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334화 (25권) (329/1,794)

템빨 2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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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 25권 - 1화

“코오… 코오오…”

로드는 매일 아침과 밤마다 어쌔신 기술을 수련 중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카심의 존재 자체가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어허! 로드 공자, 수업 중에 조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로드가 전날 밤과 오늘 아침 내내 혹사당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스틱세이.

강의 시간 후반부터 졸기 시작하는 로드에게 호통 친 그가 속으로는 쓴 미소를 지었다.

‘대륙을 대표할만한 천재라고는 하나 결국은 어린 아이… 아직은 집중력과 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을 테지.’

알고는 있지만 강의 시간을 줄일 생각은 없다.

스틱세이는 로드에게 더욱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기에.

“공자, 정 힘들면 남은 수업은 1시간만 쉬었다가 진행합시다. 잠깐만 눈을 붙이고 오세요.”

“우우웅… 네에.”

꾸벅꾸벅.

졸면서 대답한 로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무채색의 꽃잎들이 보기 예쁜 정원으로 나간다.

레이단 수로 연결에 성공한 템빨단원들의 과거 활약 덕분에 존재할 수 있는 정원이었다.

“어머? 공자님, 오늘 수업은 일찍 끝나셨네요?”

“꺄아! 기뻐요! 우리 오늘은 많이 놀아요!”

정원에는 로드를 기다리고 있는 소녀들이 수십 명이나 있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간직한, 하나 같이 꽃보다 아름다운 소녀들이었다.

“우우… 끝난 게 아냐. 잠깐만 쉬는고야. 나 잘래.”

노곤한 표정으로 하품한 로드가 소녀들의 향기롭고 보드라운 품으로 안겨들더니 곧바로 잠들어버렸다.

소녀들은 그런 로드가 예쁘고 사랑스러울 따름이었다.“쿡쿡, 귀여워.”

“잘 자고 어서 무럭무럭 자라세요, 우리 공자님.”

어떤 소녀는 로드의 뺨을 콕콕 찔렀고, 어떤 소녀는 로드의 입술을 매만졌으며, 또 어떤 소녀는 로드를 가슴에 품었다.

부채질을 해주고 머리를 빗겨주는 소녀들도 있었다.

이들은 레베카의 딸 후보 출신들.

전원 로드의 여자 친구였다.

“허.”

소녀들의 품에 묻혀 잠들어있는 로드를 발견한 대머리 반트너가 눈시울을 붉혔다.

‘…부럽다!’

그리드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예쁘다가도, 또 이럴 때 보면 세상에서 젤 얄밉다.

괜히 심술이 난 모태솔로 반트너가 로드의 옆구리를 나뭇가지로 콕, 찌르더니 도망쳤다.

그리고 잠시 후, 뒤를 쫓아온 소녀들에게 붙잡혀서 실컷 얻어맞았다.

“공자님을 위협하는 행위는 아무리 템빨단원 분이라도 용서할 수 없어요.”

“그리드 공작각하께서 우리에게 친히 부탁하셨다고요! 로드 공자님을 잘 보살펴 달라고!”

“…”

며칠 전, 안 그래도 103번째 소개팅마저도 실패했던 반트너는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잠시 좌절하고 있던 그가 뒤늦게 경악했다.

‘뭔 애들이 이렇게 겁나 세냐?’

반트너는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소녀들이 강한 건 당연했다.

애초에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기에 레베카의 딸 후보로 차출되었던 것이고, 레이단에 온 뒤로는 피아로에게 수련 받지 않았던가.

레이단의 전력은 템빨단원 본인들이 측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승전력에 기여하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오러 마스터 <휴렌트>였다.

‘나 원 참, 피아로 이 양반은 오늘도 안 오시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피아로가 감감무소식이다.

이름 없는 농노로 변장한 채, 벌써 몇 달 째 피아로에게 수련 받아왔던 휴렌트는 하루아침에 미아가 된 심정이었다.

‘이 양반이 갑자기 빛나면서 사라지더니만 당최 어디로 간 거야?’

사람들에게 행방을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꺼려진다.

혹시, 정말로 만에 하나라도 눈에 띄는 행동을 하였다가 템빨단원들에게 내 존재가 발각당할 경우 쫓겨날 우려가 있었으니까.

꾸욱.

피아로에게 선물 받았던 낡은 밀짚모자를 깊이 눌러 쓴 휴렌트가 결국 다시 묵묵히 밭일을 시작했다.

‘얼른 돌아오슈. 그때까지 당신이 소중히 가꿔온 논밭… 아니, 수련장은 내가 지킬 테니까.’

오직 더 강해지고 싶다는 일념으로, 피아로가 가르쳐준 수행법(밭일)을 연마하는 휴렌트.

최초에는 적으로 다가왔던 자신을 이해(?)하고 큰 가르침까지 안겨준 피아로를 그는 진정한 은인이자 스승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리드에 대한 복수심은 옅어진지 오래다.

애초에, 자신이 그리드에게 5초 만에 패배하여 망신당했던 것은 그리드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약해서 발생한 결과가 아닌가.

깨닫고 보면 그리드를 원망할 게 아니라 나약했던 내 자신을 원망해야할 일이었다.

다만, 기회가 온다면 그리드와 다시 싸우고 싶기는 하다. 강해진 내 힘을 증명하고 싶다.

복수심 따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보다 순수한 열망이었다.

***

[<속보>템빨단, 파트리안과 보르네오 점령!!]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파트리안과 보르네오.

플레이어들에게 소외 받는 약소국들의 영토로서 그 이름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고 하지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임은 지도만 펼쳐 봐도 알 수 있다.

한데 템빨단이 이 두 개 영지를 이틀 사이에 집어삼킨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때 그리드는 생방송에 출현 중이었다는 점에 있었다.

『템빨단의 저력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길드 내 최강자인 그리드도 없이 새로운 영토를 2개나… 그것도 단 이틀 사이에 점령하다니. 심지어 파트리안의 주인은 10대 마법사 아슈르 백작 아니었습니까?』

『도리어 그리드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안 그래도 숫자가 적은 파트리안과 보르네오 소속의 플레이어들이 모조리 그리드 사냥 방송을 시청하고자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 때문에 템빨단은 2개 영토를 비교적 쉽게 손에 넣은 거죠. 한 마디로 완벽한 빈집털이랄까.』

『라우엘의 머리에서 나온 전략일 테지요. 과연 천재… 템빨단의 브레인 역할을 똑똑히 해주는군요.』

『비단 라우엘 뿐만이 아니라, 원래부터 템빨단에는 인재가 많기로 유명하죠. 능력이 출중한 만큼 개성이 강하고, 때문에 제어하기 어려운 인재들을 완벽하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서 다루는 그리드의 ‘인덕’을 저는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까 그리드에게는 부족한 면이 없군요. 최상위권의 무력, 독보적인 대장장이 기술, 지발을 앞서는 레이드와 사냥 능력, 인재를 모으는 매력,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활용할 줄 아는 지혜. 그리고 길드를 최강의 반열까지 올린 통솔력까지… 허, 열거하다보니까 이거 완전히 완벽한 인간인데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지녔다는 것은 즉 성격도 좋다는 뜻… 실제로 그는 무척이나 상냥한 남자이겠죠. 그리드가 유라와 지슈카 같은 세계 최고의 미녀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있었네요.』

사람들의 오해가 날이 갈수록 더 깊어졌다.

그리드라는 인물이 완전무결한 존재로 받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아마 <최초의 왕>은 그리드가 될 것 같군요.』

『그럴 가능성이 높죠. 현재 템빨단이 보유한 영토가 몇 개인지, 제3자인 저희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레이단, 바이란, 코크로 섬, 파트리안, 보르네오 이 다섯 개 영토만 합쳐도 엄청난 규모입니다. 아마 머잖아 그리드는 국왕으로 추대될 자격을 얻게 될 것 같습니다.』

Satisfy 오픈 초기.

플레이어들은 자신들 또한 NPC와 마찬가지로 귀족, 더 나아가 왕족까지도 신분이 상승할 수 있단 가능성을 엿봤다.

더 높은 지위를 토대로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를 쌓고자 플레이어들은 부단히도 노력했고 그 결과, 현재 대다수의 랭커들은 귀족의 작위에 오르는데 성공한 상태였다.

하지만 왕의 자격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언론에서 특정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최초의 왕>을 언급하는 것은 그리드가 최초였다.

물론 그만큼 파장이 컸다.

반박하는 무리들이 생겼다.

『단지 땅덩어리만 크다고 해서 나라를 세울 수 있으리라 봅니까? 가장 중요한 건 인력입니다, 인력.』

『템빨단의 숫자는 끽해야 백 단위에 불과하죠. 국가를 세우고 관리할 정도의 인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겁니다.』

『아니요. 인력은 NPC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국사를 맡길 정도로 유능한 NPC가 어디 흔한 줄 압니까? 장담컨대, 플레이어의 국가 건설은 최소 3년 후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그 플레이어라는 건 그리드가 아닌 다른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죠.』

『그게 누구죠?』

『군신(軍神) 아레스. 비공식 랭커이며 활동 범위가 전쟁으로만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 그를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전쟁과 정치에 관련한 일에서 그의 능력은 단연코 그리드를 압도할 것입니다.』

***

“녀석, 못 본 새 또 훌쩍 컸네.”

본래 그리드는, 레이단에 돌아올 때마다 가장 먼저 아이린을 찾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로드가 우선이었다.

아이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작아진 게 아니라, 로드에 대한 애정이 강해져서였다.

“어째 갈수록 더 예뻐지는군.”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고 한다지만 로드는 진짜 예뻤다.

아이린을 닮아 하얀 피부와 갸름한 얼굴, 크고 푸른 눈동자.

그리드를 닮아 높은 콧대와 날카로운 눈매.

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목구비들이 조화롭게 얽혀 완벽한 미소년을 탄생시켰다.

“후후훗… 마치 내 어린 시절 같다고 할까…”

라고 말 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좋았을 텐데.

못난이였던 과거를 돌이켜보며 쓴웃음 흘린 그리드가 잠들어있는 로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부디 늘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다오.”

굳이 불행을 맛보지 말고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강력한 힘을 타고났으니만큼 마음이 비뚤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내 사랑 아이린의 자랑거리가 되었으면 싶다.

흐뭇한 표정으로 기원하던 그리드가 습관처럼 로드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로드 스테임

나이:3세 성별:남

직업:공자

칭호:그리드의 아들

*전설적 대장장이의 아들입니다. 부친의 능력을 대부분 물려받았습니다.

칭호:서대륙의 천재

*하나의 대륙을 대표할 만한 천재입니다. 이는 각국을 대표하는 천재들을 압도한다는 뜻이며 레벨과 능력치 상승 속도가 보통보다 60% 빠릅니다. 또한 광범위한 분야의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단, 15세가 되기 전까지는 올릴 수 있는 레벨과 능력치에 제한이 있습니다.

칭호:전설이 될 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인물이므로 절대적인 가호를 받습니다. 질병에 걸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상태 이상에 80% 확률로 면역합니다. 공격을 받아 생명력이 1 이하로 떨어지는 피해를 입을 경우 2.5초 동안 불사 상태에 돌입합니다.

레벨:15

근력:87 체력:70

민첩성:109 지력:87

손재주:150 매력:100

위엄:17 통찰력:80

스킬: <초급 보우 마스터리(F)>, <초급 대장장이 기술(F)>, <초급 웨폰 마스터리(C)>, <다루카의 술법(A+)>, <안목(S)>, <압도적인 매력(S)>, <현자의 지혜(S+)>, <란스티어의 술법(SS)>, <명문과 전설의 혈통(SS)>

모친은 에트날 왕국 최고 명가의 후계자이며 부친은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부모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므로 잠재력이 독보적인 수준으로 뛰어납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고도 남습니다.

최근에는 훈육이 효과를 거두어 겸손의 미덕까지 배웠습니다. 소녀들의 사랑을 받아 마음이 온순해지는 중입니다.

“어…?”

란스티어의 술법.

이전에 발견했을 때는 도대체 무엇인지 몰랐으나, 이제 그리드는 떠올릴 수 있었다.

란스티어.

번헨 열도에서 만났던 전설의 어쌔신의 이름.

‘로드가 어떻게 란스티어의 힘을…?’

로드가 아무리 천재일지언정 전설의 힘을 스스로 터득했을 리는 없다.

누군가가 로드에게 개입했을 여지가 크다.

여기서 문제는 그 누군가의 정체다.

누가, 무슨 의도로 로드에게 힘을 전수한 걸까?

가족 앞에서는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던 그리드가 두 눈을 사납게 떴다.

순간 극대화되는 그의 오감에 무엇인가가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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