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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316화 (311/1,794)

템빨 24권 - 6화

“알겠어? 무조건 1번 네가 가장 먼저 공격해야 돼. 네 공격은 적이 절대로 못 피하고, 맞으면 0.3초 동안 무조건 경직에 걸리잖아. 선빵 필승! 이해 되냐?”

그리드는 갓 핸드마다 번호를 붙였다.

보다 명확하고 빠른 명령체계를 위해서 구분을 쉽게 한 것이다.

+10묠니르를 무장하고 있는 1번 갓 핸드. 일명 <대장>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리드의 설명을 이해했다는 제스처였다.

한데 하필이면 가운데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게 문제였다.

그리드는 기분이 무척 나빴지만, 갓 핸드에게 악의가 없음을 알았던 탓에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2번, 3번, 4번 너희들은 1번이 먼저 때려놓은 표적한테 들러붙어서 계속 후드려 패면 되고. 무한 경직! 오케이? 이게 강한 적을 상대할 때 기본적으로 고수해야할 전투방식이다.”

+7묠니르를 무장하고 있는 2, 3, 4번 갓 핸드들. 일명 <쫄병>들이 손가락을 까닥거림으로서 대답했다.

이번에도 역시 가운데 손가락이었다.

일제히 펴졌다가 굽혀지기를 반복하는 갓 핸드들의 중지가 결국 그리드의 화를 북돋았다.

“이쯤 되면 거의 고읜데…”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리드가 갓 핸드들을 도열시켰다.

그리고 ‘중지는 적에게만 사용할 것’이라는 규칙을 세우고 주지시켰다.

갓 핸드를 이용해서 적들에게 손가락 욕을 시전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교육이었다.

그리드의 인성이 얼마나 더러운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잠자코 지켜보던 브라함이 질문했다.

‘한데 왜 굳이 7번 도시부터 점령하러 온 거지? 아직 9번과 8번 도시도 공략 못했다지 않았나?’

“9번 도시에는 3층짜리 성이 있잖아? 거기 1층 보스가 티라멧이었어. 2층과 3층에는 그 이상의 진혈족이 있을 게 분명하니까 혼자서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동료들과 함께 도전할 계획이야.”

‘하긴, 9번 도시는 요새의 역할을 수행하던 곳이었으니까 그 특성상 다른 도시보다 병력이 많이 배치되어 있기는 하지. 그래봤자 하찮다만… 그럼 8번은?’

“우선 여기부터 공략하고 8번으로 갈 거다. 그리고 애당초에 순서대로 공략할 필요가 없잖아?”

그리드가 굳이 7번 도시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행운의 숫자 7에 기대는 것이다.

“여기서 왠지 득템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기분 좋은 예감이 팍팍 든다.

그리고 그리드는 본인의 직감을 믿었다.

왜냐?

‘나는 무려 10강 무기를 띄운 희대의 행운아니까!’

이제는 본인을 악운의 상징이 아니라 행운의 상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그리드였다.

의욕을 불태운 그가 도시 안쪽까지 진입했다.

볕이 들지 않아 어둡고 인적이 없어 고요한 도시.

코오오오오~

날짐승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바람소리만이 맴도는 그곳엔 총 13채의 대형 건축물이 우뚝 솟아있었다.

규모를 보아, 각 건물마다 최소 5백 마리씩의 뱀파이어들이 잠들어있을 것 같았다.

입맛을 다신 그리드가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그리드

레벨:307

직업:파그마의 후예

칭호:전설이 된 자

칭호:…….

…….

…….

근력:2,880(+160)

체력:1,356(+230)

민첩:2,286(+130)

지력:1,227(+340)

손재주:3008(+680)

끈기:1,182(+130)

평정:768(+130) 불굴:1,023(+240)

위엄:1,676(+130)

통찰력:1,516(+130)

용기:712(+130)

악마력:850

행운:1

잔여 능력치 포인트:10

“후후훗!”

검은 귀신과 묠니르 전부를 레전드리 등급으로 만든 덕분에 스탯이 각자 50씩 상승한 상태이다.

뒤늦게 개방 된 행운 스탯은 그 혜택을 보지 못했다지만, 크게 괘념치 않았다.

‘생긴 게 어디야?’

행운 스탯을 볼 때마다 뿌듯해서 웃음이 나온다.

<행운>

이로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효과가 상승합니다.

*이 능력치에는 능력치 포인트를 분배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로운 현상이란 공격 시 크리티컬 발생 확률, 피격 시 회피 확률,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 아이템 강화에 성공할 확률 등 수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의미한다.

그리드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앞으로 나는 전투와 득템과 강화의 달인이 된다!’

고작 1의 행운 스탯을 너무 믿는 그리드였다.

김칫국 마시며 전율하는 그에게 브라함이 질문했다.

‘어째서 지력을 더 올리지 않는 거지?’

잔여 스탯 포인트가 거슬리나보다.

“흐음…”

그리드는 아직도 고민 중이었다.

우선 민첩성을 계속 찍어서 근력과의 비율을 1대1로 맞추고, 보다 강력한 검술을 구사하는 편이 좋을지.

아니면 지력에 투자해서 브라함으로부터 새로운 마법을 배우는 편이 좋을지.

‘당연히 지력부터 올려야하는 게 아니냐? 내 위대한 마법을 최우선으로 두는 게 맞지.’

그리드의 고민을 읽은 브라함이 그렇게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한 귀로 흘렸을 그리드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확실히…’

4자루 묠니르를 얻게 된 시점부터, 그리드는 이론적으로 ‘무한 경직’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굳이 더 높은 경지의 검술에 집착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마법을 배워서 유틸성을 높이는 편이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혹시 또 모르니까.’

스탯 분배는 돌이킬 수 없다.

애초에 브라함의 마법. 그것도 기본 마법을 본격적으로 익히려면 지력이 최소 2천은 돼야한다지 않았던가?

그만큼 올릴 엄두도 안 난다.

“지력이랑 민첩성… 둘 중에 뭐를 선택할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자.”

순수한 검사 대장장이가 될지, 아니면 마검사 대장장이가 될지.

어느 쪽이 더 좋은 선택일지는 앞으로 더 많은 전투경험을 축적해본 후에 고민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결정한 그리드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건물로 입장했다.

뻥 뚫린 천장을 통해서 청색의 달빛이 내려앉아있는 건물 내부.

그곳에는 수백 개의 관이 불규칙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관 속에는 당연히 뱀파이어가 잠들어있다.

한 마리씩 깨워서 각개격파할 수 있다면 사냥이 훨씬 수월할 테지만, 아쉽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관 속의 뱀파이어들은 소란을 듣는 순간 일제히 깨어났다.

또한, 애초에 그리드는 느긋하게 사냥할 생각이 없었다.

몰이사냥이야말로 광렙의 지름길이었으니까!

“자, 그럼 어디 시작해볼까.”

고요 속에 심호흡한 그리드가 갓 핸드들에게 눈짓했다.

‘시작되는가!’

브라함이 기대했다.

아이템을 강화하여 더욱 더 강력해진 그리드가 얼마나 압도적인 힘으로 뱀파이어들을 학살할지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그리드가 드디어 행동을 개시했다.

“아이템!”

‘…?’

“합!”

‘…??’

“체!”

‘…???’

따앙!

따앙! 따앙!!

‘…’

뱀파이어의 관들을 눈앞에 둔 상태로 갑자기 쭈그려 앉은 그리드.

휴대용 용광로를 꺼내놓고 갓 핸드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망치질하는 그의 모습, 진지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할 정도로 황당하고 우스웠다.

아니, 우스운 수준을 넘어서 미친놈 같았다.

위험천만한 적진 한가운데에 혼자 발을 들여놓고서는, 팔자 좋게 대장일이나 하고 앉았다니?

‘이놈은 진짜 제정신이 아니군…’

아직 아이템 합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브라함이 그렇듯 오해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3일 전까지만 해도 지존 무기였던 <+9실패작>과 새로운 지존무기로 등극한 <+7검은 귀신>이 그리드의 손끝에서 하나로 거듭났다.

상어의 모양을 닮은 청색의 검신 좌우로 묵색의 단도와 장도가 겹쳐진 모습이었다. 딱히 멋은 없었지만 내포하고 있는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파그마의 검무.”

스으윽.

달빛 아래.

흑발을 흩날리며 고고한 검무를 펼치는 그리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둠 속에 번뜩이는 눈빛이 칼날처럼 예리하고 흐트러짐 없다.

“연살파(聯殺波).”

쿠콰콰콰콰콰콰콰쾅!!

청색과 묵색의 검광이 한데 얽혀 소용돌이쳤다.

지축을 뒤흔드는 강력한 폭발음과 동시에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간 검기가 관 속에 잠들어있는 뱀파이어들을 덮쳤고…

[하급 뱀파이어를 해치웠습니다!]

[하급 뱀파이어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4,931,000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4,915,500을 획득하였습니다.]

[중급 뱀파이어를 해치웠습니다!]

[중급 뱀파이어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7,054,300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6,998,000을 획득하였습니다.]

관 속에서 꿀맛 같은 수면을 즐기고 있던 뱀파이어들이 봉변을 당했다.

영문도 모른 채 비명횡사한 뱀파이어가 무려 수십이었다.

연살파(聯殺波)로 방출하는 살(殺)의 검기는 총 8개에 불과했지만, 그리드가 폭발을 잘 활용하여 대규모 스플래쉬 데미지를 발생시킨 결과였다.

빠르게 차오르는 경험치 게이지를 확인한 그리드가 환희에 휩싸였다.

“좋았어! 광렙 시작이다!!”

‘…제법.’

브라함은 감탄하고 있었다.

뱀파이어들에게 있어서 <관>이란 단순한 침실의 개념이 아니라 보호도구이기도 했다.

수면 중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 관은 높은 내구력을 지녔고, 관 속에 있는 뱀파이어는 높은 방어력을 보장받았다.

한데 그리드는 관의 존재가 무색하게도 잠들어있는 뱀파이어들을 일격에 해치워버린 것이다.

강력한 무구와 결합 된 파그마의 검무의 위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브라함은 깨닫게 되었다.

한편.

“인간 따위가 감히!!”

“우리의 동족을!!”

“치사한 놈! 자고 있는 뱀파이어를 덮치다니!!”

소란을 듣고 깨어난 뱀파이어들이 상황을 확인하고 격분했다. 일제히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그리드에게 쇄도해왔다.

기세 흉흉한 그들의 선두에는 진혈족 뱀파이어도 있었다.

무려 귀족이었다.

남작급 진혈족 <크리>.

전반적인 스탯은 약한 편이지만 민첩성이 무려 5천에 육박하는 신속의 괴물이다.

“하찮은 인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죽여주마!!”

퍼엉!

뱀파이어 특유의 혈빛 마기를 몸에 두른 크리가 돌진 속도를 높였다.

그리드가 눈으로 쫓기 어려울 정도로 그는 빨랐다. 순식간에 그리드에게 접근하더니 칼보다 더 날카로운 손톱을 찔러왔다.

그때였다.

+10묠니르를 손에 쥔 대장 갓 핸드가 크리를 덮친 것은.

“흥! 느려!”

콧방귀 뀐 크리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비틀었다.

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느려터진 갓 핸드의 공격을 회피하려는 의도의 동작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어긋났다.

묠니르에 귀속 된 <마력탐지(변형)>이 그를 끈질기게 추격했다.

퍼억!

“…컥?”

그리드의 심장에 손톱을 꽂아 넣기 직전.

크리가 피를 토하면서 멈칫거렸다.

그의 뒤통수에는 무식할 정도로 커다란 황금 망치가 정확하게 꽂혀있었다.

‘이, 이게 무슨?’

분명히 피할 수 있었는데?

‘어째서 내가 이깟 느려터진 공격을 피하지 못한 거지?’

혼란스러워하는 크리에게 나머지 갓 핸드들이 날아와서 연속적으로 +7묠니르를 때려 박았다.

퍽! 퍽! 퍽! 퍽! 퍽!

“윽! 엑! 컥! 억! 윽!”

[<궁극강화의 묠니르>를 무장한 갓 핸드가 대상을 후려칩니다. 대상을 0.3초 동안 경직시킵니다. 대상이 마족입니다.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7묠니르>를 무장한 갓 핸드가 대상을 후려칩니다. 대상을 0.1초 동안 경직시킵니다. 대상이 마족입니다.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7묠니르>를 무장한 갓 핸드가 대상을 후려칩니다. 대상을 0.1초 동안 경직시킵니다. 대상이 마족입니다.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대상을 0.1초…]

[대상을 0.3초…]

완성 됐다.

무한 경직이!

그리드는 자신의 눈앞에서 연신 윽, 억, 거리며 피를 토하고 있는 크리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연살(聯殺).”

푹!!

푹푹푹푹!!

“……!”

쉬지 않고 휘몰아치는 망치의 연격에 얻어맞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있던 크리가 입을 쩍하니 벌렸다.

강력한 연속 찌르기에 심장을 관통 당하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잿빛으로 산화하는 것이었다.

묠니르에 맞아 누적 된 데미지가 너무 컸다.

[뱀파이어 남작 <크리>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180,909,300을 획득하였습니다!]

[<뱀파이어의 잠옷>을 획득하였습니다!]

‘잠옷?’

의구심이 드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획득한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진혈족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더 격분한 뱀파이어들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파그마의 검무, 파(派)를 전개함으로서 주변에 몰려든 뱀파이어 전원에게 일제히 타격을 입힌 그리드가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냈다.

그 틈에 그리드의 사방으로 자리 잡은 갓 핸드들이 접근하는 뱀파이어들을 묠니르로 후려쳤다.

“켁!”

“억!”

“악!”

신성력이 가득 담긴 황금망치에 강타당할 때마다 뱀파이어들이 순간, 순간 경직되었다.

경직은 공격 모션과 스킬 캐스팅을 취소시키는 효력을 발휘하였으므로, 네 자루 묠니르의 비호를 받고 있는 지금의 그리드는 <절대보호>의 영역을 생성하고 있는 셈이나 다름이 없었다.

반격 불허, 선공 불허의 절대적인 영역 말이다!

‘실로 엄청난 효율이군…’

갓 핸드를 운용함에 있어서 소모되는 자원은 없다. 재사용 대기 시간 또한 없었다.

현재의 그리드.

접근전 무적이다.

기세를 올린 그가 7번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뱀파이어들을 빠른 속도로 학살해나갔다.

살아있는 생명체들을 망치로 곤죽을 만드는 모습, 이를 데 없이 무식하고 잔혹하다.

***

“어…?”

“뭐, 뭐지?”

세계 각국의 언론사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일제히 혼란에 빠졌다.

바로 어젯밤까지만 해도 307에 불과했던 그리드의 레벨이 어느덧 309가 되어있었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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