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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281화 (276/1,794)

템빨 22권 - 19화

[<티라멧의 허리띠>가 에픽 등급에서 유니크 등급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티라멧의 허리띠>

등급:유니크(성장형)

*받는 피해를 10퍼센트 줄여줍니다.

*체력+250

자작급 진혈족 티라멧의 고유 마력이 깃든 허리띠입니다. 레전드리 등급으로 성장할 경우 뱀파이어 자작 <티라멧>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무게:13

‘체력 스탯이 150이나 추가됐어?’

3차 각성 체력 스탯은 1당 생명력을 25, 방어력은 0.9씩 올려준다.

체력 250상승 옵션의 가치는 엄청난 것으로 <티라멧의 허리띠>는 직업과 관계없이 모두가 탐낼만한 아이템이었다.

심지어 레전드리 등급까지 성장시키면 티라멧을 소환할 수 있게 된다.

그리드조차도 레이드할 수 없었던 그 강력한 괴물을 말이다.

‘…근데.’

기뻐해도 모자랄 판국에 그리드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암흑의 룬>에 귀속 된 <티라멧의 힘> 효과가 발동하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티라멧의 힘>

생명력이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생명력 30퍼센트가 일시에 회복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12시간.

불리한 전황을 불시에 뒤집어엎을 수 있을 이 회복 스킬에 대한 그리드의 기대는 무척 높았었다.

늘 든든한 보험이라고 생각해왔다.

한데 정작 중요한 순간마다 발동하질 않는다.

번헨 열도에서 란스티어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드는 당황스러웠고 배신감에 휩싸였다.

매달 꼬박꼬박 돈 받아 처먹은 주제에 정작 사고 나니까 입 싹 닦는 보험사를 만난 기분이랄까!

완전히 사기당한 심정이다.

과거의 그리드였다면 버그나 조작을 의심하면서 들고 일어났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리드는 달랐다.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는 바,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

‘란스티어를 만났을 때도 불사 패시브가 발동했었고… 불사 패시브가 발동하는 건 시스템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을 때 뿐이다.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티라멧의 힘 효과가 작용하지 않은 것 같군.’

즉, 티라멧의 힘은 그리드가 이미 죽었다고 판단해서 생명력을 회복시켜주지 않았단 뜻이다.

티라멧의 힘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생명력이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되, ‘불사 패시브가 발동하지 않을 수준으로만.’이라는 전제가 붙어야하는 것 같았다.

“혜성그룹.”

생각해보던 그리드가 문득 카메라로 시선을 돌리더니 ppl을 전개했다.

과연, 방송업계의 귀감이 되는 존재다웠다.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를 들으면서 로그아웃한 그리드를 데미안이 맞이했다.

“한 수 잘 배웠습니다, 그리드님. 당신은 저의 영원한 우상이십니다.”

“과장하지 마라. 너와 나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게 됐잖아?”

“…”

데미안은 알고 있다.

그리드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그리드가 파그마의 검무, 제(制)만 사용했더라도 승부는 더 쉽게 판가름 났으리라.

하지만 그리드는 제(制)를 사용하지 않았다.

‘내 체면을 살려주기 위함이셨을 테지. 명색이 교황인데 너무 쉽게 패배하면 명성이 곤두박질 쳤을 테니까.’

멋대로 해석하고 감격하는 데미안이었다.

실제로 그리드가 제(制)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아이템 경험치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고 싶어서였지만 말이다.

또한 애초에, 레벨과 스탯이 높은 하이랭커들의 상태이상 회복 속도는 무척 빠르다.

액세서리 보유현황에 따라서 상태이상을 거의 부정하는 인물들도 있었다.

데미안 또한 대부분의 상태이상을 1~3초 내로 극복하였으므로 제(制)의 효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빨리 교황 임기가 끝나서 당신을 섬기고 싶습니다.”

임기 동안 레베카의 딸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이후 이사벨과 함께 레이단으로 이주하고 싶은 데미안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리드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아니지. 네가 진짜로 나를 위한다면 은퇴하지 말고 연임해야지.”

“…”

어쩌면 나는 영원히 교황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데미안은 진심으로 걱정했다.

***

『드디어 4라운드까지 왔군요. 길었던 국가대항전의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마지막 순간까지 채널을 고정해주십시오.』

각국 방송사의 앵커들이 부탁해봤지만 부질없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한국 OGC방송국 인터넷 채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객원해설 극검의 편파적이나 정확한 해설에 매료된 것이다.

“이참에 아예 해설자로 전향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다.

억 단위를 넘어서는 시청자수를 확인하고 들뜬 OGC 국장의 진담 섞인 질문에 극검이 피식 웃었다.

“가끔씩 초대해주신다면 응해드리겠습니다만 제 본분은 Satisfy 플레이어니까요.”

“하하, 그렇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영웅 중 한 분께 제가 실례되는 말을 하고 말았군요.”

“…영웅은 무슨.”

극검의 표정에서 슬픔이 엿보였다.

당연히 슬플 것이다.

통합랭킹 15위이며 한국의 최강자 중 하나인 그가 이번 국가대항전에서 얻은 별명이라고는 ‘쓸모없는 극검’이었으니까.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극검은 무척이나 실망하고 있었다.

‘그리드의 말대로 광산에나 들어갈까…’

극검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이 4라운드가 시작됐다.

여태까지처럼 진행이 무척 빨랐다.

1조 우승자는 러시아의 크라우젤, 2조 우승자는 미국의 스컬, 3조 우승자는 캐나다의 딘으로 결정됐다.

『PvP데미지 적용률이 50프로밖에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경기가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군요.』

『하이랭커간의 경기라서 그런 겁니다. 워낙에 공격력들이 막강하니까요. 반면 생명력에는 한계가 있고 특히 고정 데미지를 입히거나 방어력을 무시하는 스킬들이 방어력 시스템을 무력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서… 뭐, 한 끗 차이로 결정되는 승부들이다보니 장기전으로 가는 경우가 드물죠.』

『말씀드리는 순간 4조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기대하였던 그리드 대 폰의 경기로군요.』

『극검 선수께서 보시기엔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시청자들은 극검의 대답을 뻔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당연히 갓리드가 이긴다고 하겠지.’

‘그것도 그냥 이긴다고.’

‘3초면 이긴다고 하지 않을까?’

극검은 데미안 이상으로 그리드의 광팬이었다.

갓리드라는 유행어도 그가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극검의 답변은 의외로 사람들의 예상과 달랐다.

『폰은 무척 강합니다. 특히 레일 스피어와 마하 스피어의 공격력과 속도는 갓리드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워할 거라고 봅니다. 만약 갓리드가 그 두 개 스킬 중 하나에 적중 당하게 될 경우 승부가 힘들어질 수도 있겠죠.』

『호오… 의외의 답변이군요? 그렇다면 그리드 선수가 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극검이 정색했다.

『아니, 갓리드가 지긴 왜 집니까? 당연히 갓리드가 이기는데 쉽게 이기긴 어려울 거란 뜻이죠. 두 유 노우 갓리드?』

『아, 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사람들이 봤을 때 극검은 그리드가 크라우젤과 붙게 되더라도 무조건 그리드가 이길 거라고 말할 인물이었다.

때마침 4조 경기가 시작됐다.

결과야 어찌됐든 그 내용은 더 없이 화려하고 재미있을 터!

해설진과 시청자들이 치열한 공방을 예상하며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경기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끝났다.

그리드의 갓 핸드가 폰이 올라타 있는 백마의 네 다리를 구속, 자빠뜨린 시점부터 전황이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낙마의 영향으로 각종 능력치가 하락한 폰을 그리드가 힘으로 찍어눌러버린 것이다.

‘탈 것’에 탑승해야지만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창기사의 단점을 제대로 공략한 전투방법이었다.

“제길… 페가수스나 영혼 말 같은 것만 타고 있었어도 조금 더 잘 싸울 수 있었을 텐데.”

전투능력이 전무한 평범한 말로는 한계가 있었다.

아쉬워하는 폰에게 그리드가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혜성그룹에서 출시한 다이아몬드 클래스의 캡슐을 구매하면 랜덤한 팻이 부화하는 수수께끼 펫알을 사은품으로 준다고 하더라. 어쩌면 그 펫알에서 페가수스가 부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하.”

“뭐라고? 그게 정말인 것이란 말인가? 나 또한 혜성그룹에서 출시한 다이아몬드 클래스의 캡슐을 지금 당장 구매해야겠구나…!”

“…”

폰 또한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답게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리드의 ppl효과를 극대화시켜줌으로서 본인 또한 혜성그룹의 자본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어필하였고, 혜성그룹은 이를 무척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전 세계에 혜성그룹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었다.

대한민국에서 사성과 S.A그룹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글로벌 대기업이 탄생하려하고 있었다.

***

‘나는 사실 엄청나게 강한 게 아닐까?’

캐나다의 딘은 3차 전직자로서 하이랭커로 분류된다.

실제로 그는 국가대항전 기간 동안 크리스, 반트너와 함께 활약하며 캐나다를 종합순위 4위까지 올리는 공훈을 세운 인물이다.

하지만 설마 PvP에서 4강까지 오르게 될 줄은 몰랐다.

캐나다의 동료들과 국민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딘 본인조차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처음에는 내가 단지 운이 좋은 건 줄 알았는데…’

그래, 16강에 올랐을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대진 운이 좋은 덕분이라고 여겼었다.

우승후보로 거론 된 인물들과는 단 한 차례도 마주치질 않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4강까지 오르고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PvP참가자 중에 약자가 있던가?

없다.

모두가 각국을 대표하는 하이랭커였다.

비록 우승후보로 꼽히지 못한 인물들조차도 상위 0.1퍼센트에 속하는 최강자들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4강까지 오른 일이 과연 행운만으로 가능할까?

결코 아니다. 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밑바탕 되어야만 한다.

딘은 깨달았다.

‘그래, 사실은 내가 엄청 강한 거였어.’

자신감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내게는 결승전까지 진출해서 우승까지 노려볼 자격이 충분하다.’

비록 우승후보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할지언정 이게 현실이다.

‘나는 강하다!’

확고한 믿음을 품게 된 딘이 무대 위로 올랐다.

무대 위에는 흑발, 흑안의 사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맹금류의 것처럼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사내, 다름 아닌 그리드였다.

수많은 우승후보들을 꺾고 4강까지 올라온 실력자.

국가대항전 기간 동안 홀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괴물.

하지만.

‘나도 괴물이다.’

딘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리드와 동급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그리드와 같은 무대에 서있는 것이다.

“그리드… 이제부터 쓰이게 될 내 위대한 전설의 재물이 되어라.”

‘라우엘과 동류인가?’

한껏 폼 잡으며 말하는 딘을 보면서 그리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흐아아아압!!”

진행자가 경기의 시작을 외쳤고, 그와 동시에 딘이 돌진하여 그리드에게 봉을 휘둘렀다.

그리고 딘은 10초 후 하나의 알림창과 마주하고 말았다.

[사망하였습니다.]

“…”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던 거구나.

진실을 알게 된 딘이 눈물과 함께 잿빛으로 산화하였다.

이제 남은 건 크라우젤과 그리드의 결승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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