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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324화 (319/1,794)

템빨 24권 - 14화

비협조적인 브라함을 무시하고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그리드는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좋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

진혈족 뱀파이어의 등장 확률은 무척 낮다.

일반 뱀파이어가 2~300마리 나타날 때 진혈족은 1~2마리 나타나는 꼴이다.

말인 즉, 그리드가 뱀파이어의 도시에서 획득하는 경험치 대부분은 일반 뱀파이어를 사냥해서 얻는 것이란 뜻이다.

‘일반 뱀파이어의 능력치가 10퍼센트 하락하면 결과적으로 내 사냥 속도와 레벨 업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그러니까 <혈왕의 자격>칭호 효과는 좋다.

물론, 진혈족의 능력치가 10퍼센트 상승한다는 점은 부담감이 크다.

안 그래도 강한 녀석들이 더 강해지게 생겼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묠니르와 동생들이 있어.’

최소한 뱀파이어의 도시에서만큼은 무적에 가깝다. 진혈족의 능력 상승 따위 괘념치 않아도 좋다.

‘만약 백작급 이상의 진혈족을 만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하지만 직계도 아닌 단순한 진혈족이 그런 고등급의 작위를 얻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 것이다.

근심을 떨쳐낸 그리드가 새롭게 갱신 된 <암흑의 룬> 정보를 확인했다.

<암흑의 룬>

귀속 아이템

인벤토리에 영구히 보존됩니다. 거래, 드롭, 파괴가 불가능합니다.

-사용 효과:악마력 스탯이 오르는 대가로 마기가 상승합니다.

*일반 공격, 스킬 공격 시 암흑 속성 공격력 20% 추가

-고유 지속 효과:네임드급 마족, 마물, 악마를 해치울 경우 고유 특성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티라멧의 힘:생명력이 1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생명력이 30%까지 일시에 회복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12시간

*라티나의 힘:<죽은 자의 왕이 될 수도?>스킬이 생성됩니다.

“뭐야.”

그리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뭔 스킬 이름이 의문형이야?”

이름만 보면 B급 스킬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아니야. 내가 얻은 스킬이 B급일 리가 없어.”

무려 직계를 해치우고 얻은 스킬이다.

필시 고귀한 능력일 터다.

의구심을 접고 기대감을 증폭시킨 그리드가 스킬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죽은 자의 왕이 될 수도?>

레벨이 하나 오를 때마다 5의 스탯 포인트를 획득하는 <성장형 해골> 2마리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해골의 레벨은 1부터 시작합니다.

해골의 기본 능력치는 힘 3, 체력 3, 민첩 3, 지력 1입니다.

스킬 마나 소모:3,000

스킬 지속 시간:해골을 회수하거나 해골이 소멸할 때까지.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없음

“아, 썩을.”

1레벨짜리 해골을 소환하는 스킬이라니? 심지어 스킬 레벨도 존재하질 않는다. 이 스킬의 기능은 그냥 이대로 끝이다 이거다.

“완전 개쓰레기네. 마나도 터무니없이 많이 처먹고.”

일반적으로, 소환수의 능력치는 소환 관련 스킬과 소환사의 스탯 영향을 받는다.

마침 해골이 나왔으니까 해골하면 떠오르는 네크로맨서를 예로 들어보자.

네크로맨서의 기본 스킬 중에는 <해골 소환>과 <해골 강화> 등이 있고, 네크로맨서 고유 스탯으로는 <지배력>이 있다.

이 스킬들의 레벨과 스탯의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네크로맨서가 소환하는 해골은 강해진다.

1레벨짜리 해골을 쓸만해질 때까지 직접, 일일이 육성해야하는 수고 따위, 네크로맨서들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데 이 빌어먹을 <죽은 자의 왕이 될 수도?>스킬은 소환자에게 직접적인 해골 육성을 강요하고 있었다.

“세상에 뭐 이딴 쓰레기 같은 소환 스킬이 다 있지?”

성장형 해골이라니, 이름은 참 그럴듯하다.

발전가능성이 무척 높은 해골 같다.

하지만 그래봤자 해골이다.

태생적으로 느리고, 둔하고, 약하다.

거기에다가 레벨당 획득하는 능력치 포인트가 5개밖에 안 된다고 한다. 기본 능력치부터가 쓰레기인 주제에 말이다!

“어휴… 데스나이트 소환 스킬 같은 거였으면 또 몰라.”

키워봤자 별 도움도 안 될 해골들을 굳이 고생해가면서 키울 필요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1레벨 해골을 키우려면 초보 사냥터로 이동해야하는데, 그거 완전히 시간낭비다.

“이 스킬은 버려야겠다.”

쯧, 혀를 찬 그리드가 전설적 대장장이의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전설이 된 대장장이가 범인을 초월하는 뛰어난 안목으로 물품을 감정합니다. 대상 물품에 숨겨진 기능이 존재할 경우 숨겨진 기능을 발견합니다.]

[아이템의 숨겨진 기능을 발견했습니다!]

<라티나의 목걸이>

등급:에픽(성장형)

지력+300

베리아체의 직계 중 하나인 라티나가 애용하던 목걸이입니다.

언데드 소환수의 능력치를 20퍼센트 상승시키는 효과를 지녔습니다.

*아이템 등급을 레전드리로 성장시킬 경우 뱀파이어 자작 <라티나>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320

무게:10

“아따 환장하겠네.”

이거 완전히 네크로맨서용 목걸이 아닌가?

“하필 나와도 쓸데없는 아이템이 나오냐?”

만약 이걸 경매장에 올린다면 수백억 원을 챙길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드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직계 소환용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특히, 만에 하나라도 이 목걸이가 아그너스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최악이다. 위험을 자초하는 셈이나 다름이 없다.

‘결국 판매하지 말고 내가 직접 사용해야한다는 건데.’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도 목걸이 자체의 성능이 꽤 괜찮다.

지력을 300이나 올려주니까.

‘브라함과의 상성이 좋아지고 마나통도 늘어나서 여러모로 유용하겠군.’

에픽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레전드리 등급까지 성장시키면 지력을 최대 1,000까지도 올려줄 가능성이 있다.

‘그래… 기꺼운 마음으로 사용하자. 기왕 쓰는 김에 해골도 키우고.’

어째 점점 더 잡캐가 되어가는 기분이지만, 뻔히 강해질 수 있는 수단이 생겼는데 굳이 외면할 이유도 없잖은가?

쩝, 입맛을 다신 그리드가 <죽은 자의 왕이 될 수도?>스킬을 시험 삼아 사용했다.

해골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두기 위함이었다.

“해골 소환!”

[<부조리의 반지> 효과로 자원 소모량이 50퍼센트 줄어듭니다. 1,500의 마나를 소모하였습니다.]

딸칵!

딱딱딱딱!!

소환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였다.

그리드의 좌우 지면으로부터 해골 두 마리가 슉, 하고 튀어나오더니 두개골을 좌우로 흔들어댔다.

뼈와 뼈가 맞부딪치면서 자꾸만 달그락, 달그락 요란한 소리가 나자 그리드는 정신이 사나워졌다.

“시끄러워, 이 달구지 같은 놈들아.”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 참으로 허접한 해골 놈들이다.

생김새부터 구리다.

색은 누리끼리하고 두개골엔 부분부분 금이 가있다. 뼈도 앙상한 것이 영 힘을 못 쓸 것 같다.

“살아생전에 우유 좀 많이 먹을 것이지… 쯧쯧.”

딱딱! 딱!

첫 만남부터 심한 말을 지껄이는 주인이건만, 해골들은 뭐가 그리 좋다고 그리드가 말할 때마다 턱을 딸칵거렸다.

‘아, 해골에게는 지적능력이 없다고 했지.’

언데드 계열 몬스터는 감정이 없고 생각도 없다.

최소 데스나이트나 리치급은 되어야 인지능력이 생긴다고 들었다.

“너희들이 내 말귀를 알아들을 일은 앞으로 평생 동안 없겠구나…”

한숨 쉰 그리드가 해골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해골(1)>

Lv.1

체력:45/45 마나:3/3

근력:3

체력:3

민첩:3

지력:1

착용 중인 아이템:없음

보유 스킬:없음

“와, 이거 순 날강도들이네.”

일반적인 네크로맨서가 소환하는 해골들은 기본적으로 낡은 롱 소드 하나쯤은 착용하고 있다.

한데 그리드가 소환한 해골들은 완전히 맨 손이었다.

“나한테 무기까지 갖다 바치라 이거냐?”

아니, 가만?

‘얘네들에게 적합한 아이템을 내가 만들어서 착용시켜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템빨 해골 탄생인가?

“헐…”

어쩌면 꽤나 쓸만한 놈들이 될 수도 있겠다.

‘라티나의 목걸이 효과까지 받으면…’

스켈레톤 제네럴이나 데스나이트급이 되는 건 꿈도 못 꾸겠지만, 그래도 스켈레톤 워리어 정도로 세질 수는 있을 것도 같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해골들에게 애정이 생긴 그리드가 이름부터 지어주었다.

“너는 템빨골 1. 너는 템빨골 2.”

달그닥. 달그닥.

딱딱!! 딱!

해골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여댔다.

‘녀석들, 좋은 이름 생겼다고 기뻐하는 건가?’

물론 그럴 리 없다. 해골들에겐 감정도 생각도 없었으니까.

“오빠?”

해골들을 살펴보고 있는 그리드에게 세희와 예림이 다가왔다.

그리드가 분배해준 축복받은 강화석을 갖고 한참을 꼼지락거리는가 싶더니, 이제야 그리드의 해골들을 발견하고 흥미를 보이는 것이었다.

“이건 웬 해골이야?”

“해골들 귀엽다! 눈구덩이가 동그랗지 않고 반달모양 눕혀놓은 것처럼 생겼네요? 이걸 도끼눈이라고 하던가? 완전 러블리~”

“이건 러블리한 게 아니라 인상이 더러운 거라고 해야… 어? 가만, 그거 왜 그래?”

그리드가 세희의 나무지팡이를 보고 경악했다.

과거, 자신이 힘들게 +9까지 강화시켜줬던 나무지팡이가 어째선지 빛을 잃고 있었던 까닭이다.

“왜 빛이 안 나는 거야?”

본래 9강화 무기는 아름다운 백광을 흩뿌리는 법이다.

한데 세희의 나무지팡이는 아무런 빛도 뿌리지 않고 있었다. 마치 노강화 아이템처럼 말이다.

‘설마…’

최악의 가정을 떠올리는 그리드에게 세희가 설명해주었다.

“강화했는데 실패했어.”

“…”

“2주일 전에는 7강까지 떨어졌었는데, 조금 전에 오빠가 준 축복받은 강화석 발랐더니 이번엔 또 6강까지 떨어져버렸네. 강화는 원래 잘 안 되는 거야?”

“…”

***

8번 도시에서 나온 그리드 일행이 사막에 잠시 자리를 잡았다.

다음 일정을 짜기 위함이었다.

그리드는 이대로 6번 도시로 직행해서 사냥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내일 학교가려면 이제 자야해.”

“벌써 새벽 2시에요. 우우, 못해도 10시에 자야지 가슴이 커지는데…”

“어서들 가서 자. 오늘 고마웠어.”

“내일 또 봐요!”

“…”

소녀들이 로그아웃하고 덩그러니 혼자가 된 그리드.

북적거리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자 기분이 묘해진다.

“귀여운 녀석들이 떠나니까 괜히 쓸쓸하네.”

오늘은 나도 일찍 자는 게 좋으려나?

생각하며, 라티나의 마지막 전리품을 살펴보는 그리드의 표정은 음흉하기 짝이 없었다.

<직계 뱀파이어의 잠옷>

등급:레전드리

짧은 원피스형의 하얀 잠옷입니다.

입으면 속살이 비칩니다. 착용에 주의하십시오.

사용 조건:없음

무게:30

“후후훗…”

뱀파이어들의 잠옷.

당최 무슨 성능을 지녔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 라티나의 잠옷은 디자인이 무척이나 섹시하다는 점이었다.

‘아이린에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군!’

속살 비치는 속옷이라니…

아이를 열 명은 더 낳을 수 있을 것 같다.

헤벌쭉해져있는 그리드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라우엘이었다.

-그리드님, 사전에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방송국 섭외를 끝내고 발송 일정까지 잡아놓았습니다.

-OGC와 버니버니? 네가 예상했던 대로 그들이 먼저 접근해온 거야?

-훗, 그렇죠. 뭐, 저의 명석함에 대해서 너무 크게 감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대단했던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까요.

-어… 그래, 계약 내용은 어떻게 되지?

-유라님께서 꼼꼼하게 잘 처리하셨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세요.

-알았어. 내일 촬영 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브리핑 해줘.

-계획에 변경 된 부분은 없습니다. 당신께서 사냥하시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될 거고, 사람들의 이목이 당신께 집중되는 그때 템빨단은 파트리안으로 진격할 겁니다.

-정말로 나 없이 괜찮을까?

파트리안에는 대마법사 아슈르 백작이 있다.

유저들의 평균레벨이 오를수록 NPC의 레벨도 올라가는 Satisfy의 특성상, 현재 아슈르 백작은 4차 전직을 이뤘을 가능성이 높다.

전과는 비할 바 없이 강해진 그를 과연 템빨단원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드는 걱정이었다.

라우엘이 그를 안심시켰다.

-제게 다 방법이 있습니다. 하니 심려치 말고 유희를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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