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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268화 (263/1,794)

템빨 22권 - 6화

랜디의 오리지널 복제 스킬.

마스터 레벨 기준으로 주인의 능력치를 30퍼센트, 스킬은 2개 선택하여 복제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레벨이 240을 넘은 시점부터 진화한 랜디의 복제 스킬은 이제 주인의 능력치를 35퍼센트, 스킬은 3개까지 선택해서 복제할 정도로 기능이 발전했으니까!

스킬 레벨이 아직 1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언젠가는 나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드는 랜디의 발전가능성을 무척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근거 없는 과대평가가 아니다.

그리드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반적인 도플갱어는 결코 레전드리 등급을 복제할 수 없었다.

즉, 파그마의 모습을 복제하고 있던 첫 만남 시점부터 랜디는 자신이 평범한 도플갱어와는 격이 다른 존재임을 증명해보였단 뜻이다.

“파그마의 검무.”

펫은 몬스터로 분류된다.

몬스터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효율적인 사냥 검>의 옵션 효과가 그대로 적용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리드는 랜디를 소환하기에 앞서 효율적인 사냥 검을 꺼내 무장했었다.

덕분에 랜디가 미쳐 날뛴다.

“연(聯).”

핏!

피피피피피피피피핏!!

“키야악!!”

“크엑!”

그리드의 모습을 복제한 랜디.

녀석의 손에 쥐어져 있는 <효율적인 사냥 검(복제)>가 수십 마리 펫들을 도륙해나갔다.

비룡보다도 한참이나 급이 낮은 펫들이 랜디에게 항거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쿠워어어어~!”

맹수형 몬스터 쌍두하마가 그나마 기세를 잃지 않고 랜디의 발을 묶었다.

무척 두꺼운 피부와 강인한 체력으로 랜디의 공격을 견뎌낸 후, 3.5톤의 체중을 활용해 날린 강력한 박치기로 랜디에게 반격을 가했다.

쿠웅!

“읏…!”

2개의 이마에 가슴을 세차게 얻어맞은 랜디가 입에서 피를 뿜었다.

<삼겹갑(복제)>를 무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4분의 1이나 떨어지고 고통에 일그러지는 녀석의 얼굴을 확인한 그리드가 이를 갈았다.

‘늘 미안하다.’

그리드는 랜디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알고 있다.

하여 진실 된 마음으로 랜디를 동정했고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랜디가 앞으로는 과거와 달리 행복하길 바랐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어디 쉽던가?

그리드는 항상 큰 위기와 직면했고 그때마다 지금처럼 랜디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특히 랜디가 <위치 바꾸기>스킬을 습득한 후부터는 총알받이로 사용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이에 너무나도 미안한 그리드였다.

하지만 딱히 죄책감은 없었다.

왜?

‘행복은 쟁취하는 거니까!’

쟁취하기 위해선 강해져야만 하고, 강해지기 위해선 싸워나가야만 한다.

그렇다.

그리드는 랜디가 더욱 더 강해져서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었다. 실제로 랜디는 펫이었기 때문에 강해지는 게 중요한 덕목이기도 했다.

‘너를 위해서라도 나는 앞으로도 계속 너를 굴리고 또 굴릴 거다.’

눈을 번뜩이며 재차 다짐하는 그리드의 무서운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낀 걸까?

오싹함에 몸을 떤 랜디가 쌍두하마의 제2격을 피한 후 <씹어 먹기> 스킬은 회(回)로 맞받아쳤다.

완벽한 타이밍에 시전한 반격기였다.

쌍두하마의 주인, 미국의 벨라트라가 망치로 얻어맞은 듯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우리 지프의 가죽이 일격에 꿰뚫리다니…!”

쌍두하마는 맹수형 몬스터 중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방어력을 보유한 존재다.

탱킹형 펫으로 분류되며 심지어 지프는 레벨이 210도 넘었다.

펫 조련사 랭킹 3위 벨라트라가 비룡 다음가는 주력으로 육성시킨 펫이었던 까닭이다.

사료도 최고급만 먹였고 사냥감도 지프에게 몰아주는 등, 벨라트라는 정말로 지프를 애지중지하면서 키웠다.

한데 그간의 노고와 쏟아온 애정이 무색하게도 지프가 일격에 3분의 1이나 되는 생명력을 소진한 것이다!

“대체 저놈의 도플갱어는 정체가…!”

벨라트라가 경악하는 사이, 쌍두하마의 약점이 기다란 몸체와 짧은 다리 등의 신체적 특징에 있음을 간파한 랜디가 공격을 연계시켰다.

쌍두하마가 대응하기 어려워하는 측면으로 이동하여 연계시킨 공격으로서 그 신속함은 느려터진 쌍두하마가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쿠워어어엉!!”

난도질당하며 울부짖기 시작하는 쌍두하마와 녀석에게 맹공을 쏟아붓는 랜디의 신위를 목도한 해설진이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페, 펫이 반격기를 사용하다니…! 그리드의 도플갱어는 네임드급 NPC와 동급의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이걸로 확실해졌군요. 그리드는 템빨만이 아니라 펫빨도 지립… 아니, 대단합니다.』

『그야말로 역대급 존재감이군요!!』

그리드는 작년 국가대항전에서 홀로 3개의 금메달을 따고 한국을 국가대항전 2위국으로 만든 이력이 있다.

이는 실로 엄청난 위업으로서, 그리드의 대기록을 깰 수 있는 사람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게 세상사람 대부분의 예측이었다.

한데 지금 이 순간!

다른 누구도 아닌 그리드가 본인의 대기록을 갱신하려하고 있었다!

작은 악마날개를 파닥파닥 거리면서, 통통한 꼬랑지와 네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이동하는 노에.

비장함 없는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도 인간계의 그 어떤 몬스터보다도 빠른 속도로 날아간 녀석이 어느덧 비룡들의 뒤를 바짝 추적하고 있음을 확인한 각국의 해설진이 조심스레 추측했다.

『설마… 설마 그리드는 정말로 신화가 되려하는 걸까요?』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드는 이번 펫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아보였고, 그렇게 될 경우 그리드는 혼자 4개의 금메달을 따게 되는 셈이다.

현재 3위인 한국의 종합순위는 1위로 껑충 뛰게 될 것이며, 그리드는 선수 개인의 힘으로 하나의 국가를 세계대회 1위국으로 랭크시켜버리는 전무후무한 위업을 세우는 것이다.

이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기록이었고 찬양받아 마땅한 업적이었다.

『음… 이거 어쩌면 그리드가 설마 PvP에서까지 우승해버리는 거 아닙니까?』

『허허… 그렇게 되면 한국의 종합순위 1위가 공고해지겠군요?』

『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불가능하지요. PvP에는 크라우젤이 있지 않습니까?』

『하긴, 제아무리 그리드가 대단하다고는 하나 천외천을 꺾을 수는 없겠지요.』

해설진이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떠들어대는 사이에도 랜디와 펫들의 사투는 계속 됐다.

“제길! 전력을 다 해야겠군!”

얼떨결에 연합까지 맺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랜디 하나를 해치우지 못하자 초조해진 타국의 선수들이 일제히 새로운 펫을 소환, 랜디에게 더한 공세를 가하기 시작했다.

쌍두하마를 처치하면서 스킬과 체력을 소모한 랜디의 기세가 차츰 위축됐다.

보통의 몬스터 테이머들은 사냥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몬스터들을 사냥해온 그리드의 펫으로 지내면서 엄청난 레벨을 올린 랜디라고는 하나 다구리 앞에는 장사 없는 법!

채챙! 챙!

수세에 몰린 랜디가 공격에 나서지 못하고 방어에만 집중했다.

차츰 움직임이 느려지고 몸에 상처가 늘어나는 랜디를 보면서 관중들과 시청자들이 야유를 보냈다.

“선수들끼리 연합을 맺는 게 말이나 되냐!! 심판은 제지 안 하고 뭐하냐!!”

“진짜 너무하네. 아무리 그리드가 대단하다지만 52명이서 집중공격을 하다니…”

“심지어 같은 길드원인 그리드와 템빨단원들도 서로 대회에서 만나면 정정당당하게 싸웠는데 저 새끼들은 대체 뭐야? 양심이 없는 거야,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거야?”

“와, 듣고 보니까 그리드랑 템빨단이 국가대항전 취지에 맞게 진짜 최선을 다 해서 대회에 임했던 거구나. 의식수준이 굉장히 높은 길드였네.”

“7대 길드 따위랑은 급이 다름.”

“야 이 새끼들아! 적당히 짜고 치라고! 누가 보면 펫 마라톤이 아니라 그리드 레이드인 줄 알겠다!!”

관중의 분노가 심해지고 인터넷의 여론 또한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심판이 그리드를 제외한 52명의 선수들에게 제지를 가하려는 순간이었다.

“이제 와서 그건 아무 의미 없어.”

그리드가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고 그와 동시에 전 세계가 격동했다.

각국 방송국의 해설진은 미친 사람처럼 떠들어대고 있었다.

『노에가 비룡들을 따라잡았습니다!!』

『출발을 5분이나 늦게 해놓고도…! 과연 지옥제일마수 멤피스는 명불허전이군요!!』

『저건 선수들이 실수한 겁니다. 무의미하게 랜디에게 집착하다가 여러 마리의 펫을 소환하였고, 이로 인해서 안 그래도 거리가 멀어져있던 상태인 비룡에 대한 통제권이 약해져서 비룡들의 이동경로에 약간의 혼선이 생겼으니까요.』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노에이고 말이죠!』

『아앗! 말씀드리는 순간 노에가 비룡들의 영혼을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우와!! 가속도 붙는 것 보십시오!! 아까보다 배는 더 빨라졌습니다!!』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다.

펫 마라톤의 우승은 그대로 그리드가 차지하게 되었다.

단 2마리의 펫으로 그리드는 펫과 관련한 스페셜리스트 52명을 가뿐히 압도해버린 것이다.

그만큼 그리드의 펫빨은 훌륭했다.

***

1위. 한국(금5)

2위. 미국 (금4 은4 동5)

3위. 러시아 (금4 은3 동2)

4위. 캐나다 (금3 은3 동3)

5위. 스페인 (금1 은2 동1)

6위. 일본 (금1 동3)

7위. 브라질 (금1)

8위. 영국 (은4)

9위. 프랑스 (은3)

공동 10위. 아르헨티나, 중국 (각 동 2)

12위. 터키 (동1)

“…”

펫 마라톤이 끝나고 갱신 된 종합순위를 확인한 크라우젤이 전율에 휩싸였다.

미국이 금메달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았던 대장장이 제작 승부와 펫 마라톤을 그리드가 혼자서 휩쓸어버렸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드, 당신은 정녕 대단한 인물이다.’

여러 분야에서 최고임을 증명해보일 수 있는 존재가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그리드는 무척 특별했다.

전투능력, 대장장이로서의 실력, 아이템 활용 능력, 펫 보유 현황 등 그는 여러모로 독보적인 존재였다.

존경심을 느낄 정도다.

천외천 크라우젤이 타 플레이어에게 이와 같은 감정을 느낀 경험은 불과 4번째에 불과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감상에 젖어있을 순 없었다.

크라우젤은 냉정해야만 했다.

어머니를 위해서, 그는 반드시 러시아를 종합순위 1위로 만들어야하는 입장이었고 이제 무조건 PvP에서 금메달을 따야만 했다.

혹시라도 그리드에게 사심이 섞였다가는 PvP에서 그를 만났을 때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가 있었다.

“…이번엔 반드시 내가 이긴다.”

앞으로 남은 국가대항전 일정은 단 2개.

개인전 <마차 운반>과 마찬가지로 개인전의 PvP다.

그중 미국이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종목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반면 한국과 러시아는 PvP에서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입장이었으므로 종합순위 1등은 둘 중 하나가 차지할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후우.”

심호흡하고 마음을 진정시킨 크라우젤이 이번 국가대항전에서 그리드가 선보인 실력 전부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3퍼센트가 크라우젤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견했던 PvP가 3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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