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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311화 (306/1,794)

템빨 24권 - 2화

경매장에서 강화석을 구입한 그리드가 칸의 대장간으로 돌아왔다.

강화석을 꺼내놓는 그를 보고 브라함이 질문했다.

‘이번엔 강화인가?’

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연한 수순이지.”

강화 수치가 높아질수록 아이템의 기본 능력치와 옵션 효과가 상승한다. 강화는 필수의 개념이었다.

강화 확률이 양심 없을 정도로 낮다는 게 문제였지만.

‘하긴, 너쯤 되면 무기 강화쯤 쉽게 하겠군. 너는 무구 강화의 달인이기도 했던 파그마의 기술을 계승한 인물이니까.’

“…”

그리드가 움찔했다.

그에게 있어서 무기 강화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아이템 강화 확률 상승>이라는 패시브 스킬이 적용되는 중이기는 한가, 의문이 생길 정도로 그리드에게 강화운은 없었다.

“브라함, 너는 세상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더러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에 있냐? 특히 강화는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요소도 아니고 순전히 행운에 기대야하는… 에휴, 애초에 나 강화석도 몇 개 없어.”

반 년 이상 전쯤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강화석의 시세는 현재 개당 250골드를 호가하는 중이다.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약 30만원이 된다.

축복받은 강화석 같은 경우엔 그 10배 이상 비쌌고 말이다.

그리드가 국가대항전에서 약 20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강화석을 물 쓰듯 사용하기에는 부담감이 컸다.

“게임 회사가 미쳤어…”

원래부터 강화석은 비쌌다.

서버 초기부터 쭉 개당 100골드 이상에 거래되었고 축복받은 강화석은 1,200골드도 넘었었다.

그때 당시에도 플레이어들의 반발심은 장난이 아니었다.

돈 없는 서민들은 강화 아이템 평생 못 써보는 거냐면서, S.A그룹측에 강화석 드롭 확률을 높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하지만 S.A그룹은 요지부동이었다. 강화석 드롭 확률을 끝까지 수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지금이다.

고레벨 플레이어가 증가함에 따라서 강화석의 수요는 늘어가는 반면, 공급은 그대로 유지되었으니 시세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돈을 상당량 투자하니까.’

집에 앉아서 게임만 해도 돈 벌 수 있는 세상이다.

특히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인터넷 방송만 켜도 매달 수백~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 있는 그들을 선망하고 응원하는 마음에 달풍선을 쏘는 시청자들 덕분이었다.

덕분에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은 충만했다.

그들은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자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했고, 게임에 현금을 아낌없이 투자하였다.

“따지고 보면 그런 사람들 때문에 강화석 시세가 이렇게 오른 거네… 제기랄, 현질러들 정말 너무하다. 나처럼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당신들 때문에 등골이 휜다, 휘어.”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남 탓을 시전하는 그리드였다.

이번에 눈물을 머금고 구매한 50개의 강화석과 10개의 축복받은 강화석을 다시 한 번 점검한 그가 이를 악 물었다.

‘검은 귀신이랑 묠니르 4자루 전부 최소 8강을 띄우는 게 목표다.’

5단계 강화까지는 거의 100퍼센트 성공한다. 하지만 6단계 강화부터는 강화 실패의 가능성이 무척 높아졌고, 강화를 실패할 경우 강화수치가 마이너스 된다.

특히 일반 강화석을 사용했을 때 강화에 실패하게 되면 강화수치가 무려 3이나 하락했다.

사실상 7강화 이상 아이템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을 사용해서 마이너스 페널티를 최대한 줄인다지만 보통 사람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

무기를 강화할 때 사용하는 마법석입니다.

강화 성공 시 무기의 강화 수치가 +1~+3 됩니다.

강화 실패 시 무기의 강화 수치가 -1 됩니다.

무게:20

“후… 좋아.”

재료는 충분히 준비됐다. 이제 운만 좋으면 된다.

진짜다.

이 강화 시스템이라는 건 노력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다. 오로지 행운만 바라면 된다.

“8강까지 한 번에 간다.”

검은 귀신과 묠니르 4자루를 각 5단계까지만 강화한 후, 거기에 축복 받은 강화석을 발라서 한 번에 +3강을 노릴 계획이다.

“어디 한 번 시작해볼까!”

의욕을 불태운 그리드가 다섯 개 무기를 연속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실패 없이 각 +5까지 강화하고 멈춘 뒤 아이템 옵션을 살펴봤다.

‘옵션 수치는 그대로네.’

어떤 아이템은 +1만 강화해도 옵션 수치가 상승하는 반면, 또 어떤 아이템은 +7까지 강화해도 옵션 수치가 그대로인 경우가 있다.

대부분 고등급 아이템들의 옵션 수치가 요지부동이었다.

최소 +8까지 강화해야 옵션 수치가 상승했고 그 전까진 기본 능력치만 올랐다.

“그놈에 밸런스, 밸런스, 밸런스.”

투덜거리면서 축복받은 강화석을 꺼낸 그리드가 간절히 빌었다.

“제발… 제발!!”

강화 수치가 한 번에 +3씩 붙기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께 간절히 기도한 그리드가 우선 검은 귀신에다가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을 발랐다.

[<+5검은 귀신>에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을 사용합니다.]

…띠링~

[+1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6검은 귀신>이 완성되었습니다.]

“어?”

이게 뭐야.

“거짓말이지?”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자면, 그리드는 무기가 +7강만 떠줘도 일단은 만족하면서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6이라니?

현금 300만원가량에 달하는 강화석을 사용한 결과가 고작 +1강화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이건 진짜 너무하다… 이래서야 일반 강화석을 사용한 셈이나 다름이 없잖아.”

그리드가 경기를 일으켰다.

그는 심히 당혹스러웠다.

설마 처음부터 이런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리라고는, 아무리 재수 없는 그라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뭐하냐?’

벽을 보고 주저앉은 그리드.

얼떨결에 300만원을 날리고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는 그를 브라함이 도발했다.

‘네놈은 설마 고작 한 번 실패한 정도로 무기 강화를 포기하려는 거냐? 한심하군. 그따위 나약한 정신력으로 고강화 무구를 어찌 얻을꼬.’

“…그래, 맞다. 고작 이 정도로 포기할 순 없어! 나에겐 아직 9개의 축복받은 강화석이 남아있으니까!!”

브라함의 말에 자극 받은 그리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네 자루 +5묠니르 중 하나에 곧바로 축복받은 강화석을 발랐다.

…띠링~

[+1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아나 진짜 염병하고 앉았네, XX.”

결국, 그리드가 욕설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봉인해두고 있었던 더러운 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게 말이 되냐? 어? [email protected]#!! %##같은 새끼들이 게임을 뭐 이따위로 만들어 놔가지고, 진짜! 아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뭐 큰 거 바라던가?

노력하면 노력한만큼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정당한 시스템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돈독이 오른 빌어먹을 게임사들은 꼭 확률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해가지고 유저들의 노력을 우습게 물거품으로 만든다.

열 받으면 현질해서 강화석 많이 사~ 계속 강화하다보면 10강 무기도 가질 수 있을 거야~

라면서 깔깔거리는 임철호 회장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빌어먹을 운빨 X망겜 같으니라고…!”

2번의 연속된 강화 실패.

현금 600만원 상당의 손실을 ‘눈 깜짝 할 사이에’ 입게 된 그리드가 이성을 잃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였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열 받았을 것이다.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NPC인 브라함은 그리드의 심리를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네게는 많은 강화석이 남아있다. 고작 두 번의 실패로 뭐 그리 흥분하는 게지?’

“…네 말이 맞네. 그래, 이제 고작 2번에 불과해.”

내게는 아직 8개의 축복받은 강화석이 남아있다.

생각하며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은 그리드가 심호흡하고 진정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3개의 5강화 묠니르 중 하나에다가 축복받은 강화석을 발랐다.

…띠링~

[+1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

3번 연속 +1강이라니?

털썩!

믿기지 않는 결과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그리드가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에게 브라함이 속삭였다.

‘너는 지존을 꿈꾼다지 않았더냐? 지존이 되는 과정은 무구 강화 따위보다 훨씬 더 험난하다. 수많은 시련을 맛보게 될 것이다. 한데 고작 이까짓 일로 좌절하다니, 그러고도 네게 지존을 꿈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맞아… 브라함 네 말이 맞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최고의 정신력부터 갖춰야만 한다. 고작 이까짓 일로 흔들려선 안 된다.

“난 괜찮다…! 난 괜찮아!!”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소리치면서 맨탈을 수습한 그리드가 또 한 번 축복 받은 강화석을 사용했다.

결과가 이번엔 나름 괜찮았다.

[<+5묠니르(3)>에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을 사용합니다.]

…띠링~

[+2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7묠니르(3)>이 완성되었습니다.]

“좋았어…!”

횟수로 극복해주마.

축복받은 강화석을 무려 10개나 준비하신 몸이다.

“이제 나도 부자라고!!”

더러운 운빨을 돈빨로 극복해주리라!! 강화가 안 되면 계속 질러서 반드시 강화하고 말리라!!

현질러를 질투하며 욕하던 그리드가 어느덧 현질러에 감화되어선 소리쳤다.

현질러들도 굳이 현질을 하고 싶어서 했던 게 아니구나, 새삼 깨달은 그가 마지막 5강화 묠니르에 축복받은 강화석을 발랐다.

‘1다음은 2였으니까 이젠 3이다!’

이상적인 결과를 기대해보지만.

[+1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크아아아아!!”

그리드의 눈이 뒤집어졌다.

강인한 정신력?

“개뿔! 개나 줘버려!!”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이성을 상실한 그리드!

그가 +6검은 귀신과 +6묠니르 3자루에다가 연속적으로 축복받은 강화석을 바르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연속으로!

결과는 놀라웠다!

[<+6검은 귀신>의 강화에 실패합니다. 강화 수치가 1하락하여 <+5검은 귀신>이 되었습니다.]

[<+6묠니르(1)>의 강화에 실패합니다. 강화 수치가 1하락하여 <+5묠니르(1)>이 되었습니다.]

[<+6묠니르(2)>의 강화에 실패합니다. 강화 수치가 1하락하여 <+5묠니르(2)>가 되었습니다.]

[<+6묠니르(4)>의 강화에 실패합니다. 강화 수치가 1하락하여 <+5묠니르(4)>가 되었습니다.]

“핫! 하하하핫!! 그래! 누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

이제는 욕도 안 나온다.

어이가 없어서 도리어 웃음이 나올 뿐이다.

“크하하하하하!!”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한 그리드가 <+7묠니르(3)>에다가 축복받은 강화석을 발랐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공교롭게도 손이 멈추질 않았다.

여태까지 입은 손실을 어떻게든 메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게 바로 도박의 무서운 점이다.

강화, 뽑기 등등 도박성이 있는 컨텐츠들은 정상적인 사람도 미치게 만든다. 애초에 비정상인 그리드가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7묠니르(3)>에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을 사용합니다.]

…띠링~

[+3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10묠니르(3)>이 완성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플레이어 최초로 궁극 강화 무기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희대의 행운아>를 획득하였습니다!]

[특수 스탯 <행운>이 개방됩니다!]

“…???”

일말의 기대조차 품지 못했던 결과.

그리드의 몸이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이거… 꿈인가?”

꿈이라면 깰까봐 무서워서 뺨을 꼬집어보지도 못하겠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그에게 브라함이 갈채를 보냈다.

‘궁극의 강화를 이뤄냈구나. 과연 파그마의 후예답다.’

그렇다.

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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