호두에 이미 깊은 배신감을 느낀 그리드는 그렇듯 판단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단의 프라이팬을 감정하게 된 그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진짜였어?”
요리 못하는 요리사, 이단.
솔직히 말해서 그리드는 이단의 퀘스트를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았다.
경험치 30퍼센트 보상이 탐나기는 했지만 프라이팬 탐색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몬스터 한 마리를 더 잡는 편이 레벨을 빨리 올리는 지름길이라고 여겼던 까닭이다.
그만큼 동대륙 몬스터들의 경험치 드롭률은 엄청났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드가 이단의 퀘스트에 엄청난 의미를 두게 되었다.
‘경험치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어.’
이단과의 호감도를 반드시 높여야한다.
깨달은 그리드가 황급히 판게아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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