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2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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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 24권 - 1화
따앙! 따앙!!
그리드의 묠니르 제작 작업이 열흘 밤낮으로 계속 되고 있었다.
완벽한 작품을 탄생시키겠다는 의지가 절실히도 느껴졌다.
브라함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녀석의 집중력…’
상상을 초월한다.
파그마가 파브라늄을 제작했을 때 이상이다.
마치 마법을 연구할 때의 무무드를 보는 듯하다.
‘…노력의 천재인가.’
그리드의 전체적인 재능은 무무드는커녕 파그마와도 비할 바 없이 부족했다.
애초에 천재들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는 둔재였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세와 이를 관철하려는 의지만큼은 그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고 도리어 앞섰다.
브라함은 이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았다.
‘노력만큼 중요한 재능이 또 없지. 뭐, 거기에 별도의 재능들까지 보태졌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을 테지만.’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단하게 보이다가도 결국엔 가여운 존재다.
쯧쯧, 브라함이 안타까움을 느끼는 그때였다.
“제길… 이번에도 꽝이야.”
유니크 등급의 묠니르를 완성한 그리드가 치를 떨더니 그것을 다시금 용광로에 집어던졌다.
그는 아다만티움과 드레이크의 송곳니가 무척 높은 내구력을 지녔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었다.
묠니르가 레전드리 등급으로 완성될 때까지 몇 번이고 파괴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허, 녀석 참. 그 고단한 작업을 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건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앞으로 몇 달이고 계속 이 짓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 싶다.
브라함은 그리드의 집념이 대단함을 넘어서 두려운 수준임을 깨닫게 되었다.
***
“그리드는 아직도 대장간이야?”
그리드가 대장간에 틀어박히고 보름이 지났다.
“경험치 버프가 유지되는 동안은 사냥에 열중할 것이지, 왜 굳이 지금 아이템부터 만들겠다고 저러는 거야?”
“그러게. 무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경험치 버프 아깝네.”
일부 템빨단원들은 그리드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슈카, 라우엘, 레가스, 폰, 이벨린 등.
소위 천재라고 분류되는 인물들은 그리드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꽂힌 일부터 해결해야지.”
“이성적으로는 잘못 됐다는 걸 그리드도 알고는 있을걸.”
“하지만 효율을 따지기보다는 자기만족이 우선이다.”
“그래야 끝까지 더 의욕을 불태울 수 있지. 암, 그렇고 말고.”
“…”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 같았다.
***
심연 속.
이야루그트의 영혼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어느 정도 힘을 복구한 덕분에 드디어 현신할 수 있게 되었건만, 빌어먹을 그리드가 자신을 소환하지 않고 감감무소식이었으니 답답하고 원망스러웠다.
‘다음에 만나면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겠어.’
마족은 약육강식의 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종족이다. 마족 중에서도 강한 살기를 타고난 악마들은 더더욱 그랬다.
이야루그트의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약한 그리드를 주인으로 섬긴다는 게 말이 안 됐다.
‘그래, 관계정리를 확실히 해야겠다. 놈에게 나와의 힘의 차이를 주지시켜준 후, 놈을 내 종으로 부려먹어야겠어.’
그리드로 하여금 계속해서 내 사냥감을 찾아내게 만들고, 이를 토대로 과거의 힘을 완벽히 되찾아 부활하리라.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제파르를 쓰러뜨린다!’
서열 29위의 대악마 제파르.
내가 평생을 쌓아올린 지고한 검술을 하찮은 재주로 치부하였던 놈을 결단코 용서할 수가 없다.
놈의 비겁한 수작질에 당해서 영혼을 봉인 당하고 지난 300년 동안 키워온 원한이 하늘을 찌른다.
크르르…
언제나처럼 원한에 사무친 채 살의를 표출하고 있는 이야루그트의 영혼.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영겁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와라, 이야루그트.”
그리드였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드디어…!’
번쩍!
환희에 차는 이야루그트의 시야를 물들이고 있던 심연의 어둠이 반으로 쪼개졌다.
빛을 따라서 이동한 이야루그트가 잠시 후 인계에 현신했다.
“…달콤하다.”
폐부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공기의 맛이 너무나도 좋다.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는 그에게 그리드가 이죽거렸다.
“등장할 때마다 대사가 똑같은 거야? 컨셉을 너무 지루하게 잡은 거 아니냐?”
백발의 노인, 이야루그트가 혈빛의 마검을 거머쥐며 코웃음 쳤다.
“깜찍한 녀석. 약한 주제에 겁 없이 지껄이는 꼴을 보면 그저 가소로울 따름이다.”
자, 어디 한 번 버릇을 고쳐놔 볼까?
결정한 이야루그트가 그리드에게 마검을 겨눴다.
“꿇어라. 그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
수십 년 전 만화 속에서나 등장하였던 철지난 유행어라니.
그리드가 솔직한 감상을 읊었다.
“촌스러운 녀석.”
“역시 매가 답이로구나!!”
일갈한 이야루그트가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리드의 허벅지를 노리고 하단으로 마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역시나, 그 공격을 막아낸답시고 그리드가 똑같은 방향으로 칼을 휘둘러왔다.
여태껏 보지 못한 칠흑의 장검이었다.
새로이 제작한 무기 같았지만 이야루그트는 괘념치 않았다.
자신보다 실력이 한참 떨어지는 놈이 무기 하나 바꿨다고 해서 달라질 것 없었으니까!
‘네놈 따위 내 가볍게 농락할 수 있지!’
파앗!
이야루그트가 손목을 살짝 비틀었다. 그러자 그리드의 허벅지를 노리고 날아들던 혈빛의 마검이 일순 궤도를 바꾸더니 그리드의 턱을 향해서 꽂혔다.
먹잇감을 덮치는 뱀처럼 매서웠다.
대응할 수 없으리라.
자신의 공격이 명중할 것을 확신한 이야루그트가 씨익, 웃던 도중에 표정을 굳혔다.
쩌엉!!
“뭣이…!”
그리드가 새로이 선보인 칠흑의 장검.
갑자기 반으로 분리되어 쌍도가 되더니, 그중 하나가 이야루그트의 변칙적인 공격을 막아냈다. 나머지 하나는 이야루그트의 허벅지를 그대로 베어버렸고 말이다.
“분리되는 검이라고…! 이놈이 얕은 수를! 크윽!!”
이를 악 문 이야루그트가 그리드의 검과 맞부딪쳐있는 혈빛의 마검을 그대로 앞으로 쏘았다.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전개하는 최강의 검술, <지고의 검>의 발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채 발동하기도 전.
퍼퍼퍼퍼퍼펑!!
사방으로부터 갑자기 날아든 4개의 갓 핸드가 각자 거머쥔 망치를 마구잡이로 휘둘러왔다.
엄청난 크기의 황금 망치가 폭음과도 같은 파공성을 연달아 터뜨리자 이야루그트가 움찔했다.
그에 한 대라도 얻어맞았다가는 골로 갈 것 같았기에 황급히 마안을 번뜩였다.
최선의 검로를 알려주는 붉은 눈동자가 그에게 제시하는 길은….
‘죄다 막아야만 한다고?’
각기 다른 궤도로부터 날아오는, 저 무식하게 큰 황금 망치 네 자루를 한꺼번에 방어하란다.
‘피할 길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납득할 수 없었던 이야루그트가 보법을 전개, 후방으로 몸을 날려서 갓 핸드를 떨쳐내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봤자 무의미했다.
퍽!
퍽퍽퍽!!
“커헉!”
압도적인 무게감을 자랑하는 황금 망치들. 심지어 신성력까지 깃들어 있는 그것에 머리통과 등짝을 연달아 얻어맞은 이야루그트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끔찍한 격통에 휩싸이면서 휘청거리는 그의 심장을, 다시 하나로 합쳐진 그리드의 검은 장검이 꿰뚫어버렸다.
그리드가 속삭여왔다.
“내일 또 보자?”
***
‘허억! 뭐, 뭐지?’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상황파악이 어렵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다시 심연 속이다.
‘도대체…’
피할 수 없는 망치라니?
도대체 그 망치들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이야루그트의 영혼이 혼란에 휩싸였다.
***
‘훌륭하다. 무기가 기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구나.’
이야루그트라는 이름의 늙은 악마.
브라함이 보기엔 망령 그 자체였다.
겉으로 보이는 육신과 기세는 단지 허상과 허풍에 불과할 뿐,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마기가 무척이나 미약하여 볼품없었다. 마치 꺼지기 직전의 촛불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야루그트는 강했다.
망령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최소 남작급 진혈족과 비슷한 실력을 뽐냈다.
수인족 왕 맥스옹과 싸울 당시, 이야루그트의 검술 솜씨를 보고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살아생전의 이야루그트가 대악마급으로 강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봤을 정도였다.
한데 지금 이 순간.
“크아아아아악!!”
그 대단한 이야루그트가 그리드에게 패해버렸다.
그것도 순식간에.
이게 다 묠니르 덕분이었다.
이야루그트는 묠니르의 공격을 회피하지 못했고, 결국 흠씬 두드려 맞더니 그대로 탈진해버렸다.
묠니르의 명중률과 공격력이 기대 이상으로 치명적이라는 증거였다.
마검 속으로 회귀하는 이야루그트.
그를 보면서 감탄하는 브라함에게 그리드가 씨익, 웃어보였다.
“이게 다 당신 덕분이야.”
브라함의 <마력 탐지(강화)> 변형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탐지 범위가 1미터 이내로 좁혀진 대신 추격능력이 강화되고 패시브로 전환되어서 네 자루 묠니르에 무사히 귀속 됐다.
덕분에 묠니르의 명중률이 50퍼센트나 상승되었으니, 레전드리 등급의 묠니르는 추가 명중률이 무려 85퍼센트였다.
필중의 무기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위력이 크게 대단한 건 아니야. 역시 예상했던 대로 최대 데미지가 잘 터지질 않아서 그게 문제다.”
아쉽게도 둔기류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수치상 최대 데미지가 높으면 뭐하는가?
둔기류 특성상 최소 데미지가 적용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그래? 하지만 이야루그트를 쉽게 해치우지 않았느냐?’
“그건 묠니르의 공격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이야루그트의 몸이 약해서 그런 거야.”
영혼과 마력으로 구현 된 이야루그트의 육신은 종잇장 수준으로 미약하다.
검귀 이야루그트의 절망적인 약점이었다.
24시간에 단 한 번, 10분 동안만 소환할 수 있는 이야루그트.
녀석의 최대 생명력은 고작 1만대에 불과했고 심지어 방어력도 썩 별로였다.
과장 좀 보태자면, 그리드의 평타 3~4방만 맞아도 소멸할 수준이랄까.
하지만 그리드는 이야루그트를 높이 평가했다. 사냥과 레이드, 그리고 PvP모든 면에서 활용할 수 있으리라 보았다.
이야루그트는 나약한 탱킹능력을 커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였고, 또한 지고한 검술 솜씨를 지녔으므로 적의 타격을 허용할 일 자체가 적었으니까.
‘크라우젤의 완벽한 하위호환.’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현재 시점에서의 평가다.
이야루그트가 과거의 힘을 조금씩 되찾을 때마다 크라우젤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그리드에게 있어서 이야루그트란, 절대적으로 길들여야할 최강의, 비장의 패였다.
“뭐, 공격력이야 어찌됐든 비교적 손쉽게 이야루그트를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묠니르 덕분이 맞지. 하지만 이 녀석의 공도 커.”
묠니르의 높은 명중률이 나약한 몸뚱이를 지닌 이야루그트에게 완벽한 카운터로 작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묠니르를 사용하기에 앞서서 이야루그트의 허점을 만든 건 이 묵색의 장검이었다.
그리드가 손에 쥐고 있는 장검을 들어보였다.
손잡이부터 칼날 끝까지 온통 새카만 검.
주변의 모든 빛을 빨아들일 정도로 검어서 손잡이와 칼날의 경계를 구분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얼핏 보면 석탄으로 만든 목검 같았다.
하지만 이건 완벽한 진검이다.
<검은 귀신>
등급:레전드리
내구력:1,109/1,110 공격력:1,836
*소도와 장도로 분리 가능.
*분리 시, 소도의 공격력 930, 장도의 공격력 1,480 적용.
*같은 대상에게 공격을 누적시킬 때마다 공격력 10퍼센트 상승.(최대 100퍼센트)
*스킬 <후려치기> 생성.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창조한 검입니다. 오로지 더 강한 공격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재료는 드레이크의 송곳니, 발톱, 뼈, 비늘입니다.
이 검 한 자루에 드레이크 한 마리가 통째로 압축되어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드레이크의 송곳니로 제작한 손잡이가 칼날 가장 아래쪽과 중간에 하나씩 총 2개 있습니다. 중간에 있는 손잡이를 돌리면 소도로 분리됩니다. 또한, 이 손잡이로 적에게 타격을 입힐 시 정신이 날아갈 정도로 아찔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표면이 온통 검정색으로 도색되었고, 손잡이와 칼날의 둘레가 같기 때문에 손잡이를 육안으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360이상. 고급 소드 마스터리 7레벨. 근력 2,500 이상. 손재주 3,000 이상.
무게:4,390
붉은 이야루그트가 검 귀신을 자처하니, 녀석의 대항마라는 의미에서 검은 귀신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인간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광물보다 훌륭한 성능을 자랑하는 드레이크의 부속물 전부를 한데 섞어 탄생시킨 괴물이다.
본래라면 갑옷용으로 쓰이는 드레이크의 단단한 비늘조차도 이 안에 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손 검이면서도 실패작, 묠니르보다 더 높은 내구력과 공격력을 지녔으니 말 다했다.
진정한 지존무기였다.
“순전히 이 녀석의 분리기능 덕분에 이야루그트의 허점을 찌르고 빈틈을 만들 수 있었어. 덕분에 묠니르의 기습이 더 효과적으로 통했고.”
국가대항전에서 이도류를 사용한 크라우젤을 보고 영감 받아 분리되는 형태의 장검을 제작한 그리드.
장장 29일 동안의 아이템 제작 기간 끝에 비약적인 템빨을 이뤄냈다.
“이제 내가 해야할 일은…”
경매장으로 향한 그리드가 강화석을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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