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25권 - 12화
[<동화>를 사용하였습니다.]
[브라함의 영혼과 하나가 됩니다. 육체의 주도권을 브라함에게 넘깁니다.]
[클래스가 <파그마의 후예>에서 <전설의 대마법사>로 바뀝니다.]
[브라함이 지력 관련 아이템을 검색합니다.]
[<말락서스의 망토>를 착용합니다.]
[<성스러운 빛의 왕관>을 착용합니다.]
[착용 가능한 무기가 없습니다.]
스르륵-
동화를 사용함과 동시에 그리드의 골격이 바뀌었다.
남성미가 넘치던 각진 턱이 날렵하게 깎였고, 근육으로 울퉁불퉁하던 어깨와 팔뚝은 가녀리게 변했다.
“큭큭큭!!”
백발 위에 대충 얹은 왕관이 흘러내릴 듯 위태롭다.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홍옥의 눈동자를 번뜩이는 이.
한때는 뱀파이어였던 전설의 대마법사, 지공(智公) 브라함의 등장이었다.
“이 몸께서 한낱 쥐새끼 퇴치나 하게 되실 줄이야. 이건 또 이것대로 신선하군.”
더 없이 오만한 태도로 웃으며 말하는 브라함.
동화 개시 후 3초 동안 폼만 잡는 그에게 그리드가 재촉했다.
‘어서 마법이나 써! 또 방심하다가 동화 날려먹지 말고!’
“자고로 전설이란 무상한 존재이거늘, 여느 저급한 것들처럼 초조해하는 꼴이라니.”
쯧쯧, 가엽다는 듯이 혀를 찬 브라함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마스터 레벨의 <매직 미사일(강화)>가 생성되더니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리드가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한 거야?’
매직 미사일이란, 목표물을 지정한 후 발사하는 형태의 마법이다.
사용하는 즉시 목표물에게 날아가서 타격을 입힌다는 뜻이다.
제자리에 멈추는 방법 따위 없었다. 이건 적어도 상식이었다.
파직!
파치직!
폭발적인 위력을 내포한 채, 브라함의 곁에서 기성을 토해내는 백광의 마나덩어리.
그를 보고 신기해하는 그리드에게 브라함이 놀라운 답변을 내놨다.
“알람을 귀속시킨 거다.”
‘뭐? 알람을?’
“제한도 없이 울리는 알람 따위, 알람이 아니라 단순한 소음에 불과하지.”
‘…?’
“알람은 지정한 상황과 시간에만 울리는 것이 정석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본래부터 알람 마법에는 타이머 마법이 귀속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타이머 마법을 강화시켰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거랑 매직 미사일이 멈춰있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마법을 사용하기에 앞서, ‘알람이 울리는 순간 발동하라’는 명령을 입력한 거다. 드워프들이 만드는 시한폭탄쯤으로 이해하면 될 게다.”
‘시한폭탄이라고?’
브라함의 간단명료한 예시가 그리드의 이해를 도왔다.
그때였다.
“뮤옹! 인간! 감히 여왕님의 성을 침입하다니! 무엄! 묭!”
큰 독 쥐 군락의 중간보스, <수컷치고 강한 쥐>가 소리치며 덤벼왔다.
놈은 오로지 백발의 그리드 즉, 브라함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었다. 브라함의 곁을 맴도는 마나의 덩어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무식해서 용감한 경우였다.
제아무리 큰 독 쥐가 영리한 종족이라고는 하나 무투파인 바, 마법에는 문외한이었다.
큰 독 쥐 군락에 마법사나 주술사 계열 쥐가 없음이 단적인 증거다.
“뮤옹!!”
눈을 사납게 부라린 수컷 쥐가 브라함에게 순식간에 도달하여 삼지창을 찔렀다.
브라함이 예상한 타이밍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띠띠띠띠띠!
브라함의 곁을 맴돌고 있던 매직 미사일로부터 신호음이 울렸고,
퍼어어어엉!!
“……!”
발사 된 매직 미사일을 가슴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수컷 쥐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뒷걸음쳤다.
“자, 봐라.”
슬쩍.
수컷 쥐로부터 몇 걸음 물러선 브라함이 총 6발의 매직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캐스팅했다.
마스터 레벨의 매직 미사일과 전설의 대마법사의 패시브가 결합된 결과 구현할 수 있는 다연발 캐스팅이었다.
파-앙.
파앙! 팡! 파파파팡!!
‘와우…’
그리드가 감탄했다.
마치 작은 달빛 같은 백광의 마나덩어리들이 브라함의 곁을 맴도는 모습, 마치 환상처럼 몽환적이며 동시에 아름다웠던 까닭이다.
예술감각이 전무한 그리드가 봐도 보통 보기 멋진 게 아니었다.
관찰자 시점으로 전환한 그리드가 자신도 모르게 지금의 장면을 스크린샷으로 캡쳐했다.
‘핸드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해놔야지.’
내 핸드폰 배경 화면을 보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평생 나 자신밖에 없을 테지만.
“뮤, 뮤옹…! 비겁한 인간놈!”
위대한 여왕 쥐께서 지켜보고 계신 이때, 내가 고작 인간 따위에게 농락을 당하다니?
손 하나 까딱 않고 서있는 인간에게 얻어맞고 피를 토한 스스로의 추태에 부끄럽고 화가 난 수컷 쥐가 다시 한 번 브라함에게 쇄도했다.
그 속도가 그리드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삼지창 끝에 깃든 용력은 일견하기에도 그리드의 공격력을 압도했다.
‘최소 400레벨?’
고작 중간 보스 주제에 엄청나게 강하다. 여왕 쥐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감도 안 잡힌다.
그리드의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그때.
띠- 띠띠띠!
띠띠띠띠띠띠!
브라함의 사방에 맴돌고 있던 여섯 발의 매직 미사일들이 일제히 알람을 울렸다.
그리고.
펑-!
퍼퍼퍼퍼펑!!
“……!”
브라함에게 삼지창을 꽂아 넣던 수컷 쥐가 가슴에 한 방, 옆구리에 두 방, 양팔의 팔꿈치에 각각 한 방, 마지막으로 급소에 한 방.
매직 미사일을 세차게 얻어맞더니 눈깔을 뒤집었다.
이번에도 역시 비명은 토해내지 못하고 피만 토한 채 움찔거리는 놈을, 조롱하듯이 발로 툭툭 건드리면서 브라함이 말했다.
“이게 바로 알람 마법의 활용법 중 하나다. 상대가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예측하고, 시간을 맞춰서 설정한 후 공격마법에 귀속시키면 공격마법이 정확한 타이밍에 적을 박살내주는 게지. 최소한의 마법만으로도 너의 갓 핸드처럼 공방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
말하는 바를 이해는 하겠다.
하지만 전투 중에 실시간으로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고, 동시에 알람 마법의 시간과 공격 마법의 궤도를 설정하라니?
브라함이 아닌 이상 불가능할 일 아닌가?
당황하는 그리드를 브라함이 안심시켰다.
“보다 쉽게 사용하는 방법이야 많아.”
턱.
벌떡 일어서는 수컷 쥐를 발로 때리고, 그 반동으로 크게 물러난 브라함.
그가 또 6개의 매직 미사일을 소환했다.
그리고 뮤오오오오! 분노에 휩싸여서 달려오는 수컷 쥐에게 그중 4개의 매직 미사일을 동시에 날렸다.
“이제 안 당한다!! 묭!”
일갈한 수컷 쥐가 삼지창으로 큰 호선을 그렸다.
쿠콰콰콰쾅!!
강력한 용력이 담긴 일격이 4개의 매직 미사일과 충돌하고, 소멸시켰다.
씨익!
회심의 미소를 그리는 수컷 쥐였으나.
녀석이 4개의 매직 미사일은 노리고 삼지창을 휘두르는 순간, 나머지 2개의 매직 미사일과 브라함이 새롭게 소환한 6개의 미사일이 이미 녀석을 덮치고 있었다.
퍼퍼퍼펑!!
“꺄오오옹!!”
8발의 매직 미사일을 무방비하게 얻어 맞은 수컷 쥐가 대자로 뻗어버렸다.
브라함이 어깨를 으쓱였다.
“시간 차 공격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렇듯 훨씬 더 쉽고, 나쁘지 않은 효과를 보이지. 특히 네겐 알람 마법이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리드의 매직 미사일(강화) 레벨은 아직 낮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마스터 레벨의 매직 미사일과 비교하면 느린 편이었기 때문에 동시에 2개 이상의 매직 미사일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알람 마법을 이용한다면?
그리드 또한 순차적으로나마 여러 개의 매직 미사일을 소환할 수 있었다.
“명심해야할 것은, 알람 마법을 귀속시킬 수 있는 대상은 ‘자기 자신의 마법’뿐이라는 거다. 또한 거리가 제한 돼. 특히 1레벨 알람 마법은 제한이 훨씬 더 많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사용해보면 금방 알겠지.”
‘설명을 보면 원하는 위치 어디에나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건 마법 자체에 대한 설명이니까. 습득하고나면 레벨에 따른 설명이 보다 상세히 나열될 것이다.”
‘으음…’
과연 내가 잘 써먹을 수 있을까?
다소 자신없어하는 그리드에게 브라함이 용기를 주었다.
“사실, 알람을 보다 쉽게 활용하는 방법은 이거지.”
“뮤오오오오오오!!”
이제는 넝마가 된 수컷 쥐가 마치 오뚜기처럼 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게거품을 물고, 오로지 살의만을 표출하며 덤벼오는 놈을 지긋이 바라보던 브라함이 손가락을 한 번 딱! 하고 퉁겼다.
그러자….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캬아아아아아악!!”
수컷 쥐의 귀 ‘속’으로부터 듣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요란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순간 고막이 찢어지고 뇌가 흔들리는 충격에 휩싸인 수컷 쥐가 코피를 쏟으며 주저앉았다.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이상 ‘강제 균형감각’에 빠진 것이다.
‘체내로부터 알람이 울리게 만들다니…?’
저거 완전히 사기 아닌가?
완벽한 물리력이다. 전설의 패시브로도 저항하지 못할 상태이상이다.
감탄을 넘어 경악하는 그리드에게 브라함이 콧방귀 뀌었다.
“뭐, 솔직히 말해서 이건 마스터 레벨의 알람 마법쯤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고작 1레벨 알람 마법이라면 이 정도쯤이겠지.”
딱!
다시 한 번 브라함이 손가락을 퉁기자,
삐삐삐삐삐삐삐삐!!
쓰러진 채 바들바들,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수컷 쥐의 ‘귓가’에서 알람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완전히 넋을 잃어버리는 수컷 쥐에게 매직 미사일을 날리고 잿빛으로 소멸시킨 브라함이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쓸만해 보이지?”
자신이 창안한 <강화 마법>에 대한 자부심으로 충만한 브라함.
그리드는 그를 부정하지 않았다.
‘대단해… 최고야.’
위대하다.
괜히 레전드리 등급의 마법이 아니다.
전율하는 그리드의 시야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수컷치고 강한 쥐>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205,700,890을 획득하였습니다!]
[수컷치고 강한 쥐의 커다란 쓸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수컷치고 강한 쥐의 용력이 담긴 심장을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