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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211화 (206/1,794)

템빨 19권 - 16화

“연살파(聯殺派).”

쿠쿠쿠쿠쿠쿠쿵!!

그리드가 검을 찌를 때마다 마치 벼락과도 같은 소리가 터졌다.

총 8회의 살(殺)을 연속적으로 시전하고, 그 위에 파(派)의 위력과 기능을 덧대는 최강의 스킬, 연살파(聯殺派).

그 기세와 위력은 가히 전설적이었다.

[새로운 스킬 융합에 성공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 융합에 성공하여 지력이 10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파그마의 검무> 목록에 연살파(聯殺派)가 추가됩니다.]

<연살파(聯殺派)>

세 가지 검무를 동시에 춥니다.

물리 공격력 1,500퍼센트의 피해를 입히는 살(殺) 8개를 연속적으로 소환, 반경 2미터 이내의 대상들을 추격시킵니다.

적중당한 대상은 모든 속도가 50퍼센트 감소합니다.

*이 스킬은 연(聯), 살(殺), 파(派)와 재사용 대기 시간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스킬 마나 소모:2,00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20분

최대 12,000퍼센트의 피해를 입히는 유도 스킬.

대상의 숫자에 따라서 단일기로도, 광역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3조합 스킬은 2조합 스킬보다 몇 배나 강했고 활용도 또한 높은 것이다. 진정한 전설의 스킬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퍼퍼퍼퍼퍼펑-!!

맹렬한 기세로 쏘아진 연살파(聯殺派)가 그리드의 분신에게 정확히 적중했다.

얼핏 보면 이대로 그리드가 승리를 쟁취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분신이 어디 그리 녹록한 상대던가?

그리드가 랜디를 소환하여 연살파(聯殺派)에 대처하였듯이, 분신 또한 같은 수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꺄악!”

분신 대신 연살파(聯殺派)에 적중당한 가짜 랜디가 잿빛으로 화해버렸다.

그리드의 시선은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어디냐!’

랜디의 스킬, <복제 대상과의 위치 바꾸기>는 텔레포트와 비슷한 활용이 가능하다.

랜디가 어느 지점에서 대상과 위치를 바꾸느냐에 따라서 적의 사각을 노릴 수도 있었다.

긴장한 그리드가 도살귀 안대 너머의 적안을 번뜩이는 그때,

쿠오오오오!!

세상 모든 살의와 증오가 집약된 무시무시한 기운이 공중에서부터 떨어져 내렸다.

하늘 위로 나타난 분신의 살(殺)이었다.

피하기도, 방어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그리드가 스킬을 발동시켰다.

“종횡무진.”

칭호 <은밀한 영웅>에 귀속된 스킬.

사용 범위에 한계가 있고 재사용 대기 시간은 무려 1시간이나 되지만, 목표 대상에게 접근할 때까지 논타겟 스킬을 모조리 회피하는 최상위 돌진기다.

스윽!

허공에서부터 꽂혀온 살(殺)을 회피함과 동시에 도약한 그리드, 마치 용처럼 솟아오른 그가 분신에게 극(極)으로 반격했다.

푸욱!!

분신의 가슴으로부터 피가 솟구쳤다.

하지만 분신은 위축되지 않았다.

극(極)은 타켓팅이라는 장점을 지닌 대신 위력이 살(殺)보다 떨어졌고, 이는 온갖 템빨로 무장한 분신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쩌엉!

분신의 반격을 그리드가 방어했다.

양쪽 모두 동등한 능력치를 보유한 입장이므로, 정면으로 충돌할 경우 누구 하나가 압도당하는 일은 없었다. 팽팽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끼긱! 끼기긱!!

맞물린 그리드의 대검 사이로 분신과 시선을 교환한 그리드가 도발하였다.

“극살(極殺)을 써보지 그래? 그게 아니라면 나를 쓰러뜨리기 어려울 텐데?”

“…”

분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분신이 그리드 그 자체라고는 하나, 그것은 능력적인 면으로 국한된 것이다. 분신은 감정이 없는 꼭두각시 인형과도 같았다.

분신의 존재 이유는 그리드를 죽이는 것이었고 그 외의 생각이나 발언은 일체 하지 않았다.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

이번엔 동시였다.

맞물린 검 사이로 서로를 노려보던 그리드와 분신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매직 미사일을 발사,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며 뒤로 날아갔다.

‘이번엔 그나마 동수를 이뤘군.’

그리드는 만족스러웠다.

앞서서는 매직 미사일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했었던 반면, 이제는 제때 매직 미사일을 사용하였으니 스스로의 발전이 대견했다.

파파파팟!

분신의 등 뒤로 4개의 황금 손이 떠올랐다.

짝퉁 갓 핸드들이었다.

놈들은 각자 이상적인 단검, 도플갱어의 대검, 실패작, 이야루그트를 무장하고 있었다.

그리드 또한 갓 핸드를 소환했다.

파앗!

실로 장관이다.

각자 무기를 거머쥔 4개의 찬란한 황금 손을 등 뒤로 띄운 그리드와 분신.

총 5개의 무기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니,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사기캐릭터였다.

‘이 상황에서 갓 핸드를 어떻게 활용할 거냐?’

그리드가 굳이 갓 핸드를 꺼내지 않았던 이유는 효용성이 없었던 까닭이다.

갓 핸드를 꺼내면 뭐하는가?

분신 또한 똑같이 갓 핸드를 사용해서 내 갓 핸드들을 무력화시킬 테고, 결국 우리는 또 다시 1대1로 승부하게 된다.

처억.

그리드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걸까?

분신이 갓 핸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휘리리리릭!!

‘차륜진이라고?’

분신의 갓 핸드들이 원형을 이루고 회전, 무기를 차례대로 휘두르면서 그리드의 갓 핸드들을 공략해나갔다.

때리고, 빠지고. 때리고, 빠지고.

공격 사이의 텀을 두지 않는 차륜진의 효과는 놀라웠다.

따로 노는 그리드의 갓 핸드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게 가능했다니!’

그리드가 갓 핸드에게 내리는 명령은 단순하다.

크게 공격, 방어, 대기로 분류할 수 있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어떻게 행동함이 좋은가, 하는 상세 명령은 붙잡기를 사용할 때나 스킬을 사용할 때밖에 없었다.

보다 복잡한 명령을 내리기에는 그리드의 순발력과 집중력이 많이 부족했던 까닭이다.

생각해보라.

나 자신의 전투에 집중하는 한편 4개의 갓 핸드에게 일일이 섬세한 명령을 내린다?

어지간한 사람은 못 해낼 일이다.

반면 분신은 달랐다.

그리드와 같은 능력치를 가졌다고는 하나 분신은 전투에 최적화 된 존재다. 오로지 그리드를 해치기 위해 존재하므로 잡념이 없고 집중력이 극도로 뛰어났다.

쩌정!!

회전하면서 합격을 이루는 분신의 갓 핸드들.

그리드의 갓 핸드들을 시간 차 없이 공격, 순차적으로 경직시킨 놈들이 일제히 그리드에게 날아들었다.

물론 갓 핸드는 그리드를 위협할 수 없었다.

차륜진?

우습다.

갓 핸드의 소드 마스터리 레벨은 이제 막 중급 2가 된 수준에 불과하였으므로 그리드는 어렵지 않게 떨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시간을 소요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리드가 갓 핸드들을 상대하는 사이 접근한 분신이 파그마의 검무, 연(聯)을 전개한 것이다.

피핏!

피피피피피피피피핏!!

“크…악!!”

그리드의 전신에서부터 날카로운 핏줄기가 솟구쳤다.

도중에 경직이 풀린 갓 핸드들이 날아와 연격 중 일부를 방어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리드는 무시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을 터였다.

매직 미사일을 발사, 분신을 견제하며 뒤로 물러선 그리드가 생명력 회복 물약을 마시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어느새 따라붙은 분신의 갓 핸드들이 공격해왔으므로 물약을 마실 틈이 없었다.

채챙! 챙!!

갓 핸드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그리드는 절감했다.

‘강하다.’

분신의 능력치와 아이템 보유 현황이 나와 같을지언정 기본 판단 능력과 컨트롤 실력 차이가 너무 크다.

씨익!

그리드의 입가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기쁜 것이다.

자신에겐 아직도 성장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갓 핸드의 제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해야겠군.’

새로운 스킬 조합을 알게 된 것에 이어서 갓 핸드의 활용성도 엿봤다.

기쁨에 몸서리친 그리드가 갓 핸드에게 명령,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짝퉁 갓 핸드들을 붙잡아 구속시켰다.

때마침 날아온 분신이 극살(極殺)을 전개했다.

이 순간.

‘반드시 엿본다.’

그리드의 집중력이 극도로 높아졌다.

꾸욱!

짝퉁 갓 핸드들을 구속하고 있는 그리드의 갓 핸드들에 더욱 강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갓 핸드에게 ‘붙잡으라’는 명령을 내린 그리드의 명령이 보다 정교해졌음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극(極).”

분신의 일격이 사선을 그렸고,

“극(極).”

초월적인 집중력을 발휘한 그리드 또한 별다른 시간 차 없이 분신의 행동을 따라했다.

“살(殺).”

사선을 그리던 분신의 극(極)이 전개 도중 궤도를 직선으로 바꿔버렸다.

그리드 또한 따라했다.

“살(殺).”

[새로운 스킬 융합에 성공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 융합에 성공하여 지력이 10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파그마의 검무> 목록에 극살(極殺)이 추가됩니다.]

<극살(極殺)>

두 가지 검무를 동시에 춥니다.

지정한 대상에게 물리 공격력 2,000퍼센트의 피해를 입힙니다.

검의 궤도를 도중에 바꾸는 동작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시전자에게 무리를 줍니다.

*이 스킬은 극(極), 살(殺)과 재사용 대기 시간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스킬 마나 소모:2,000

스킬 생명력 소모:4,50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5분

푸욱-!

서걱!!

“크윽…!”

동시에 가슴을 찔린 그리드와 분신이 코와 입으로부터 피를 뿜었다.

동시에 생명력 절반 가까이를 손실한 둘.

잽싸게 검을 회수하더니 각자 다른 선택을 내렸다.

분신은 곧바로 연살(聯殺)을 전개, 그리드를 죽이고자 했고 그리드는 노에를 소환, 분신의 기세를 늦추고자 했다.

“지옥 제일 마수님의 등장이시닷! 냥핫핫핫핫!!”

오래간만에 등장한 노에가 기세 좋게 웃었다.

하지만 웃음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분신의 연살(聯殺)이 노에의 소환 지점으로 꽂혀오고 있었던 까닭이다.

“캬악!!”

노에가 털을 곤두세우며 질색했다.

오래간만에 바깥 공기를 쐰다 싶었더만, 나오자마자 죽을 위기를 겪게 되었으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노에가 누군가?

대악마들조차 아낀다는 지옥 제일 마수 멤피스다.

빠르기가 지옥 제일이었고 물리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스킬 <유체화>까지 보유했다.

푸욱!

푹푹!!

분신의 연살(聯殺) 중 2격을 간신히 회피하더니 유체화를 전개한 노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녀석이 ‘ㅅ’모양의 귀여운 주둥이를 쩍! 하고 크게 벌렸다.

대상을 집어삼키고, 집어삼킨 대상의 가장 높은 능력치 절반을 빼앗은 후 주인에게 전이시키는 최강최악의 스킬 <영혼 섭취>의 발현이었다.

덥썩!!

분신이 노에에게 집어삼켜짐과 동시였다.

[영혼 섭취의 효과로 앞으로 1분 동안 근력 1,408이 오릅니다.]

힘이 끓어오른다.

기세를 올린 그리드가 연살(聯殺)의 춤을 추려다가 멈칫거렸다.

‘분신도 노에를 소환할 수 있을 텐데?’

내 근력이 일시적으로나마 4,224까지 상승한 지금, 분신이 노에를 소환하여 영혼 섭취를 사용한다면?

분신의 근력 수치가 비약적으로 오르게 될 터였다.

최악의 가정을 떠올리며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는 그리드에게 노에가 재촉했다.

“바보 주인! 뭐하냥! 어서 저 저급한 놈을 해치워라! 냥!!”

노에의 마음 같아서야, 답답한 주인 대신 자신이 직접 나서 분신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체화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상을 입어 꼬랑지 한 번 까딱하기가 어려웠다.

노에의 귀여운 목소리를 듣고 번뜩 정신을 차린 그리드가 앞으로 돌진했다.

“연살(聯殺).”

푸욱-!

푹푹푹푹!!

“…?”

그리드가 당황했다.

분신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자신의 공격을 온전히 허용한 까닭이었다.

‘왜지?’

어째서 분신은 노에를 소환하지 않는 걸까?

의문을 품는 그리드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노에를 보고 감탄하며 전율하던 스틱세이가 설명했다.

“멤피스는 드래곤 다음가는 야수로서 성격을 제외하면 완벽한 종입니다. 수많은 신비를 재현해온 번헨 열도일지라도, 멤피스를 재현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요.”

“…헐.”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노에를 소환하는 건데.

아니, 만약 그랬다면 연살파(聯殺派)와 극살(極殺)을 습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미소 지은 그리드가 불사 상태에 돌입한 분신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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