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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331화 (326/1,794)

템빨 24권 - 21화

갓 핸드한테 묠니르를 쥐어주면 뱀파이어 몰이사냥 가능!

그리드의 광속 레벨링 비결을 알게 된 시청자들이 가지각색 반응을 보였다.

-갓 핸드랑 묠니르가 없을 경우에는 어떡해야 되죠?

-신성 속성 깃든 망치 구해다가 직접 휘두르셈.

-신성 속성 망치로 때리면 뱀파이어들이 진짜 저렇게 쉽게 죽나요?

-님이 갓리드처럼 세면 가능할 수도 있죠.

누군가는 그리드의 레벨링 비결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또 누군가는 단순하게 재미로 보면서 즐거워했다.

-아, 뭐야. 그리드 방송 보면 레벨 빨리 올리는 방법 좀 배울 수 있나 했더니 결국 아무 것도 못 얻네.

-쯧~ 방송 볼 시간에 게임이나 할 걸.

누군가는 투덜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드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은 적었다.

애초에 그리드에겐 레벨링의 비결을 공개해야할 의무가 없었으니까.

그리드 방송을 보고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할지언정 사람들이 이를 갖고 문제를 제기할 순 없는 입장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드가 방송에 출현해서 의문을 해소시켜준 것만으로도 즐겁고 감사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리드이지만 결국 인기만큼은 진짜배기라는 것을 입증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OGC 방송국의 간판 아나운서 박신예는 다소 불안했다.

그리드의 사냥 방법.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따라할 엄두조차 못 낼 정도로 압도적인 것인지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고, 어쩌면 시청률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결국, 눈치를 살피던 그녀가 막간의 광고타임을 이용해서 그리드에게 부탁했다.

“영우씨, 조금만 더 진지한 태도로 방송에 임해주시면 안 될까요?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방송 출연자로서의 역할이잖아요?”

“진지한 태도?”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리드가 어리둥절해졌다.

“난 이미 진지한데?”

시청자들에게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의 역할이고, 나는 그 역할을 충실이 이행하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의아해하는 그리드에게 박신예가 조곤조곤 말했다.

“시청자들에게 시청하는 보람을 느끼게끔 만들어주셔야죠. 예를 들어서 뱀파이어를 잡을 때, 뱀파이어의 약점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거나…”

그리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왜?”

굳이 그렇게까지 친절해야하나?

만약, OGC가 처음부터 내게 그런 역할을 부탁했었다면 방송출현 자체를 거절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계약서에 없는 사항을 요구하는 박신예가 그리드는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드의 부정적인 반응이 박신예를 자극했다.

“영우씨는 프로의식이 없군요. 이번 방송 출현을 대가로 200억을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최소한 돈값은 해야 한다는 자각은 없으신가요?”

“돈값?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데.”

방송사가 자선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드는 잘 알고 있다. OGC는 이미 200억 이상의 수익을 챙기고도 남았으리란 사실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이봐, 신예씨 갑자기 왜 그래?”

“진정해. 괜히 소란피우지 말고.”

뒤늦게 달려온 OGC스태프들이 박신예 아나운서를 뜯어 말리는 그때였다.

“인간 냄새!”

“맛있겠군. 오래간만에 포식하겠어.”

그리드 일행이 시끌벅적해지자 이를 감지한 뱀파이어들이 하나둘씩 몰려오기 시작했다.

“또 나타났군.”

“잠깐 뒤로 물러나있자.”

최초에는 뱀파이어를 두려워했던 방송 스태프들이 이제는 침착했다.

그리드가 뱀파이어들을 손쉽게 처리해줄 거란 사실을 뻔히 알았기 때문에 긴장조차 안 했다.

한데.

“뭐, 뭐하세요?”

뱀파이어가 바로 지척까지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드가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았다. 멀뚱멀뚱 앉은 채 사태를 관망할 뿐이었다.

뒤늦게 불안을 감지한 방송 관계자들. 특히 박신예가 그리드를 재촉했다.

“영우씨! 어서 뱀파이어들을 해치워주셔야죠! 이대로는 다들 죽겠어요!”

외쳐보지만 소용없다.

그리드는 끝까지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방송 관계자들은 뱀파이어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꺄악!”

눈에 띄는 옷차림을 하고 있던 박신예가 가장 먼저 표적이 되었다. 뱀파이어의 손톱에 할퀴어지고, 어금니에 목덜미를 물린 그녀가 순식간에 잿빛으로 산화해버렸다.

그제서야 그리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휴, 속이 다 후련하네.”

상쾌한 미소를 피어올린 그리드!

갓 핸드에게 명령하여 뱀파이어들을 때려잡기 시작하는 그를 보면서, 버니버니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진짜로 조심해야지.’

예전부터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리드는 절대로 만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주변인들을 위할 줄 알고, 또한 기본적으로 예절이 없는 것도 아니니 ‘나쁘다’고 규정할만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착하거나 순순하지도 않았다.

찍히지 않는 게 중요했다.

***

요새도시 파트리안.

“이 저열하고 악독한 놈! 동맹군의 뒤를 치다니! 네놈에게는 명예도 신의도 없느냐!! 오늘날의 일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그리드 공작의 명성도 바닥까지 추락할 것이다!!”

포승줄에 묶인 발틴 후작이 라우엘을 힐난했다.

전쟁 중에 동맹군을 배신하고 공격하는 일은 상식에 반한다. 고금을 통틀어 봐도 이만한 사건은 거의 없었다.

발틴 후작은 라우엘을 금수보다 못한 놈으로 여겼다.

라우엘 본인 또한 인정했다.

“그렇죠. 이번 일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저는 희대의 쓰레기로 낙인찍힐 것이고 덩달아 그리드님의 신용 또한 추락할 테죠. 두 번 다시는 그 누구도 레이단을 믿어주지 않을 터이니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고립 될 우려가 크고.”

“잘 알고 있구나! 이제 네놈들을 기다리는 것은 파멸밖에 없다!! 당장의 이득에 눈이 멀어서 네놈들은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야!! 너희들에게 미래는 없다!!”

“…”

라우엘이 입을 다물었다. 발틴 후작의 말에 딱히 반박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템빨단원들이 술렁였다.

“사태가 심각한 것 같은데?”

“심각할 수밖에 없지. 이번 사건은 다른 세력에서도 좌시하지 않을 거다. 동맹의 개념을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변질시켜버린 우리를 방관했다간 이후에 파장이 클 테니까.”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건데?”

“발틴 후작의 말대로 철저히 고립되서 미래가 순탄치 않겠지.”

“헐… 그럼 우리가 보르네오군 뒤통수 친 일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최대한 은폐해야겠네?”

“수만 명이 참전했던 전쟁에서의 사건을 어떻게 은폐하겠냐?”

“엥… 그럼 우리 망한 거야?”

씨익.

동요하는 템빨단원들을 본 발틴 후작이 회심의 미소를 그렸다.

“지금이라도 당장 나와 내 군대를 해방시켜라. 그게 그나마 네놈들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일 터이니!”

어차피 대륙 공통법 중 귀족법에 따르면 전쟁 중 포로로 잡은 적국 귀족을 죽이는 건 금지되어 있다.

돈을 받으면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

단, 해방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는 있었지만 발틴 후작은 확신했다.

‘이들은 나를 지금 당장 풀어줄 수밖에 없어.’

최악의 사태만큼은 어떻게든지 모면하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 이미 늦었다. 네놈들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어!’

가우스로 돌아가는 즉시 국왕전하를 찾아뵙고 에트날과의 동맹을 종용할 것이다.

‘그리고 에트날과 동맹을 맺고 네놈들을 응징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발틴 후작에게 라우엘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죄송하지만 당신을 살려 보낼 수는 없겠네요. 이제 와서 무슨 짓을 해봤자 한 번 잃은 신용을 회복하진 못할 것이고, 미래에 큰 적이 될 당신을 굳이 살려 보내서 더 큰 위험을 자처할 순 없죠.”

“무슨 헛소리지? 포로로 잡은 귀족을 죽여선 안 된다는 귀족법을 모르는 거냐?”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실을 약간 조작해야죠. 으음, 뭐. 발틴 후작은 전장에서 화살을 맞아 죽었다고 공표하도록 하지요.”

“웃기지 마라! 살아남은 내 병사 3천 모두가 증인이다! 내 병사들이 너희가 나를 처형하였음을 증언해줄 것이야!!”

보르네오군은 밤샌 전쟁 끝에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3천의 병력을 보존한 상태였다.

포박되어 있는 발틴 후작의 뒤로는 무기를 버린 3천 병사들이 무릎 꿇고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발틴 후작에게 라우엘이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3천의 병사가 어디에 있단 말씀이십니까? 보르네오군 1만 명은 전쟁 중에 전멸했을 텐데요?”

“뭣이…!”

발틴 후작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템빨단원들도 깜짝 놀랐다.

“라, 라우엘, 설마 저들 모두를 죽이겠다는 뜻이야?”

귓가에 속삭이며 질문해오는 템빨단원들에게 라우엘이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무슨…!”

아무리 NPC라지만 생명이다.

그것도 무려 3천의 생명!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항복을 선언한 3천 병사를 몰살시킨다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었고 도의에도 어긋났다.

거부반응을 보이는 일부 템빨단원들에게 라우엘이 담담하게 말했다.

“악하지 않으면 권력을 얻기 힘듭니다. 늘 정의롭게 행동해서야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

“발틴 후작 외 3,153인 보르네오군 병사 전원을 지금 이 자리에서 처형합니다. 집행은 레이단군 병사들이 맡습니다. 병사들의 레벨을 올려야하니까.”

누군가는 악마라고 비난할 것이며, 누군가는 상종하기조차 꺼려할 것임을 안다.

하지만 라우엘은 개의치 않았다.

고작 소꿉장난이나 하려고 템빨단을 만든 게 아니었기에.

무표정한 얼굴로 잘도 끔찍한 말을 지껄이는 그에게 발틴 후작이 발작을 일으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오늘 네놈이 저지른 비상식적인 악행은 언젠가 모조리 밝혀질 것이며 그리드 공작을 파멸로 이끌 것이다!!”

라우엘이 빙그레 웃었다.

“아니요, 그리드 공작각하께서는 오로지 비상하실 겁니다. 어떠한 시련이 닥쳐올지라도 제 선에서 모조리 차단하고 극복할 거니까요.”

아슈르 백작을 얻고자 보르네오를 장악할 계획을 짰을 때부터 라우엘은 예견하고 있었다.

오명을 뒤집어쓰고 고립되게 될 템빨단의 운명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을 강행한데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만약, 보르네오를 끌어들이지 않고 우리만의 힘으로 파트리안을 점령했다면?

그래도 역시 ‘조국을 배반한 변절자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고립 됐을 것이다.

‘어차피 똑같이 고립될 거라면 최대한 많은 이득을 취한 후 고립되는 편이 낫지.’

그리고 자립한다.

템빨단의 무력과 내 두뇌, 그리고 스테임 후작과 아슈르 백작의 세력을 발판으로 삼아서!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설령 적대할지라도 상관없는 것이죠.’

힘으로 돌파해보이마.

다짐한 라우엘이 발틴 후작과 3,153명 보르네오군 병사들의 처형을 거행했다.

그리고 새로운 칭호를 얻었다.

[전쟁을 핑계로 대학살을 일으켰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영원토록 증오의 대상이 됩니다. 반면 열렬한 추종자도 생깁니다.]

[칭호 <희대의 악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효과로 <정치력> 능력치가 개방됩니다.]

[정치력이 500 올랐습니다.]

[칭호 효과로 공격력과 마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칭호 효과로 스킬 <광기>를 얻습니다.]

[칭호 효과로 스킬 <가혹한 징세>를 얻습니다.]

[칭호 효과로 스킬 <냉혹한 지휘>를 얻습니다.]

“이런, 이런. 슬픈 살육을 대가로 멋진 힘을 얻었군요. 앞으로 템빨단의 어둠의 다크를 담당하게 될 흑화 라우엘의 활약을 기대해주시길…”

“…”

점점 더 심각해지는 라우엘의 병세가 템빨단원들은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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