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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258화 (253/1,794)

템빨 21권 - 17화

그리드가 또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

양손으로 거머쥐어야 휘두를 수 있는 초대형 망치로서 지름만 1미터였다.

<용작살용 망치>

등급:유니크

내구력:400/400 공격력:250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제작한 대장장이용 망치입니다.

<용작살>의 <기둥> 때리기에 최적화되게끔 설계하였습니다.

워낙에 크고 무거워서 공격력 또한 훌륭합니다. 무기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지만 휘두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용 조건:대장장이. 근력 3천 이상.

무게:5,500

여기서 말하는 용작살이란 삼지창이 달려있는 기둥을 뜻한다.

그래, 지금 이 순간 드레이크의 비행을 봉쇄하고 있는 초대형 작살세트 말이다.

<용작살>

등급:유니크

내구력:500/500 공격력:620

*대상에게 적중 시 100퍼센트의 확률로 구속 효과 발동.

*구속 효과는 <기둥>이 땅에 박혀있는 동안 지속됩니다.

*<기둥>은 구속 대상이 저항할 때마다 조금씩 뽑혀 나옵니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창조한 보조무기입니다.

투척에 최적화 된 형태로 설계한 <작살>은 야파로 제작하였고 땅에 깊숙이 박히게끔 설계한 <기둥>은 대량의 강철로 제작하였습니다.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기둥>을 땅에 꽂아 세운 후 <작살>을 투척하여 사용하는 초대형 무기로서 다루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터무니없는 무게를 감당해야만 하고 설치에 시간을 소요하므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단, 효과만큼은 절대적입니다.

사용 조건:근력 4천 이상. 손재주 2천 이상. 투창계열의 스킬 보유.

무게:30,000

무게는 둘째 치고 사용 조건이 터무니없다.

극딜러들이나 꿈꿔볼 수 있을 4천의 근력 스탯과 생산직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육성 불가능한 2천의 손재주 스탯. 거기에 투창 스킬까지…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몇 년 후라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그리드밖에 없을 것이다.

물질적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경매장에 올려봤자 아무도 안 살 게 분명했다.

하지만 위력만큼은 탁월하다.

공격력과 옵션이 일반적인 보조무기와는 달리 무척 뛰어났고 내구력도 튼튼해서 소모품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보조무기에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지속성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용작살이 구속하고 있는 대상 ‘드레이크’가 몸부림칩니다!]

[용작살의 <기둥>이 땅으로부터 조금 뽑혀 나옵니다! (4/5)]

[용작살이 구속하고 있는 대상 ‘드레이크’가 몸부림칩니다!]

[용작살의 <기둥>이 땅으로부터 조금 뽑혀 나옵니다! (3/5)]

5회.

<기둥>이 구속 대상의 저항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최대 횟수다.

물리법칙 따위 적용되지 않는다. 구속 대상의 무게, 근력 등과 관계없이 무조건 5회의 저항을 견딜 수 있었다.

“크라라라라라라락!!”

옆구리에 박힌 작살을 떨쳐내고자 미친 듯이 날뛰는 드레이크.

놈이 그 거대한 몸체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삼지창과 연결되어 있는 밧줄이 더욱 더 팽팽하게 당겨졌고 땅에 박힌 기둥이 들썩였다.

기둥이 들썩일 때마다 쩌저적, 갈라지며 흙이 솟구치는 지면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재해라도 발생한 것 같다.

『한국팀의 드레이크가 극도로 분노하였군요!』

『기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금세 자유를 되찾겠어요.』

해설진의 중계가 급박해졌다.

그들은 잠시 후 곤죽이 될 한국 대표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리드는 차분했다.

용작살용 망치를 들고 도약한 그가 이미 반 이상 뽑혀 나온 용작살의 기둥 대가리를 있는 힘껏 때려 찍었다.

꽈앙!!

[용작살이 속박하고 있는 대상 ‘드레이크’가 몸부림칩니다!]

[용작살의 <기둥>이 땅으로부터 거의 다 뽑혀 나왔습니다! (1/5)]

[용작살용 망치로 <기둥>을 힘껏 때립니다!]

[용작살의 <기둥>이 땅 속 깊숙이 박힙니다! (2/5)]

[용작살의 내구력이 57 감소합니다!]

이젠 완전히 뽑혀나가도 이상하지 않아보였던 용작살의 기둥이 그리드의 망치질 한 방에 다시 쏙 들어갔다.

괜히 용작살용 망치가 아닌 것이다.

“캬오오오!!”

까앙! 까앙!

미쳐 날뛰는 드레이크와 쉬지 않고 기둥을 때리는 그리드.

<작살>과 <기둥>을 잇고 있는 밧줄이 연신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지기를 반복한다.

용작살의 내구력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음을 확인한 그리드가 다급히 소리쳤다.

“뭣들 해? 놈이 날지 못하는 동안에 어서 공격해!!”

드레이크의 포효에 청력을 상실한 한국 대표들은 여전히 아무 말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드가 뭐라고 떠드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니었으므로 정황상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발검, 폭(暴).”

“레굴루스.”

“꺼지지 않는 불꽃!”

“실드 부메랑!”

퍼퍼퍼퍼퍼퍼퍼펑!!

한국 대표들이 각자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스킬을 사용하여 드레이크를 공격했다.

유라는 이미 진즉부터 쉬지 않고 마법 총을 발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대상에게 250,04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이 회피합니다.]

[대상이 저항합니다.]

[대상의 가죽을 꿰뚫을 수 없습니다.]

극검을 제외한 한국 대표들의 공격이 드레이크에게 통하질 않았다.

드레이크의 방어력과 저항력이 터무니없이 높아서?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진정한 문제는 한국 대표들의 레벨이 낮다는 점에 있었다.

306레벨 그리드와 309레벨 극검을 제외한 한국 대표들의 레벨은 200 초중반에 불과한 바.

심할 경우 드레이크와의 레벨 차이가 200까지도 낫다.

대상과의 레벨 차이가 100만 되도 데미지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마당에 200레벨 차이가 난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못했다.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하고 있어.’

연신 총을 쏘는 유라.

눈앞에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MISS메시지를 확인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암운이 드리운다.

오랜 기간 최고로 군림하며 상황을 주도해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무력감이란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었고 견디기도 어려웠다.

“쿠워어어어어엉!!”

피라미들의 저항이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 뀐 드레이크가 브레스를 쏘았다.

단 한 방에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브레스였다.

“으아아악!!”

비명이 빗발친다.

극검과 유라는 어떻게든 브레스를 견뎌낸 듯 보였지만 그들을 제외한 한국 대표들은 모조리 치명상을 입고 혼란에 빠졌다.

“…흐음.”

브레스의 데미지를 확인한 그리드.

다른 대표들과 함께 긴장하거나 절망하기는커녕 도리어 입가에 미소를 피어올린 그가 황당한 말을 지껄였다.

“저 용대가리, 아무래도 나 혼자서 잡아야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드롭템 다 내꺼 맞죠?”

“…어?”

저 무지막지한 괴물을 혼자서 사냥하겠다고?

청력이 복구되자마자 헛소리를 듣게 된 한국 대표들의 어안이 벙벙해지는 그때 마침 용작살의 기둥이 뽑혀져 나왔다.

쿠웅!!

내구력이 크게 손상되어 엉망진창이 된 용작살이 맥없이 바닥 위로 나뒹굴었고 드레이크는 자유를 되찾았다.

옆구리에 꽂혀있는 작살을 신경질적으로 떨쳐내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 놈을 올려본 그리드가 입맛을 다셨다.

“저놈, 엘핀스톤보다 훨씬 더 약해.”

뱀파이어 백작 엘핀스톤은 네임드급 보스 몬스터로서 압도적인 능력치와 스킬트리를 보유했었다.

템빨단의 최정예들이 힘을 합쳤음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절망감을 맛봐야했을 정도.

반면 드레이크는 네임드가 아니고 단지 레벨이 높은 상위종일 뿐이다.

주최측에서 7명의 각국 대표가 힘을 합치면 레이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부터가 드레이크와 엘핀스톤의 격차를 증명하고 있다.

그래도 드레이크가 엘핀스톤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면 ‘비행형 몬스터’라는 점이었지만.

“하늘을 나는 건 나도 할 수 있다고.”

<브라함의 부츠>를 무장한 그리드가 플라이를 전개하여 날아올랐다.

마치 한 줄기 혜성처럼 빠르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그의 손아귀에 쥐어진 무기는 이야루그트도, 그리드의 대검도, 실패작도 아닌 새로운 검이었다.

<효율적인 사냥 검>

등급:유니크

내구력:410/410 공격력:720

*몬스터에게 30퍼센트의 추가 데미지.

*몬스터에게 공격 스킬 사용 시 크리티컬 확률 50퍼센트 증가.

*몬스터 처치 시 아이템 획득 확률 20퍼센트 상승.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제작한 장검입니다.

몬스터 사냥꾼들이 애용하는 무기를 참고하고 장점을 결합하여 승화시켰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300. 고급 소드 마스터리 3레벨. 근력 2,000. 민첩성 1,000.

그렇다!

그리드는 몬스터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입히는 지발의 클래스 특징을 아이템으로 재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파그마의 후예로 전직하고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모아온 수백 종의 아이템 제작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갖고 있는 강화석이 적어서 +7까지밖에 강화하지 못했다는 게 아쉽지만, 이 상태로도 +9실패작, +9이야루그트, +8그리드의 대검보다 더 뛰어난 몬스터 사냥능력을 발휘하고 남았다.

“무엇보다도 아이템 획득률 상승 옵션이 붙었단 말이지.”

사냥의 신 드비리온조차도 탐을 낼만한 무기!

반월을 연상하게 만드는 칼날을 지닌 그것을 양손으로 거머쥔 그리드가 허공을 답보하며 군더더기 없는 검무를 펼쳤다.

“크라라라락!!”

드레이크는 같잖은 인간을 곤죽으로 만들고자 박치기를 날렸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뛰어 놀아도 될 것처럼 크고 평평한 드레이크의 마빡이 그리드에게 도달해오는 과정에 대기가 짓눌렸고 커다란 압력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리드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끝까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스킬을 전개했다.

“연살(聯殺)!”

푸욱!!

고맙게도 친히 행차해주신 표적에 강력한 찌르기가 한 방.

푸우욱!!

두 방.

푹! 푹! 푹!!

세 방, 네 방, 다섯 방 연속적으로 적중한다.

퍼억!!

드레이크의 박치기 또한 그리드의 가슴을 세차게 때렸으나, <삼겹갑>을 비롯한 최강의 방어구들 덕분에 그리드는 고통을 인내할 수 있었고 또 새로운 검무를 연계하였다.

“연(聯).”

[크리티컬!]

[크리티컬!]

[크리티컬!]

[크리티컬!]

집채만큼 커다란 괴물과 홀로 맞서는 작디작은 인간.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그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던 수억 명의 시청자 중 과연 몇 명이나 예상할 수 있었을까?

“쿠에에에에엥!!”

괴물의 추락을!

***

『저럴 수가!』

레이드를 중계 중인 각국 방송사 해설진이 탄성을 내질렀다.

빠르게 혼란을 수습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드레이크를 공략하기 시작한 미국팀의 체계적인 강함에 감탄해서?

아니다.

데미안의 버프와 탱킹, 거기에 힐까지 등에 업은 일본팀의 안정성에 감탄해서?

아니다.

드레이크의 어그로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크라우젤의 컨트롤 솜씨에 감탄해서?

이 또한 아니다.

각자 다른 형태로 드레이크를 레이드 중인 각국의 대표들, 분명 하나 같이 인상 깊고 뛰어났지만 전율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오직 단 한 사람.

한국의 그리드만이 해설진의 탄성과 전율을 자아낼 수 있었다.

단독으로 탱커와 딜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드레이크를 추락시키고 때린데 또 때리며 치명상을 누적시키는 그리드.

컨트롤? 전략?

그는 그딴 거 다 필요 없다는 듯이 압도적인 공격력만으로 드레이크를 썰어버리고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갓리드 파이팅!!”

통합 랭킹 15위 극검이 그리드를 열심히 응원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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