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24권 - 13화
[대상에게 205,0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초당 20,500의 화염 데미지를 13초 동안 입힙니다!]
[마법을 지근거리에서 명중시켰습니다. <파이어 볼(강화)>의 폭발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대상에게 410,000의 폭발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대상의 타격 부위에 출혈(大)을 발생시킵니다.]
[대상이 저항하였습니다.]
[대상에게 상태이상 ‘혼란’을 부여합니다.]
[대상이 저항하였습니다.]
“…!!”
그리드에게 회심의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가, 도리어 치명적인 반격을 당한 라티나가 이를 악 물었다.
그녀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더 컸다.
‘뭐지? 마력이라고는 쥐뿔도 느껴지지 않는 놈이 어찌…!’
베리아체의 직계는 선천적으로 높은 마력을 타고난다. 그중에서도 라티나의 마력은 특출한 편이었다. ‘대마법사’라고 분류되는 인간들도 그녀 앞에선 피라미에 불과했다.
고작 인간 따위가 그녀에게 마법으로 타격을 입히는 일?
어림도 없다. 불가능하다.
한데 그리드는 해냈다.
지력도 고작 2천대에 불과한 주제에 말이다!
그리드가 특별해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아니, 순전히 브라함의 마법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강화 마법이 괜히 강화 마법이 아니다.
백발의 그리드. 즉, 브라함이 치를 떨었다.
“내 마법이 이렇게 형편없는 위력을 발휘하다니… 저능아의 몸으로는 역시 한계가 크군.”
“……!”
라티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앞의 인간.
이제 보니 조금 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기에.
‘저 재수 없는 말투하며…!’
오만한 표정과 내려다보는 눈빛.
직계조차도 소름 돋게 만드는, 불온한 느낌의 마력.
무엇보다도 짙은 홍옥의 눈동자.
“설마…! 설마 네놈!!”
사색이 된 라티나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화상 입은 얼굴을 혈빛의 마력으로 수복시키는 그녀에게 백발 그리드가 빙그레 웃어보였다.
“오래간만이로구나.”
“브라함!!”
본래 직계는 아홉이 아닌 열이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은 열이라는 숫자를 쓰지 않는다.
브라함 에슈발트.
그 미치광이 추방자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에.
“네놈이… 네놈이 무슨 낯짝으로 이곳을!!”
브라함은 일족을 ‘나태하여 하등 쓸모없는 종족’으로 칭하고 멸하려했던 전력이 있다. 그에게 죽어나간 일족의 숫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개중에는 직계 엘핀스톤의 약혼녀도 있었다.
라티나는 브라함이 몸서리치게 싫었다. 또한 두려웠다.
절규하듯이 외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브라함이 히죽, 웃었다.
“나, 낯짝 없다만? 지금 이 낯짝은 빌려 쓰는 것일 뿐 본래 내 것이 아니다. 오라비의 얼굴을 그새 잊은 게냐?”
“닥쳐!! 그 더러운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
겁먹은 짐승일수록 크게 짖는 법이다.
생존본능을 발휘한 라티나가 새로운 언데드들을 소환했다.
앞서 소환한 스켈레톤, 좀비들과는 차원이 다른 언데드들.
스켈레톤 워리어, 스켈레톤 메이지, 구울 등이 300여 마리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땅에서 몸을 일으켰다.
놀라운 것은, 그 언데드들의 선두에 선 한 마리의 데스나이트였다.
해골 위로 떠오르는 푸른 안광과 검정색으로 번들거리는 갑주, 불타오르는 장검이 인상적이다.
‘엄청 세 보이는데… 위험한 거 아닌가?’
그리드가 걱정했고, 세희와 예림은 위축됐다.
-오빠, 아직 내 레벨이 낮아서 고위 언데드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버프와 힐을 최대한 지원할 테니까 힘내줘.
파티말을 보내는 세희에게 백발의 그리드가 고개를 돌렸다.
“그대의 도움은 필요 없다.”
“…”
동생에게 그대라니?
평소와는 전혀 다른, 오글거리는 말투다.
심지어 생김새도 변했다.
남자다운 인상은 온데간데없고 순정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꽃미남이 되어버렸다.
소문대로 ‘백발 버전 그리드’는 본래의 그리드와 완전히 다른 존재 같았다.
혼란스러워하는 세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백발 그리드가 속으로 안도했다.
‘나를 못 느끼는가. 아직까지는 미물에 불과하군.’
이럴 때 미리 잘 보여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녀란, 나를 소멸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
나중에 낭패를 겪지 않으려면, 무조건 호감을 얻어두는 편이 좋다.
판단한 브라함이 그리드에게 부탁했다.
‘갓 핸드의 조작을 맡기마. 내 의도대로 움직여라.’
브라함이 협력을 요청하다니?
직계가 세긴 센가보다.
덩달아 긴장하게 된 그리드가 대답했다.
‘나만 믿어.’
“…”
믿어도 될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믿음이 안 생긴다.
동시였다.
“진격의 위령곡!”
쿠릉. 쿵. 쿠르르르릉!
라티나의 마력이 요란하게 포효하기 시작했다. 이내 마치 선율처럼 정제되더니 하나의 음악이 된다.
[라티나가 소환한 언데드들의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이동속도는 대폭 상승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저항하였습니다.]
“키잇힛!!”
강화 된 언데드들의 진격이 시작됐다.
언데드의 최대 약점으로 손꼽을 수 있는 느린 이동속도를 극복하고 빠르게, 그리드 일행을 덮쳐왔다.
“…”
백발의 그리드는 뒤에 선 세희와 예림 따위 돌아보지 않았다.
어찌되든 상관없어서가 아니다. 호감을 얻으려면 그녀들의 안위를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돌아보지 않는 이유는, 그녀들이 위험에 처하기 전에 승부를 보는 것이 백발 그리드의 목표였던 까닭이다.
백발 그리드가 선두에 있는 데스나이트를 지목했다.
“한 번에 쳐라!”
‘알았어!’
어느새 노에와 랜디까지 소환한 그리드가 백발 그리드의 요청에 호응했다.
노에, 랜디, 갓 핸드 전부로 데스나이트를 일점사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펫 ‘노에’가 ‘데스나이트 부라탄’을 공격하였습니다!]
[<할퀴기>로 대상에게 8,300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펫 ‘랜디’가 ‘데스나이트 부라탄’을 공격하였습니다.]
[<파그마의 검무:연살(聯殺)>로 대상에게 36,0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갓 핸드(1)가 ‘데스나이트 부라탄’을 공격하였습니다.]
[대상에게 2,5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궁극 강화의 묠니르>효과로 대상에게 3,800의 고정 된 신성 데미지를 입힙니다.]
[<홀리 웨폰>의 효과로 신성 데미지가 500 추가됩니다.]
[<홀리 임팩트>의 효과로 공격 대상의 반경 5미터에 존재하는 모든 ‘악한’ 대상에게 3,800+500의 추가 신성데미지를 입힙니다.]
[갓 핸드(2)가…]
[갓 핸드(3)가…]
[갓 핸드(4)가…]
[<홀리 임팩트>의 효과로 공격 대상의 반경 5미터에 존재하는 모든 ‘악한’ 대상에게 2,700+500의 추가 신성데미지를 입힙니다.]
[펫 ‘노에’와 ‘랜디’가 <홀리 임팩트>의 영향을 받아 총 13,900씩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니양! 아프다옹!!”
“아, 아파…”
‘…’
노에와 랜디는 마물이다. 악한 존재로 분류되어 성스러운 힘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그 사실을 간과하고 갓 핸드와 가까이 붙어 싸웠으니 스플래쉬 데미지에 휩쓸리고 말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노에와 랜디를 보고 그리드가 죄의식에 휩싸이는 그때.
“멍청하다는 건 고치기 어려운 병인가?”
어쩔 수 없는 녀석이라며 코웃음 친 백발의 그리드가 마법을 전개했다.
연속되는 <홀리 임팩트>의 효과로 인해서 폭발이 집중 된 지점.
즉,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데스나이트 부라탄을 정확히 노리고 발사한 마법이다.
딱히 특별한 마법일 리 없다.
현재 그리드의 지력으로 브라함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한정적이었으니까.
이번에도 역시 <파이어 볼(강화)>였다.
하지만 앞서 사용했던 파이어 볼과는 그 위력이 달랐다.
브라함의 강화판 파이어 볼에는 기본적으로 폭발 효과가 귀속되어 있는 바.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폭발의 중심지에 직격한 파이어 볼의 폭발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핵탄두가 떨어지는 듯한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그 영향으로 휘청거린 언데드들의 진격 속도가 순간 대폭 저하되었고, 라티나의 신형 또한 흔들렸다.
그녀의 상체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질지 순식간에 계산해낸 브라함이 <매직 미사일(강화)>를 시간 차 없이 쏘았다.
계속, 계속, 계속.
마나가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펑!
퍼퍼퍼퍼퍼퍼펑!!
“윽…! 끼야아아아악!!”
브라함의 기본 마법-마스터 버전-이 무서운 점은 캐스팅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라티나는 실드를 전개할 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마법을 계속 맞았고, 빠르게 생명력을 소모했다.
그녀를 브라함이 비난했다.
“나태의 최후다.”
나태한 자는 발전이 없고, 결국 도태되어 사냥감으로 전락할 뿐이다.
“우리 일족에게 남은 길은 쇠락밖에 없다.”
어차피 멸망할 것이라면.
“나의 양분이 되어라.”
[마나가 없습니다.]
[<매직 미사일(강화)>의 발동에 실패합니다.]
이와 같은 알림창이 떠올랐을 때.
이미 라티나의 지척까지 다가온 그리드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칠흑으로 물들어 있었다.
본래는 라티나를 지켰어야할 언데드들?
홀리 임팩트와 결합 된 파이어 볼의 폭발에 휩쓸려 지면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상태다.
데스나이트를 비롯해서 일부 튼튼한 놈들은 허겁지겁 달려오는 중이었지만 이미 늦었다.
레이단의 연금술 시설에서 제작한 <극상의 마나 물약>을 복용한 그리드가 춤사위를 펼쳤다.
“암흑의 룬 개방. 흑화. 대장장이의 분노. 신속한 몸놀림. 파그마의 검무.”
“노옴…! 이놈 브라하아아암!!”
죽어 망령이 되어서까지 일족을 괴롭히는가!
피눈물을 쏟는 라티나의 안면으로, <홀리 웨폰>과 <홀리 임팩트>가 깃든 <극살(極殺)>과 묠니르들의 연격이 꽂혔다.
동시에 라티나가 반격, 그리드의 가슴을 혈빛 마력이 담긴 손톱으로 꿰뚫었지만 그건 그녀의 명을 재촉하는 결과밖에 낳지 못했다.
[133,3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설이 된 자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생명력이 최소치로 고정되며 5초 동안 모든 공격에 저항합니다.]
[공격해온 대상이 악합니다. 홀리 익스플로전의 효과가 발생하여 절반의 데미지를 되돌려줍니다.]
라티나의 반격.
죽음을 각오하고 진원진기까지 끌어올린 것이었기에 더욱 더 그녀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녀는 직계다. 쉽게 죽지 않았다.
“라이프 드레인… 헉?”
그리드의 생명력을 흡수한 후 재차 반격하여 전황을 역전시키려던 라티나가 경악했다.
‘이놈, 생명력이 없어?’
한데 이놈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지?
“네가…! 네가 좀비냐!!”
“연살파(聯殺波), 연살(聯殺), 초연(超聯), 살(殺), 연(聯), 극(極), 파(波), 초(超).”
불사가 발동한 그리드는 5초 동안 무적이다.
라티나가 무슨 수를 써서 반격하든, 무시하고 모두 맞아주면서 우직하게 파그마의 검무를 전개해나갔다.
난무하는 핏줄기와 화려한 스킬 이팩트가 그리드와 라티나를 감쌌고, 세희와 예림은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전투를 그저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들의 시야를 여러 개의 알림창이 지배했다.
[8번 도시의 주인, 뱀파이어 자작 라티나가 모든 힘을 소진하여 강제 수면에 듭니다.]
[파티장 ‘그리드’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라티나의 목걸이>를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직계 뱀파이어의 잠옷>을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 3개를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축복받은 방어구 강화석> 5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세희와 예림이 보게 된 알림창.
이후부터는 그리드 혼자만 볼 수 있는 알림창이다.
[<암흑의 룬>에 <라티나의 힘>이 각인됩니다.]
[시조 베리아체의 직계를 총 3명 봉인하였습니다. 칭호 <혈왕의 자격>을 획득합니다.]
<혈왕의 자격>
모든 직계의 왕이 될 자격을 뜻합니다.
일반 뱀파이어에게 위압감을 줍니다. 당신을 적대하게 되는 일반 뱀파이어의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하락합니다.
진혈족 뱀파이어에게 적개심을 줍니다. 당신을 적대하게 되는 진혈족 뱀파이어의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상승합니다.
직계 뱀파이어에게 흥미를 줍니다. 직계 뱀파이어와 만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직계 뱀파이어에게 호감을 얻기 비교적 쉬어집니다.
“…??”
혈왕의 자격.
이름은 멋지지만 효과는 글쎄올씨다다.
어리둥절해진 그리드가 브라함에게 물었다.
‘이거 좋은 거야, 나쁜 거야?’
‘흥, 당연히 나쁜 거지. 쓰레기들 따위와 친분을 맺어봤자 뭣하나? 너에게 뱀파이어 친구는 나 하나로 족하다.’
‘…??’
왜 굳이 예민하게 굴지?
그리드는 뾰로통해지는 브라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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