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25권 - 7화
<신선의 벌목 도끼>
등급:레전드리
내구력:1,000/1,000 공격력:310
*내구력을 손실할 때마다 강력한 화염을 방출합니다.
*백린목을 쉽게 벱니다.
*백린목의 화염을 억누릅니다.
무릉도원의 신선들이 소일거리용으로 애용하는 도끼를 쏙 빼닮았습니다.
본래는 인간계에 존재할 수 없는 물건이지만,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제작함으로서 순리를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악의는 없고, 우연도 아닙니다.
그리드가 이상적인 형태를 고안한 끝에 도달한 결과물로서, 이는 순전히 그리드의 실력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실제로 그리드가 제작한 신선의 도끼가 일반적인 신선의 도끼보다 훨씬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합니다.
사용 조건:신선
무게:410
[레전드리 아이템을 제작하여 모든 능력치가 +10 영구적으로 상승, 대륙 전역에 명성이 +500 상승합니다.]
[극상의 이로운 효과입니다. 행운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시스템이 ‘극상의 이로운 효과’라고 표현할 정도로, 레전드리 아이템의 제작이란 특별한 것이었고 그만큼 확률도 극악이었다.
특히 지력과 행운 스탯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그리드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가뭄에 단비를 맞은 기분이었다.
“행운 16! 나이스!!”
행운은 여타 다른 특수 스탯보다도 올리기가 까다로웠다.
스탯 포인트는 당연히 분배가 불가능했고, ‘이로운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행위가 무조건 랜덤이었기 때문에 노가다도 어려웠으며, 심지어 칭호의 효과를 적용받지도 않았다.
그러던 차에 15의 스탯이 한꺼번에 올라 16이 된 것이다.
“대박… 이건 진짜 초대박이다.”
이대로 행운 스탯이 쭉쭉 오를 경우?
‘레전드리 아이템을 100퍼센트 확률로 제작하는 날이 올 거야!!’
로또를 구입하는 족족 1등 당첨된다는 말과 같다.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키는 그리드였다.
멋대로 기분 좋아져서 극상의 미소를 피어 올린 그가 도끼를 어루만졌다.
“이것 참, 잘 만들어졌단 말이지.”
손잡이부터 날 끝까지 순백의 나무로 제작한 도끼.
굳이 손잡이까지도 백린목으로 제작해야하나, 잠시 망설이기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동대륙에 오자마자 큰 걸 배웠다.’
하얀 망치의 대장장이들로부터 광물의 성질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웠고, 화이트가 준 퀘스트를 통해서 백린목의 존재와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화이트는 나쁜 놈이 아니라 착한 놈이었다.
‘다 나 잘 되라고 시련을 준거였어. 아마, 처음부터 본능적으로 내 실력을 알아봤던 거겠지.’
그것도 모르고 하루 종일 화이트를 욕했던 스스로가 부끄럽다.
‘역시, 대장장이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니까? 당장 칸이랑 나만 봐도 착하잖아?’
어떤 일이든지 결과가 좋아야하는 법이다.
험난한 과정 속에서 화이트를 증오하고, 저주하던 그리드가 이제는 화이트에게 강력한 호감을 품게 됐다. 좋은 결과를 맞이하고 마음이 너그러워진 여파다.
룰루랄라.
즐거운 마음으로 벌목을 마친 그리드가 하얀 망치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째선지 숙연해져있는 화이트와 대장장이들에게 기운 내라는 듯이 소리쳤다.
“장작 배달 왔다.”
그리드는 어째서 이토록 들떠있는가?
[20번째 레전드리 아이템을 제작하여 특수한 일이 발생합니다!]
백린목 도끼를 제작하는 순간 떠올랐던 이 짧은 문구에 이유가 있다.
그리드를 들뜨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
‘누구지?’
장작을 배달 왔다는 흑발의 청년.
그가 누구인지, 화이트 또한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판게아 4대 대장장이 중 하나인 그가 어중이떠중이를 일일이 기억할 리 없었던 것이다.
‘언제 본 것 같기도 하고…?’
매처럼 사나운 눈매가 강렬하다.
긴가민가하지만, 만났던 기억이 날 것도 같다.
‘아!’
흑발의 청년, 그리드를 잠자코 바라보던 화이트가 화들짝 놀랐다.
오늘 이른 아침.
대장장이로서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채 ‘백린목’을 베어오겠다며 떠났던 대장장이 꿈나무…
흑발의 청년이 바로 그 대장장이 꿈나무였다.
‘뭐지?’
설마, 정말로 백린목을 베어왔다고?
당황하던 화이트가 이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리가 없지.’
백린목은 용철만큼이나 단단한 나무이다.
그걸 벤다?
환국의 최고 실력자들이 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괜히 도처에 천 살 먹은 백린목이 널려있는 게 아니다.
“아침의 그 친구로군. 내가 원하는 장작이 평범한 장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을 텐데?”
“그럼요. 잘 알고 있죠. 그것 참 범상치 않은 장작이더군요.”
그리드가 싱글벙글 웃었다.
화이트는 그가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그래, 그건 아무나 구할 수 있는 장작이 아니다.”
한데 장작을 배달 왔다고 말해?
‘이 애송이가 참나무에 하얀 물감이라도 칠해왔나?’
자신이 그딴 저급한 수작질에 속을쏘냐.
콧방귀 뀌는 화이트에게 그리드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대단해. 당신, 내 실력을 한 눈에 알아보고 어려운 일을 시킨 거죠? 당신은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거야. 나라면 백린목을 벌목해올 수 있으리란 걸.”
“…?”
뭔 헛소리인지, 당최 이해를 못하는 화이트였다.
필시 얼굴을 마주본 채 말하고 있건만 어째 대화가 성립이 안 된다.
그늘 속에서는 흰자위밖에 안 보일 정도로 새카만 피부를 지닌 화이트.
그리드가 그와 대조되게 새하얀 백린목 장작들을 꺼내보였다.
“당신 덕분에 좋은 공부가 됐어. 자, 여기. 부탁 받았던 물건입니다.”
‘이거 보통 고단수가 아니군.’
사기꾼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말을 애매모호하게 하거나 정신을 분산시킴으로서 사람의 방심을 유발한다.
‘흥, 내겐 안 통해.’
이미 한 번 마누라한테 된통 당한 후로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된 화이트이다.
그리드를 사기꾼이라고 확신한 그가 불신에 가득 찬 눈으로 장작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고작 참나무에 색칠한 거로 나를 속이려하다니, 나를 뭐로 보고… 헉? 허어억!!’
화이트의 시커먼 얼굴이 더욱 더 새카맣게 질렸다.
안 그래도 눈에 띄던 흰자위를 휘둥그레 뜬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장작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이건 진짜 백린목?’
확실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품이다.
그렇기에 화이트는 혼란스러웠다.
‘무, 무슨 수로 백린목을 벌목해온 거지?’
백린목을 벌목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지 단단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상처를 입는 즉시 불길을 토해내는 것이 백린목의 습성이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백린목을 벤다고 해봤자, 결국 기다리는 것은 죽음 뿐.
살아서 백린목 땔감을 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데 눈앞의 흑발 청년.
솔직히 이름도 모르겠는, 한 마디로 듣도 보도 못한 잡인간이 진짜 백린목 장작을 패온 것이다.
‘…설마!!’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던 화이트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어쩌면 눈앞의 사내.
‘전설의 나무꾼!!’
금도끼와 은도끼를 다룬다는…!
‘사람이 하나의 분야에서 정점에 오르고 결국 궁극에 도달하면 신선이 된다더니! 이자가 바로 무릉도원으로 떠나기 전의 신선인 것인가!!’
그래, 애초에 이자를 견습 대장장이라고 판단했던 것은 내 멋대로의 착각이었다.
사실 이자는 대장장이 꿈나무가 아니라 훌륭한 나무꾼일 것이다.
‘아아…! 우리 대장간이 풍파를 겪고 있음을 알고 친히 도와주러 오신 겐가…!’
아마도, 내 아버지 더화이트 대의 하얀 망치와 거래를 하였던 인물이 아닐까 싶다.
옛 인연을 생각해서 작금의 하얀 망치 대장간을 외면하지 못하고 달려와 준 것이 틀림없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커다란 오해에 휩싸인 화이트가 그리드에게 넙죽 절을 올렸다.
다짜고짜 큰절이라니?
그리드의 표정이 돌처럼 굳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계산은 확실히 해야지? 설마 절하는 걸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속셈은 아니겠지?”
계산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순간, 그리드의 눈빛이 서슬 퍼렇게 변했다. 존대도 생략한 채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혹시라도 화이트가 보상을 떼어먹을까봐 위압감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오오…! 이 무슨 위압감!!’
찌릿찌릿!
전율한 화이트가 그리드에게 더 큰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이분은 진짜로 신선이다. 사실은 보상도 필요 없을 것이야. 하지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나를 도와주었다가는 자칫 내가 부담스러워할 것을 알고 배려를 해주시는 거고.’
마음이 마치 하해와 같은 분이다.
감격한 화이트가 고개를 조아렸다.
“암요. 당연히 계산은 확실해야지요.”
띠링~
그리드에게 알림창이 연속적으로 떠올랐다.
[<장작 패기!>퀘스트의 난이도가 밝혀졌습니다.]
[<장작 패기!>퀘스트의 난이도는 SS+입니다.]
[<장작 패기!>의 클리어 보상이 변합니다.]
[캐릭터 경험치와 모든 스킬의 경험치가 각각 40퍼센트씩 상승합니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숨결>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대장장이의 분노>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파그마의 검무, 연(聯)>의 레벨이 8이 되었습니다.]
[<파그마의 검무, 살(殺)>의 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파그마의 검무, 파(派)>의 레벨이 6이 되었습니다.]
[<파그마의 검무, 극(極)>의 레벨이 6이 되었습니다.]
[<파그마의 검무, 제(制)>의 레벨이 4가 되었습니다.]
[<파그마의 검무, 초(超)>의 레벨이 4가 되었습니다.]
[<하얀 망치> 대장간의 주인 <화이트>와 호감도가 최대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하얀 망치> 대장간의 모든 상품을 20퍼센트 싸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판매하는 상품은 20퍼센트 비싸게 매입할 것입니다.]
“…헐.”
퀘스트 진짜 오지게 어렵다 싶었다.
SS+급 퀘스트라는 게 납득이 된다.
‘아니, SSS급 퀘스트였어도 될 것 같은데?’
그리드가 봤을 때, 백린목 벌목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본인이 유일했다.
20억 유저 중 단 한 명만이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란 뜻이다.
난이도를 생각해보면 캐릭터 경험치와 스킬 경험치 40프로 보상도 적게 느껴졌다. 최소한 1레벨씩은 올려줬어야 만족했을 것이다.
좋아하다가도 또 이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는 그리드.
물끄러미 그의 눈치를 살피던 화이트가 조심스레 질문했다.
“혹시… 존함이?”
“…”
이 인간, 여태껏 내 이름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드.”
황당해하면서도 대답해주는 그리드의 두 손을 화이트가 덥석 붙잡았다.
“판게아의 명물, 한속봉 배 무구 제작 대회를 알고 계시지요?”
‘한속봉? 무구 제작 대회?’
그리드가 알 리 없다.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는 그에게 화이트가 용기내서 외쳤다.
“그리드님! 꼭 대회를 관람하러 와주십시오! 우리 하얀 망치 대장간을 위해서 백린목을 벌목해주신 당신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저희는 반드시 우승해보이겠습니다!!”
“오…”
그리드의 입술이 말려 올라갔다.
동대륙 대장장이들의 기술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그가 마다할 리 없었다.
“대회가 언젠데요?”
“3일 뒤입니다.”
‘딱 좋다.’
3일 동안 판게아 근처의 사냥터에 적응하다가, 잡템도 팔 겸 귀환해서 눈요기하면 될 듯하다.
결정한 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그럼 3일 뒤에 좋은 모습 기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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